유니온 해군 역사에서 7번째로 존재했던 '엔터프라이즈'의 최후는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최고의 수훈함이며, 함생을 스토리로 만든다면 디즈니에서도 욕할만한 수준이지만,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박물관함으로도 남지 못하곤 스크랩처리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일까, 인류가 세이렌에게 바다를 빼았기고 나서, 함선 소녀라는 새로운 희망을 찾아내서 대항을 시작하고 한참이 지날 때까지 유니온은 그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그녀를 찾아내고 만들어낸건, 시각을 잃어가는 중인, 한 대학생이였으니.

"지휘관, 들어가겠... 지휘관?!"

아직까지는 큰 문제는 없다 했었다. 단지 시력이 점점 떨어져가고 있으며, 언젠가는 완전히 보이지 않을 것이라, 했었지.

"...엔터프라이즈, 맞아?"
"그래, 엔터프라이즈다. 일단.. 일어나라."
"하하, 미안해. 언제나 민폐만 끼치네."

갑자기 넘어져서는, 넋을 놓은 표정으로 쓰러져 있는 그를 부축해 일으켰다.

억지로 괜찮은 척을 하고 있지만, 초점이 잡히지 않은, 빛을 잃은 눈동자가 사시나무 떨리듯 움직이는 모습은, 너무나도 안쓰러운 모습이였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에, 아름다운 작은 새를, 새장 속에 집어넣어 둔 생각을 하고 있다.

다른 누구에게도 알려주고싶지 않은, 나만의 작은 동물.

"앞이 좀.. 안보여서. 너가 있어서 다행이야."
"오늘 비서관은 누구지? 지휘관을 홀로 놔두다니, 이건... 징계사항이다."
"아냐, 내가 잠깐 커피 타오라고 했어. 좀있으면 점심시간이니까 휴식도 취하고 오라고 하고."
"그대가 그렇다면... 알겠다."

분명히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애초에 그는 군문에 몸을 담은 적이 있거나 생각조차 없던 이였고, 비상사태라는 핑계가 있지만 결국 그를 군인으로 만든 것은 다름아닌 나였다.

'나는 그대들을 위해 일할 생각이 없다.'
'필요할 때는 마음껏 써먹다가, 사냥이 끝난 뒤에는 역할이 끝난 사냥개처럼 쳐죽여버렸지.'

그렇지만, '그'가 있었다.
그에 대해서 모든 것을 다 알수는 없지만, 나는 그를 지켜야했다. 위험한 시대다. 위태한 인간이다. 지키고, 보호해야 했다. 내 가까이에 두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는 없었다.

"지휘관, 일단 소파에 앉아라."

문제없이 일을 하다가도, 갑자기 시력이 떨어져  균형감각을 잃어버리는 탓에 휘청거리며 넘어진다. 아침마다 세탁을 위해 그의 방에서 빼오는 베게는 언제나 눈물로 젖어있다. 그가 몰래 작성하는 일기에는 절망감과 자살충동에 차마 읽기 힘들 정도다.

그는 나에게 이 사실들을 잘 숨기고 있을거라 생각하겠지만.

"오늘은... 휴식을 취하는게 낫겠군."
"아냐. 괜찮아. 서류 가져다줘."
"저번 주에도 휴일 없이 일하지 않았나? 일주일에 하루는 쉬어줘야 한다. 지휘관이 우리를 노동부에 신고하기를 바라지는 않으니까, 오늘은 휴식해주길 부탁한다."
"하하하, 그래. 그건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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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같은 어둠 속에서도, 나는 너를 볼 수 있다.
그것은 너가 무엇보다 찬란하게 빛나기 때문일까?

아니라면, 그저 내가 어둠속에 적응한 것일까.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내가 언제나 그대를, 지키겠다.
항상,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