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기 전  

역NTR 요소? 쓰면서도 애매해서 적어둠


유우카 - 선생에게만 존댓말

노아 - 모두에게 존댓말

코유키 - 나이 상 제일 어려서 모두에게 존댓말

선생 - 모두에게 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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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8일 화요일, 11시 04분 13초


"세미나의 서기, 우시오 노아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선생님.
⋯⋯여러모로요."


오늘은 선생님과 처음으로 대면하는 날입니다.

그 동안 유우카 쨩의 말에서 선생님의 존재 정도는 알고 있었으나, 뵙는 건 처음이네요.


"음? 아, 반가워. 우시오.... 양? 유우카가 자주 언급하던데, 완전기억능력을 갖고 있다고 했나?"


'역시 저라는 인물보단 능력이....'


"나도 그런 능력 갖고 싶어! 저번 주에 영수증 겨우 한 장 빼먹었다가 유우카한테 된통 혼났다고...!"


"....에? 아. 후후, 앞으로 자주 보게 될 사이 일수도 있는데, 저도 이름으로 불러달라고요?"


"아하....그런가? 미안, 그럼 다시 할게. 노아, 오늘부터 잘 부탁해."


묘하게 쩔쩔매지만 순수한 선생님의 첫 인상은.... 조금 귀여웠다고 해야 할까요? 

마치.... 몸만 커버린 학생을 보는 것 같았지만, 싫지는 않았습니다

짧은 인사를 마치고 나오자, 유우카 쨩이 저를 반겨줍니다.


"노아! 만나보니 어때?"


"음~ 뭐라 해야 할까요? 후후, 지금 제 앞의 유우카 쨩처럼 귀여웠다고만 할게요♪"


"뭐, 뭐라고오옷!"


"어머, 왜 그런 반응인가요? 유우카 쨩, 얼굴이 빨갛다고요♬"


"모...몰라!"


어라, 도망쳐버렸네요.

후후..... 유우카 쨩은 서기로서의 업무도 즐겁게 만들어버린단 말이죠?



3월 29일 수요일, 17시 23분 51초


우연일까요? 어제의 짧은 인사가 무색하게도 오늘의 당번은 제가 선정되었습니다.

그 어리바리한 선생님과의 업무라니, 아직까지는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만.....

재미있을 것 같아 새 기록용 노트도 사버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선생....?"


불이 꺼져 있는 사무실과 그럼에도 켜져 있는 컴퓨터, 아무래도 잠시 나가신 모양입니다.

조금 빨리 온 것도 있으니, 천천히 둘러봅니다.


- 18시 07분 12초


선생님이 돌아오셨습니다. 라면이라도 드셨는지 입가에 붉은 자국이 남아있네요.


"아! 노아, 와 있었구나! 오늘 당번으로 온 거지?"

"흠, 근데 오늘은 더 이상 업무가 없는데. 평소에 하던 일이라도 있어? 아니면 자습이라도 시켜야 하나..."


'곤란하네요, 저는 선생님을 도우라는 지시를 받고 온 건데....'


"그렇다면.... 선생님이 세미나의 업무를 도와주시는 건 어떤가요?"


'유우카 쨩이 그렇게 언급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죠? 한 번 테스트해 보는 거랍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거절할 겁니다. 저라도 잔업은 사절....


"그럴까?"


...아직 표본이 적은 기록으로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긴 일렀나 봅니다.


"그러면 잠시 기다려 주세요. 서류와 파일들을 준비하겠습니다." 


- 10분 뒤


"선생님? 그래도 일과 외 업무일 테니 비교적 양이 적은 것으로 가져왔습니다."

"C&C의 청구서이긴 하다만 이번엔 이례적으로 피해량이 적더군요."


"음? 이렇게 배려 안 해줘도 되는데.... 이 일은 나에게 맡겨두고 노아는 쉬러 가도 돼."

"겪어봐서 알지만, 학생은 언제나 수면이 필요하다고?"


사실 이 전까지만 해도 그저 가식인 줄 알았습니다. 그도 그럴 게, 제가 본 어른들은 모조리

저에게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그에 부응하지 못 하면 저를 질타하고 비난했거든요. 부모님 마저도.

키보토스에 오게 된 것도 학원에 재학하기만 하면 자치구에서 머무를 수 있는 게 컸죠?


"업무를 드린 입장으로서 자러 가긴 그렇고.... 아까 말하신 '평소에 하던 일' 을 하겠습니다."


"흠... 알겠어!"


그러고는 사뭇 표정이 진지해지시더니 업무에 몰두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는 유우카 쨩이 순식간에 해치우던 영수증들이지만, 선생님에겐 좀 버거웠을까요?

끙끙대며 펜을 휘적이시는 모습이 아까와 같은 사람인지 의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저 또한 그러한 선생님을 기록하기 시작합니다....


- 2시간 뒤


"휘유! 다 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랜만에 저도 편안했답니다♪"


                                               (완벽) - 유우카의 말버릇

"이 정도쯤이야 쉽지! 검토까지, 칸페키~ 하다고? 그러고 보니, 노아는 뭘 하고 있었어? 한참 전부터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던데?"


선생님의 큰 소리가 무안하게도, 사실 그 작업은 유우카 쨩이 10분이면 끝내고 검토까지 마칠 작업이었습니다.


"이 노트 말씀이신가요? 흠... 이건... 후후, 비밀이라고 해두죠."


"에엥.... 그게 뭐야....김 샌다...."


"후훗, 언젠가 보게 될 거라고요? 그때가 된다면 부디 놀라지나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귀여운 선생님과의 첫 당번 업무가 끝났습니다.


*     *     *


"부끄러운 고백입니다만, 저는 언제나 서기로서 주변의 상황을 관찰하고 기록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시나브로 몸에 배어 있는지라

시끄럽고 정돈되지 않은 야단법석의 풍경보다 지금과 같은 정적이고 변화가 없는 일상의 풍경을 더 견디기 어려워한답니다."

- 우시오 노아의 인연 스토리 발췌 -


우시오 노아, 그녀는 날 때부터 남들과 다른 비상함을 지니고 있었다.

완전기억능력. 정확히는 과잉기억증후군. 한 번 경험한 것은 잊지 못하며, 이는 그녀가 받는 시샘, 질투 등의 원인이 되었다.

망각의 부재는 너무나 컸다. 공포,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이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맴돌아 스스로를 괴롭혔으며,

너무 선명한 기억은 역설적으로 조그마한 변화에도 인지 장애를 일으켰다.


그녀의 부모는 그녀가 초월적인 암기력을 통해 정계 진출 및 출세하기를 원했으나,

공황장애를 포함한 여러 불안장애를 겪자 그저 닦달하기만 했다.

노트에 무언가를 계속 기록하는 것도 이에서 비롯한 강박증이다.

아마도 무언가를 쓰고 있을 때엔 그것에 집중할 수 있었으니 그랬을 것이다.


저주를 받았다 생각될 능력이 그나마 빛을 발했을까, 노아는 중학교를 상위권으로 졸업할 수 있었다.

시험을 치는 날의 컨디션에 따라 성적이 오락가락하긴 했지만, 어쨌든 마무리했다.

졸업식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며, 사진 또한 남기지 않았다.


흑백이었던 세상에 키보토스는 한 줄기 빛 같았다. 새 출발? 과거 청산?

그녀조차 모를 일이다. 부모라는 새장에서 벗어나고 싶었을지도.

약으로 껍데기를 빚으며 1년 즈음 지나 굳혀졌다 싶을 때,


그녀에게 '어른' 이 보인다.


*     *     *


4월 13일 목요일, 15시 33분 50초


따사로운 햇빛이 내리쬐는 한낮의 카페, 저는 이곳에서 신청받은 특허들을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이건 업무기도 하지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유희기도 하죠.

여러 가지 특허들을 보다 보면 신기하고 재밌는 물건들이 많거든요.

가끔 시제품을 보내기도 하는데, 오늘 받은 이 열쇠는 일회용이지만 어떤 도어록이던 열어준다네요.

....이런 건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 걸까요?


물론 그 중에서 선택 받는 특허는 드물답니다. 

합리와 이성을 중요시하는 만큼, 특허에는 목적과 동기, 실현성 등 빈틈이 없어야 하거든요.

방금 받은 열쇠 또한 목적에서 악용될 여지를 느꼈기에 해당 사안은 폐기했습니다.

아, 선생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 ♬~'


"네,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의 세미나 소속 서기, 우시오 노아입니다♪"


"아, 노아! 다름이 아니라, 유우카랑 만났어? 도통 연락을 받질 않네...."


저한테 전화를 건 게 유우카 쨩 때문이라니.... 오늘이 제 생일이란 거는 알고 있을까요?

애써 감정을 숨기고 말해봅니다.


"음.... 유우카 쨩이라면 곧 있을 교내 과학 공모전 때문에 각 동아리들의 신청을 받고 있을 거예요."

"....아마도 지금 즈음이면 게임개발부에 있지 않을까요? 유우카 쨩은 의외로 게임을 좋아하니까요."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시는 건가요?"


"어? 이....이게 아닌데?"

"아, 그....그래? 어... 코유키가 탈출했어! 맞아! 반성실의 암호가 또 뚫렸나 봐! 빨리 와 줘!"

"니하하! 노아 선배를 부르다니, 선생님 비겁해요!"


너무 큰 기대였을까요. 하긴 만난 지 보름 겨우 넘었을 학생에게 축하는 사치일지도 몰라요.

여태 태어난 날을 기록하고 회상하는 행위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오늘은 좀 씁쓸하네요.


"후후, 알겠습니다. 이참에 코유키 쨩을 단단히 혼내줘야겠네요."


유희를 잠시 미뤄두고 빠른 걸음으로 갑니다.


'그런 건 없다고 생각을 했으면서도 드는 이 기분은 뭘까요...'


*     *     *


"됐...됐나?"


"니하하! 절 꺼내길 잘했죠~? 이걸로 까방권 획득이에요!"


"한 건 해냈구나 코유키! 그나저나 유우카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거지? 분명 노아를 데리고 오겠다고 했는데?"


('쾅'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린다.)


"선생님, 큰일 났어요! 노아가 보이질 않... 어? 코유키, 그새 또 탈출한 거야!!!!!"


냉혹한 계산의 회계가 열불을 내며 다가온다.


"유, 유우카! 잠깐만! 내가! 내가 한 거야! 구실이 필요해서 그래!"


"어…. 으음…. 선생님, 괜찮나요? 이 상황?"


……


"그러니까.... 코유키가 탈출했다는 건으로 노아가 오고 있다는 거죠?"


"그래. 유우카 너도 전화를 안 받아서 놀랐다고?"


"애애애애앵! 유우카 선배, 너무해요!"


"미, 미안해! 흠흠. 그, 그러면 이럴 시간이 없겠네요!"

"선생님은 풍선이나 장식들을 달아 주세요! 코유키는 폭죽이랑 초를 가져오고! 선물은 다 준비하셨겠죠?"


유우카의 지휘 아래 세미나의 사무실은 어느새 파티장의 외견을 띄고 있었다.

그러다 케이크를 옮기던 무렵 또 다른 쾅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헉....헉.... 아, 안녕하세요 선생님. 후....잠, 잠시 숨 좀 고, 고르...? 코유키 쨩? 유, 유우카 쨩도? 그리고 이건...."


""아.""


코유키는 노아를 무서워 하고, 유우카는 자신의 계산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쩔 수 없나.....


"새,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내가 생일 축하곡을 부르자 유우카랑 코유키도 정신을 차렸는지 같이 부르기 시작한다.


""사랑하는.....노아의~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한다는 부분에서 걸려서 잠깐 멈추긴 했다만, 코유키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묻혔다.

잠시의 침묵 후 들리는 것은 노아의 흐느낌이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우리 셋은 눈치를 살피다 보다 못한 코유키가 나를 밀었다.


"어떻게든 해봐요 선생님!"


"아니, 지금 당장 뭘?"


"아 그냥 안아주기라도 해요!"


떠밀려진 나는 별 생각 없이 노아를 끌어안았다. 

유우카는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달리 묘수가 없는지 지켜보기만 했다.


"노아? 그, 생일 축하해. 진심이야. 그리고 실망시켜서 미안해."


"....사랑한다는 말, 그것도 정말 진심인가요?"


"음? 어...."


뜬금없는 핀트를 잡은 노아 때문에 잠시 벙쪘으나, 분위기 상 아니라고 말하는 건 사람이 할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 들었다.


"응, 당연하지."


"그 말.....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그 말 이후 노아는 얼굴을 가리고 뛰쳐나갔다.


*     *     *


4월 13일 목요일, 17시 03분 41초


'사랑하는.....노아의~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 사랑이란 뭘까요?

여태 저는 그런 감정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이들처럼 느끼려고 해도, 모든 순간이 또렷하게 남아 뒤섞여버렸다고 해야 할까요.

또는 받지 못한 걸까요? 받지 못했기에 알지조차 못한 걸까요?


모르겠습니다. 전혀 모르겠다고요.

오늘 처음으로 생일 축하를 받았을 때에도 제게 든 감정은 행복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이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얼떨떨함과, 이게 사실인지 드는 의심, 그럼에도 놓치고 싶지 않는 초조함.

당혹, 우울, 시샘, 탐욕, 한, 애달픔, 걱정…

감정의 바다가 또다시 밀려와 저를 휩쓸어버립니다.


……


그럼에도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저는 지금 매 초마다, 그보다 자주 선생님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아니, 그리움으로 표현하기엔 모자랍니다. 

끌어안았던 짧은 순간은 제 가슴을 깊게 헤집어 놓고 갔습니다.

사랑한다는 짧은 말은 그 빈 곳을 채우다 말고 가버렸습니다.


....놓치지 않을 겁니다. 다시는 가버리지 못하게끔.

악은 그 사이를 갈라놓는 모든 것.

아아, 방금 깨달은 것 같습니다. 사랑이란 이런 거군요♬


*     *     *


"으으.... 일하기 싫어...."


 자정이 되어가는 샬레의 사무실, 금요일 밤이지만 살인적인 업무량에 괜스레 한숨 섞인 짜증만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이럴 때 유우카가 있었다면......"


"선생님, 다 들린다고요? 이 늦은 시간에 선생님을 보조하는 제 입장도 고려해주세요♪"


미소를 지으며 이쪽을 보는 학생은 오늘의 샬레 당번, '우시오 노아'다. 

발목까지 닿을 듯한 하얀 장발에 자수정 같은 눈동자, 학생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발육과 

묘하게 어른스러움을 풍기는 나긋나긋함을 가진 학생. 


일 처리 능력은 정평이 난 세미나의 완전기억능력을 갖고 있는 그녀지만 

오늘같이 부비 계산, 황륜대제 정산 등 회계 업무가 대부분일 때는 

유우카의 빈 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아. 미안, 노아...."


"후후, 그러면 사과의 의미로 커피 한 잔 타주실래요?"

"비율은 알고 계실 거라 믿어요."


윽, 말실수 했다. 노아도 고생하고 있는데 다른 학생이랑 비교하는 것 같은 말을 하다니. 어른으로서 실격이다. 

빠르게 탕비실로 가서 커피 두 잔을 탄다. 한 잔은 블랙에 헤이즐넛 한 번, 한 잔은....비율을 까먹었다. 

노아가 시럽을 넣었었나? 아니, 그 전에 헤이즐넛 시럽을 넣어야 할지 설탕 시럽을 넣어야 할지 헷갈렸다. 


'음....둘 다 넣으면 되나?'


나는 그렇게 완성(?)된 커피 두 잔을 들고 간다. 


"감사히 마실게요♪"


노아에게 커피를 주고서는 나는 다시 나의 자리에 앉았으나, 노아가 나에게 말을 건다. 

....커피가 입에 안 맞았나?


"선생님? 저는 커피에 설탕 시럽을 넣지 않습니다만♪"


아뿔싸. 눈 앞에 있는 학생의 취향조차 모르는 걸 들켰다. 

어떤 변명을 해야 할까, 위기를 모면하려고 머리가 돌아가던 그때,


"...아! 내 커피랑 바뀌었나 보네! 노아의 취향 정도는 다 알고 있지. 지금 바꾸자! 나 아직 입 안 댔다?"


"후훗, 선생님 답지 않은 실수를 하셨네요♫"

"이 일은 기록해 뒀다가 유우카에게 보여줘야겠어요~"


어떻게 잘 피해간 것 같다. 피곤으로 얼버무려진 건지, 노아는 더 이상 묻지는 않는다. 

보다 보면 저 미소, 무섭단 말이지....


*     *     *


○월 ○○일 금요일, 17시 26분 54초


드디어 샬레의 당번입니다♪

한 달 전 생일 파티를 마지막으로, 

선생님을 볼 기회가 오지 않았다고요?

기회가 없다고 보지 못하는 건 아니긴 하지만요♡


"실례합니다. 선생님 계신가요?"


형식상 하는 인사, 샬레의 사무실은 당연히 비어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아마도 엔젤24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고 계시겠죠? 


당번 업무보다 30분 일찍 와서 선생님의 흔적을 '기록' 합니다. 

떨어진 머리카락, 기름기로 인해 남은 지문, 벗어둔 외투에 배인 체취.....


아....! 정말이지, 이건 맡을 때마다 매번 뇌에 새로운 자극을 덧씌우네요...!

이 기록들은 글로 전부 표현 할 수 없기에, 제 기억력과 오감으로 머릿속에 담아둡니다♪


그렇게 선생님의 컵을 혀로 '기록' 하던 도중, 밖에서 구두 소리가 납니다. 

이 소리와 보폭에 따르면, 선생님이 확실합니다.


아쉽지만 '기록' 을 그만두고 문 앞에서 선생님을 기다립니다.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선생님이 들어오네요♪


"후후, 조금 늦으셨다고요? 18시 12분 22초... 선생님이 식사를 하다 지각했다....."


"윽, 노아! 그 정도는 봐주라...."


"어머? 제가 뭐라 할 지 아시면서♪"


이어서 또 한 문장을 기록하자, 선생님께서 졌다는 표정으로 자리로 갑니다. 귀여우셔라....♡


- 23시 37분 29초


어느덧 시간은 자정이 다 되어갑니다. 시간의 대부분을 문서를 검토하는데 썼지만 선생님과 있어서 그런지 금방 지나가네요. 

그래도 일만 한 건 아니랍니다? 선생님의 하품하는 모습이라든지, 조는 모습 등등 많은 것을 얻었으니까요♫

아! 선생님이 저와 간접 키스도 했네요! 후후, 저 컵은 조금 뒤 회수해야겠습니다.

그래도 선생님께선 영 일하기 힘들어 보이십니다.... 저에게 기대주시면 좋을 텐데.... 유우카 쨩처럼 무릎 베개라도 해드려야 할까요?


"이럴 때 유우카가 있었다면......"


아. 또. 또 유우카입니다. 확실히 오늘 업무는 계산이 많긴 했습니다. 유우카 쨩이 계산에 능한 것도 잘 알고 있어요. 

아주 잘 알고 있죠. 가장 친한 친구기도 하고, 같은 세미나의 일원으로서도 말이에요.

근데 저도 잘하고 있지 않나요? 지금선생님옆에서도와주는학생이라곤저밖에없는데왜다른학생을언급하나요못본사이ㄴ...


아, 잠시 생각이 많아졌군요. 서기로서 실격입니다.


"선생님, 다 들린다고요? 이 늦은 시간에 선생님을 보조하는 제 입장도 고려해주세요♪"


제 말의 속뜻을 알아들으신지는 모르겠지만, 사과를 하시는 모습을 보니 속이 조금 가라앉습니다. 조금은 배덕감도 드는군요♡


"후후, 그러면 사과의 의미로 커피 한 잔 타주실래요?"

"....비율은 알고 계실 거라 믿어요."


조금 짓궂다고 해야 할까요? 

사실 정해진 비율 같은 건 없답니다♪

애초에 저는 커피를 잘 마시지 않지만, 선생님께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든 저의 비율을 맞추려고 애쓰신단 말이죠. 

방금 유우카 쨩을 언급한 벌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선생님♪


선생님께서 커피를 제 책상에 놓았습니다. 어떻게 만들었든지 이 커피의 '레시피' 는 틀렸을 테지만, 그럼에도 오늘은 더 달콤하네요♫


"선생님? 저는 커피에 설탕 시럽을 넣지 않습니다만♪"


'아아, 선생님. 부디 거짓말 하는 저를 용서해주세요......'

하지만 선생님의 그 당황하신 표정도 저에겐 황홀하네요... 사진으로 남기고 싶을 정도에요....후후...


"아! 내 커피랑 바뀌었나 보네! 노아의 취향 정도는 다 알고 있지. 지금 바꾸자! 나 아직 입 안 댔다?"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시곤 제 잔을 가져가시고 자신의 커피를 주셨습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선생님이 마시기까지 기다리고 말할 걸 그랬나요? 
수면제라도 탈 걸 그랬어요...


그래도.... 제 입이 닿은 잔에 선생님이 입을 맞출 생각에 상상만 해도 흥분되네요. 

비록 지어낸 거짓말이라 해도 절 위해서 말한 부분은 더더욱 그렇고요♫


*     *     *


"으으... 이거만 하면....."


'찰칵' 하는 도장 소리와 함께 마지막 결제 서류까지 마무리했다. 시야가 확 넓어짐을 느꼈다.

일에 몰두하고 있던 탓에 인지하지 못했던 노아는 내 뒤에서 날 주욱 지켜보고 있었다. 

역시나 무언가를 쓰고 있다. 틀림없이 내가 잠꼬대나 꾸벅이던 모습이 적혀있을 것이다. 아님 그려졌을지도?


"드디어 이쪽을 바라봐주시는군요 선생님?"


"음? 아, 응. 미안, 일에 너무 몰두했나 봐.. 노아가 보는 지도 몰랐네..."

"이 시간엔 대중교통도 없을 텐데, 집에 갈 수 있겠니?"


"음... 그럼 선생님의 집에서 하루 잘까요?"


....???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건가? 분명 나의 집에서 잔다고 했다. 
키보토스의 온갖 시선이 주목되는 내가 학생과 동침했다는 소식이 들린다면, 
내 교직 생활의 끝장은 물론, 신변에 어떤 위협이 가해질지 모른다. 
크로노스의 존재 때문에 소식이 퍼지는 건 순식간, 이럴 때 나는 어떤 답을....


"풉."


내 짧고도 긴 고뇌는 웃음소리에 깨졌다.


"후훗, 죄송해요. 하지만 동요하신 모습, 제대로 기록했답니다?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식이네요♪"


내가 얼 빠진 표정을 짓는 동안 노아는 밖으로 걸어 나선다. 문득 혼자서 갈 수단이 있나 걱정이 들어 밖을 둘러봤지만, 

어느새 가버린 건지 어두운 거리만이 눈에 들어왔다.


*    *    *


- 23시 59분 41초


할당된 업무를 다 마치고 선생님 쪽을 바라봅니다. 꾸벅꾸벅 졸면서도 흠칫 깨서 다시 일을 하시는 모습이 귀엽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알람이 많이 오는 걸까요? 선생님은 피곤한 것 같으시니, 좀 도와드려야겠어요.



○월 ○●일 토요일, 00시 49분 20초


선생님은 제가 뒤에서 보고 있는지 아직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제 선물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 01시 39분 48초


'후...후후후....'

자꾸 웃음이 나오네요.

지나가는 행인이 절 보면 이상한 사람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늦어 다행입니다♪


오늘은 꽤나 수확이 있는 날이었어요. 선생님의 다양한 표정들을 기록할 수 있었죠~

...선물도 많이 드렸고요♪


선생님은 제 선물을 알아보셨을까요? 


예를 들어, 졸던 도중 온 년들의 모모톡을 전부 지워 버렸다던가, 조는 동안 붙인 근이완제라던가,

또는 위치 추적기.... 아! 선생님 폰으로 유우카 쨩과의 주말 데이트 약속을 취소한 것도 있겠네요♪


무엇이든 선생님이 기쁘게 받아주시면 좋겠어요!


*     *     *


 자고 일어났더니 몸에 힘이 안 들어간다. 입이나 손가락만 까딱일 수 있는 정도. 
아무리 되짚어 봐도 난 어제 집에 와서 쓰러지듯 잠든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으으.... 모처럼 주말인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아로나? 음.... 프라나?"


"...."


'아, 진짜 충전도 안 되어 있어?'


낭패다. 진짜 집에 오자마자 쓰러져서 잠만 잔 모양이다. 얼마나 걸릴 지 몰라도 내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진 이대로 있어야 한다니....


'딩동~'


한 1시간쯤 지났을까? 신원 미상의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고 있다. 구식 아파트의 특성상 인터폴도 없다. 
내 위치는 침실, 현관과 제일 먼 위치에 있기에 벨 소리는 들리지만 누가 온 지는 확인 불가능한 상황이다. 

누군가 날 부르는 것 같긴 한데... 잘 안 들리니 어쩔 수가 없다. 분명 착각한 거겠지.


'띵동 띵동 띵동~'


30분째... 단순히 의구심으로 넘어갈 게 아니다. 내 거주지는 철저히 키보토스의 외곽. 

총학생회에서도 린 말고는 모른다. 설령  밖에서 날 찾는 사람이 린이라고 해도 

린 성격상 이토록 내가 안 나간다면 따로 연락을 남기는 방식으로 떠날 텐데 저 사람은 집요하게 벨을 누르며 기다리고 있다. 

몸도 일어설 정도의 힘은 다시 되찾은 것 같으니 한 번 확인이나 해볼까....


'...!!!!!'


눈이 마주쳤다. 

얇은 유리판 너머의 보라색 눈과 마주쳤다. 

놀랐는지 다리에 힘이 풀린다.

방금 나의 놀람으로 밖의 인물도 나의 존재를 알아챈 듯하다. 

묘하게 익숙한...


"어머, 선생님. 드디어 일어나셨나 봐요♪ 문 좀 열어주시겠어요?"


....이 목소리는 필시 노아의 목소리다. 하지만 노아가 어떻게? 

노아는 커녕 샬레를 밥 먹듯이 들락거리는 유우카조차 모르는 집 주소이다.


"왜 아무런 말이 없으실까요? 선생님?"


노아가 문을 두드린다. 두드리는 소리는 정중하기 짝이 없으나, 문을 열면 위험하다. 지금 힘으로는 노아를 이길 수 없으니 걸쇠라도 건다.

침착, 침착해야 한다. 이해는 되지 않지만, 이해해야 한다.


"선생님, 이러시기에요? 전 오늘 선생님을 간호하러 왔단 말이에요. 여기 약이랑 음식 보이시죠?"


노아가 비닐봉투를 흔들며 말한다. 물론 내용물이 진짜 약이랑 음식일 수도 있다. 

그런데 노아는 내가 어떻게 아프다는 걸 알고 왔지? 아니, 그 전에 집 주소는 어떻...


'철컥철컥'


*     *     *


○월 ○●일 토요일, 08시 14분 43초


선생님 집 앞에 와버렸어요♪

위치 추적기 없이도 이미 알고 있는 주소지만, 확인해보니 더욱 확실해졌어요♬


슬그머니 문에 귀를 대봅니다. 조용하네요.....

너무 일찍 와버린 탓일까요? 저는 '착한 학생' 이니 조금만 기다려볼까요?



- 09시 14분 43초


이상하네요.... 기록에 따르면, 선생님은 일어난 후 산책 겸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말이죠?

 근이완제가 너무 잘 들었을까요? 아니면 어제의 야근 때문일까요?


....초인종을 눌러봐야겠어요♪



- 09시 48분 08초


이렇게 애타게 선생님을 부르고 있는데도 안 나오시는 건 왜일까요? 저는 이렇게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무려 선생님의 소중한 학생이 간호를 하러 왔다고요? 

제 마음을 알고나 계실지.... 당장이라도 문을 따고 들어가고 싶지만, 그건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야겠죠♪



- 09시 52분 18초. 발소리가 납니다. 선생님일 겁니다♡ 


기쁜 마음으로 눈구멍을 통해 안을 들여봅니다.

원래 안에서 밖을 보라고 만든 구멍이지만, 밖에서도 어두워지는 걸로 내부를 확인할 수 있다구요♬


앗, 잠깐 어두워졌어요!

후후, 안에서 쿵 소리도 나는 걸 보니 선생님이 넘어졌나 봅니다. 분명히 저의 방문에 감동해서 그런거겠죠?

'착한 학생' 의 병 간호 차 방문이라니.... 제가 생각해도 정말 놀랄 것 같아요!


*     *     *


'철컹, 철컥철컥철컥'


문고리를 거칠게 흔드는 소리가 주저 앉은 남자의 고막을 사정없이 때린다.

그는 본능적으로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항은 무의미하다는 건 문 너머의 여학생도 알고 있겠지.
팔 다리를 휘적거리나, 야속하게도 힘이 풀린 몸은 너무 무거웠다. 


그가 이 상황을 타파할 방법을 생각하기도 전에, 전과는 다른 소리가 난다. 

'찰칵, 찰칵, 까드드득. 드르륵.'


도저히 사람의 손으로 열고 있다고는 믿기지 않는 소리. 섬뜩한 쇳소리의 행진에 선생의 몸은 기어코 한계를 넘어섰다.

제 기능을 못 하는 팔이 주인을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바닥을 찬다.


"선생님? 이렇게 나오시면 저도 어쩔 수 없다고요?"

"이럴 때 쓰려고 가져온 게 있죠♪"


.....'띠리리↗'


"후훗... 역시 엔지니어부의 물건이에요! 쓰고 나면 바로 부서진다는 게 슬프지만..."

"...더 이상 쓸 필요는 없겠네요♪"


'끼이익..... 철컹. 띠리리↘'


하이얀 하이힐의 또각 거리는 소리, 도어락이 다시 닫히는 소리, 비닐봉지가 바스락대는 소리, 한 여자가 킁킁대는 소리까지.
모든 소리가 이상하리만치 조용한 선생의 집 안을 채운다.

명목 상 '간호' 를 하러 온 건 맞는 듯하다. 손에 든 봉지를 보았을 때 날붙이 따위는 아닌 것 같았기에.


"하아..... 여기가 선생님의 집이군요! 흠, 둘이서 살기엔 조금 좁을지도 모르겠네요. 후후..."

날카로운 눈초리가 방 안을 빠르게, 섬세하게 훑어본다. 

아침이었지만 두꺼운 커튼이 쳐진 방은 어두웠고, 심장 박동마저 크게 들릴 집은 미세한 변화조차 포착하기 쉬웠다.

사냥꾼의 눈빛을 한 여인은 천천히, 완벽하게 먹잇감을 압박하고 있다.


"어디 계신가요....선생님? 숨는다고 해도, 저의 사랑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어요"


...불결한 미소를 지은 이가 먹이를 탐한다.


*     *     *


"헉.....헉...."


완벽히 갇혀 버렸다. 도망친다는 김에 와버린 곳이 하필이면 외부와 더더욱 단절된 침실이라니. 
겨우 영아 하나 기어갈만한 크기의 환풍구 말고는 사방이 벽이다. 유일한 출구는 저 문이지만, 나간다면 어찌 될 지는 뻔하다.


주변을 둘러본다. 보이는 것은 침대와 옷장 말곤 없지만 그마저도 이 바들거리는 팔 다리로 기어 올라가기가 무리다.

할 수 없이 침대 밑으로 들어간다. 크게 의미 없을 것을 알고도 내 몸 하나는 숨기고 싶었다.

귀찮아서 청소하지 않은 침대 밑은 먼지 투성이였고, 그런 곳이라도 비집고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발 소리가 가까워졌다가 멀어진다. 세 번즈음 그랬을 무렵 발 소리는 이 방 앞에서 멈췄다.


'철컥' 


다행히 침실에도 잠금 장치는 있다. 린이 이 방만큼은 절대 지켜야 한다면서 달아줬기..


'우지끈'


아. 맞다. 이 문은 철문이 아니다. 나는 노아가 현관문에서 모든 연장을 쓴 줄 알고 안심하고 있었다. 

억지로 열었던 것에 비하면 이 나무 문은 그저 창호지에 불과했다. 

선혈이 타고 흐르는 손아귀가 들어와 문을 연다.


"이제 여기밖에 안 남았네요♪ 찾아볼 곳도 적고?"


내 시야는 공포를 극대화하기 충분했다. 노아의 발이 옷장 쪽을 먼저 향한다. 

노아는 화난 건지 옷장의 뻑뻑한 문짝을 열다가 뜯어내버렸다. 


"여긴 안 계시네요~"

"아하하! 그럼 이제 남은 곳은....!"


노아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숨을 참고 눈을 질끈 감는다. 

양손으로는 입을 틀어막는다.


"여기?!"


".....뭔가요. 어디로 간 거죠?"

"아....! 그래요. 제가 아직 주방을 안 찾아봤군요♫"


노아는 이불만 걷은 채로 침대 밑은 확인하지 않았다. 성인의 체구로 들어가긴 무리라고 생각이 들었나?


구멍 뚫린 문 쪽을 향하는 노아의 발을 확인하고 나는 다시 숨을...


"여기 있었네요♡ 선.생.님?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곤 나는 기절했다. 노아는 침대 위에서 머리를 거꾸로 한 채로,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제 저랑 놀아요....영원히♡"


*     *     *


선생이 정신을 차렸을 땐 밧줄로 의자에 묶인 상태였다. 그를 보며 입맛을 다시는 노아.


"정신이 드셨나요 선생님?"


"...."


"정말, 소중한 학생을 보고 기절하면 어떻게 하나요. 조금 섭섭하답니다?"


"...."


"후후, 그렇게 쳐다보셔도 바람을 폈다는 건 눈 감아줄 수 없다고요? 저에게 사랑한다고도 말했잖아요."


"...."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으신데."


노아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안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선생의 목에 들이댄다.


"선생님은 지금부터 제 거라고요. 나만의, 키보토스의 그 누구도 아닌. 오직 저만의." 

"참, 오늘 유우카랑 데이트 약속이 있었죠?"


"...! 너가 그걸 어떻게...."


"쉿. 지금 그게 중요한가요? 이제 선생님한텐 저 밖에 없는데."

"아, 혹시 유우카 쨩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까 봐 그러시나요? 그거라면 제가 해결했어요"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좀 더 눈을 크게 뜨고 저에게 집중해주세요. 서로 사랑하니까요...."


당신은 노아를 사랑한다.

당신은 노아를 사랑한다.

당신은 노아를 사랑한다.

당신은 노아를 사랑한다.

당신은 노아를 사랑한다.

당신은 노아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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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써 봄

댓글로 지적 환영


노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