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8-4]




훼이지에에게:


그 누구도 감염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을 거야. 우린 의용군도 아니고, 델미하일 시대의 “용감한 가마”도 아니고, 우리 스스로의 도시도 없고, 농지도 많지 않으니까.

“우리의 몸에는 돌이 자라있고, 손에는 무기 몇 개가 쥐어져 있다. 눈은 입 안에서 녹으면 물이 되며, 뱃 속은 풀과 나무 껍떼기로 가득하다.”

그 사람들은 그렇게 부르더라고, 나도 최근에 많이 배웠어.


우린 단지 갈 곳 없는 감염자일 뿐이야.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난 이 말이 체감이 되는 것 같아. 우린 어딜 가든 머물 곳 없고, 떠날 곳 없는 사람들이야.


도시 내의 감염자와 민중들은 아마 갈라지겠지, 여러 나라들 간에서도 종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의심하고 있어.

사람은 오직 설원 위에서만 더 단순해지는 모양이더라.


난 남쪽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이번에 돌아가면, 난 혼자가 아닐 거야.

감염자가 설원 위에서 동사나 아사하는 거랑, 감염자가 자신의 땅 위에서 병사하는 건 확실히 다른 일이야.

감염자는 자신들의 도시를 만들어야 해. 만약 우르수스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 우르수스를 바꿔야 해.

유랑하고, 도망치고, 이 나라를 떠나는 것도 결국은 갈 곳을 잃을 뿐이야. 이 대지에서 감염자들을 수용해줄 곳이라니, 그건 정말 동화같은 이야기지.


감염자들이 자신들의 존엄성을 되찾고 싶다면 힘, 단결, 그리고 지금의 형세를 뒤집을 필요가 있어.

만약 감염자 유격대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면 우리도 어느 정도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거야.

중요한 건 감염자들의 자신감을 되찾는 거야. 우리의 목숨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알리는 게 관건이겠지.




_









탈룰라: 그래, 바로 여기야.

탈룰라: 그 조사대가 바로 이 버려진 도시에 초소를 세웠어......농작물을 닥치는 대로 전부 쓸어버리고, 뿌리 하나 남기지 않았지.

탈룰라: ......이 도시도 아마 버려진지 십 년이 넘었을 거야.

탈룰라: 핵심 장비들은 가져갔고, 주민들도 하나 남지 않았어. 남겨진 이 건물과 바닥들도 전부 남김 없이 뜯겨졌지.


감염자 전사: 이건 원래 어떤 귀족의 영지였지?


탈룰라: 나바스 남작, 칼에 찔려 죽었지. 수 백 킬로미터 내에 있던 다른 유산 계승자들도 전부 죽었어.


감염자 전사: 누가 그런 짓을? 꽤 지독하네.


탈룰라: 왕당파야. 제 1 군단에 그런 사람들이 꽤 있지.


감염자 전사: 이해가 잘 안 가, 탈룰라. 며칠 전에 네가 대반란은 지금의 황제와 군인이었던 귀족 나리들이 했다고 하지 않았어?

감염자 전사: 그럼 왜 귀족을 죽이려는 황제를 돕는 부대가 있는 거야?


탈룰라: 대반란 시기 때 반란을 주도했던 건 그 전 시대의......그 우르수스가 끊임없이 대외 팽창하던 시대에서 이익을 독차지한 귀족 장군들이야.

탈룰라: 새 황제가 왕위에 오르고, 자연스럽게 그 사람들이 삼켜 버렸던 자원과 도시, 주민들을 전부 뱉어내게 할 수 밖에 없었지.

탈룰라: 그때 대부분의 우르수스 군대들은 귀족 장군들의 제어 하에 놓여 있었지. 하지만 왕당파도 바보는 아니야, 그들에겐 돈이 있었거든.

탈룰라: 그 귀족들을 죽이면, 내 주머니에 돈이 들어온다. 리스크는 크지만 모험을 해볼만 했거든.


탈룰라: 그래서 대반란 시기에는 자기 몸을 사린 대도시들을 제외하고, 반란이 일어난 가문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지. 그것도 전부 왕당파가 촉진시킨 걸 거야.

탈룰라: 만약 반란군이 대반란 속에서 전쟁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치자.

탈룰라: 그렇다면 결과는 아마 왕당파가 목메달려 죽고, 황제가 감금되고, 온몸에 시큼한 냄새가 나는 늙은 귀족들에게서 군대의 특권을 강제로 인정받겠지.

탈룰라: 각 대공들과 여러 군단들은 우르수스를 여러 조각으로 나눠 통치하게 될 거야, 적어도 암암리에 분명 그렇게 하겠지.

탈룰라: 게다가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대반란이 끝나고 승급에 승급을 거친 청년 군관들이 전부 새 황제를 향해 반드시 충성을 다할 거라고는 말할 수 없어.

탈룰라: 그 녀석들도 어쩌면 돈에 충성을 다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


감염자 전사: ......알겠어. 결국은 돈이라는 거군.


탈룰라: 그래.


감염자 전사: 하, 넌 어떤 질문에라도 대답할 수 있는 거야, 탈룰라?


탈룰라: ......이런 걸 내게 가르쳐 준 사람은 너무나도 오만해서 내가 얼마나 배웠는지에 대해 전혀 관심도 없지만.

탈룰라: 그래도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이렇게 아무렇게나 대답할 정도는 될 걸.


감염자 전사: 됐어, 넌 꽤 똑똑하니까. 그럼 여긴 대체 왜 온 거야? 방금 사람이 살 수 없다고 말했으면서.

감염자 전사: 요 며칠 새에 넌 대체 어떻게......조사대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안 거야?


탈룰라: 주변에 있는 여러 마을들이 이사를 준비하고 있어, 재앙이 오는 게 아니라면 이유는 단 한 가지지.

탈룰라: 이 부패한 조사대가 오는 거야. 하지만 그냥 지나가는 정도라면 마을은 이사하지 않겠지.

탈룰라: 아마 수확 시기가 막 지나서 그런 거겠지. 조사대는 굳이 이 시기에 관례적인 조사를 하려고 해. 아직 세무원들이 세를 안 걷은 걸 아는 거지.

탈룰라: 여기서 가장 가까운 이동 도시인 슐라츠버그는 경공업을 주로 하는 도시야, 이곳에 정박하는 것도 자원을 구매하기 위한 거겠지.

탈룰라: 주변 몇몇 마을들은 지주의 보호 하에 놓여있지 않아. 부패한 조사대가 먼 곳에서 굳이 여기까지 온 건 분명 얻어 먹을 게 있어서 그런 거겠지.

탈룰라: ......분명 원래는 대반란 이후 감염자 건달들을 붙잡기 위해 조직된 조직인데, 지금은 그냥 마을을 활보하고 다니는 극악무도한 탐관오리들이 되어 버렸어.


감염자 전사: 그 녀석들을 처치해야 해. 우린 요 며칠 새 이 주변에서 정말 편안하게 지냈었잖아. 싸워야 해.


탈룰라: 아마 우리에게 그럴 능력은 없을 거야.


감염자 전사: 뭐? 그럼 우린 지금 여기서 뭘 하는 거야?


탈룰라: ——“방패”. “방패”가 이 초소를 공격하려고 해.


감염자 전사: ......유격대를 말하는 건가?


탈룰라: 그래.


감염자 전사: 감염자의 유격대?! 그건......황제가......


탈룰라: 그들에게 연락이 닿기까지 정말 힘들었어, 3개월 동안이나 유격대의 소식을 뒤쫓고 있었거든, 지금 어떻게든 기회를 잡아낸 거지.


감염자 전사: 며칠 전에 네가 어떤 사람들을 찾고 있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그게 유격대일 줄이야.

감염자 전사: 하지만 말이야, 그, 네가 남쪽 도시의 감염자들과는 연락을 그리 쉽게 했으면서, 왜 유격대랑은 연락이 그렇게 힘들었던 거야?


탈룰라: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살아있는 정보와 협력이 필요하지.

탈룰라: 설원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믿을 건 오직 견고한 전술과 우르수스 정찰병에게 예측을 당하지 않을 생활 방식이야.

탈룰라: 감염자들 중에서도 정보 전달자들이 꽤 있지, 감염자들은 자신들만의 신호와 정보 전달 루트도 있어.

탈룰라: 유격대는 어떨까? 유격대는 오직 동토 위의 감염자와 대화해.

탈룰라: 유격대는 애초부터 사람들에게 발견 당하고 싶어하지 않아, 또 그 누구와도 단결하지 않아.

탈룰라: 단지 끊임없이 감염자들을 받아들이며, 그들을 전사로 길러내지. 어쩌면 내 기대와는 다를 지도 몰라.


탈룰라: 하지만 유격대는 의심할 바 없이 강력하고, 생기로 가득한 곳이야.

탈룰라: ——적어도 두 유격대 소대가 여기서 1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감염자 촌락에서 물자를 교환했을 거야.

탈룰라: 현지 감염자들은 그걸 말하기를 꺼려하지만, 그래도 마을 밖에는 불을 피웠던 흔적이 있었어, 그건 군대가 남겼다고는 보기 어렵겠지.

탈룰라: 유격대의 목표는 아마 지어지지 얼마 안 된 초소를 무너뜨리고, 아직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한 조사대를 파괴하는 걸 거야.

탈룰라: 모두 여기서 대기해. 조사대가 어쩌면 이곳으로 도망쳐 올지도 모르니까 조심하고.

탈룰라: 여기서 슐라츠버그까지의 거리가 꽤 머니, 초소가 아직 튼튼하게 지어지지 않았을 거야, 제대로 방어도 못 하겠지.

탈룰라: 그 녀석들은 분명 후퇴하게 될 거야, 유격대에게 전멸을 당하지 않는다면 말이지.

탈룰라: 잘 숨어 있어라.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2,3개의 조사대 소대랑 정면에서 맞붙기에는 무리가 있어.


감염자 전사: 탈룰라?! 혼자서 가는 거야?


탈룰라: 혼자 가게 해줘. 유격대에게 우리가 적의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야 해.

탈룰라: 또 혹시나 싸움이 일어난다면 너희들도 도망칠 수 있으니까.


감염자 전사: 우릴 겁쟁이로 생각하는 거냐?!


탈룰라: 난 너희들보다 용감한 사람을 본 적이 없어. 그러니까 다른 감염자 동포들에게 있어, 너희는 정말 소중해. 그들이 오래 살려면 너희들이 꼭 필요하다고.

탈룰라: 나 혼자 희생하는 것보단 다수의 너희가 살아남는 게 다른 감염자들에게도 좋지 않겠어? 뻔하잖아.


감염자 전사: ——

감염자 전사: 역시 우리가 미덥지 않은 모양이네.


탈룰라: 이건 내가 오래 생각해보고 나온 결론이야, 또 이게 모두에게도 좋은 결과지.

탈룰라: 함부로 얘기하지 마.


감염자 전사: 넌 지금 화가 나있어!

감염자 전사: 하지만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야!

감염자 전사: 넌 우리가 널 잘 모른다고 생각하겠지, 마치 네가 우릴 잘 모르는 것처럼 말이야.

감염자 전사: 우리가 필요한 건 결론이 아니야. 우린 너와 함께 가고 싶은 거지......무슨 결론을 위해서 그런 게 아니라고.

감염자 전사: 넌 잘 싸워! 너 덕분에 모두가 밥을 먹고,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어.

감염자 전사: 잘은 모르겠지만, 난 네가 다른 도시에서 온 감염자들, 심지어는 광산에 있는 그 감염자들이랑은 뭔가 다르다고 느껴.

감염자 전사: 넌 우릴 죽게 두고 싶지 않은 거지? 탈룰라, 네 눈에는 우리가 두려워하고 있는 걸로 보여? 우린 겁쟁이 따위가 아니야!

감염자 전사: 우린 하루하루를 구차하게 살아갈 바에야 차라리 너와 함께 죽는 걸 택하겠어!


탈룰라: 만약 내가 그걸 이미 알고 있었고, 단지 너희가 그렇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하면 어쩔래?


감염자 전사: 어째서지?


탈룰라: 왜냐하면 난 죽지 않을 거니까.

탈룰라: 안심하고 날 보내줘. 너흴 보내지 않는 것도 사상자를 줄이기 위한 거야. 나는, 하핫, "불사"거든.

탈룰라: 이건 그 역겨운 괴물이 직접 내게 얘기해준 거야.


감염자 전사: 그치만......탈룰라, 우린 절대 다른 녀석들에게 무시당할 정도는 아니라고! 이러면 우리가 마치 그 녀석들한테 부탁을 하는 것 같잖아, 우리가 함께 가게 해줘!


탈룰라: 아냐!

탈룰라: 누가 사람을 더 잘 해치나 논하는 건 망나니들이나 하는 짓이야. 너흰 이미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았어, 왜냐하면 너흰 일어나 앞으로 나섰으니까.

탈룰라: 만약 누군가가 너흴 무시한다면, 오히려 그 무시한 녀석들이 경멸 받아 마땅하겠지.


감염자 전사: ......

감염자 전사: 그래.

감염자 전사: ——잠깐, 탈룰라! 정말 그 검 한 자루로 괜찮은 거야?



탈룰라: 명단이랑 채널 번호부도 같이 가져가는 걸!

탈룰라: 기억해, 친구들! 이게 검보다 소중하다는 걸!





_



탈룰라는 조금 후회했다.


그녀는 듣는 사람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그 유격대를 마주치지 못 했다.


그들의 상징인 거대한 방패 또한 보지 못 했다.


낡은 우르수스 군장비를 보지 못 했다.


심지어는 소문으로 들었던 거대한 살카즈들조차 보지 못 했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모르겠으나......그녀는 눈의 악마 소대를 마주쳤다.


정말 추웠다.


그녀는 불을 붙이고, 하얀 옷을 입은 눈의 악마들의 놀란 시선 속에서 조사대의 마지막 감시탑으로 뛰어들었다.


명단을 불태우지 말자. 하지만 정말 춥네. 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여길 더 따듯하게 만들어겠다.



[R8-4 END]






그건 그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이었다.

그건 그녀의 "귀족 생활"이 끝나는 날이었다.







피티아 귀족: 어서 오렴.


탈룰라: ......


피티아 귀족: 그 검 싫어하지 않았니? 왜 항상 들고 다니는 거야?


탈룰라: 그냥 들고 다니는 겁니다.


피티아 귀족: 흠.

피티아 귀족: 네 몸에 진흙의 냄새가 묻어 있어, 하지만 피의 냄새는 나지 않네, 탄내도 나지 않고.

피티아 귀족: 메이드가 얘기하더라, 네가 옷도 안 갈아입고 급하게 날 찾는다고. 그래서 내가 생각한 건데, 넌 하지 않았구나.

피티아 귀족: 더 좋은 방법을 찾은 거니, 탈룰라? 이 눈엣가시를 처리할 좋은 방법을? 더 좋은 방법을 찾아서 내 말대로 하지 않은 거지, 그렇지?


탈룰라: 당신은 제가 안토니오 소령을 처리하는 것 뿐만 아니라...날 속여서 한 아이를 죽이도록 했어요.


탈룰라: 코셰이......그건 아이였어요. 안토니오는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여행을 하고 있었죠, 당신 말대로 제가 그에게 죄를 뒤집어 씌었었으면, 그가 다음 도시로 가는 길에 헌병들이 그를 패죽였겠죠.

탈룰라: 물론 그의 아들도 화를 피하긴 어려울 거고요.


코셰이: 안토니오는 연막을 잘 치는 녀석이거든. 너도 알 수 있었을 거야, 그 소년은 그의 아들이 아니라는 걸.


탈룰라: 허......


코셰이: 내가 가르쳐줬잖니, 중요한 목표 앞에선 도덕과 자원의 희생이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고.

코셰이: 네가 안토니오를 놔줬으니, 다음 번 빅토리아 특무관의 어떤 관저에서 그가 나타날 거야.

코셰이: 그 역겨운 필라인들은 우리 도시가 1년 동안 나아갈 항로에 대해서 이래라저래라 하겠지......

코셰이: ......또 그 틈을 타 우리의 무역 파트너, 우리가 얻은 자원의 출처, 도시의 출입구 루트, 그리고 우리의 방어 병력 배치까지 샅샅이 뒤져볼 거야. 


탈룰라: 문서는 이미 제가 파괴했습니다.


코셰이: 잘했어! 정말 잘했어. 넌 할 수 있잖아, 그렇지?

코셰이: 하지만 탈룰라, 넌 어떻게 증명해야......어떻게 안토니오가 그 문서들을 보지 "않았다"라고 증명할 수 있지?

코셰이: 만약 안토니오가 문서의 내용들을 몰랐다면, 왜 그걸 가져가고 있었던 거지?


탈룰라: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게 그가 당신의 영토와 우르수스를 배신할 사람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죠?

탈룰라: 어째서 그에게 묻거나, 붙잡거나, 아니면 그를 직접 처치하지 않은 거죠?


코셰이: 내게 증명은 필요 없어. 질문을 한다는 건 오히려 그 녀석에게 변론과 벌에서 빠져나갈 기회를 주는 것 뿐이야.

코셰이: 그 녀석의 행동은 이미 사면받을 수준을 넘어섰어.

코셰이: 그 녀석은 그렇게 할 가능성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나, 우르수스, 그리고 법에게 있어 충분해.

코셰이: 그 녀석은 할 수 없어. 그렇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어졌지.

코셰이: ——안토니오는 이미 처리했다. 네가 문서를 처리하고 나서, 내 뱀비늘들이 마무리를 했다.


탈룰라: 그럴 줄 알았어요. 전 그럴 줄 알고 있었어요......당신이 그를 놔줄 리가 없다는 걸.


코셰이: 난 단지 널 끊임없이 훈련시키는 거야, 네가 조금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코셰이: 보렴, 넌 또 내 기대를 실망시켰어. 넌 저번보다 못 했어, 탈룰라.

코셰이: 네가 셰바탑 회의에서 보여준 활약은 그렇게나 멋있었는데. 그리고 탈룰라, 너도 네 스스로가 이 기분을 즐기고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해.

코셰이: 수많은 이들의 정점에 선다는 기분 말이야.



탈룰라: 당신은 지금 절 모욕하고 있어요. 그런 짓은 저를 더 화나게 할 뿐입니다.


코셰이: 그렇다면 넌 지금 분명 완벽한 사람의 기분을 더 느끼고 있겠네.

코셰이: 네 고민은 나도 잘 알아, 네 생각도 뭔지 알겠고, 그래서......

코셰이: 뱀비늘이 그 아들인 척했던 소년을 놔주었어.

코셰이: 어때, 탈룰라? 너도 혼자서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탈룰라: 그 소년이 바로 그의 아들이에요. 아.들.입.니.다.


코셰이: 아닐 수도 있지.


탈룰라: 그 소년이 자라고나면 당신을 찾을 거예요, 그리고 아버지의 복수를 하겠죠.


코셰이: 그럼 넌......넌 언제 네 아버지의 복수를 할래?

코셰이: 탈룰라, 네 아버지를 죽인 사람은 아직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 걸.


탈룰라: ......


코셰이: 난 네게 약속한 적이 있지, 탈룰라. 널 복수할 수 있을 정도로 훈련시켜 주겠다고, 하지만 지금은......아직 멀었네.


탈룰라: ......입 다물어, 코셰이!


코셰이: 하아, 잊어버려, 탈룰라. 네 자신의 바람을 잊어버려. 난 네가 더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탈룰라: 망나니, 헌병의 두목, 귀족 군관, 음모가, 학살하는 캐스터?! 이게 당신이 말하는 훌륭한 사람이야?!



코셰이: 탈룰라, 탈룰라. 아니야.

코셰이: 내가 필요한 건 계승자야.


탈룰라: ......

탈룰라: 그런 역겨운 소리를 그대로 뱉어낼 줄은 몰랐어요.

탈룰라: 단지, 아, 죄송합니다, 공작님.

탈룰라: 당신의 그 소원은...

탈룰라: 이루어질 수 없게 됐네요.


코셰이: 흐음...

코셰이: 즐거워보이네. 말해보렴, 탈룰라. 대체 뭘 했길래 그렇게 우쭐해진 거니?


탈룰라: 반 년 전에 제가 광산에서 작은 오리지늄 조각을 주웠거든요, 제가 그걸 어떻게 했는지 맞춰보실래요?

탈룰라: 전 그걸 제 목에 쑤셔넣었어요.


코셰이: ......호오?


탈룰라: 효과가 좋더군요.

탈룰라: 전 이미 감염자입니다.

탈룰라: 전 지금 한 명의 감염자입니다, 코셰이 공작. 내 목숨은 이제 오래 가지 않아요, 당신의 계획, 당신의 음모, 당신의 노력들이 전부 물거품이 됐다고요. 

탈룰라: 당신은 이제 절 이용하지 못 해요.


탈룰라: 그동안 제 모든 건 당신의 계획대로였죠. 하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코셰이: 아. 정말......예상치 못한 방법이네.


탈룰라: 음모가 산산이 부서지는 느낌이 어떱니까?

탈룰라: 코셰이, 전 이미 우르수스와 이 대지에서 가장 고통받고 경멸받는 감염자가 됐습니다...도시에서, 동토나 황야에서도 가장 처참한 감염자라고요.


코셰이: 네 여동생이 그런 네 모습을 보면 기뻐할까?


탈룰라: ......당신!


코셰이: 대체 뭣 때문에 네가 이런 방식을 쓰면서까지 날 반대하는 걸까?


탈룰라: ——당신 때문입니다.





탈룰라: 당신은 날 속였었어요, 내게 웨이옌우가 내 부모를 죽인 주모자라고 했고, 한 번도 제게 당신이 웨이옌우와 대립하다 쫓겨났었다는 얘기를 해준 적이 없었죠. 

탈룰라: 당신은 제 부모의 죽음에서 당신이 어떤 역할을 했었는지 얘기해주지 않았어요, 물론 위언아가 제 부모를 죽여서, 그 또한 죄가 있고 죽어 마땅하지만──

탈룰라: 당신이라고 해서 그 죄에서 벗어날 순 없을 거예요.


탈룰라: 당신은 겉으로 자신의 시민들을 아끼는 척 했어요, 또 다른 마을들을 도시 주변에 배치하고, 감염자에게 안정적인 거처를 주는 척을 했었죠......

탈룰라: 사실 당신은 고의적으로 감염자와 시민들이 완전히 다른 생활을 지내도록 만들었죠. 당신은 감염자들을 이용해서 시민들의 자존감을 높였어요.

탈룰라: 도시가 시민들을 상대로 빼앗는 것이 의무로 미화되었고, 그 시민들은 억압 받는 감염자와 살 곳이 없는 비시민들로부터 위안을 얻고 있었어요!


탈룰라: 이게 당신의 영지인가요? 이게 바로 당신의 도시와 통치라는 겁니까?

탈룰라: 불평등으로 환상을 만들어내고, 그 환상으로 당신의 영향력을 넓히는 겁니까?

탈룰라: 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요.

탈룰라: 거짓스럽고 왜곡된 수단은 그렇다 쳐도, 당신의 그 거짓말로 가득한 연설과 자애로움을 위장하는 미소는 정말 참을 수 없어요!



코셰이: 내가 가르쳐줬잖니, 탈룰라.

코셰이: ——“이렇게 지나치게 평화로운 시대에서, 사람들은 서로 평등하게 대우받길 원하지 않는다” 라고.

코셰이: 우리가 이 평범한 나날들을 끝낸다면 모를까.

코셰이: 너와 난 시민들의 자치를 받아들일 수 있지, 마치 컬럼비아와 시라쿠사의 시민들처럼 말이야. 하지만 시민들 자신은 어떨까?

코셰이: 그들은 다음 집정관과 귀족을 뽑게 될 거야.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타인을 존중하지 않고, 권력과 폭력만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지.

코셰이: 그것 뿐만이 아니야, 그들 중에서 그들보다 더 용감하고 총명하고 착하고 자비로운 사람이 있을지 없을지 조차 잘 몰라......

코셰이: 네가 그들의 공작, 그들의 황제가 되지 않는다면 모를까.


코셰이: 넌 그들을 동정하고 있어, 넌 내 시민들을 동정하고 있어. 세무원과 관료들에게 쫓겨 더 이상 달아날 곳도 없는 이들을 동정하고 있어.

코셰이: 그건 정말 좋아.

코셰이: 게다가 아무리 네가 끊임없이 그런 감염자들을 모욕하는 말들을 내뱉도록 스스로에게 강요해봤자......난 아직도 기억해.

코셰이: 넌 계속해서 내 정책을 조절하고 있어, 최대한 그들을 보호하려고 노력하고 있지, 심지어는 시민들의 분노를 부추기고 있어.

코셰이: 난 사람들의 감정을 달래는데 정말 오랜 시간을 썼어, 탈룰라.


탈룰라: 난 그들을 동정하는 게 아니에요!


코셰이: 그렇다면 넌 확실히 시민들을 사랑하고 있는 거네.


탈룰라: 당신......?!


코셰이: 난 정말 기쁘단다, 탈룰라. 넌 정말로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고 있어.

코셰이: 점점 나를 닮아가는 구나, 나의 딸이여.


탈룰라: ......잘도 그런 말을 말해버리시는 군요?!


코셰이: 하지만 그런 얕은 수작으로는 성공할 수 없어.


탈룰라: 어떻게 제가 뭘하려는 건지 알고 계시는 거죠? 당신에게 그럴 능력은......


코셰이: 사람은 모두가 자신이 좋은 결말을 맞이하길 바라지. 하지만 모두가 그럴 수 있는 건 아니야.

코셰이: 탈룰라, 탈룰라. 왜냐하면 그들이 바라는 좋은 결말과 네 꿈은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야.

코셰이: 너도 사람들의 생각을 한 곳에 모을 순 없어, 그들의 분쟁, 충돌과 혼란은 피할 수 없다고.


코셰이: 살카즈가 어떻게 산크타에 맞서지?

코셰이: 카시미어인은 어떻게 우르수스인을 상대해야 하지?

코셰이: 강하지만 지친 곰이 어떻게 오만하고 무능한 히포그리프에 맞서지?

코셰이: 그 방법을 네가 가르쳐 줄 건가? 그건 정말 오만한 생각이야, 나의 딸이여! 

코셰이: 지금 네 모습, 네 신분으로 그들에게 뭐라고 호소할 거지?


코셰이: 아, 물론 나도 잘 알고 있어. 넌 분명 할 수 있겠지.

코셰이: 탈룰라, 넌 네가 통치해주길 바라는 사람들을 통치하게 될 거다.

코셰이: 넌 검은 뱀의 지식을 계승하고, 붉은 용의 피가 흐를 것이며, 곰의 영토를 밟고, 히포그리프의 역사를 넘기게 될 거야.


탈룰라: 태어날 때부터 다른 이에게 통치받아야 마땅한 생명은 없어요.


코셰이: 하지만 시민들이 네 통치를 갈망하고 있잖니. 시민들은 평생 너같은 사람이 자신들을 통치해주길 바라고 있었어.

코셰이: 우르수스가 네 앞에서 벌벌 떨게 될 거야, 나의 딸이여.


탈룰라: 타인을 통치하는 이는 더 강한 자에게 통치받는 법입니다, 코셰이.


코셰이: 아, 그건 내 관점의 일부분이기도 하지, 탈룰라. 내가 너에게 마지막 수업을 해주마.


탈룰라: ......무슨?


코셰이: 탈룰라, 우린 이런 짧고 세속적인 통치에서 벗어날 거다.

코셰이: 선황제는 이미 죽었고, 그의 그림자가 여전히 이 대지에 남아있지, 그의 의지와 생각은 이미 그 시대를 뛰어넘었어.

코셰이: 그는 진정한 우르수스 제국을 이어받았지, 우르수스의 영토와 번영을 짊어지고 있으며, 우르수스의 사람들이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지.

코셰이: 하지만 태양을 잃으면 우르수스의 우거진 나뭇잎은 곧바로 말라비틀어 지게 될 거고, 이 땅에는 서로의 영양분을 빨아먹는 열등한 생물이나 썩은 것들만 남게 되겠지.


코셰이: 네가 본 이 사람들──

코셰이: 그들은 폭력을 좋아하고, 어디서나 죽이는 걸 좋아해. 또 자학적이고, 겁도 많고 이기적이기까지......

코셰이: 네 꿈은 시민들을 교육과 관점으로 끌어들이고 교화시키는 거지만, 넌 그들이 네가 말하는 것들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어...

코셰이: 탈룰라, 너도 이 사실을 알아야 해.

코셰이: 시민들은 이 땅에서 정말 오랫 동안 살아왔어, 그들의 몸 속 깊숙이 새겨진 생활 방식이라는 게 있다는 거야.

코셰이: 넌 단지 그들의 삶에 강제로 끼어든 낯선 이에 불과해.

코셰이: 소위 말하는 통치자, 귀족, 군대......그들도 단순히 강하고, 부유하게 살고, 훈련을 받는 시민에 불과해.

코셰이: 영지는 바뀌게 될 거고, 군대도 재조직될 거고, 통치도 결국엔 와해되기 마련이지......

코셰이: 오래 가는 통치라는 건 없어, 우르수스 시민들이 따르고자 하는 의지만이 남아 있을 뿐이지. 

코셰이: 의지는 통치를 하지 않아, 단지 계속 나아갈 뿐이지.

코셰이: ——네 그 작은 호의가 가져오는 건 순종, 그리고 비현실적인 기대감일 뿐이야.


탈룰라: 당신이 어떻게 원래부터 사람들이 그랬다는 걸 안다고 그러는 거죠? 사람들을 그렇게 만든 건 우르수스에요!


코셰이: 난 당연히 잘 알지, 아, 난 너무 잘 알지.

코셰이: 넌 그들이 너와 함께 갈 거라고 생각하지? 빵, 감자, 깨끗한 물과 불을 위해? 네가 그렇게 약속해줄 거야?

코셰이: 사람들은 널 따르겠지. 그리고 그들이 배고플 때, 그 사람들은 제일 먼저 네 몸부터 뜯어먹을 생각부터 할 거야.

코셰이: 만약 네가 사람들에게 비현실적인 환상을 가지고 있다면, 넌 그들을 미워하게 될 거야.

코셰이: 넌 분명 사람들을 원망하게 될 거야.


탈룰라: 코셰이, 난 당신이 아니에요.

탈룰라: 난 당신과 조금도 같지 않아요.


코셰이: 하지만 넌 이미 나와 정말 비슷해졌는 걸. 넌 단지 아직 그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것 뿐이고.

코셰이: 사실 넌 네 수중에 있는 그 어떤 수단을 써도 괜찮아.

코셰이: 만약 네게 그런 목표가 있다면 그렇게 해.

코셰이: 공포로 공포를 무찌르고, 생명으로 생명을 통치하고, 희생으로 희생을 이끌어 내며, 무지로 무지를 길러 내고, 고통으로 고통을 만들어 내.

코셰이: 이 모든 방법들을 넌 알고 있어, 이건 네 무기나 다름 없어.

코셰이: 이제 네가 해야할 건 단지 이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그리고 어떻게 익숙해지냐 겠지.

코셰이: 네가 사랑하1는 모든 이들이 진정 그들의 국가와 삶의 의미를 찾을 때까지 말이야.


탈룰라: 난 도대체 당신이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코셰이: 이 모든 건 현실이야. 이 모든 걸, 넌 마주하게 될 거야.

코셰이: 이렇게 하지, 나의 딸이여. 넌 나를 믿지 않아.

코셰이: 그렇다면 우리 내기 하나 하지.

코셰이: 내가 몇 년에 걸쳐 네 몸에 심어둔 오리지늄 아츠도 이미 싹을 틔운 걸로 보이니, 아무래도 이제 열매를 맺을 때인가 보네.


탈룰라: ......뭐......라고......?


코셰이: 앞으로의 네 삶에서, 네가 만약 스스로가 견뎌온 이 모든 것에 의심이 생겼을 때...네가 동포라고 부르는 자들, 그리고 그 자유를 누려야 할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원망이 생긴다면...

코셰이: 넌 그 즉시 우리가 했던 내기의 내용을 시행하게 될 거야. 그때의 넌 내가 가르쳐 준 길을 걷게 되겠지.

코셰이: 어쩌면 네가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운좋게도 이런 일을 겪지 않을 수도 있어, 그럼 넌 대지 위에서 동화 속 인물들처럼 살게 되겠지.

코셰이: 네가 마주칠 사람들은 고충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르고, 이해받을 수도 있고, 정말 답도 없는 상태일지도 모르지......

코셰이: 난 기다릴 수 있어. 이 나라도 기다릴 수 있을 거야. 3년, 5년, 10년, 100년도 기다릴 수 있어. 네가 계속 같은 답을 내놓기만 한다면 말이야.

코셰이: 나도 감염자로서의 네 삶이 그리 길지는 않을 거라는 걸 잘 알지만, 그 날이 올 거라는 걸 난 알아.

코셰이: 우르수스 제국은 지금 끊임없는 잔병치레를 치루고 있는 시기야. 농작물은 이런 황량한 땅에 자라지 않을 거고, 그늘진 땅에는 오직 썩은 꽃만이 자라있겠지.


코셰이: 넌 네가 사랑하1는 이들에게 배신 당할 거야.

코셰이: 넌 네 친구가 너로 인해 죽는 모습을 보게 될 거야.

코셰이: 넌 미래에 대한 기대를 잃어버린 네 자신을 보게 될 거야.

코셰이: 왜냐하면 네가 하는 모든 것들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서는 지금 네 신분에서 오는 압력을 이겨내지 못하는 걸로 보이거든.

코셰이: 넌 모든 것이 희생 당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코셰이: 넌 모든 이들이 이웃보단 자신을 더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야.

코셰이: 넌 자신이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던 투쟁의 상징이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코셰이: 넌 네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이 대지가 널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될 거야.

코셰이: 넌 네가 해왔던 모든 일들이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코셰이: 넌 네가 존중해왔던 모든 것들이 그들에게 버림 받는 걸 보게 될 거야.

코셰이: 넌 생명과 존엄, 그리고 이념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거야.

코셰이: 왜냐하면 이 사람들, 그러니까 네가 소위 말하는 고귀하신 분들은, 단지 걸어다니는 시체에 불과하거든.

코셰이: 내가 마주한 것들을 너도 마주하게 될 거야.


탈룰라: 당신......지금 날......굴복시키려고.......!


코셰이: 아니, 아니야. 난 확실히 아츠를 쓰고 있어, 하지만 이건 널 속이는 것도 아니고 위협하는 것도 아니야.

코셰이: 단지 내 아츠가 정말 약소해서 말이지, 너에게 전수해 준 모든 것들이 전부 이 아츠를 기초로 하고 있어.

코셰이: 이 아츠는 네가 날 부정할 때에는 아무런 효과를 나타내지 않지.

코셰이: 하지만 네가 내게 동의하는 순간, 네가 날 이해하게 되는 순간, 네가 지금 어떤 땅 위에 서있는지 알게 되는 순간...

코셰이: ——째각, 째각, 똑, 똑, 똑.

코셰이: 넌 내가 되는 거야.

코셰이: 우르수스의 미래는 네 손 안에 있게 되는 거야.


탈룰라: ......무슨 소리야?

탈룰라: 대체......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탈룰라: 의식 조종? 사고 암시인가?

탈룰라: 미친 거 아냐 당신, 어떻게 하면 이 아츠들에게 저항할지, 또 어떻게 하면 이 마음과 관련된 오리지늄 아츠를 상대하는지 가르쳐 준 건 당신이었잖아!


코셰이: 아니.

코셰이: 내가 어떻게 내 계승자에게 그런 하등하고 해로운 아츠를 쓰겠어?

코셰이: 내 아츠는 단지 어떤 과정을 가속시킨 것 뿐이야.

코셰이: 난 네가 이 대지를 깨닫고, 네 자신에게 의문을 던지고, 의심하고, 자책하고, 그리고 또 다시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과정을 가속시킨 거야.

코셰이: 이 아츠가 없다고 해도 이 모든 건 필연적으로 일어날 일들이야. 이 아츠는 단지 네가 조금 더 빠르게 갈 수 있게 해주는 것 뿐이고.

코셰이: 평범한 척을 하며 생활하는 도시 사람들은 자신에게 최면 거는 법을 배우게 되지.

코셰이: 그들은 현실 도피를 제일 잘하고, 규율과 도덕으로 자신을 길들이지. 그리고 실패자들의 껍질로 자신의 내면에 있는 나약한 인격을 숨겨......

코셰이: 난 네게 갑옷, 무기, 그리고 자아를 준 셈이야.

코셰이: 이 아츠 덕분에 넌 자기에 대한 의심과 자기 붕괴의 과정을 건너 뛰게 된 셈이야.

코셰이: 덕분에 네가 고통받고 발버둥칠 과정도 생략해서 네 시간도 아낀 셈이지.

코셰이: 넌 현실에 무너지고 나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 거야, 그때 넌 다시 태어나는 거야.

코셰이: 넌 자아 부정에 그리 많은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어.

코셰이: 내가 네게 가르쳐 준 것들은 앞으로 네 머릿 속에서 다시 태어날 거야. 

코셰이: 그리고 넌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내듯 이 지식들을 다시 짜게 되겠지.

코셰이: 넌 네가 원래 믿고 있었던 신념을 제하고, 우거진 지식의 화원에서 험난하지만 끝이 있는 길을 찾게 될 거야.

코셰이: 탈룰라, 우르수스의 운명은 너와 함께야.

코셰이: 검은 뱀은 너와 함께하게 될 거야. 이 영구적인 의지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야.


탈룰라: ——당신 지금——

탈룰라: 절 저주하는 겁니까?

탈룰라: 당신은 지금......스스로를 이용해서......절 만드려는 겁니까?


코셰이: 아니, 탈룰라, 이건 저주가 아닌 축복이야.

코셰이: 난 널 축복한단다, 나의 딸이여.

코셰이: 그 비현실적인 망상 속에서 깨어날 때 넌 알게 될 거야, 왜 우리가 이 대지의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 끝까지 싸워나가야 하는지.


탈룰라: XX! 말도 안되는......소리를!


코셰이: 난 네게 그런 저속한 염국 단어를 가르친 적이 없는데.

코셰이: 하지만 배워두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나중에 네가 그런 사람을 연기해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르니.


탈룰라: 하, 물론이죠. 당신은 내가 대중들 앞에선 이런 말을 하지 못 하게 했으니까요, 내 이미지를──


코셰이: ——그건 네가 어디서 왔는지 숨기기 위한 거야.

코셰이: 난 그렇게나 널 위해 고심하고 있는데, 넌 내 제안을 거절하고 그런 모욕적인 말을 뱉어대는 구나.

코셰이: 넌 내가 가르쳐 준 모든 것들을 기억하고 있으면서 도망가려고 하고 있어, 탈룰라......

코셰이: 그래도 걱정은 안 해. 왜냐하면 넌 결국에는 이 길을 걷게 될 거니까.

코셰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한(恨)이라는 게 크게 작용하고 있어.

코셰이: 한으로 통치를 하고, 사랑에서 한이 생겨나고, 망설임에서 한이 생기고, 존경심에서 한이 생기지.

코셰이: 한이라는 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것이야.

코셰이: 통치는 두 사람만 있어도 생겨날 수 있어, 그 두 사람이 나처럼 모두를 평등하게 사랑하지 않는 이상 말이야.

코셰이: 내가 밉나, 탈룰라? 내가 한 일들도 결국은 이 대지가 너에게 꼭 하게 될 일이야.


탈룰라: 당신이 한 모든 일들은 저와 상관없어요......나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다고요.

탈룰라: 조금의 연관도 없어요......! 절대로!


코셰이: 아......그렇구나. 잘됐네.

코셰이: 이름을 계승하지 않고, 권력을 이어받지 않고, 지위를 이용하지도 않는다니. 훌륭해, 나의 아이여. 결심했구나.

코셰이: 그럼 이제 네 손으로 네 일을 해라. 네가 내 영지와 정치 자원, 내 재력과 힘을 이어받지 않겠다니, 정말 훌륭해.

코셰이: 그럼 이제 이것들을 네 스스로의 힘으로 얻어내라. 네가 그러는 것 또한 내 바람을 만족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탈룰라: 함부로 제 의지에 대해서 얘기하지 마시죠!


코셰이: 아니, 아니, 당연히 그런 건 아니지. 하지만 사실이야. 

코셰이: 그 어디에도 이런 "선물"을 달갑게 받아주는 코셰이는 없을 거야. 이건 성실하고 자존심 높은 우리에게 있어 모욕이나 다름없겠지! 

코셰이: 난 이미 전해줄 수 있는 모든 걸 너에게 전수했다.

코셰이: 앞으로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쟁취해낼지는...전부 네 스스로에게 달렸다.

코셰이: 나의 딸이여......넌 확실히 훌륭하다.

코셰이: 넌 이전에 네가 가지고 있었던 모든 것들과 결별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전과는 다른 길을 택해야 한다......

코셰이: 감염자들이 널 위해 다른 영토를 열어줄 거다. 우르수스에서 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탈룰라: (검을 뽑아든다.)

탈룰라: 제가 오늘 당신 앞에 나타난 건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탈룰라: 이렇게 또 사악하고 악독한 설교를 강제로 듣게 될 줄은 몰랐네요.


코셰이: 아. 드디어 그 날이 온 건가?

코셰이: 나도 종종 생각하거든, 웨이옌우가 날 죽이지 못했는데, 대체 누가 날 죽이러 올까? 결국은 너였네, 결국──역시 너였어.

코셰이: 아버지의 원수를 위해 원수의 원수를 죽이다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결말인가.

코셰이: 네 살육으로 내 관점이 증명됐다, 난 저항을 포기하고 네 손에 죽길 바란다, 나의 딸이여.

코셰이: 네 행동으로 넌 진리의 다리를 건너게 되겠지, 그리고 내 죽음은 네 기반이 될 거다.


탈룰라: 전 당신의 딸같은 게 아니에요......아닙니다.

탈룰라: 제가 당신을 죽이는 건 단지 당신의 악행을 막기 위한 겁니다.


코셰이: 그렇다면 탈룰라, 네가, 네가 악이 될 거야.


탈룰라: 이제 됐어요.


코셰이: 그 다음 넌 선을 행하게 되겠지, 넌 내 선행을 인정하게 될 거다.

코셰이: 아. 이 검, 관리인보고 거둬두라고 말을 안 했구나......난 이 검이 싫어, 넌 아츠보다 검을 더 많이 썼으니......하지만 네가 그 검을 가져도 좋다.

코셰이: 그 검은 네가 어디서 왔는지......


탈룰라: (소리를 지름.)


코셰이: ......너와 나의 길을 보여주게 될 거다.

코셰이: 날 원망하나, 탈룰라?


탈룰라: 난 절대 당신의 그런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않아, 이 늙은 뱀이!

탈룰라: 당신의 목숨도 이제 여기서 끝이야!



-@-





코셰이: 스읍, 컥, 흐, 흐......

코셰이: 어딜......찌르는 거냐......스읍......

코셰이: 찌르는 게......정확하지......않구나.


탈룰라: 전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요, 코셰이.

탈룰라: 원한이라는 그 말이 당신의 수다스럽고 신랄한 궤변의 일부이건 아니건 간에, 당신은 제가 원망할 가치도 없는 사람이에요.

탈룰라: 전 당신을 동정합니다. 당신의 죽음은 당신의 고독함만 증명할 뿐이에요, 당신의 망상은 물거품이 되어 사라질 겁니다.

탈룰라: 전 당신의 말들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보여드릴 겁니다, 물론 당신은 그걸 볼 기회조차 없겠지만요.


코셰이: 하아, 하......훌......륭해......

코셰이: 내가 죽으면 웨이도......마음의 큰 짐을 덜겠지......

코셰이: 난 기대하고 있겠다......그때가 되면......네가......후회하고......원망......을......

코셰이: ......기억하......



기억해, 탈룰라.

결국 네 종점은 나라는 걸.



탈룰라는 천천히 검을 공작의 가슴에서 뽑아낸다.

그녀의 생각은 이미 멀리 떠나고 난 후 였다. 그녀는 성을 떠나, 도시를 떠나, 추격을 피해......

씨앗은 이미 심어졌고, 그것은 싹이 피어오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_






알리나: 그렇게 결국 넌 우리 쪽으로 왔다는 거구나.


탈룰라: 그것도 벌써 몇 년 전의 일이야.


알리나: ......코셰이가 죽고 도시에는 뭐 달라진 거 없었어? 무슨 위험에 빠졌다라던가?


탈룰라: 거기서 또 무슨 일이 생겼었다면 난 아마 너희 마을로 갈 기회도 없었겠지.

탈룰라: 도시라......내가 떠난 이후로 코셰이의 영지와 재산들은 제 4 군단에게 나눠졌다는데.

탈룰라: 그리고 나에 대해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지.

탈룰라: 이런 소리소문없이 사라진......하하, 신예한테 누가 신경을 쓰겠냐마는. 

탈룰라: 확실히 난 너무 먼 거리를 걸었었지,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땐 할머니 할아버지의 문 앞이었어.

탈룰라: 그 당시의 난 머리가 너무 혼란스러워서, 길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도 기억 잘 안 나.


알리나: 할머니가 말씀해주셨어, 넌 그 날 온몸이 피였다고. 네 그 옷을 깨끗이 세탁하는 것도 쉽지 않았대.

알리나: 넌 우리 마을이 널 몰래 죽일 수도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해봤어?


탈룰라: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알리나: 그야......넌 그런 생각을 해봤을 거 같아서.


탈룰라: 너희라면 그러지 않았을 거야.

탈룰라: 수확은 막 끝난 참이고, 옆에서 춤을 췄던 모닥불도 꺼진 지 얼마 되지 않아보였고, 울타리 안에는 가축들이 있었고, 벽 밖에 걸려있는 장식품을 보면......

탈룰라: 비록 너희들도 삶이 고달팠지만 자신들의 생활을 그렇게 싫어하진 않아 보였어.

탈룰라: 너희들이 날 죽였었다면 아마 춤도 제대로 출 수가 없었겠지.

탈룰라: 사람을 죽이고서도 태연하다면 그건 사악한 괴물이나 다름없어. 그런 괴물들은 거의 없으니까.


알리나: 사람을 너무 좋게 보는 거 아니야?


탈룰라: 난 살면서 정말 나쁜 일들을 많이 봐왔거든. 그리고 그 나쁜 일들은 대부분 그들도 어쩔 수 없어서 저지른 일이었어.

탈룰라: 난 알아, 만약 선택의 기회가 있다면, 이 대지에는 착한 사람이 되길 택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거라는 걸.

탈룰라: ......코셰이의 말처럼은 되지 않을 거야.


알리나: 그 사람은 모든 사람들이 쓰레기고, 너도 결국에는 그 악인들을 미워하게 될 거라고 했지, 단지 네가 착하다는 이유에서 말이야.

알리나: ......정말 지독한 저주네. 이 말보다 더 지독한 말이 있을까.


탈룰라: 그래서 난 절대로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을 거야. 사람들이 하는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을 거야.


알리나: 내가 널 감독이라도 해줄까?


탈룰라: 그것도 나쁘지 않지.


알리나: 그럼 내가 없으면? 그땐 네가 스스로 해야하는데.


탈룰라: 그런 불길한 소리하지 마.


알리나: 언젠가는 마주칠 일이야. 우리 뒤에 있는 이 감염자들도 분명 언젠가는 떠나게 되겠지.

알리나: 우린 앞으로 남은 인생 동안 정말 의미있는 일을 하는 건데......나쁠 게 뭐 있어.


탈룰라: 하. 나도 그렇게 생각해.

탈룰라: 비록 힘든 여정이겠지만, 알리나, 정말 힘들지도 모르지만 난 감염자들이 다시 뭉쳐야 한다고 생각해.

탈룰라: 우린 우르수스에서 머물 곳을 되찾아야 해.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 대지가 자신의 행동을 살펴보도록 해야 해.

탈룰라: 그 다음, 감염자......아니, 감염자 뿐만이 아니야.

탈룰라: 우르수스, 빅토리아, 라이타니엔, 나라 상관 없이, 종족 상관 없이, 출신 상관 없이......

탈룰라: 우릴 갈라서게 만드는 그 모든 것들을 부숴버리는 거야.

탈룰라: 우리 모두가 똑같이 사랑받는 삶을 살아야 해.

탈룰라: 우린 우리의 것을 되찾아야 해.


알리나: 그게 네 생각이라면, 일단 해보자고.


탈룰라: 어쩌면 전멸할지도 몰라.


알리나: 그런데 첫 걸음이 우르수스에게 도전하는 거야?


탈룰라: 우리가 뭘하든 그건 결국 우르수스를 도발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탈룰라: 하지만 가는 게 있어야 오는 것도 있는 법이지. 우리에게 돌아오는 게 아무 것도 없을 지도 모르지만.


알리나: 내가 너만큼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데...내 경험에 따르면, 대지는 네가 예측한 대로 항상 좋은 결과만을 주는 건 아니야.


탈룰라: 무슨 소리지?


알리나: 탈룰라, 네가 가는 게 있어야 오는 것도 있는 법이라고 했잖아?


탈룰라: ......

탈룰라: ......알리나, 아니, 아니야. 그건......너무......


알리나: 나도 알아. 하지만 넌 꼭 그렇게 생각해야 해.


탈룰라: 아니야. 아니, 절대 안 그럴 거야.

탈룰라: 난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이유도 아주 간단해.

탈룰라: 우린 그 좋은 결과를 얻을만 했으니까, 왜냐하면 대지 위의 생명체들은 그런 결과를 얻을 가치가 있으니까.


알리나: ......응, 그래. 가자.

알리나: 유격대랑 합류할 거야?


탈룰라: 일단은 유격대가 날 인정하게 만들어야 해.


알리나: 힘들 거야.


탈룰라: 겨우 힘든 걸로는 날 멈출 수 없어.




_






눈의 악마 소대원: 누님! 이건......우릴 아까 도와줬던 사람들이에요!


프로스트노바: 방심하지 마라.


탈룰라: 하아, 후우.

탈룰라: 소문대로 정말 춥네요, 당신들 눈의 악마들은. 이 겨울 날씨보다 더 추울 수가 있다니.

탈룰라: 당신이 지휘관이신가요?


프로스트노바: 감염자이십니까?


탈룰라: 네.


프로스트노바: 그렇다면 대답하세요, 왜 우르수스 군관의 옷을 입고 입는 겁니까.


탈룰라: 제게 준비된 거짓말은 정말 많은데, 어떤 걸 듣고 싶으시죠?


프로스트노바: 쏴라.


탈룰라: 잠깐만! 정말 농담도 못 하겠네요, 당신이 눈의 악마 소대의 대장이십니까?


프로스트노바: 어째서 쏘지 않았지?


눈의 악마 소대원: 하지만 그녀는...정말로 우릴......도와줬었으니까요, 누님.


탈룰라: 그래요, 눈의 악마 여러분. 제가 이곳에 온 건 당신들을 돕기 위해서, 또 당신들에게 도움을 받기 위해섭니다.


프로스트노바: ......우릴 도와?


탈룰라: 일단 악수 한 번 하시죠, 눈의 악마 대장님! 성의를 보여야 한다면 전 이런 평등한 방식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게 좋아요.

탈룰라: 전 우리 양측이 서로를 존중하면서 평화롭게 대화를 하길 바랍니다.


프로스트노바: 아뇨.


탈룰라: ......해보세요. 당신이 누군지 방금 떠올랐어요.

탈룰라: 그들이 업고 있는 저 오리지늄 결정들, 저게 당신 아츠의 출처죠?


프로스트노바: 하. 


탈룰라: 만약 제가 당신의 얼음을 녹인다면, 제 말을 들어주실 건가요?


프로스트노바: ——허풍도 대단하시군요, 당신은 할 수 없습니다.


탈룰라: 그건 해보기 전까진 모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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