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8-9]




감염자 전사: 여기야.

감염자 전사: ......탈룰라......이번 일은 딱히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았어, 이 감염자들이 실종된 것도 벌써 몇 개월이나 지났고.

감염자 전사: 그냥 조사대한테 붙잡힌 것 뿐이겠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어.


탈룰라: 적어도 시체라도 찾아 주고 싶어.


감염자 전사: 정찰대원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 녀석들이 실종된 지점은 아마 이쯤일 거야.

감염자 전사: ......

감염자 전사: 탈룰라! 그만.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


탈룰라: 별 생각 안 했어.


감염자 전사: 그 생각 없는 녀석들 같으니라고......그 녀석들은 이제 신경 쓰지 마!

감염자 전사: 그 녀석들 설원에서 계속 살아나갈 기본이 안 되어 있는 녀석들이라니까!

감염자 전사: 너랑 계속 함께 싸워봤으면 네가 가장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녀석이라는 걸 딱 알텐데 말이야.

감염자 전사: 탈룰라, 날 믿어, 우리 모두 널 따르기를 원해!

감염자 전사: 불드락카스티 대위님도 우르수스 제국의 군인이셨잖아? 하지만 모두들 그가 가장 굳건한 전사라는 걸 알아! 모두들 그를 믿는다고!


탈룰라: 그거야 모르는 일이지. 단지 그가 너무나 강하고 굳쎄서 믿지 않는 사람들도 말만 그렇게 하는 걸지도 모르지.

탈룰라: 신뢰가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야.

탈룰라: 만약 어느 날 패트리어트를 믿는 이들이 전부 죽는다면 나중에 오는 사람들도 원래의 추종자들처럼 그를 믿고 따를 거 같아?

탈룰라: 소문은 사람을 무너뜨리지. 유언비어들이 퍼지기 전까진 결백한 사람은 결백하고, 의심스러운 사람도 마찬가지로 결백해.

탈룰라: 하지만 유언비어들이 퍼지기 시작하면 그 누구도 결백하지 않아지지.


감염자 전사: 하, 하지만 네 출신이 무슨 상관이야?! 네가 그 녀석들을 위해 흘린 피가 얼마나 많은데!


탈룰라: 괜찮아.

탈룰라: 게다가 난 그 녀석들을 위해 피를 흘릴 틈도 별로 없었는 걸.


감염자 전사: 하아......그렇게 말하지 말고.

감염자 전사: 정말로 혼자서 가게? 파우스트는 요즘 그 석궁을 쓰는 사람들이랑 다니고 있어, 파우스트는 성장이 빨라, 유격대는 없으니 그 녀석들이랑 함께 가보는 게......


탈룰라: 다른 감염자들을 지키는 게 제일 중요해. 우린 싸우기 위해 싸우는 게 아니야. 

탈룰라: 우린 처음부터 다른 동포들을 살아가게 하는 걸 목표로 삼았었어, 본말이 전도되어선 안 되겠지.

탈룰라: 그 녀석들의 목숨도 중요해.

탈룰라: 우린 꼭 이 생각을 계속 퍼뜨려가야 해.


감염자 전사: 그럼......몸조심해.


탈룰라: 안심해. 그쪽 사람들이랑 교섭을 하는 것 뿐이니까, 별 문제는 없을 거다.




__





인근의 작은 마을




탈룰라: ......

탈룰라: 과거의 나였다면 분명 곧장 마을로 들어가서 물어봤었겠지.

탈룰라: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탈룰라: 두리번거리고, 살금살금거리고......불신과 경계가 점점 적의가 되어 가는 느낌이야.

탈룰라: 나는 의외의 일이 벌어지는 게 두려운 건가, 아니면 비극이 다시 재현될까봐 이러는 건가......?

탈룰라: 가난한 마을이군. 아무래도 올해의 수확도 좋지 않은 모양이네. 사람들의 얼굴에 근심이 보여.




탈룰라: 이상하군, 이 마을은 이사를 가지 않은지 오랜 시간이 흘렀어, 이 마을 입구에 있는 수많은 바퀴 자국을 보면 바로 알 수 있겠어.

탈룰라: 그리고 여기 이 정비소에 있는 버려진 재료들......

탈룰라: 아무래도 이건 이 마을에서 버려진 견인차가 아닌 모양인데.

탈룰라: *인증함이 안 보여. 마을의 차라면 굳이 인증함을 가져갈 필욘 없었을텐데......

탈룰라: 곧 밤이 되겠군. 쓰레기장을 한번 찾아볼까.



탈룰라: 어딘가 이상해. 일상 쓰레기를 제외하고 아무런 쓰레기도 보이지 않아.

탈룰라: 오리지늄이 다 떨어진 장치같은 것들도 하나도 안 보여. 그런 걸 쓰레기장에 안 두고 대체 어디에 두는 거지?

탈룰라: 겨울이 되면 흔하게 보이는 보릿대나 불쏘시개용 지푸라기도 안 보여.

탈룰라: ......아니야......아니. 함께 태워버린 건가. 곡식 창고로 가볼까.




_





탈룰라: 무슨 일이지? 대체......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탈룰라: 오리지늄 가루들이 가라앉아 쌓여있어......바닥이 울퉁불퉁해졌군.







탈룰라: 아, 이건 긁힌 흔적이잖아, 창고 문에 긁힌 흔적이 왜——

탈룰라: 앗——!




???: 뭐하는 놈이냐?!



탈룰라는 고개를 돌렸다.

탈룰라의 차림새를 보자 우르수스 농민이 들고 있던 삽을 내려놓았다.



우르수스 농민: 나리......무슨 일이신지요? 왜 마을에 오셨으면서 한 마디도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탈룰라: ......


우르수스 농민: 나리께선 왜 여기 오신 거죠? 전에 어디서 본 듯한......헌병 분이신가요?

우르수스 농민: 아니면 세금을 걷으려 오신 건가요?


탈룰라: 감염자에 대한 것을 조사하러 왔다.


우르수스 농민: 아, 감염자 말씀이십니까? 저희 마을엔 감염자가 없답니다.


탈룰라: 그렇다면 이곳을 지나친 감염자는 있었나?


우르수스 농민: 없었습니다.


탈룰라: 사실은 우리가 소식을 전해들어서 말이지. 확실히 이곳을 지나친 감염자가 있다고 들었다. 눈치껏 행동해줬으면 한다만.


우르수스 농민: 아, 역시 나리를 속이진 못 하겠군요!

우르수스 농민: 그 썩을 것들, 분명 자신들이 이곳을 지나치는 건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었는데.


탈룰라: ......

탈룰라: 아무튼 확실히 그랬다는 거군.


우르수스 농민: 그렇습니다, 그 녀석들 전부 무서운 무기를 들고 나타나서 정말 놀랐었습니다!

우르수스 농민: 저흰 그놈들에게 저항할 수도 없었고, 막을 수도 없었습니다.

우르수스 농민: 게다가 우리의 식량까지 뺏었었죠. 이런 괘씸한, 정말 괘씸한 녀석들이었습니다.

우르수스 농민: 나리, 제발 꼭 좀 그 망할 감염자 녀석들을 붙잡아 주십쇼......



탈룰라: 아니.

탈룰라: 아니야......


탈룰라: 그런 말도 안 되는!

탈룰라: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지?


탈룰라: 너희들이 어떻게 그런......


탈룰라: 어떻게 너희들이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우르수스 농민: 네?

우르수스 농민: 나리......? 무슨 일이신지?


탈룰라: 넌 그들의 울부짖음을 들었어!

탈룰라: 살려달라는 그들의 말을......

탈룰라: 그리고 그들이 손톱으로 창고 문을 긁는 소리를 넌 분명 들었을 거야!


우르수스 농민: 그, 그게 무슨......나리......

우르수스 농민: 무슨 귀신에게 홀리기라도 하신 겁니까?

우르수스 농민: 어이, 여기 와봐! 

우르수스 농민: 너희 어디서 이 사람을 본 적 있어? 이 사람 어디서 온 사람이야?

우르수스 농민: 그래, 난 이 사람 목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어!

우르수스 농민: ......맞다! 이 사람 안면 보호구도 안 쓰고......감염자 조사원이 어떻게 안면 보호구도 안 쓰고 있어?

우르수스 농민: 당신 대체 누구야?!


탈룰라: ......


우르수스 농민: 누구냐고 묻잖아!


탈룰라: 감염자다.


우르수스 농민: 응?


탈룰라: 너희가 죽인 그 사람들처럼, 나도 감염자다.


우르수스 농민: ......

우르수스 농민: 우린 잘못한 게 없다.


탈룰라: 넌 그들을 이곳에 가뒀지. 여기에 가둬서 죽인 거야.


우르수스 농민: 우리라도 그러고 싶어서 그랬겠어? 우리 먹을 식량도 없었다고!


탈룰라: 넌 그들을 쫓아낼 수 있었을 거야, 아니면 아예 마을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거나......

탈룰라: 만약 당신이 직접 그들을 공격하거나 죽였었다면 나도 별말 안 했을 거야.

탈룰라: 하지만 당신은 그 사람들을 괴롭혔어, 그 사람들을 아무 것도 없는 창고에 가둬놓고, 문을 잠가 그대로 굶겨 죽였다고.

탈룰라: 그들은 굶주려서 아츠조차 못 쓸 정도였겠지......

탈룰라: 구걸이라도 할 생각으로 이 마을에 왔던 거야. 그들에게 공격성은 전혀 없었어, 저항할 힘도 없었지, 그들도 단지 평범한 사람이었을 뿐이었어.


우르수스 농민: 감염자가 무슨 평범한 사람이라는 거야?!

우르수스 농민: 잘 들어, 망할 감염자......너도 우리가 왜 그런지 잘 알고 있잖아! 너도 네 자신이 어떤 괴물인지는 잘 알고 있지?


탈룰라: 너흰 창고를 잠근 다음, 오리지늄 결정들이 안정되길 기다렸다 그들의 시체와 오리지늄을 한꺼번에 처리했어......

탈룰라: 그들도 가족이 있고, 사1랑하는 이가 있고, 가고 싶은 곳이 있었을 텐데......

탈룰라: 결국 시체조차 남지 않았지. 사실 감염자에게 시체가 남는 경우는 흔하지 않아.

탈룰라: 하지만 너희 때문에 그 시체의 재가 어느 방향으로 날아갔는지조차 알 방법이 없어졌어.


우르수스 농민: 우리도 어쩔 수 없었잖아? 우리도 먹을 게 없었어, 우리도 정말 힘들게 살아왔었다고!


탈룰라: 그렇다면 왜 그들을 속였지?


우르수스 농민: ......

우르수스 농민: 무슨 소리지?

우르수스 농민: 감염자들이 어떻게 나올지 누가 알고? 우리도 어쩔 수 없었어.


탈룰라: 그건 핑계다. 넌 분명 그들이 어떤 몰골로 왔는지 똑똑히 봤겠지......

탈룰라: 넌 그들 손에 아무런 무기도 쥐어지지 않은 걸 봤었을 거야.

탈룰라: 네가 그렇게 한 건......정말 단순한 이유 때문이겠지.

탈룰라: 너흰 처음부터......아니. 하.

탈룰라: 이곳에 온 게 감염자든 일반인이든 너흰 똑같이 행동했었을 거야.



우르수스 농민: ......

우르수스 농민: (저 녀석 처리해야 겠어, 보초병을 불러!)



탈룰라: ——



_



"넌 네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이 대지가 널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될 거야."



아니. 아니야.


_




탈룰라: ——


우르수스 농민: 그럼 이제와서 뭘 어쩌겠다는 거지? 물은 이미 엎질러졌는데, 미안하게 됐습니다, 감염자 나리.

우르수스 농민: 그래도 지금이라면 널 못 본 체해줄 수 있다, 전에 왔던 그 녀석들처럼 말이지......넌 그냥 이대로 여길 떠나면 된다.


탈룰라: 넌 그 사람들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우르수스 농민: 음? 네 녀석이랑 똑같이 보겠지.


탈룰라: 넌 그들을 약자라고 여겼다, 그렇다면 나 또한 힘없는 약자로 보고 있겠군.


우르수스 농민: ......윽......감염자 나리! 네네네, 우린 단지 성가신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 뿐입니다!


탈룰라: 그 사람들이 너에게 빌었을 때 너흰 어떻게 했었지?





_




"넌 네가 해왔던 모든 일들이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아니야.


_



탈룰라: 난 네 녀석들같이 비열한 이들을 증오한다.

탈룰라: 너희같은 사람들이 이 대지에 존재하는 한, 이 대지에 안식은 없겠지.

탈룰라: 감염자 조사관도 너희 마을을 방문하지 않은지 3년이 된 모양이더군.

탈룰라: 이런 마을 수십 개를 가지고 있었던 귀족들은 대반란 도중 목숨을 잃었지.

탈룰라: 거기에 여러므로 형세가 혼란스러우니 너희 마을도 관리를 못 받은지 오랜 시간이 흘렀고.

탈룰라: 그런 상황에서......너흰......아무렇지도 않게......너희와 아무 관계도 없는 이들을 죽였다.

탈룰라: 너희에게 최소한의 선의가 남아있었다면......그들을 그냥 보내줄 수 있었겠지.

탈룰라: 하지만 온 마을이 그들의 울부짖음을 들으며, 그들이 죽기만을 기다렸던 거야.

탈룰라: 너희에게 정말 일말의 선의가 남아있었다면, 너희는 이렇게까지 지독한 짓을 저지르지 않았겠지.



탈룰라: 난 너희를 증오한다.




_



"넌 네가 존중해왔던 모든 것들이 그들에게 버림 받는 걸 보게 될 거야. 그리고 생명과 존엄, 이념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거다.



아니야!!





__




[R8-9 END]





우르수스 농민: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우르수스 농민: 불! 불! 뜨거워어!!!!


우르수스 농민: 살려줘!!!!!








아이: 아빠!!


보초병: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어서, 어서 도망쳐!


노인: 아들, 내 아들이! 이 짐승......이 망할 감염자 짐승이!!

노인: 아아!! 불이 너무, 너무 거쎄잖아! 콜록, 콜록, 크윽......

노인: 이 썩을 것!!! 난 죽어서도......널 저주하겠다!! 널 저주하겠어!!!

노인: 위대하신 황제 폐하, 제발 이 빌어먹을 감염자들을 벌해주소서!!




탈룰라: ......

탈룰라: 아......아아......





이제 되돌리킬 수 없다.

그때 그 일을 알고 있는 이는 탈룰라를 제외하고 아무도 없다.

그 이후에 벌어진 일들은 모두가 알다시피.




_



"네가 내게 동의하는 순간, 네가 날 이해하게 되는 순간, 네가 지금 어떤 땅 위에 서있는지 알게 되는 순간......"


"우르수스의 미래는 네 손 안에 있게 되는 거야."


_









아미야가 눈을 뜬다.

그녀의 눈가는 아직도 촉촉하다. 그녀는 모든 것을 보았다.




탈룰라: ——

탈룰라: 왜 여기에 카우투스가 있는 거지?



: 아미야!! 조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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