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8-5]




훼이지에에게:


내가 제일 처음 감염자가 됐었을 때, 그때의 난 정말 무지몽매하게 지내고 있었어.

난 코셰이가 날 이용해서 많은 걸 할 거라고는 알고 있었지. 하지만 대체 내게 뭘하려는 건지 두려웠었어.


설마 무슨 수단을 써서 내가 많은 시간을 걸쳐서 만든 감염자 간의 네트워크를 부숴버리려는 걸까?

그게 아니면 코셰이는 감염자들을 분열시켜서 도시파랑 촌락파로 나누려는 건가?

더 무서운 생각을 해보자면, 코셰이는 감염자로 이루어진 새로운 군대를 만들어 우르수스를 다시 전쟁 상태로 만드려는 걸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추측밖에 없어. 무언가 암울한 것들이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 같아.

하지만 난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어.


어떤 눈의 악마는 아무래도 이름이 페트로와인가봐. 그녀가 어제 *젖에 씨앗을 볶아서 줬거든, 방식이 독특하더라고, 그런데 맛도 나쁘지 않았어.



_






알리나: 그 일은......생각났다. 시간도 빠르지, 벌써 2년이 지났잖아.

알리나: 전사들 사이에서 떠도는 소문은 진짜야? 그래서 네가 정말로 그녀와 한판 했었다고?

알리나: 듣기로는 그 폐도시를 전부 날려버렸다던데.


탈룰라: 그건 과장된 거야. 소문이라는 건 많이 전해질수록 터무니가 없어지거든 ......

탈룰라: 난 단지 프로스트노바의 오리지늄 얼음 결정을 녹인 것 뿐이야.



알리나: 사센카, 막 뛰어다니지 마! 넘어진다!


탈룰라: 이렇게 잘 살고 있는 걸 보니 좋네.


알리나: 이게 내 책무니까.


탈룰라: 네가 스스로 아이들을 가르치겠다고 할 줄은 몰랐어.


알리나: 난 우르수스보단 아이들이랑 사이가 훨씬 좋은 걸. 그래서 방금 네가 뭘 녹였었다고?


탈룰라: 프로스트노바의 얼음 결정 말이야. 그녀의 소대가 쓰는 일종의 아츠 장치야, 아마도.


알리나: 그럼......프로스트노바, 분명 분했었겠지.


탈룰라: 핫, 그래. 난 그때 바로 그녀에 의해서 몸의 절반이 얼어버렸지.

탈룰라: 내가 반응했을 땐 이미 그녀의 얼음 칼날이 내 목을 향해 날라오고 있었어.

탈룰라: 난 그녀의 검을 막았어, 그러자 스윽하는 소리가 나더니 이 검에 처음으로 서리가 꼈었지.

탈룰라: 아무래도 그녀도 자신의 검에 흠집을 낸 사람은 처음 보는 모양이더라......


알리나: 아, 너 뭔가 즐겁게 이 얘기를 하는 것 보니까, 너도 자랑스러운 가봐?


탈룰라: 아니......뭐 조금은......윽, 저 녀석, 저 울타리 뒤에 숨어있는 저 녀석, 이름이 뭐야?


알리나: 류블로프. 몰래 엿듣지 마, 류브! 다음 시간에 이야기 들려줄 테니까, 응?

알리나: 그래, 그럼 그 회색 숲 속의 귀신 이야기를 해줄게......엄청 무서운 얘기야!

알리나: 선생님 대신 톱밥 좀 가져와줘, 알겠지? 바구니로 담아오면 될 거야, 고마워!

알리나: 그래서 그 다음은?


탈룰라: 프로스트노바......알리나, 너도 알잖아, 프로스트노바가 어떤 사람인지.

탈룰라: 그녀의 이름은 나보다 진작에 북서 동토 감염자 캐스터들 사이에서 유명했어.


알리나: 난 네가 다른 사람들이 네 이름을 부르고 다니는 걸 싫어하는 줄 알았어.


탈룰라: 만약 누군가가 이 이름을 가지고 다른 이들을 위협한다면 그렇겠지. 하지만 전사들이 내 명성을 듣고 도전하러 오고 싶어진다면 나쁘지 않고.


알리나: 너와는 다르게 프로스트노바는 아무 도전이나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이렇게 생각해보니, 너 그때 프로스트노바를 정말 화나게 만들었구나.


탈룰라: 그녀는 감염자들 중에서도 탑클래스 캐스터이고, 지휘 실력 또한 탑클래스야. 감염자들 중에서 가장 강한 전사이기도 하지.

탈룰라: ......오해하지 마, 난 그녀를 목표로 하는 게 아니야.


알리나: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 눈에서 너희 둘은 비슷한 점이 정말 많아보이는 걸.

알리나: 어떤 아이들은 커서 프로스트노바가 되고 싶다고 하고, 어떤 애들은 너같은 영웅이 되고 싶다는 걸.


탈룰라: 그만, 그만해. 난 그 단어 정말 싫어. 넌 어때, 알리나, 넌 어떻게 생각해?


알리나: 난 모두들 다르다고 생각해.


탈룰라: 넌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탈룰라: 나도 사실 프로스트노바가 어릴 때부터 어떻게 살아왔는지 잘 몰라, 그녀가 교육을 잘 받은 걸 보면 꽤나 잘 살았던 걸지도 모르지.

탈룰라: 그 어떤 아이도 내가 겪었던 일들을 겪지 않게 해주겠어.


알리나: 너도 교육은 잘 받았어.


탈룰라: 그 얘기는 하지 마.


알리나: ......탈룰라, 우리 중 그 누구도 대지가 아이들에게 어떤 일들을 선사해줄지 모르고 있어, 어쩌면 우리보다 더 터무니없는 일을 겪을 지도 몰라.


탈룰라: 또 재수없는 얘기.


알리나: 이건 내가 선생님을 하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해.


탈룰라: 내 "선생님"은 너같은 사람이 아니었어.

탈룰라: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진 잘 알겠어, 네 말은 프로스트노바도 어쩌면......


알리나: 글쎄. 감염자들마다 다른 삶들을 살았을 테니까 말이야.


탈룰라: 아무튼 프로스트노바와 싸운 이후, 난 단 한 번도 기술 훈련에서 게을러지지 않았어.

탈룰라: 아츠도 그렇고, 검술도 물론. 난 어느 하나도 그녀에게 지고 싶지 않아.


알리나: 둘이 싸웠다는 건 잘 알겠는데, 그래서?


탈룰라: 화가 풀릴 때까지 기다렸는데, 그때 프로스트노바가 이런 일은 자신이 결정해야 할 일이 아니라더라.


알리나: 그렇다면 결정권자는 단 한 명 뿐이었겠네.


탈룰라: 네 말대로야. 우리의 싸움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탈룰라: ......도시의 다른 한 쪽에서 어떤......

탈룰라: ......사람이 다가오고 있었어.


알리나: 회상을 하기도 힘들 정도야?


탈룰라: 첫인상이 너무 강렬했다고 할까나, 뭔가 다른 더 괜찮은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거 같은데.

탈룰라: 햇빛이 그의 몸을 비췄는데, 정말 새까만 검은 색이었지.

탈룰라: 난 프로스트노바에게 내 계획을 얘기해주고 있었지, 다른 도시의 감염자들에게 연락을 하겠다고 할 때였어.

탈룰라: 난 돈을 모아서 소형 이동 도시를 만들거나 다른 방법을 통해서 그걸 얻을 생각인데 같이 해보면 어떠겠냐고 건의해볼 생각이었는데 .....

탈룰라: 그 사람 그림자를 보니까 도저히 말이 안 나오더라.


알리나: 왜?


탈룰라: 난 자신이 없었거든.


알리나: 너도 자신이 없을 때가 있어? 난 네 자신없는 모습을 상상할 수가 없는데.


탈룰라: 하지만 상대는......패트리어트였는 걸.


알리나: 넌 패트리어트를 설득시킬 수 없었구나.


탈룰라: 지금도 마찬가지야.

탈룰라: 이후의 일들은 너도 잘 알 거야, 나랑 프로스트노바가 그 "평화로운 논의"를 거친 이후 우리 부대는 성공적으로 유격대와 합류했지.


알리나: 잘 됐네. 유격대랑 합류하게 됐다는 사실을 듣고 우리 쪽도 기뻐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었거든.

알리나: 2년 동안 우린 예전보다 잘 지내고 있었어, 네 선택은 틀리지 않았어. 이번엔 네 말이 맞았어, 탈룰라.


탈룰라: 그......내 생각인데, 유격대가 본 건 나나 다른 감염자 전사들이 아니었을 거야......

탈룰라: 아마 우리와 함께하는 다른 감염자들을 차마 두고 볼 수 없었던 거겠지.


알리나: 그럼 더더욱 네가 작아질 필요가 없잖아.


탈룰라: 하지만 벌써 2년이 지났는 걸, 일은 조금도 진전된 게 없어.


알리나: 이렇게 하자, 탈룰라. 넌 언제부터 패트리어트가 널 인정하지 않았다고 느낀 거야?


탈룰라: 1년 전 쯤에......우리가 유격대랑 합류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_







프로스트노바: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프로스트노바: 우린 심지어 아직 얼마나 많은 동토의 감염자들이 이런 쓰레기같은 통치 아래서 살고 있는지조차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프로스트노바: 벌써부터 도시의 감염자들을 신경쓰기엔 아직 일러요.


탈룰라: 동토의 감염자들을 버리고 가자는 게 아니에요.

탈룰라: 우린 언젠가 돌아오게 될 거예요. 우리의 목표는 우르수스, 아니, 이 대지의 감염자들을 뭉치게 만드는 겁니다...

탈룰라: 감염자들이 살고 있는 장소는 다를 지 몰라도, 받는 취급은 그렇게 다를 바가 없어요.

탈룰라: 어떤 도시에 살고 있는 제 친구는 이 행동을 "통합"이라고 부르더군요.

탈룰라: 그는 감염자들의 단결을 호소하고 있어요, 스스로를 "리유니온"이라고 부르죠.

탈룰라: 하나의 신념을 가지고, 감염자들을 향한 우르수스의 잔혹한 정치에 맞서고 있어요.


프로스트노바: 우리도 동토의 광산에 있는 우르수스 병사들의 착취에 대해서 항의할 기회를 찾아야 해요.

프로스트노바: 어쩌면 그 병사들이 잘못을 뉘우치게 만들 수도 있으니까요.

프로스트노바: 탈룰라, 우르수스군은 절대 우리 중 그 누구 하나도 놔주지 않을 거예요.

프로스트노바: 만약 당신이 남쪽으로 가는 이유가 단지 "항의"하기 위한 거라면 차라리 사단 하나를 찾아서 죽으러 가는 편이 낫겠네요.


탈룰라: 우르수스도 작은 틈 하나 없는 건 아니에요. 이건 우리의 기회에요. 리유니온이 하려는 건 신념을 전달하는 것 뿐입니다.

탈룰라: 우린 감염자들에게 신호를 보낼 거예요.


프로스트노바: 무슨 신호 말이죠?


탈룰라: “너희들은 혼자가 아니다.”


프로스트노바: ——


탈룰라: 우리가 동토 위에서 계속 머무르는 건 우리의 체력을 소모할 뿐이라는 걸 잘 아시지 않습니까.

탈룰라: 우리도 이 동토를 벗어나야 해요.


프로스트노바: 이 일을 결정하는 건 제가 아닙니다.


탈룰라: 아직도 이런 일을 결정하려들지 않으시는 겁니까.


프로스트노바: 만약 동토를 떠난 대가가 죽음이라면 어떡하실 거죠?

프로스트노바: 제 목숨 쯤이야, 우르수스 병사 한 두명의 목숨 정도 살릴 수 있는 걸 빼면 아무런 쓸모도 없습니다.

프로스트노바: 하지만 저희 주변 사람들은 어떨까요?

프로스트노바: 탈룰라, 당신은 형제자매가 곁에 없습니다. 전 그들을 죽게 둘 수 없어요.

프로스트노바: 그래도 당신이 했던 그 말은 저도 동의합니다.


탈룰라: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거죠?


프로스트노바: 감염자들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 말이에요.

프로스트노바: 우린 이 설원에서 정말 많은 시간을 소모했습니다.

프로스트노바: 친구를 찾기 위해서 말이죠.

프로스트노바: 하지만, 도시의 감염자들과 연합을 한다니?

프로스트노바: 아무래도 대도시에서 온 청년들은 확실히 환상을 더 좋아하는 모양이군요.


탈룰라: 아직 당신에게 비웃음을 사고 싶진 않습니다, 프로스트노바.


프로스트노바: 당신을 비웃는 게 아니에요.

프로스트노바: 하지만 남쪽으로 간다는 것 자체가 환상입니다.

프로스트노바: 유격대는 강하지만, 우리는 감염자에요.

프로스트노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몇 년 남지 않았어요......당신이 말하는 연합이라는 건 또 얼마나 오래 걸릴지......


탈룰라: 그것 말입니다만——



프로스트노바: 아버지?



탈룰라: 아......

탈룰라: 패트리어트 씨?



패트리어트는 모닥불 옆에 앉았다. 탈룰라가 머릿 속에서 수차례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대로, 패트리어트는 그저 곁에 앉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모닥불을 주시하고 있었을 뿐이다.



프로스트노바: ......

프로스트노바: 괜찮습니다. 계속 말씀하세요.






탈룰라: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서 말입니다만.

탈룰라: 남쪽에는 비옥한 땅이 있고, 적당한 온도가 있고, 사계절의 변화가 있으며, 신선한 음식들이 있습니다.

탈룰라: 자원, 교육, 전망......

탈룰라: 그리고 미래가 있습니다.


프로스트노바: ——미래?


탈룰라: 프로스트노바, 난 당신의 생각을 알 것 같습니다.


프로스트노바: 제 생각이라면 이미 제 얼굴만 봐도 알지 않습니까. 당신이 말하는 "미래"라는 게 뭔지 전 잘 모르겠습니다.


탈룰라: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은 확실히 짧아요, 우리가 머물 수 있는 곳도 분명 많지 않겠죠.

탈룰라: 하지만 감염자들에겐 미래가 있어요. 앞으로의 감염자들에게, 그리고 우리 다음 세대의 사람들에게 주어진 미래가 있을 거라고요.

탈룰라: 프로스트노바......우린 그 감염자들에게 집을 선물해 줄 겁니다.

탈룰라: 우르수스의 감염자 조사대에게 간섭을 받지 않을 장소, 그리고 우르수스 군대에게 포위되지 않을 장소 말이에요.


프로스트노바: 잘 아실 텐데요, 감염자들을 데리고 가면 분명 유격대의 발목을 잡을 지도 몰라요, 그럼에도 우린 절대 그들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프로스트노바: 이건 정말 힘든 길이 될 거예요.


탈룰라: 적어도 우리가 죽기 전에 이 희망들을 다른 이들에게 남겨줄 수는 있겠죠.

탈룰라: 또 만약 우리가 감염자를 향한 우르수스의 제도를 뒤집는다면......

탈룰라: 모든 게 변하게 될 거예요.


프로스트노바: 우린 아직 세력이 미미해요.

프로스트노바: 당신이 비감염자였다면 우리의 손을 잡았겠습니까?


탈룰라: 그렇다면 우린 손을 잡는 것부터 시작하죠.


프로스트노바: ......당신이 말한 그것들은 아마......

프로스트노바: 아버지? 어딜 가시는 거죠?



패트리어트: 이제 됐다.



탈룰라: 선생님......


프로스트노바: 하아.

프로스트노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_



알리나: 단순히 고민하는 걸지도 모르잖아.


탈룰라: 하지만 너무 오래 걸리잖아.

탈룰라: 2년 동안 내가 패트리어트와 나눈 대화도 고작 부대 배치할 때 나누는 대화가 전부라고.

탈룰라: 그는 한번도 나랑 그 계획에 대해서 얘기를 나눈 적이 없었어.


알리나: 탈룰라, 패트리어트가 널 비웃고 있건 반대하고 있건, 아, 물론 나도 그 사람이 남을 비웃고 다닐 사람은 아닌 거 같지만, 아무튼 넌 계속 기다려 나갈 거잖아. 그렇지?


탈룰라: 동토를 나가려면 유격대의 힘이 필요해, 난 계속 버틸 거야.


알리나: 왜냐하면 그가 동토 감염자들의 희망이니까?


탈룰라: 난 네가 그렇게 말할 줄 몰랐는데. 내 말은 그러니까......넌 그렇게 말할 녀석이 아니지?


알리나: 난 네 생각이 알고 싶은 것 뿐이야.


탈룰라: ......난 패트리어트가 동토 감염자들의 단결의 상징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야.

탈룰라: 이 상징이라는 건 다음 세대에게 넘겨줄 수도 없는 거니까.




_



프로스트노바: 일어나! 언제까지 멍 때리고 있을 거야!


탈룰라: 네가 날 얼려서 그런 거잖아, 이 흰 토끼가......!


프로스트노바: 이 정도 냉기도 못 버티면 안 되지!


탈룰라: 네가 우르수스인들 무기를 얼렸을 땐 그런 소리 안 했잖아.


프로스트노바: 형제자매들이여, 후퇴하라! 저들이 쫓아오게 둬라! 광산의 모든 수비대를 끌어내는 거다!


탈룰라: 지원이 올 때까지 버티면 된다! 포기하지 마!




프로스트노바: ——어서어서. 유격대가 지금 포위해오고 있다고.


탈룰라: 넌 어떻게 그걸——잠깐.

탈룰라: 저 이상한 오리지늄 장식품, 저건 유격대가 설치한 거야?


프로스트노바: 저건 내 아버지를 위해 설치한 거야.


탈룰라: 우르수스군이 더 이상 우릴 쫓아오지 않고 있어. 아무래도 저 물건을 엄청 무서워하는 모양인데.

탈룰라: 잠깐 이거 혹시......어떤 살카즈의 물건 아냐?


프로스트노바: 아버지의 살카즈 의식이야. 이 두 개가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재료로 가장 잘 만든 것들이야.


탈룰라: 패트리어트......패트리어트가 여기 있는 거야?


프로스트노바: 너도 말했잖아, 우리 부대가 습격을 받는 건 예상했던 일이라고.

프로스트노바: 넌 여기서 적들을 계속해서 무찌를 거라고는 했지만, 우리 소대만으로는 당연히 역부족이지.

프로스트노바: ......적들은 벌써부터 벌벌 떨기 시작했어.

프로스트노바: 내 아버지가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 탈룰라......?



_



우르수스 현지 주둔군: 저건......녀석이다......녀석이야......저 녀석이 있다고는......말 안 했잖아!

우르수스 현지 주둔군: 후퇴! 후퇴하라!! 어서 가!

우르수스 현지 주둔군: 잠깐! 저 녀석은 우리 부대 후방에 있었던 녀석이잖아? 그럼 우리 앞에 있는 저건 뭐지?

우르수스 현지 주둔군: 어이? 어이?! 대답해! 대답하라고!!




패트리어트: ......




현지 주둔군들이 그를 향해 맹공을 퍼붓기 전, 수많은 이들 앞에 우뚝 서있는 거대 살카즈는 아무런 동작도 취하지 않았으며,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탈룰라는 빙원의 북풍 속에서 울부짖는 소리를 들은 것만 같았다,

그것은 이 대지의 떨림이었으며, 대지의 사악함은 웬디고의 앞에서 점점 위축되고 있었다.


패트리어트는 빙원을 향해 손에 들고 있던 창을 던졌다.


생명체를 삼킬 줄만 알던 음울한 하늘에 갑자기 구멍이 생겼다.





[R8-5 END]




탈룰라:  지원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패트리어트:  ——탈룰라.

패트리어트:  설원을 떠나려는 건가? 그렇다면 넌 우르수스의 철갑에 뭉개질 거다.


프로스트노바:  아버지? 왜 지금 그 얘기를 하는 거예요? 우린 지금 싸움에서 이겼——


패트리어트:  방패병들이 자원을 모으러 갔다. 넌 부대를 철수시켜라. 하나도 남김없이 이동한다.


프로스트노바:  ......네.


패트리어트:  너와 네 계획은 우리 모두를 개죽음으로 몰아갈 거다.



탈룰라는 눈앞의 거인이 처음으로 자신에게 의견을 냈다는 걸 깨달았다. 가슴을 후벼파는 듯이 깊은 상처를 남긴 의견이지만 말이다.



탈룰라:  북서 빙원에서 계속 살아갈 순 없어요. 우리 부대는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 그럴 수록 필요한 식량과 자원들도 점점 늘어날 거예요, 또 우릴 싫어하는 촌락들이 지지하는 촌락들보다 많고요.

탈룰라:  일 년에 한 번 수확 가능한 보리로는......우리도 농사를 짓는다고 해도 얼마나 얻을 수 있겠어요?

탈룰라:  또 우리 조사대가 우리의 논밭을 가만히 두겠습니까? 유격대라면 가볍게 이길 수 있겠지만 다른 감염자들은 아니에요.


패트리어트:  넌 지금 그들의 죽음을 재촉하고 있어.


탈룰라:  우린 빙원을 떠날 수 밖에 없어요. 사미도 아니고, 황무지로 가는 것도 아니에요......우린 동쪽으로, 그리고 남쪽으로 가는 겁니다. 따듯한 곳으로 가는 거예요.


패트리어트:  넌 어떻게 살아갈 생각이지? 넌 어떻게 우릴 살아나가게 할 생각이지?

패트리어트:  유격대는 지금 사람을 구하고 있다. 유격대는 절대 유격대 이외의 사람을 희생시킬 생각은 없다. 희생하는 건 오직 전사 뿐이다.


탈룰라:  하지만 동토에 있는 감염자보다 각 도시나 도시 주변에 사는 감염자의 수가 훨씬 많은 걸요.

탈룰라:  당신께선 주로 북쪽에 계시니까, 북쪽 감염자들이 받는 취급에 대해 깊은 분노를 느끼고 계시겠죠...

탈룰라:  그래서 어쩌면 패트리어트 씨께서 남쪽의 감염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잘 모르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패트리어트:  남쪽의 감염자들은 잘 지내나?


탈룰라:  그들도 마찬가지로 힘들게 살고 있어요.


패트리어트:  넌 그들을 흡수하고 싶은 거군.


탈룰라:  전 그들과 단결하고 싶은 겁니다.


패트리어트:  제국이 감염자들을 노릴 때, 네가 그들의 공격 대상 1순위가 될 거다.


탈룰라:  제 주변에 모인다는 게 아닙니다. 같은 이념 아래 모이는 겁니다.


패트리어트:  이념? 감염자들은 동토 위에서 톱밥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

패트리어트:  광산에서는 쓰레기 취급을 받고, 촌락에선 있는 것 자체로 범죄자 취급을 받고, 도시에선 연료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패트리어트:  동토의 감염자들도 무지한 거지 어리석은 게 아니다. 우린 환상을 갖고 살지 않는다.

패트리어트:  모든 이념들은 실현하기 전까진 환상에 불과하다.

패트리어트:  동토에는 광산이 있고, 순찰대가 있고, 어리석고 게으른 수비군이 있다. 우리에겐 자원을 얻을 장소가 충분히 있다.


탈룰라:  빙원의 자원들은 얼마 가지 않아 모두 없어질 거예요, 왜냐하면 우린 우리 손으로 자원을 만들어 낼 방법이 없으니까요.

탈룰라:  우리에겐 움직이는 이동 도시가 없고, 전문적인 재앙 정보 전달자도 없으니까요......


패트리어트:  우리가 도시로 가면, 아무 것도 없다.


탈룰라:  하지만 우린 새로운 친구들을 얻게 될 거예요.


패트리어트:  누가 네 친구지?

패트리어트:  나도 네 계획이 충분히 구미가 당길 만한 이야기인 것은 인정한다.

패트리어트:  하지만 네 계획은 바람직한 부분도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특출난 것도 아니다.

패트리어트:  대체 얼마나 많은 전략가들이 이 동토 위에서 쓰러져 죽었지? 

패트리어트:  난 네가 어떻게 네 자신의 말들을 실현시킬지, 뭘 믿고 그러는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패트리어트:  선황은 어떻게 이 대지를 벌벌 떨게 만들었을까? 그건 선황이 아득하고 먼 미래를 논하지 않고 항상 눈앞의 목표에만 집착했기 때문이다.

패트리어트:  하지만 넌 그렇게 하지 못하지.


탈룰라:  ......

탈룰라:  선생님!

탈룰라:  당신은 제가 우르수스의 철갑에 뭉개질 거라고 하셨죠, 저도 인정해요, 그들도 우리를 가장 먼저 노리겠죠.

탈룰라:  우린 언젠간 그들에게 잡히게 되겠죠. 우린 모두 달아날 수 없을 거예요.

탈룰라:  "그들이 오게 만들어라"?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가요, 선생님?

탈룰라:  빙원이 당신을 위해 좋은 전투 환경을 제공해주기라도 한다는 건가요?


패트리어트:  새로운 전장을 말하는 건가?


탈룰라:  전 승기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 겁니다.

탈룰라:  많은 감염자들에게 있어서 그건 희망이에요.

탈룰라:  그리고 저와 당신같은 전사에게 있어서, 그건 하나의 계기에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된 전략에서 벗어날 유일한 계기 말이에요.

탈룰라:  빙원에서 전전하는 것도 결국엔 천천히 죽는 거나 다름 없어요......마치 감염자로서 우리에게 남은 수명처럼 말이에요.

탈룰라:  전 이 점을 앞으로도 몇 번이나 계속 반복해서 말씀드릴 겁니다, 우리 둘 모두 잘 알고 있는 점이잖아요.


패트리어트:  ——

패트리어트:  내 딸이라면 어쩌면 네 말을 믿을 지도 모르겠군.

패트리어트:  하지만 난 한 번도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해보지 않은, 계속해서 허구의 소리만 늘어놓는 사람의 말을 믿을 생각은 없다.


탈룰라:  ......





프로스트노바:  탈룰라? 어딜 가는 거지?


탈룰라:  걱정하지 마. 광산에 생존자가 아직 있는지 없는지 보러가는 것 뿐이야.


프로스트노바:  유격대는 이미 출발했어, 촌락도 움직이기 시작했고. 우르수스도 우릴 쫓아오진 않는 모양인데......

프로스트노바:  아버지? 왜 그러세요?


패트리어트:  콜록......

패트리어트:  단순히 기침한 것 뿐이다.




_



바스락바스락



탈룰라:  ——

탈룰라:  여기 누구 있나요?

탈룰라:  ......여기 있는 건 다 알고 있습니다. 전 우르수스 군인이 아니에요.

탈룰라:  제게 악의는 없습니다. 당신들이 감염자가 아니라면 저도 곧바로 떠나겠습니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하신 거라면......


???:  다, 다가오지 마!

???:  움직이지 마! 안 그럼 활 쏠 거야!


탈룰라:  아.







가냘픈 아이:  저, 저 사람 감염자야! 사샤, 내 아츠라면 감염자를 쫓아낼 수 있어......!


사샤:  아츠는 안 돼!


가냘픈 아이:  사샤......


사샤:  어, 어서 저리 가! 우린 그냥 광산에 뭐라도 가져가려고......우린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아!

사샤:  정말 쏠 거야! 넌 죽을 거라고!


가냘픈 아이:  사샤......그치만 너......



탈룰라:  ......

탈룰라:  너희 식사를 못 한지 얼마나 됐니?


사샤:  네가 알 바 아니잖아!


탈룰라:  광산 주변에 있으면서 불도 안 피우고 있다니.

탈룰라:  ......너희 지금 굉장히 떨고 있잖아.


가냘픈 아이:  으......


사샤:  쳇.


탈룰라:  무서워하지 마렴.



탈룰라는 나뭇가지 하나를 집어들었다.

그녀는 나뭇가지를 가볍게 두 아이에게 던진 후, 나뭇가지에 불을 피운다.



가냘픈 아이:  아......


사샤:  너......


탈룰라:  이제 따듯하지.

탈룰라:  그래, 난 감염자야.



_





알리나:  그렇게 된 거 였구나.

알리나:  그렇게 해서 사샤와 이노를 찾게 되고......그 둘은 다른 사람들한테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기 꺼려하더라.


탈룰라:  만약 우리가 그 녀석들을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분명 그 둘은 살아남지 못 했겠지.

탈룰라:  어쩌면 그 일이 패트리어트가 그때 날 부정하고 나서 유일하게 잘된 일일지도 모르겠어.


알리나:  그럼 지금 이건 어떻게 된 일이야?


탈룰라:  ......훈련 도중에 내가 실수로 옆에 있던 프로스트노바의 외투를 아츠로 건드려버렸거든.

탈룰라:  진짜 날 죽이려고 들더라.


알리나:  그래서 네가 옷을 꿰매주기로 한 거야?


탈룰라:  사실은 말이야, 알리나......


알리나:  됐어. 이리 줘, 넌 바느질은 전혀 할 줄 모르니까.


탈룰라:  넌 우리 부대에 들어오지 않을 거야? 네 말주변이 있다면 어쩌면 패트리어트를 설득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알리나:  말했잖아, 탈룰라......내 아츠는 유격대에게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알리나:  내 몸에 피가 묻는 것까진 괜찮아도, 내가 직접 타인을 다치게 하는 건 싫어. 게다가 넌 앞으로 혼자서 감염자 조사대에 맞설 것도 아니잖아.


탈룰라:  그럼 그때 내가 널 강제로 끌고 온 것도......너도 그때 정말 곤란했었겠네.


알리나:  아, 너 일부로 그렇게 말하는 거지, 그렇지?


탈룰라:  아니, 난......


알리나:  기억 똑바로 해, 탈룰라. 내가 널 따라온 거야.

알리나: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야, 그건......탈룰라, 넌 잊어버릴 지도 모르지만.


탈룰라:  뭘?


알리나:  자기가 대체 뭘 하려는 건지 말이야.


탈룰라:  난 감염자들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


알리나:  너도 처음엔 그런 소리를 하지 않았었잖아?


탈룰라:  ......


알리나:  탈룰라, 사람은 변해.

알리나:  만약 우리 스스로가 버텨온 것들을 하나하나씩 포기하거나, 새로운 것들도 바꿔거리거나 한다면 그때는 결국 아무 것도 버텨내지 못 한 거나 마찬가지 아니겠어?


탈룰라:  계속된 전투와 많은 일들이 변하면서 나도 당연히 방침을 바꿔야만 해. 낡은 사고는 우릴 약하게 만들 뿐이야.


알리나:  그럼 네 고집스러운 부분은 뭐라고 생각해?


탈룰라:  ——


알리나:  네가 증명하고 싶은 건 "감염자와 일반인은 같다"야, 아니면 "일반인은 감염자와 같다"야?


탈룰라:  무슨 차이지?


알리나:  만약 이 세상에 감염자만 있다면 대체 누가 일반인일까?

알리나:  만약 우리가 모든 사람들을 광석병에 감염시켜 버리거나, 감염자와 일반인을 철저하게 분리시켜 버리면?

알리나:  만약 일반인들만 있었다면 감염자는 없었겠지......광석병에 걸린 사람은 일반인이고, 감염되지 않은 사람도 일반인이야.

알리나:  신민은 일반인이고, 선민도 일반인이고, 고향에 있었던 농민들도 일반인이고, 도시 사람들도 일반인이야. 

알리나:  탈룰라, 넌 가족들한테 돌아가고 싶어?


탈룰라:  내 가족은 너희들인 걸.


알리나:  하아. 아니야.

알리나:  만약 우리가 우리 몸에 있는 광석들을 다 떼어내면......우린 집으로 갈 수 있어?


탈룰라:  나도 그건 무리라고 생각해.

탈룰라:  빙원과 지금의 생활은 우리를 완전히 바꿔놨어. 아마 감염자들은 과거의 생활로 돌아가지 못 하겠지.



알리나:  탈룰라, 넌 지금 네 자신이 감염자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워?


탈룰라: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거야?


알리나:  스태프가 없이도 아츠를 시전할 수 있으니까? 우리의 수명이 이렇게 짧으니까? 우리가 수많은 역경을 마주쳤는데도 꿋꿋이 살아나가니까?

알리나:  탈룰라, 넌 어떤 이유로 할래?


탈룰라:  그걸 고를 필욘 없어, 알리나.

탈룰라:  난 내가 감염자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워. 왜냐하면 이 대지조차 날 죽이진 못 했으니까.

탈룰라:  또 우리가 평등을 추구하는 것도 무슨 특별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아. 왜냐하면 우린 원래부터 평등을 추구해야만 했으니까.

탈룰라:  만약 이 대지가 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뺏어오면 되는 거야.


알리나:  그럼 넌 정말 용감한 거겠네.


탈룰라:  너 지금 날 비웃는 건 아니지?


알리나:  아냐, 그럴 리가.


탈룰라:  음, 그럼 뭐......난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과 맞서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용감하다고 생각해.


알리나:  그럼 넌 분명——

알리나:  읍.


탈룰라:  뭐?


알리나:  넌 우리의 운명이 정말 엉망진창이라고 생각하겠네.


탈룰라:  당연하지.


알리나:  난 아니야, 탈룰라.


탈룰라:  ......또 그런다, 알리나.


알리나:  아니......내 말은 말이야, 내가 여기에 앉아있고, 너랑 이렇게 대화도 나누고, 촌락 밖에는 우리의 전사들이 지키고 있는 걸 보면 내 운명도 그렇게 나쁘진 않구나 해서.


탈룰라:  그렇게 말하지 마, 알리나. 운명은 질투쟁이라고. 네가 그렇게 말하면 그 녀석이 언젠가 전부 빼앗아가버릴 지도 모른다고.


알리나:  하지만 난 운명을 믿지 않아, 탈룰라.


탈룰라:  왜냐하면 네가 그걸 바꿀 수 있으니까?


알리나:  왜냐하면 운명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알리나:  탈룰라, 오직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것만이 믿을 수 있는 거야.

알리나:  지금 난 이 외투를 보고 있지. 이 촛불도 보이고, 내 손 안에 있는 바늘과 실도 보여.

알리나:  난 감염자 아이들의 웃음이 보여, 난 잘 구워져 좋은 냄새가 나는 채소와 그 위로 펴져나가는 하얀 김이 보여.

알리나:  난 눈꽃이 보이고, 밤하늘 위에서 두 달이 경쾌하게 춤을 추는 게 보여. 

알리나:  하지만 어떤 이들은 이 광경을 보지 못 하고 있지.

알리나:  탈룰라, 만약 어느 날 우리가 모두 널 떠난다고 하면, 넌 계속 싸워나갈 수 있을 거 같아?


탈룰라:  그건 무슨 소리야?


알리나: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야. 그때가 되면 넌 소위 말하는 운명이라는 것에 계속 맞설 수 있겠어?

알리나:  혹시 너, 이건 정말 엉망진창이잖아, 난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 아니야?


탈룰라:  만약 패트리어트가 내게 가르쳐 준 게 하나 있다면, 바로 이 점이겠지, 물론 내가 이미 알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지만.

탈룰라:  난 절대 굴복하지 않을 거야.

탈룰라:  운명이 날 화나게 한다면, 난 그걸 불태워버릴 거야.


알리나:  바보 같아, 탈룰라. 완전 나이 든 사람 같잖아.


탈룰라:  야!


알리나:  나이 든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면 바보같아 보이지 않겠지.

알리나:  왜냐하면 정말정말 나이를 많이 먹고도 계속 그렇게 생각한다는 건 그 사람이 정말정말 많은 걸 겪어왔다는 뜻이잖아.

알리나:  대지가 그 사람에게 남긴 수많은 상처 때문에 아마 그 사람은 편안하게 살지도 못 하겠지. 

알리나:  ......그런 사람은 과거라는 사막에서 살아가는 셈이야. 나였다면 한 발짝 내딛을 용기도 없었을 걸.

알리나:  내가 늙어서 그렇게 오만했었다면, 내가 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고통스러웠었겠지.

알리나:  난 그 기억과 과거라는 사막 속에서 사람이 어떻게 계속 나아갈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니까.

알리나:  또 얼마나 강한 정신력이 있어야 그렇게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걸음을 걸어나갈 수 있는 건지.


탈룰라:  너 계속 누군가를 암시하고 있는 거 같은데.


알리나:  말했잖아, 그의 일에 대해서 꽤 알고 있다고. 하지만 난 확실히 패트리어트 씨와 친하진 않지, 말도 한 마디 섞어본 적 없는 걸.

알리나:  네가 만약 그 사람이었다면, 하아, 그 사람인 걸로 치자.

알리나:  만약 패트리어트 씨가......


탈룰라:  몰입도 빠르셔라.


알리나:  크음.

알리나:  그처럼 나이 든 전사와는 다르게 젊은 사람들은 자주 잊고, 포기하고, 자신에게 관대하지.


탈룰라:  그래서 넌 지금 내가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 같다는 거야? 이게 잘못됐다는 소리야?


알리나:  우리가 마을을 떠날 때 네가 내게 했던 말에 비하면 별 거 아니야.

알리나:  몇 년이 지나고, 넌 훌륭한 리더가 됐지. 하지만 이것도 완전히 좋은 일은 아니야, 너도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잖아?

알리나:  “폭력없이는 지켜질 수 없는 정의라니, 그걸 어떻게 정의라고 할 수 있겠어!”

알리나:  그 한 마디가 날 몇 년 동안이나 괴롭혀 왔어, 난 계속 그 일만을 생각했었어.

알리나:  내가 그 말을 잘 이해하지 못 한 걸지도 모르지만, 난 계속 생각해왔어.


탈룰라:  그래, 방금 우리가 말한 운명이니 저항이니 그런 건 모두 집어치워. 알리나 선생님, 오늘은 뭘 가르쳐주실 생각이신가요?


알리나:  헷. 너 프로스트노바한테도 그렇게 막말하고 다니는 거 아냐?


탈룰라:  헛소리하지 마. 그렇게 하면 프로스트노바가 내 입을 열려버렸을 걸.


알리나:  탈룰라 너라면, 눈앞에 보이는 적들을 이기기 위해서만 싸우지 않을 거지?

알리나:  조사대, 광산의 감독관들, 우릴 쫓아오는 원정군, 우르수스 의학 대사까지......이 사람들을 쓰러뜨리면 우리가 이기는 거야?

알리나:  이 사람들은 정말 나쁘니까 우리가 싸워 이겨야 하는 거야?


탈룰라:  알리나 선생님께선 제가 보이지 않는 것과 싸우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요?


알리나:  네가 약속할 수 있는 것들, 그러니까 온기, 식량, 이불이 있으면 돼. 이것들과 함께라면 너도 언젠가는 또 다른 것들을 만질 수도 있을 거야. 

알리나:  이번 싸움에서 달라지는 건 없을 거야, 아마 우리가 이길 방법같은 건 없겠지.


탈룰라:  나도 약속같은 걸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너무 멀리 있는 일들에 대해 논하는 건 거짓말을 하는 거랑 별 다를 게 없으니까.

탈룰라:  영원히 이길 수 없더라도 넌 계속 싸울 거야?


알리나:  내가 물어봤었잖아? 그때가 되면, 넌 그 운명이 계속 저항할만한 운명이라고 느낄 것 같아?

알리나:  이 모든 게 지나고 나면, 넌 심지어 적이 누군지조차 잘 보이지 않게 될 거야.

알리나:  너와 그 미래가 보이지 않던 사람들에겐 공공의 적이 있어.

알리나:  ......진정한 싸움은 그때 시작되겠지.


탈룰라:  ——

탈룰라:  넌 지금 정신과 적의, 그리고 우르수스인과 우리의 뼛 속 깊이 새겨져 있는 걸 말하는 거지?

탈룰라:  ——황제?


알리나:  황제도 그것의 일종이겠지.

알리나:  사람들이 검을 내려놓지 않는 이상, 이 전쟁은 끝나지 않을 거야.


탈룰라: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사람들이 검을 들고 그들 자신을 옭아매는 것에 맞서는 건 정의라고 생각해.


알리나:  그래. 사실 나도 이 전쟁은 끝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알리나:  패트리어트 선생님 덕분에 나도 라이타니엔과 빅토리아의 책들을 꽤 많이 읽을 수 있었거든. 난 이 한 마디가 기억에 남더라......

알리나:  “우리의 싸움은 자신 스스로와의 싸움이다.”

알리나:  그래 탈룰라, 너희들은 수중의 검을 결코 놓을 생각이 없으니까──


탈룰라:  ......그래서 너도 수중의 바늘을 놓지 않을 거잖아.



_



알리나:  이번 수업은 여기서 끝! 이제 너에게 더 이상 가르칠 건 없어.

알리나:  애들은 지금 책 읽고 있을 시간이고, 다른 지식들이 있으면 내일 가르쳐 줄게.

알리나:  탈룰라......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는 법이야.

알리나:  넘어지고 나면 다시 일어서야지. 하지만 만약 넘어지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면......

알리나:  넌 조심할 수 밖에 없겠지.

알리나:  패트리어트를 마주하는 것도 똑같아, 난 사실 그 사람이랑 넌 비슷한 부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해.

알리나:  둘 모두 자신의 생각을 너무 맹신하잖아.


탈룰라:  아니, 알리나. 난 내가 옳다고 여기지 않는 일을 할 순 없어.


알리나:  그래, 코셰이도 그랬지.


탈룰라:  내가 코셰이를 떨쳐낼 수 없다는 거야?


알리나:  그것도 네 머릿 속에 있는 일종의 생각이야. 우리가 생각을 없앨 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알리나:  그래도 난 조금 자신 있어.


탈룰라:  무슨 자신?


알리나:  만약 그때가 와서도 우리가 전부 네 곁에 있다면, 우린 분명 널 끌고 올 수 있을 거야.

알리나:  코셰이의 아츠가 어떤 건지 상관없이, 우린 분명 그걸 없앨 방법도 찾을 거야. 우린 할 수 있어.

알리나:  이 전쟁을 우리는 문자와 언어, 그리고 다음 순간, 표정 하나부터 시작할 거야. 지금부터 시작하는 거야.

알리나:  어떤 버섯이 식용 가능한지, 가축은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감기가 걸렸을 때 뭘 하면 더 빨리 나을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거야.

알리나:  우린 지지 않도록 할 거야.


탈룰라:  하.


알리나:  너라면 분명 패트리어트를 설득시킬 수 있어.


탈룰라:  이 정도면 아슬아슬하게 격려라고 쳐줄 수 있겠네.


알리나:  자, 다 됐어. 이제 프로스트노바에게 갖다줘.

알리나:  그녀가 이 외투를 아끼는 게 보이네. 군용인 거 같은데. 게다가 엄청 두껍고 커보여.


탈룰라:  군용 외투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알리나:  아.


탈룰라:  ......


알리나:  ......패트리어트 씨가 계속 싸워나갈 수 있는 이유를 벌써 한 가지 찾은 걸지도 모르겠네.


탈룰라:  고마워, 알리나.

탈룰라:  ......잠깐!


알리나:  왜 그래? 나 내일 수업을 준비하러 가야 하는데. 그림 수업이라 모두들 기대하고 있다고.


탈룰라:  다음에 내가 붓 두 개 더 가져올게.

탈룰라: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그러니까 넌 정말로......패트리어트 네랑 알고 싶지 않은 거야?

탈룰라:  전사들은 이미 좋은 감염자 선생님들을 여럿 알고 있는데, 너만 혼자서 그렇게 꼭꼭 숨어서......


알리나:  지금은 아니야, 탈룰라.

알리나:  네가 말한 감염자 모두의 꿈이 실현되는 그 순간이 오면, 우린 자연스레 서로를 알게 될 거야.

알리나:  게다가 우린 모두 전사인 거나 마찬가지인 걸. 단지 전장이 다를 뿐이지. 

알리나:  언젠가 우린 서로를 알게 될 거야, 그렇지?


탈룰라:  그래, 알리나. 감염자 전사 알리나.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hypergryph&no=482425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hypergryph&no=484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