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이지에에게:


얼마나 더 가야할지 잘 모르겠어.

가끔씩 윈터페더들의 울음 소리가 들려, 이게 뭘 의미하는 걸까? 곧 봄이 온다는 뜻일까?

아직 정말 춥긴 하지만 날씨가 따듯해질 날이 다가오고 있어.

3주가 지나고, 우린 드디어 감염자들과 물자 교환하기를 원하는 두 마을을 찾았어.

그들과 몇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버려진 거주지에 캠프를 세웠어. 그곳에 연료가 많이 있어서 덕분에 꽤 버틸 수 있었지.

나뭇가지는 정말 맛이 없더라. "영양가 있다"라고 하는 그 늙은이의 말은 이제 듣기도 싫어.




12월 7일



이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난 알고 있어.

그 종점에 우린 반드시 가야만 해, 그게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옐레나, 알리나, 그리고 이노 네라면......갈 수 있겠지.

단지 우리 발 아래의 길이 너무 확실하지 않은 게 문제야.


사람들이 우릴 거부할까? 우리도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환상을 심어 주는 것도 좋진 않겠지.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 게 좋겠지, 빵과 잠자리에 대한 우르수스 제국의 약속은 단지 그들의 폭언과 거짓말을 덮기 위한 것이야.


사람들은 우릴 싫어할까? 그럴 가능성이 높지.

빙원 사람들이 사는 게 힘들지만 않았더라면 아마 그들도 우리 감염자들을 보자마자 조사대에 신고를 했었을 거야.

이 악의는 아마 현재 그들이 처한 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 거겠지......

나랑 불드락카스티는 달라.

우린 그것에 대한 준비가 있어야 겠지, 하지만 그 사람들도 분명 "뿌리"부터 그런 인식인 건 아닐거야.

우린 이런 단순히 이익과 불이익을 위한 행동 때문에 그들을 미워하거나 해선 안 돼. 절대로.


사람들은 우릴 공격할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나도 괜히 생각 많아지면 안 될지도......

아무튼......난 사람들이 외부의 영향 때문에 그렇게 된 거라고 생각해.

만약 알리나같은 선생님이 있다면, 우리 부대가 있다면, 감염자와 일반인들이 평화롭게 지낸다면......사람들도 변할 거야.

많은 사람들은 단지 우르수스에 의해서 왜곡된 사상들을 너무 많이 주입 당해서 그런 거야.


우리라면 사람들을 도울 수 있어, 지식이 사람의 생각을 바꿀 수 있어.

단지 이 과정이 정말 어렵다는 거지.

나도......신념을 관철하기 위해선 진실을 모두에게 알리는 게 가장 기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




【윗 내용들은 전부 줄로 그어졌다. 당연하게도, 편지는 단 한 번도 발송된 적이 없다.】




_






[R8-7]




알리나:  아, 좋은 아침.


탈룰라:  지금 나가는 건 조금 위험한 거 아니야?


알리나:  전사들한테 물어봤었거든, 조사대가 아마 지금 서쪽의 마을에 모여있을 거라는데?

알리나:  며칠 전에 그 사람들이랑 너희들이랑 교류했던 게 들킨 거 아니야?


탈룰라:  그럴 수도 있어. 그러니까 잠시 동안은 서쪽으로 가지 마.


알리나:  나도 알아, 그럼 동쪽에 있는 마을은 아마 뭐라도 바꿔올 수 있을 거 같아.

알리나:  에이, 걱정하지 마. 우리가 예전에 겪었던 상황보단 훨씬 안전한 걸.


탈룰라:  뭘 바꾸고 오게?


알리나:  과일캔이랑 말린 채소들.


탈룰라:  ......그렇게 중요한 물건들은 아닌데?


알리나:  이렇게 가다간 전사들이 병에 걸리고 말 거야, 너도 이제 생활에 관련된 상식 정돈 알아둬...


탈룰라:  그냥 배 채우기도 힘든데 뭐, 근데 그런 건 정말로 그렇게 중요하진 않은......


알리나:  아냐, 탈룰라.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알리나:  후후, 크흠——

알리나:  "사람이 배불리 먹지 못 하고 따듯하게 입지 못할 때,"

알리나:  "시, 과일, 꽃, 미각과 후각과 촉각에 대한 갈망이 더더욱 소중해지는 법이다."

알리나:  "왜냐하면 그것들은 모든 이들이 어떤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알리나:  건강한 신체도 당연히 그 중 하나지. 적은 양의 채소와 과일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어.


탈룰라:  ......내 말투로 반박하다니, 치사하잖아.



알리나:  뭐어......치사하다니, 거기선 그렇게 말하면 안 돼요, 탈룰라 친구. 선생님 따라서 말해보세요, 똑──똑──하──다──!


탈룰라:  네네.

탈룰라:  호위 필요해?


알리나:  아냐. 내가 무슨 특별한 감염자라고. 나 때문에 사람들 위치가 들키면 큰일이잖아.

알리나:  게다가 난 내 몸을 숨기기 쉽지만, 다른 전사들은 그게 힘들 거야.


탈룰라:  그럼 조심해. 그 마을 사람들도 그렇게 믿을만한 사람들은 아니라......계속 이랬다저랬다 한다니까.


알리나:  응, 알겠어. 아, 그럼 나도 배를 많이 바꿔올게. 눈의 악마 분들은 사과를 더 좋아하시나?


탈룰라:  아마 딸기를 더 좋아할 걸......그 사람들 신경은 쓰지 마. 알아서 찾아 먹을 거야.

탈룰라:  나도 이제 회의에 가봐야 해서.


알리나:  그래, 그럼 갔다올게.


탈룰라:  ——알리나!


알리나:  왜?


탈룰라:  나중에 내가 감염자 교육 소대를 하나 만들 생각인데, 네가 팀장을 맡는 건 어때?


알리나:  아, 내가 해도 괜찮아?


탈룰라:  전사가 아닌 감염자들 사이에서 네가 나보다 평판이 좋거든.

탈룰라:  그때가 되면 나도 널 소개하기 훨씬 편하겠지.


알리나:  내 말은......


탈룰라:  지식의 전사도 마찬가지로 전사야. 알리나. 내가 보장할게. 


알리나:  그렇다면......

알리나:  네 말대로 할게. 뭐 연설같은 걸 준비할 필욘 없지?


탈룰라:  아, 나 벌써부터 박수 소리가 들리는 거 같은데.


알리나:  ......놀리지 마 정말. 나 갈게.


탈룰라:  갔다와. 일찍 들어와!




_



방패병:  안 돼. 반드시 저들을 목매달아 죽여야 한다.

방패병:  지금은 대위님께서 안 계셔, 대위님이 계셨었다면 똑같은 결정을 내리셨겠지.


탈룰라:  우린 군대가 아니야, 적어도 지금은 아니야.

탈룰라:  이러면 전체에게 나쁜 영향을 줄 거야.

탈룰라:  저들은 우릴 믿고 우리 부대에 들어왔었어, 그리고 배고픔으로 인해 의심이 생기고 결국은 저런 잘못을 저질렀어.

탈룰라:  우리가 애초에 약속을 지키지 못한 거잖아.


방패병:  원래부터 얼마 남지 않았던 음식을 저들에게 먹이라는 거야?


탈룰라:  우리가 약속한 건 감염자들에게 머물 곳을 주는 거야.

탈룰라:  ......모두가 숭고한 목적을 위해 이곳에 온 게 아니라는 걸 알아둬. 그건 현실적이지 않아.

탈룰라:  만약 우리가 진작에 그 기계를 넘겨주고 식량들을 가져왔었으면 오히려 그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었잖아.


방패병:  뭐가 어찌됐든 난 저들을 우리 부대에 남겨둘 수 없어.


탈룰라:  그렇다면 그대로 추방하자고.

탈룰라:  그 외의 폭력은 안 돼, 게다가 그들에게 일주일 치의 식량을 줘.


방패병:  말도 안 되는 소리! 우리 전사들도 그런 대우는 받지 못 해!


탈룰라:  ......


방패병:  이건 우리도 절대 양보 못 한다. 공적 때문이 아니야, 애초에 저들의 행위가 말도 안 된다는 거지.


탈룰라:  그래. 그럼 너무 언성 높여서 말하진 마. 과하게 저들을 질책하진 말아줘.


방패병:  ......그 정도라면.


탈룰라:  좋아.


방패병:  서쪽에는 조사대가 움직이고 있으니......일단은 녀석들이 감염자의 흔적을 발견하게 둬선 안 되겠지.

방패병:  그렇다면 저들을 어디에......


-@-


방패병:  음? 누군가 문을 두드렸는데.


탈룰라:  들어와라.



감염자 전사:  후우, 후......

감염자 전사:  탈룰라!

감염자 전사:  조사대야! 녀석들이 지금 우리가 물자를 교환했었던 그 마을을 수색하고 있어.

감염자 전사:  지금 후퇴할까? 지금 후퇴한다면 늦지 않을 거야!


탈룰라:  ——

탈룰라:  조사대를 유인해라. 우린 이 주변에 매복한다. 흔적을 남길 거라면 우리의 흔적이라고 생각하게 만들 필요가 있어.


방패병:  탈룰라! 다시 생각해봐! 10킬로미터 이내에 제 4 군단의 초소가 있어, 조사대가 신호를 보내기라도 하면 그 녀석들도 온다고!


탈룰라:  만약 두 마을들이 우릴 감싸줬다가 피해라도 입는다면......

탈룰라:  아니, 우릴 감싸주지 않아도 상관은 없겠군.

탈룰라:  그들이 감염자로 인해 무슨 피해라도 생기는 날엔 다시는 우리와 물자 교환을 해줄 마을은 나타나지 않겠지.


감염자 전사:  그렇다면 아예 소식을 막아......


탈룰라:  그런 생각을 하면 소식이 더 멀리 퍼져서 상황만 더 나빠질 뿐이야!

탈룰라:  잘 들어, 만약 네가 사람을 죽여서 입을 막는다면 그 시체가 새로운 증거가 될 거야.

탈룰라:  만약 네가 그 시체를 태운다면 그 공백이 증거가 되겠지.

탈룰라:  나쁜 소문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퍼지는 걸 막을 유일한 방법은, 그 나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거야!

탈룰라:  우리가 지금 해야할 일은 우리의 길, 그리고 계속 걸어나갈 뒷사람들의 길을 개척하는 거야. 아직 질문 있어?


방패병:  없다.


감염자 전사:  네 말도 일리가 있군, 그렇게 하지.


탈룰라:  가자.

탈룰라:  비전투 대원들을 보호하고, 그들이 먼저 빠져나가게 돕자.


탈룰라:  이 전투는 힘든 전투가 될 거야.

탈룰라:  이번엔 나와 너희가 할 거야, 지금 우리 곁에는 프로스트노바도 없고, 패트리어트도 없어.

탈룰라:  잘 기억해, 어느 날 나 또한 너희들 곁에 없을지도 몰라.

탈룰라:  하지만 옳고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우리 곁에는 그 누구도 필요 없어. 너희들도 누굴 곁에 둘 필요 없다고.


감염자 전사:  좋아!


탈룰라:  가자.







[R8-7 END]




감염자 전사: 지원군까지 같이 쓸어버렸다고? 역시 탈룰라......!


탈룰라: 감염자 동포들은?


감염자 전사: 대피시켜 놨어. 우리가 찾아둔 그 임시 거점이 쓸모가 있었어.


탈룰라: 인원 수는 파악했어?



감염자 전사: 파악했어, 어떤 애들이 누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뭐라 하긴 했는데......

감염자 전사: 계속 그러더라고, 하아.


탈룰라: ......





방패병: 탈룰라! 잔존 조사대를 발견했어! 아무래도 계속 도망치고 있는 모양이야.


탈룰라: 어느 방향으로 갔지?


방패병: 동쪽이야. 아까 우리가 쫓아낸 그 사람들을 따라잡을지도 몰라.




방패병: ——탈룰라?!


감염자 전사: 자, 잠깐! 탈룰라! 어딜 가는 거야!




뛰고

또 뛴다.


장화는 얼음물에 흠뻑 젖는다.

반짝거리는 눈밭에 다리가 푹푹 빠진다.

썰매를 쓰는 건 잊었다.

설상차를 쓰는 것 따윈 잊었다.

눈들이 전부 녹도록

진흙 속에서 뛰고 또 뛰었다.


얼마나 걸었는지 모른다.

얼마나 달렸는지 모른다.

매서운 바람이 폐에 들어온다.

통각이 머리를 찔러온다.

뛰고 뛰었다.


눈이 왜 끝도 없이 내리는지.

겨울은 왜 끝나지 않는 건지.

대지에는 왜 끝이 없는 건지.




_






뚝.

탈룰라가 발걸음을 멈췄다.


뚝.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른다.

그녀는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까지도 알아채지 못 하고 있었다.







알리나는 그렇게 길 옆에 누워있었다.

그녀는 수중의 바구니를 꼭 붙잡고 있었고, 그녀의 옷은 핏자국으로 가득했다.

그녀가 있었던 수풀과 창백했던 바닥조차 똑같이 선혈로 붉게 물들여져 있었다.

눈은 그렇게 내리고 있었다.




탈룰라: ......

탈룰라: 아......아......



알리나: ......

알리나: 탈룰......라?


탈룰라: 알리나......‼


알리나: 이런 모습을......네게 보여주긴 싫었는데.


탈룰라: 말하지 마! 알리나, 더 이상......얘기하지 마!

탈룰라: 지혈을 해줄테니까......! 내가 널......!


알리나: 이제......피는 흐르지 않아......단지.....


탈룰라: 그럼 가자......어서 가자! 메딕이 수혈해줄 거야!


알리나: 괜찮아......그보다......바꿔온 물건들이 다......


탈룰라: 그건......신경쓰지 말고......가자......어서 가자!!!




드레이크가 엘라피아를 업는다.

그때 그녀는 깨닫는다, 이 가벼웠던 사슴이, 사실은 이렇게나 무거웠다니, 이렇게나......

마치 이 대지같다.




알리나: 이제 더는......


탈룰라: 헛소리하지 마!!

탈룰라: 누가......누가 한......짓이야?!

탈룰라: 조사대야......?! 그 마을 사람들?!......그 망할......다 태워죽여버리겠어......내가......

탈룰라: 잠깐, 설마......그 쫓겨난 감염자들이......!

탈룰라: 그 배은망덕한......아, 아니야, 만약 방패병이 그들에게 음식을 나눠줬었다면......







알리나: 탈룰라......!


탈룰라: 아......듣고 있어......듣고 있어!


알리나: 알려주지 않을 거야......!


탈룰라: 왜?! 어째서?! 왜 내게 복수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거야!!


알리나: 안 돼......넌 네가 말한 것도 기억 못해?

알리나: 네가 어떻게 복수를 위해 싸울 수 있어? 넌 이미 선택했잖아, 탈룰라. 네가 고른 길이 있잖아......

알리나: 그런데 나 때문에......그걸 포기하겠다니......? 난 싫어......

알리나: 절대로......누굴 미워하게 두지 않겠어.


탈룰라: 무슨,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그럴......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어!!


알리나: 네가 말했잖아......! 넌 그 누구도 미워하지 않겠다고......!

알리나: 안 그러면 넌......그 노인의 저주에......삼켜질 거야......

알리나: ......그 아츠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더라도 넌......그 노인에게......조종당하는 거나...마찬가지라고?

알리나: 이건 네 스스로가 말한 거야.


탈룰라: 그......그래. 하지만......하지만......그 녀석......녀석들은......


알리나: ......너도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알 거야, 또......왜 그렇게 한 건지 알 거야.

알리나: 네 자신도 말했다시피......네가 적대하고 있는 건......그 사람들이 아니야......


탈룰라: 이제 그만 말해......알리나......제발 그만......!


알리나: 아니......탈룰라......난......네가 말한 건 전부 기억하고 있어......그래서 너도......

알리나: 네가 부숴야할 건......이 사람들이 아니야......

알리나: 이 사람들을 이렇게 만든......우르수스를......

알리나: 이런 우르수스......그리고 이런......대지를......


탈룰라: 됐어......됐어, 알리나......이제 됐어!


알리나: 탈룰라......네가 유일하게 미워해도 되는 건......우르수스가 한 짓들이야......

알리나: 넌 그 누구도......미워해선 안 돼.

알리나: 내 말이......맞지? 우리의 삶은......의미가 있었던 걸까? 스읍, 흐윽......난 잘 모르겠어.

알리나: 우리가 잘한 건지 모르겠어......하지만 난 그 저주가 뭔지......알 것 같아.

알리나: 네 분노는......황야를 불태울 수 있어......하지만 넌 절대로 그 누구도 미워해선......

알리나: ......


탈룰라: 알리나......




알리나: 난 걱정이야, 탈룰라. 정말 걱정이야. 내가 없으면 넌 분명 옐레나한테......이 모든 걸......


탈룰라: 알리나, 그만 말해! 내 곁엔......

탈룰라: 내 곁에는 너, 옐레나, 사샤이노, 그 누구 하나도 없어선 안 돼......

탈룰라: 난 그 누구도 잃고 싶지 않아......!


알리나: 아, 탈룰라......하지만 우리 모두가 그렇듯......

알리나: 헤어지기 위해......만남이 있는 걸.









백발의 드레이크가 끝없는 눈밭 위를 걷는다.

엘라피아 여성은 그녀의 등 뒤에 업혀 떨고 있다, 때로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기도 한다.


눈꽃이 엘라피아 여성의 뿔 위에 내려앉는다. 탈룰라 뒤로 눈으로 뒤덮인 나무가 소리없이 타오르고 있다.

탈룰라는 무의식적으로 걸음걸음마다 그녀가 걷고 있는 땅을 불태우고 있었다.


끝이 없는 건 그녀 눈앞에 펼쳐진 눈밭 뿐이었다. 그녀 등에 업힌 알리나만이 따스했다.

심장의 박동 소리가 등을 통해 탈룰라의 심장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그 박동 소리는 갈수록 희미해졌다.


그녀는 소리지르고 싶었다. 그녀는 울음을 터뜨리고 싶었다.

모든 감정들을 폐로부터 쏟아내고 싶었다, 그렇게하면 이미 일어난 이 모든 일들을 지워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탈룰라는 작은 소리조차 내지 못 했다.





알리나: 탈룰라......


탈룰라: 다 왔어, 알리나.....이제 다 와가!

탈룰라: 눈 감지 마......절대 눈 감지 마!


알리나: 아직 멀었잖아......

알리나: 거짓말......하지 마.



눈이 점점 더 거쎄진다.



알리나: 탈룰......라......?


탈룰라: 듣고 있어, 알리나. 말해. 말해.


알리나: ......눈은......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따듯하구나.

알리나: 미안......우리가 얘기했던 걸......다 적어내지 못 했네.


탈룰라: 괜찮아. 신경쓰지 마, 알리나. 다 괜찮으니까.


알리나: 그 아이들......특히......이노는......네가......


탈룰라: 듣고 있어, 듣고 있다고! 알리나......전부 듣고 있어!!


알리나: 그 아이랑......얘기를......하......

알리나: 더워......탈룰라......

알리나: ......죽고 싶지 않아......난 아직......네 여동생을......


탈룰라: ......


알리나: 탈룰라......꼭......살......아......







이걸로 됐다.

탈룰라는 그 이후로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기억하지 못 했다.

탈룰라는 그 무엇도 기억하지 못 했다.

탈룰라의 기억은 눈꽃과 함께 녹아버렸다.

그녀는 한 줄의 불길을 남겼다, 그녀의 등 뒤에 있었던 것들은 알리나를 제외하고 전부 불꽃 속에서 타버렸다.



온 세상을 뒤덮는 큰 눈 속에서, 탈룰라는 친구와의 이별을 향해갔다.





_






눈의 악마 소대원: 탈룰라! 드디어 돌아왔구나, 통신도 안 받더니, 너 대체——

눈의 악마 소대원: ......이......등에 업고 있는 사람은......

눈의 악마 소대원: 아, 숨을 안 쉬고 있잖아! 의무병! 어서 와봐! 탈룰라, 너......

눈의 악마 소대원: ......탈룰라?

눈의 악마 소대원: (뭐야, 왜 그냥 앞으로 걷고만 있는 거지......어딜 가는 거야?!)


방패병: 탈룰라, 넌 리더인데 그렇게 멋대로 부대를 이탈하면——


프로스트노바: 잠깐.


방패병: 옐레나......?


프로스트노바: ......

프로스트노바: 가게 둬.


방패병: (저 불쌍한 아가씨가 누군지 아는 거야......?)


프로스트노바: (잘 몰라. 하지만 아마도......마을에 있는 선생님이겠지.)


방패병: (아, 선생님인가. 아이들이 좋은 사람 하나를 또 잃었군.)

방패병: (그치만 왜 탈룰라가......)


프로스트노바: (......사람은 누구나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는 사정이 있는 법이지......)

프로스트노바: (아마 이번 일은 탈룰라에게 해당되는 일인가 보네.)





수많은 이들의 시선 속에서, 드레이크는 엘라피아를 업고 주둔지를 지나친다.

그녀의 그림자는 천천히 흐릿해지며, 숲 속으로 그 모습을 감춘다.

그 이후로 어떤 일이 생겼는지 그 누구도 모른다.


그들은 단지 탈룰라가 어둠 속으로 걸어가는 걸 지켜보고만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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