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샤 아르젠티 레이바흐

전편 못보신 분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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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편 : https://arca.live/b/commission/64499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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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바라지 않던 청천벽력같은 결과를 듣고 숫캐는 고된 검사 뒤에 휴식도 취하지 못한 아리샤를 마치 물건처럼 질질 끌고 집으로 돌아와버렸다.

중간중간 아리샤가 켁켁대며 천천히 가자고 애원하고는 했지만, 그런건 이제 그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요 몇주간 이 암컷에게 잘해준 이유는 우연찮게 손에 넣게 된 암컷이었지만 자신도 짐승의 본능에 따라 암컷에게 씨를 뿌리고 새끼를 낳게 해서 혈통을 잇고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것 때문이었다.

신들과 외차원의 존재들에게 축복까지 받아가며(아리샤에게는 저주였겠지만) 교미했건만, 심지어 이 이누이트 신화의 신이라는 안구타의 마법조차 제대로 들어먹지 않고 이번만 실패한 것이 아닌, 앞으로도 새끼를 가질 수 없다니.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된 기분이었다.

그러나 한낱 동네 똥개였던 주제에 신이나 고위 존재들을 원망하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고, 그저 자신이 거짓으로라도 잘 대해줬던, 그러나 새끼 조차 임신하지 못했던 눈앞의 연약한 암컷을 화풀이 대상으로 삼을 뿐이었다.

크르르르.. 컹컹!

"끄흑... 아.. 아팟... 왜.. 왜 그러시는 거에요.."

짐승과 인간의 차이는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로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손쉽게 해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숫캐는 그저 지금까지 발생한 일들에 대해 자신에게 감히 해를 끼칠 수 없는 아리샤를 샌드백 삼아 화를 풀었다.

주르륵...

아리샤의 몸에 멍과 이빨자국, 발톱자국과 같은 상처가 늘어날 때 마다 붉은 피가 터져 나왔고, 거기에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하지 말아달라고 구차하게 애원할 수 밖에 없는 아리샤.

그녀의 그런 연약한 모습은 짐승인 숫캐의 가학심을 더 자극할 뿐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것이라고 마킹을 하듯 그녀의 온 몸에 자잘한 상처들을 낸 숫캐는, 이제 화가 풀어지자 다시금 성욕이 동했는지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흐윽.. 싫어..."

그르르..!

"아으으.. 아.. 알겠... 할게요! 죄송해요.."

마치 미친 개처럼 입에서는 거품난 침을 뚝뚝 흘리며 다가오는 숫캐를 아리샤는 팔로 막으며 소소한 저항을 해보려고 했지만, 숫캐의 낮은 울음소리에 저항하려는 마음조차 깨진 채 그의 밑으로 기어들어갈 뿐이었다.

서있는 숫캐의 아래로 엎드려서 스스로 기어들어간 아리샤는 붉게 솟아오른, 실핏줄이 가득해 정말 짐승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자지를 허겁지겁 입에 물고는 서투른 펠라치오를 해댔다.

"응츄읏.. 우으읍.. 츄으읍..."

이누이트 신화보다도 훨씬 큰 신화들에 나오는 괴물들도, 심지어는 신과 외차원의 존재들 까지도 이겨본 적이 있는 그녀였지만, 모든 능력과 업을 빼앗기고 심지어 무기조차 없는 지금 상황에서는 이런 작은 짐승에게 나려타곤이나 하며 깔리는 신세였다.

심지어 그 짐승의 명령을 거역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저항하려는 마음은 커녕 도망쳐야 된다는 생각 조차 계속되는 고통과 압박에 조금씩 부서져 공포감에 빠진 채 그저 눈앞의 숫캐를 만족시켜줘야 한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었다.

정신조작을 막아주는 반지가 있었지만 이는 어떤 마법적이거나 저주 같은 것이 아닌, 그녀 스스로가 그렇게 느낀 것이기 때문에 막아낼 수 없었다.

거기에 이미 몇 주 동안이나 말도 안되는 일들에 시달려 너덜너덜해져 있던 그녀의 마음은 조금의 충격에도 쉽게 부서지도록 바뀌고 말았던 것이다.

뷰릇, 뷰르릇!

"츄릅... 푸읍... 푸윽.. 우윽... 아으.."

그렇게 온 몸을 할퀴어지고 멍들어 가며 숫캐를 겨우겨우 만족시켜줬건만, 돌아오는건 입 안 가득 퍼지는 더러운 짐승의 씨앗 내음과 얼굴에 흩뿌려지는 찐덕한 정액 세례였다.

"죄.. 죄송.. 꺄앗!"

찰싹! 콰당탕!

멍하니 자신의 처지를 살피던 아리샤가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정액을 깨닫고 바로 사죄를 올렸지만, 숫캐의 날카로운 발톱은 뾰족하게 세워진 채 그녀의 얼굴을 할퀴고는, 바닥에 고개를 처박도록 앞발로 그녀의 머리를 짓밟았다. 

자지 하나 제대로 빨지 못하고 놓쳐 방을 어지럽히다니, 이전 같았으면 이 또한 너그럽게 봐주었을 숫캐였건만, 이제는 종이 달라 임신조차 하지 못한다고 확정난 그녀에게는 그런 과분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듯, 자기 기분대로 망가뜨릴 수 있는 장난감이나 다름없이 다루고 있었다.   

"깨.. 깨끗하게 할게요.. 아파요... 잘못했어요.."

주르륵...

선홍색 피가 흘러내리는 뺨을 수습하지도 못하고 아리샤는 정액으로 얼룩진 바닥을 핥으며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그렇게 그녀가 고개를 처박고 떨어진 정액을 청소하는 사이, 숫캐는 그녀의 뒤로 돌아가 마치 인권박탈노예결혼식에서 처음 교미했을 때 처럼 그녀의 위로 올라탔다.

그때와 다른 점은, 그때는 자신에게도 과분할 정도의 노예 아내를 얻었다는 흥분감과 노견으로써 목을 매고 갈구하던 종족 보존의 본능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에 차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희망은 하나도 없는, 아리샤가 자신의 쾌락과 욕망, 울분을 풀어내기 위한 도구로 보일 뿐이었다.

숫캐는 인간은 커녕 짐승이었기 때문에, 그것도 길거리를 떠돌아다니는 노견이었기 때문에 유일한 삶의 목표가 대를 잇는 것이었는데, 그 강렬하고도 원초적인 욕구를 부정당한 시점에서 더욱 더 화가 나고 절망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걸 풀기 위해 아리샤를 일부러 험하게 다루고 내키는 대로 몰아붙이며 마치 네가 뭐가 잘나서 내 씨앗으로 임신을 하지 못하냐는 듯, 똥개였을 때 인간들에게 받았던 멸시조차 그녀에게 풀어대는 듯 했다. 

그러한 숫캐의 분노와 울분의 감정은 서로 연결되어있는 아리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어 그녀의 마음을 혼란과 공포로 채워 마치 원초적인 감정밖에 남지 않은, 짐승과 같게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그녀의 가녀린 어깨를 발톱 세운 앞발로 짓밟아 단단히 고정한 숫캐에게 어쩔 수 없이 엉덩이를 들고 흔들며, 의미없는 교미를 조르는 아리샤.

교미를 당해도 책임 없는 쾌락만 남고 임신을 하지 않는다는 점은 아리샤에게 좋은 점이었겠지만, 숫캐의 격렬한 감정이 흘러들어온 지금은 스스로도 그것에 압도되어 제 정신을 차리기가 어렵고 그저 숫캐의 명령에 복종할 뿐이었다.  

푸욱!

"끄.. 끄흑.. 자지를 주셔서.. 가.. 감사합.. 커헉.."

붉다 못해 새파란 숫캐의 자지가 인정사정없이 그녀의 보지 속으로 쑤욱 들어갔다.

수십 수백번을 받아들여 익숙해질만도 했건만 새로운 격통을 느끼며 신음을 토해내는 아리샤.

전희도, 애무도 없이 행해지는 폭력적인 교배는 이전에 정신지배에서 해방되었을 때와 다름없었지만, 이제는 아예 그녀를 임신시키려는 목적마저 없어진 그저 공허한 행위였다. 

사랑이나 애정이라는 감정도 없이, 이제는 의미도 없어진 교미였지만, 어떻게든 숫캐의 감정을 풀어보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다가 또 다시 얻어맞고는 새파란 멍이 드는 그녀의 몸.

이전에는 혹독한 수련으로 탄탄한 몸을 가진 기사였건만, 지금은 그저 늙은 대형견에게도 얻어맞고 내키는 대로 벌려줘야 하는 한마리 연약한 암캐나 다름없는 그녀였다.

끼익, 끼익!

"크흑... 아윽.. 아프... 으으윽.."

숫캐의 움직임에 침대가 흔들리는 기괴한 소리와 함께 질 속을 푹푹 쑤셔오는 숫캐의 자지.

이전에 얼마나 쑤셔졌는지 이제는 그 모양에 맞추어진 그녀의 질육을 거침없이 헤집고는 어차피 자신의 씨앗을 아무리 받아봐야 임신도 하지 못할 것, 자궁구까지 열어젖히며 아기를 가져야 하는 소중한 곳까지 무자비하게 파고들어 쑤셔대는 짐승 자지였다.

그나마 이전에는 아프면 아프다고, 싫으면 싫다고 말을 했던 그녀였지만, 숫캐의 감정에 몰아붙여진 지금은 자신의 속마음조차 말하지 못하고 어떻게든 비위를 맞추고 복종하는 아리샤.

쑤컹, 쑤커억!

"캬하악... 윽.. 으흣♡ 어.. 어째서엇.."

숫캐 자지의 첨단부가 자궁을 들쑤시고는 질육에 이어 자궁벽 또한 자신의 모양으로 맞춰나가며 소유권을 주장해댔다.

아리샤를 전혀 신경쓰지 않는, 통증이나 공포심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는 그저 강제로 암컷에게 박아대는 행위. 

그러나 그런 폭력적인, 그저 본인의 만족만을 위해 이 암컷과 배를 맞춰대는 숫캐였지만, 이미 숫캐의 짐승과도 같은 감정과 사념에 잠식당해 그 비위를 맞추고 싶어서 였을까, 아니면 극한의 공포심과 고통을 잊기 위함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가장 처음이자 가장 오래 붙어먹은 숫캐였기 때문에 그녀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의 몸이 숫캐를 받아들이면 발정하도록 파블로프의 개 마냥 조교된 것일까?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리샤의 고통에 찬 비명소리는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쾌락에 찬 교성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어 얼떨떨한 표정을 지어보는 아리샤였지만, 그런 표정을 유지할 수 없이 숫캐는 그녀를 계속 구석으로 몰아붙였다.

질꺽♡ 질꺼억♡

"이.. 이렇게.. 강제로 당하는게엣... 기분 좋을 리가앗♡ 아.. 으흑♡ 그럴 리 없는데엣♡"

그렇게 점점 달아오르는 몸에 점점 풀려가는 보지는 숫캐의 움직임에 맞추어 암컷즙을 주르륵 흘려보내며 결합부에서 인간이 아닌 짐승의 교미처럼 천박한 소리가 나게 만들었다.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척추를 타고 뇌까지 기어오르는 소름끼치는 쾌락의 흐름을 느껴가며, 아리샤는 암캐 마냥 혀를 내밀고 침을 뚜욱 뚝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아헥♡.. 으헤...? 츄으읍.. 츄릅... 으읍..."

아리샤의 혀를 보자 본능적으로 자신의 입을 갖다대며 똑같이 혀를 감아오는 숫캐.

두 마리 짐승의 혀가 서로의 찐덕한 타액을 교환하며 얽혀나갔다.

그러면서 숫캐의 몸이 부르르 떨리더니, 의미없는 사정액을 그녀의 자궁에 내지르기 시작했다.

뷰르릇, 뷰릇!

"아학♡ 으윽... 으으... 왜.. 왜...? 가버리는.. 오고옥♡"

숫캐의 붉은 짐승자지를 따라 세차게 흘러나온 정액이 아리샤의 자궁을 조금씩 채워갔다. 

역시나 이전의 임신시키겠다는 혼신의 일념으로 자신의 모든 걸 쏟아부어버린 교미와는 다르게 한 눈에 봐도 적은 양이었지만, 숫캐의 자지가 빠져나가자 바닥을 적실만큼의 양은 되었다. 

철퍽!

"으으.. 꺄흑.. 아.. 알겠습니다... 제 입으로.. 청소하겠습니다앗.."

숫캐의 앞발이 그녀의 머리를 다시한번 바닥으로 내리 찍으며 스스로 더럽힌 바닥을 치우게 했다.

또 다시 칠칠맞게 바닥을 어지럽혀버린 아리샤였지만, 이번에는 부드러운 숫캐의 손길이 아닌 그저 무미건조하고 감정없이 물건을 다루는 듯한 명령이 이어질 뿐이었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자, 다시금 그녀의 위에 올라타며 또 교미를 시도하는 숫캐.

"으힉♡ 서.. 설마.. 또..? 쉬.. 쉬게 해주.. 으읍..!"

푸슈욱! 퍼억! 퍽!

쉴 새 없이 용서를 구하는 그녀의 입을 바닥에 싸질러진 정액으로 막아버리고는, 다시금 의미 없는 허리놀림을 반복하는 숫캐.

이렇게 분노에 차 고깃구멍을 탐하는 행위는 밤이 깊도록, 새벽이 밝을 때 까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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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샤가 숫캐와의 교미로 임신을 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은 이후로, 그렇게 두 짐승은 서로 무언가 고장난 인형들처럼, 밤이던 낮이던 가리지 않고 교미를 해댈 뿐이었다.

물론 아리샤의 의지는 단 하나도 없이, 순전히 이렇게라도 하면 신의 도움으로 기적이 일어나 임신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박아대는 숫캐만이 있었다.

끼니도 거르고, 집안의 일도 하나도 하지 못하며, 휴식도 취하지 못하는 교미의 지옥 속에서 아리샤도 중간중간 까무라치고 정신을 잃었을 정도지만, 숫캐도 많이 수척해진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두문불출하는 숫캐와 아리샤의 무소식에 안구타가 집을 찾아오게 되었다.

"에잇, 음탕하고 탁한 기운만 가득한 곳이구만. 안된다고 들었는데도 그렇게까지 해대고 싶었나? 짐승들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군."

연락도 받지 않으며 창조주인 자신이 직접 찾아온 줄도 모르고 인간이었던 한 암캐의 위에 올라타 정신없이 기계적으로 그녀의 질육을 탐해대고 있는 숫캐를 보고 눈살을 찌푸린 안구타가 말했다.

...그르르!

"하하, 이젠 아예 나를 거스르겠다는 건가? 힘없고 가진 것 없는 비루먹을 피조물이기에 그만큼이나 베풀어 주었건만, 이제와서 주인을 물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피골이 상접하고 윤기도 잃어버렸으며 힘이 빠진 소리였지만 자신의 주인인 안구타를 보고도 이빨을 드러내는 숫캐.

안구타는 그런 피조물의 반항이 우습다는듯 맞받아치는 것이었다.

"후... 멍청하고 쓸모없기 때문에 내 계획에 방해가 되지 않을거라 생각해서 붙여준 암컷이건만... 이렇게나 대를 잇는 것에 집착할 줄이야. 네 놈한테 저 년을 붙여주는게 아니었는데.."

"계.. 획...? 그게 무슨..."

"저 숫캐보다도 못한 신분인 주제에 끼어들려고 하다니... 네 년은 조용히 이용만 당하면 되니 알 것 없으니 닥치고 있어!"

화아아악!

"크윽.. 으읍.."

역시나 인간과 신은 급의 차이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아리샤가 모든 것을 빼앗기고 약해졌기 때문일까? 안구타의 눈빛 하나에 제압당한 아리샤의 입이 강제로 다물어졌다.

"흥, 아무튼 네가 그토록 원했던 걸 내 이룰 수 있게 해줄테니, 네 암컷을 데리고 따라오도록."

안구타의 말을 듣자 눈이 동그랗게 커진 숫캐.

"대신, 이제 우리의 대계에 완전히 협조하겠다고 약조해라. 그 계획을 위해 필요한 년이라지만 네 명령이 아니면 따르질 않을테니..."

컹컹!

알겠다는 듯, 빨리 가자는 듯 급하게 짖으며 꼬리를 흔들어대는 숫캐.

생기없이 침울해져 있던 그의 눈에 다시 활기가 돌아오는 듯 했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지? 대계..? 그토록 원했던 것..?'

"읍.. 으읍..! 으윽!!"

아리샤는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들은것인지 이해하기 위해 속으로 곱씹어 보려고 했지만, 이내 숫캐의 목줄에 이끌려 아직도 입이 봉인된 상태로 밖으로 끌려나가게 되었다.

'후후, 그래도 짐승은 짐승. 본능적이고 단순한 것들 답게 원하는 걸 던져주면 말을 들을 수 밖에 없겠지.'

안구타는 활기찬 모습으로 밖으로 나가는 짐승 한 쌍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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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악..!

안구타가 만들어 준 포탈을 타고 이동하자, 어느 실험실 같이 생긴 복잡한 곳에 도착한 아리샤와 숫캐.

그들이 나타나자 어떤 기괴하게 생긴 괴생물체가 그들을 맞이했다.

"오.. 새로운 실험체인가?"

괴생물체는 몸의 대부분이 촉수로 되어있었지만 군데군데 인간의 형상을 띈 몸체가 남아있어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심지어 성대마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것인지, 유창한 말과는 별개로 입이라고 추정되는 부분은 열리지도 않은 채 듣기 거북한 소리가 튀어나오고 있었다.

꿀렁, 꿀렁!

"꺄앗.. 이.. 이게 무슨.."

그 괴생물체는 점액질이 뚝뚝 흐르는 촉수들을 뻗어 아리샤에게로 향했고, 촉수들이 순식간에 그녀의 온 몸 구석구석을 만지기 시작했다.

질척이고 흐물텅거리는 메스꺼운 느낌이 온 몸으로 퍼지자 아리샤의 모골이 송연해졌다.

주물럭!

"끄흣... 시.. 싫어.."

"음... 오오.. 이거.. 보통 인간이 아니군? 이미 업을 꽤나 많이 받아들여본 몸이야. 이거 아주 탐나는데?"

괴생물체는 거부하는 아리샤는 신경도 쓰지 않고는 그녀의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촉수를 통해 만져나갔다.

"히루코, 이번에는 너무 망가뜨리지 말라고. 내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년이니 말이야."

"원래 강대한 힘을 가졌었고.. 그래서 인간 주제에 업을 잘 견뎌냈나보군.. 으음? 어디보자... 잠시만 만져보겠다."

"역시나 들은 척도 하지 않는군. 뭐, 필요한 업은 네가 다 준비했다니 난 저년과 그 주인만 두고 가겠다. 거기에 이 역겨운 연구실은 아무리 봐도 적응이 되지 않아서 말이지, 난 이만.."

새 실험체를 심혈을 기울이며 주물럭대고 있는 히루코라는 괴생물체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포탈을 타고 돌아가는 안구타.

히루코는 그런 안구타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아리샤의 몸을 파악해 나가고 있었다. 

무언가 특이한 것을 발견한 건지, 아리샤의 몸에서 촉수가 스윽 빠져나갔다.

"이.. 이제 끝인...?"

퍼석!

"아..? 끄.. 끄으윽.."

빠져나간 촉수들이 한데 뭉치고 날카롭게 변하더니, 순식간에 아리샤의 명치를 뚫고 들어갔다.

갑자기 당한 일격에 아리샤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입과 명치에서 붉은 선혈을 토해냈다.

주르륵...

크르르! 컹컹!

"아, 걱정 마라. 잠시 탐구심이 동하는 부분이 있어서 말이야. 물론 치료는 바로 할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고개를 푹 떨구고 입에서 피를 흘리는 아리샤, 그걸 보고 놀라 자신의 소유물에 무슨 짓을 하는건지 날카롭게 짖어대는 숫캐.

그러나 이게 당연한 일이라는 듯 그런 것들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뚫고 들어간 촉수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그녀의 몸 속까지 만져대는 히루코.

가늘게 만들어진 촉수로 그 속을 헤집을 뿐만 아니라, 가는 촉수로 온 몸 이곳저곳을 들쑤시며 그녀의 몸 안쪽까지 전부 자신의 지식으로 만들어가는 기상천외한 모습이었다.

"음음, 그런 것이었군. 시간의 신의 후손이자 그 화신체라... 재미있는 물건이 들어왔어." 

쑤우욱..! 푸와악!

그녀의 몸에 대해 전부 파악했다는 듯 회수된 촉수가 그녀의 배에서 빠져 나오자, 휑하니 뚫린 명치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히루코는 그걸 처치할 생각은 없고, 그 피를 온전히 다 뒤집어 쓴 숫캐만 패닉 상태에 빠져 히루코에게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들었다. 

크르르.. 크와앙!

"켈록켈록... 으윽... 어...? 어라..?"

아니, 달려들려고 했지만, 숫캐가 눈을 돌린 사이에 순식간에 아문 상처에 놀라는 아리샤를 보고는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아리샤 또한 자신의 몸을 구석구석 살피며 히루코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당신.. 저에게 무슨 짓을 한 거죠..?"

"아팠겠지만 어쩔 수 없지. 업을 이식하려면 네 몸에 대해서 파악해야 했으니, 그냥 미친 개한테 물렸다고 생각해."

"업을.. 이식...? 그.. 그런게 가능할리가.. 업을 짊어지기 위해서는 업이 스스로 소유자의 육체나 정신에 끌어당겨질만한 인과율이 필요할 텐데.."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내가 연구한 것들이다, 이거지. 그리고 지금 네가 겉보기엔 인간이지만, 지금은 인간이 아니라 암캐의 신분으로 떨어져 있는 특수한 상황이기도 하고 말이야."

"서.. 설마... 그.. 그런게... 아.. 예전에 들어봤던 것 같은... 업을 양도할 수 있게 해준다는 사람, 아니, 신이 설마...?"

아리샤는 자신이 DTS 단장으로써 차원을 넘어다니며 의뢰를 수행할 때 얼핏 들어봤었던, 업을 강제로 양도하거나 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존재가 있다는 소문을 떠올리며 말했다.

업이란 것은 본디 그 업과 맞는 일을 했거나 맞는 신체적 조건이나 정신을 타고날 때만 업이 유지된다.

그러지 않은 존재가 강제로 업을 취해봤자 업의 크기에 상관없이 힘이나 지식을 얻기는 커녕 아무 쓸모없는, 그저 저잣거리의 이야기 나부랭이 정도로 의미없는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오, 실험체를 구하기 위해 퍼뜨린 이야기가 아주 잘 전달됐나 보구만. 그래, 그게 바로 나, 히루코다."

히루코는 일본 신화의 신으로, 오누이였던 생명의 신인 이자나기와 죽음의 여신 이자나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이다. 

그러나 음양의 조화가 깨졌을 때의 아이였기 때문인지, 히루코는 태어날 때 부터 신체 어딘가가 부족한 기형아로 태어났기 때문에 갈대 바구니에 담겨 강에 버려졌다.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와 아버지의 손으로...

태어나자마자 버려졌고, 거기에 몸에 기형까지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 히루코는 악착같이 스스로의 부족한 몸을 보완해 완벽한 형상이 되길 원했지만 원래 스스로의 것이 아니기 때문인지 완전한 형상이 되는 것은 항상 실패하거나 오래 가지 못했다.

그러나 자신의 완전한 형상을 찾는 것에 목을 메고 몇천년간 연구를 해온 탓일까? 어느 순간부터 완전한 형상을 찾는 목적 보다는 업과 신화에 대한 것을 연구하며 다른 신이나 고등한 존재들은 전혀 생각지도 못해본 것들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에는 헛짓을 한다며 무시당하고 배척당했던 그지만, 실험에 성과가 보이기 시작하자 여러 신들로부터의 의뢰를 통해 풍족한 실험체와 연구물자를 공급받고 있었다.

결국 완전한 몸 또한 인간의 형상이 아닌, 손쉽게 변형하고 크기와 길이, 강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슬라임과 같은 촉수 괴물의 형상이 완전하다고 스스로 주장하며 이런 인간도 아니고 괴물도 아닌 괴상한 형태를 취하게 된 것이었다.

"아무튼 오늘은 너를 이용해서 업 이식 실험을 해볼건데,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이미 사전 실험들을 진행해 봤었는데, 전부 성공했어. 그냥 그걸 당하는 인간, 아니, 인간 이었던 것인가? 아무튼 인간의 육체를 가진 건 네가 처음일 뿐이야."

"대.. 대체 무슨 업을 이식하려고..."

"음.. 그냥 네 몸속에서 모두 빠져나간 업들 대신에 충견 하치코라던지 주인을 끝까지 지켰던 오수견이라던지... 그런 개와 관련된 업을 좀 채워 넣는거지. 그렇게 해서 드래곤들의 전유물인 폴리모프 없이도, 네가 신체개조를 통해 완전한 암캐가 될 수 있는지 볼 뿐이야. 뭐, 이미 사람이 아니라 암캐로 격이 떨어진 너한테는 이식해도 그렇게 아프지 않을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자신의 격 뿐만 아니라 몸 마저 암캐와 다름없게 만들겠다는 히루코의 말에 아리샤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말했다.

"나를 개로 만들겠다고? 그게 무슨.. 마..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 으윽.. 아.. 안되는.. "

"완벽한 암캐가 된다면 임신도 가능하겠지? 앞으로는 저 숫캐랑 함께 새끼도 만들고 네 배 아파서 애도 낳고 기르면서 오순도순 살아보라고."

"안돼... 나.. 나는 인간..인...ㄷ.."

털썩!

자신을 완전한 암캐로 만들겠다는 말에 저항해 보려고 했지만, 오랜만에 받아본 숫캐의 강제 명령에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져버린 아리샤. 그 뒤로는 그녀를 노려보던 숫캐와 히루코만이 남아있었다. 

"역시나 암컷은 입이 열려있으면 도움도 안되고 시끄럽기만 하다니까, 내 어머니였던 존재처럼 말이지. 그나저나 저걸 그냥 노예처럼 소유만 한 줄 알았더니, 저 암컷이 완전 네 통제 하에 들어가있다는게 정말이구나?"

귀를 쫑긋쫑긋 털어대며 얼른 진행이나 하라고 말하는 듯한 숫캐를 뒤로하고, 아리샤의 몸은 어느 어두컴컴한 실험실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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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화가 넘었고 비축분까지 합하면 총 11만자가 넘어가네요..

원하는 전개까지 다 끝내려면 한 8편은 더 나와야 할지도...?

재밌게 읽어주시고 댓을이랑 추천 많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