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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흐르고 흘러 겨울이 다가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은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변해가는 계절에 따라 옷을 조금씩 껴입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하나둘 벙어리 장갑이나 목도리를 두르며 따뜻해 보이는 옷을, 겉보기에도 오리털이 가득 들어있을 것 같은 패딩을 입고 다니기 시작했으며 여기 고등학교에 등교하는 두 학생 또한 그러했다.


" 흠흐응~ "


 행복이 가득한 얼굴을 한 채 따뜻해 보이는 분홍색의 패딩을 입은 채 등교를 하는 한 여성.

 새하얀 눈과 같은 머리카락에 아름다운 파란 눈을 가지고 있으며 패딩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가슴을 가지고 있는 여성, 솔이는 오늘도 즐거운 일이 있겠지ㅡ 라는 생각을 가지며 학교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항상 남자친구가 있었고, 두 사람은 서로 연인 사이라고 말하듯 서로의 손을 꽈악ㅡ 잡은 채 길을 걷고 있었다.


- 휘이잉...


 두 사람이 길을 걸어가던 도중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그녀의 남자친구는 몸을 살짝 떨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 음ㅡ 조금 춥네... "


" ...! "


 솔이는 그 말을 듣자 자신이 하고 있던 빨간색 목도리의 일부분을 풀은 뒤...


" 자기야ㅡ 잠깐만. "


 그를 멈춰 세운 뒤 서로 잡은 손을 잠시 놓고 자신의 목에서 풀어낸 일부의 목도리를 그의 목에 감아주기 시작했다.


" 읏...?! "


 그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얼굴을 붉히며 솔이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목도리를 잘 매준 이후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 이러면 안 춥지? "


 솔이의 다정하고 귀여운 행동에 얼굴을 붉힌 그는 자신의 영혼마저 따뜻해지는 것 같은 다정함을 느끼며 계속 등교하자는 말을 했으며 그녀는 그를 꼬옥ㅡ 끌어안으며 빨리 가자는 말에 동의했다.

 ... 하지만 이렇게 달콤한 깨가 쏟아지는 커플에도 불만 사항은 있었으니.

 그중 하나는...


" 자기야~ 오늘 저녁은ㅡ... ... "


 밤만 되면 사랑하는 그가 솔이의 곁에 없는 것.


" ... ... 아. "


 하루에서 이틀... 길게 잡아 1주일 동안은 괜찮았다.

 그는 학교에 다니며 계속해서 알바를 해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니까.

 부모님과 따로 살기에 계속 경제적인 지원을 받는 솔이 와는 다르게 그의 주변에는 솔이를 제외하곤 정말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더 나아가 계속 솔이와 함께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그이기 때문에 솔이는 그런 그를 충군히 이해하고 그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는 일상을 계속했다. 하지만...


" ... ... 너무 늦어. "


 저녁밥을 잘 챙겨 먹지 않는 그를 위해 식어도 바로 데워서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음식을 만들고 계속해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그녀는 요즘 들어 귀가 시간이 너무 늦어지기 시작한 남자친구가 걱정되기도 하면서 같이 있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좋지만 최근 들어서 자기 자신에게 소홀해진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으며 좀 더 자기 자신이랑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계속 혼자서 그가 자는 자리에 쪼그려 앉아 오지 않는 그를 기다렸다.

 그렇게 그가 돌아오면ㅡ


" 자기야아ㅡ...! "


" 아 솔아... 미안 너무 늦었네... "


 활짝 웃는 모습으로 그에게 다가갔으며 피곤해 보이는 그를 꼬옥 껴안으며 그의 가슴팍에 자신의 얼굴을 묻고 그의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혹시나 누군가의 냄새가 배어있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을 하며 계속 비비적거렸다.

 그는 애정이 많이 부족하다고 호소하는 것 같은 그녀를 껴안으며...


" 미안해 솔아... 나 좀 피곤한데... "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 말에 솔이는 순간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고...


" 그, 그럼 오늘은 같이 자고 싶어. 응...? "


 솔이는 그를 바라보며 애절한 눈으로 같이 있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그녀를 쓰다듬으며...


" 오늘은 너무 피곤해...

 막 잠꼬대할지도 모르는데 괜찮겠어? "


 그렇게 말했으며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그 모습을 본 그는 씻고 오겠다고 말하고 솔이는 그에게 늦은 저녁밥을 주기 위해 음식을 데우기 시작했다.


.

.

.


 시간이 지나 새벽 2시.

 두 사람은 서로 커플 잠옷을 입은 채 1인용 침대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좁디좁은 침대 위에서 떨어지지 않게 서로를 부둥켜안은 두 사람은 마치 이제 막 결혼한 신혼부부마냥 서로 딱 붙어있었으며 남자친구는 얼마나 피곤했는지 솔이의 허리를 한 손으로 감고 다른 한 손은 그녀의 엉덩이를 꽈악ㅡ 잡은 채 잠을 자기 시작했고 솔이는 조금 붉어진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그의 턱에, 목에, 쇄골에 키스한 이후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는...


" 솔... 아... 내 사랑... "


 잠꼬대를 하기 시작했으며 그는 꼬옥ㅡ 껴안고 있는 솔이를 놓기 싫은지 더더욱 껴안으며 뭔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솔이는 사랑하는 남자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으며 그의 체온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는ㅡ


" 미안... 미안해... 미안... 내가... "


 계속해서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는 말을 하며 그녀도 눈을 감았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고...


" ... ... "


 솔이는 또 그를 기다리는 하루를 보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음식을 해놓은 채...

 그녀는 이것만으로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나 자신이나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에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뭔가 부족했다. 뭔가 불안했다.

 왜?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왜인지 몰라도 시간이 지날 때마다 그가 더 보고 싶고, 그에게 어리광 피우고 싶으며 그와 잠자리를 함께하며 침대 위를 뒹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 덜컹...


" ...!! 다녀왔어? "


 하루가 지날수록 그는 더 늦게 왔으며.


" 오늘도 기다리고 있었어...? 피곤할 텐데 먼저 자지 그랬어... "


 자신을 기다리지 말라고 그녀를 토닥여주었다.


" 아니야. 나는 자기 얼굴 봐야 잘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내 몸이 자기가 없으면 불안하다고 막 소리치는걸... 피곤하지? 어서 씻고 나와. 밥 준비해놓을게. "


 이러한 날은 금방 지나가겠지. 지나갈 거야. 이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계속 그를 기다렸다.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그는...


" ... ... "


- 톡. 토톡...


 집에 오지 않을 때가 생기기 시작했으며 그녀는 그가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1시간마다 한 번씩 그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12시에는 [자기야. 일 언제 끝나?]

 1시에는 [자기 많이 바빠?]

 2시에는 [보고 싶어... 빨리와]

 3시에는 [자기야...? 왜 톡을 안 봐... 무슨 일 생겼어?]

 4시 이후부터는 그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으며 전화를 받은 그의 목소리를 듣자 그녀는...


" 왜 전화를 안 받고 그래!? 내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


 그에게 화내며 왜 전화를 안 받냐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 ... ... 미안. "


 이런 날이 계속되고 두 사람의 사이가 조금씩 멀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솔이는 점차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래도 아직 그가 날 사랑하고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그녀는 평소 자신이 자주 입던 가벼운 상의와 하의를 입은 채 그와 함께 자던 침대 위에 누워서 그가 오기를 기다렸고...


- 덜컹...


 그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ㅡ


" 자기...♡ "


 침대 위에 누운 채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침대 위에 있는 자신을 꼬옥ㅡ 껴안아달라고 말하듯 양손을 벌렸다. 하지만...


" 자기야... 미안. 내가 오늘 너무 힘들어서...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힘들어서... 나중에... 나중에 해도 될까? "


 그는 힘들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 ... ... 응... "


 그날 이후 그녀는 점점 그에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와 계속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걸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계속 그녀를 피하는 것처럼 일에 매진했으며 그녀는 남자친구 몰래 그가 다니는 알바 장소를 따라가 보거나 몰래 그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틀 삼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녀의 집착은 너무나도 커지기 시작했고 결국...


" ... ... "


 그녀의 얼굴에서는 차가운 겨울바람보다 더 차갑고 날카로운 분위기가, 그 오오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오오라는 그와 함께했을 때 줄어들고 그와 떨어졌을 때 많이 흘러나왔으며 특히 하교 시간... 솔이의 남자친구가 알바에 가야 한다면서 그녀를 놔두고 혼자 하교했을 때 그 오오라는 더욱 진하게 흘러나왔다.


" 하... "


 그녀의 숨결 하나하나에서 흘러나오는 미칠듯한 한기는 마치 얼어붙은 분노의 화신을 보는 것 같았으며 그 분위기에 주변에 있는 여자애들은 솔이에게 천천히 다가와...


" 솔아... 무슨 일 있어? "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솔이는 천천히 입을 열어 자신의 고민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 고민을 들은 주변 여자들은 제각각 다른 반응을 보였는데, 일부의 여성들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아직 풋풋하네...] 라는 미소를 짓고 있었고, 일부의 다른 여성들은 솔이에게 공감해주며 [나빳네ㅡ 어떻게 밤까지 기다려준 여자친구에게 그렇게 매몰찰 수 있어?] 라고 하거나... [남친 집에는 왜...?] 라는 반응을 보이며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하지만 솔이는...


" 어떻게 하면 좋을까...? "


 진지한 얼굴로, 차가운 목소리로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에 차가움을, 진지함을 깨달은 그녀들은 순간 경직된 표정으로 솔이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 있지. 솔아. 좀 있으면 크리스마스니까 그건 어때? "


 뭔가를 제안하기 시작했다.


.

.

.


 시간이 흐르고 흘러 크리스마스 전날.


" ... ... "


 솔이는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한 얼굴로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고 있는 장소 바로 앞 안전주의 펜스에 서 있었다.

 이런 엄청난 긴장감은 얼마 만에 느껴보는 걸까?

 억지로 큰아버지네 식구들과 친할머니라고 생각되지도 않는 사람과 함께 밥을 먹을 때 무슨 소리를 들을지, 어떤 역겨운 일이 일어날지 두 손에 주먹을 꽉ㅡ 쥐고 긴장한 채 앉아있었을 때?


" ... 잘 생각해보니 그건 역겹고 화나는 일이네. "


 라고 나지막하게 말하는 솔이.

 한숨을 푹ㅡ 쉬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한 그녀는...


" 솔아. "


" 꺗...!!! "


 주변에서 들린 친근하고 친숙한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그 목소리에 덩달아 놀란 그는 당황스럽다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기 시작했고 그녀는 우물쭈물거리며 천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녀를 놀라게 한 사람은 다름 아닌...


" ... 오래 기다렸어? "


 그녀의 남자친구다.


" 으응... 아니야. 나도 방금 왔는걸? "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면서 미소를 짓는 그녀는 사실 50분 전부터 이 자리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의 옷을 계속 만지면서.

 주변의 시선이 부끄럽다는 듯 자신의 몸을 베베 꼬면서.

 ... 그렇다고 눈치 없이 그녀의 남자친구가 정말로 약속 시각에 딱 맞춰 나온 건 아니다.

 오랜만에 단둘이 붙어있는 시간이며 평소 서로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 분위기를 감지한 그는 어떻게든 그녀와 관계회복을 하기 위해 그녀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생각했고 약속 시각이 되기 30분 전에 약속장소에 도착해 기다려야 한다. 중얼거리며 이 자리에 온 거지 결코 그가 솔이 보다 늦었다, 더 빨리 나왔어야 한다. 라고 질타받아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 그래…? 아니이... 뭐... 응.

 ... 어... "


 갑자기 상황이 이렇게 되니 부끄러워 제대로 말하지 못한 그는 솔이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녀의 옷을 자세히 살펴보니 붉은색 목도리에 갈색의 긴 코트를 입고 갈색의 겨울 부츠를 신고 있었으며 아픈 것인지 부끄러운 것인지 모를 새빨간 얼굴에 마스크로 코까지 자신의 얼굴을 가린 그녀는 뭔가 굉장히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 ... ... "


 뭐지? 어디 아픈가? 라는 생각을 들게 함과 동시에 그는...


" 솔아 너 혹시... "


 이상한 생각이 들었기에 얼굴을 붉히며 그녀를 바라보았으나 그녀는 얼굴을 잔뜩 붉히며 그의 팔을 잡고.


" ㅇ,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ㅡㅡ!! "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역 앞의 백화점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 웅성웅성...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니... 솔이를 제외한 수많은 커플이, 가족들이 백화점 안을 돌아다니고 있었으며 개미와도 같은 그 수많은 사람 사이에 서 있는 솔이와 그의 남자친구는 멍하니 그 인파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커플이 된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그전까지 이런 기념일은 자신들에게 그저 쉬는 날과 같은 날이었기에 밖을 돌아다녀 본다. 라거나 백화점은 돌아다닌다던가 영화를 보러, 저녁 먹으러 나갈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두 사람은 이 상황이 그저 어색하다는 듯 수많은 사람을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ㅡ


" ... ... "


" ... ... "


 그런 그들이 공통적이 들은 생각이 있었으니 그건...ㅡ


'' 여기서 도대체 뭘 해야하지 !? ''


 백화점 들어오고 난 이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것이다.


" 읏... ... "


" 으우... ... "


 1분. 2분... 어색한 시간이 지날 때마다 두 사람은 뭔가 제안하려고 했지만 계속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제일 먼저 솔이는 ' 옷이라고 구경할래? ' 라고 생각했다가 고개를 저은 뒤 ' 영화 보러 갈래? ' 라는 말을 하려다가 다시 꿀 먹은 벙어리마냥 얼굴을 붉히며 어버버 거리기 시작했고...

 그녀의 남자친구는 ' 영화 보러 갈래? ' 라는 말을 생각했다 고개를 저었으며, 그다음으로 ' 이쁜 옷이 있던데 그거 구경하러 갈래? ' 라고 생각했다가 꿀 먹은 벙어리마냥 얼굴을 붉히며 어버버 거리기 시작했다.

 누가 보면 풋풋하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겠지만, 두 사람에게 있어선 그 어느 때보다 긴장되는 상황.

 무엇이 올바른 말인지 결정하지 못한 두 사람은 결국ㅡ


"" 저. 저기ㅡ!! ""


 동시에 고개를 돌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그와 그녀와 말이 겹쳤다는 이유로 잘 익은 사과보다 더욱 붉어진 그들은ㅡ


" 저, 저녁부터...!! "


" 배고프다면 우리...!! "


 뭔가 어긋나버렸지만 결국 비슷한 말을 동시에 내뱉었고 그 목소리를 들은 주변 사람들은 어머머ㅡ 거리며 그들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꺄르륵ㅡ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할 말을 하고 1분 정도 서로 말이 없는 걸 깨달았을까.

 살짝 눈을 뜨기 시작한 두 사람은 서로 고개를 돌린 뒤 남자친구는 머리를 끄적이며, 솔이는 자신의 옆머리를 검지손가락으로 괴롭히며...


" 같은... 생각을... "


" ... 한 것 같네... 솔아. "


 부끄러워 죽기 직전의 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그렇게 어색한 상태가 된 두 사람은...


" ... 그럼 우리... 갈까? "


 차마 저녁 먹으러 가자는 말은 다시 못 꺼내겠으니 어딘가 이동하자는 말을 꺼냈으며 그 말을 들은 솔이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

.

.


 시간이 흘러 밤 9시쯤 되는 시간이 되었다.

 처음 솔이와 남자친구가 만나자고 약속한 시각이 오후 5시고 30분 일찍 만나버렸으며 그 뒤 곧바로 백화점으로 향했으니... 백화점에만 대략 4시간 30분 동안 백화점에 있었다.

 백화점에 있는 시간 동안 두 사람은 마치 떨어트릴 수 없는 무언가로 연결되어있다는 듯 딱 붙어 다녔다.

 비록 처음 백화점에 들어갔을 때 시골 소년소녀가 도심 가의 번화가에 온 것처럼 화들짝 놀라 황당해하고 있던 것을 제외하고, 서로의 의견이, 생각이 똑같음에도 부끄러워 제대로 말을 못 하는 것만 제외하면... 두 사람은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른 저녁을 먹어 서로의 긴장을 조금 풀은 뒤, 좋아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 예매를 한다던가.

 영화 예매 이후 그사이에 남는 시간에 영화관 근처에 있는 게임방에 들어가 스티커 사진을 찍으며 하하 호호 웃으며 즐겁게 놀기도 하였고, 영화를 보고 난 뒤 서로 그 감상평을 말하며 카페에 앉아 즐겁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지금...


- 뚜벅. 뚜벅. 뚜벅.


- 또각. 또각. 또각.


 두 사람은 하나의 목도리로 서로의 목을 감은 채 오순도순 길을 걷고 있으니... 이전에 있었던 서로의 불만이나 각종 응어리는 다 풀린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게 행복한 얼굴로 길을 걷던 도중...


- 둥... 두든 뚠둔...


" ...응? "


 저 멀리서 피아노 연주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솔이의 남자친구는 그 피아노 소리를 듣곤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그의 모습에 뭔가 이상함을 느낀 솔이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 왜 그래...? "


 라고 말했으며 그는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이후ㅡ


" 솔아. 우리 잠깐 저쪽으로 갈래? "


 그렇게 말하며 솔이를 바라보았다.

 갑작스럽게 이동하자는 그의 말에 솔이는 아무런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으며 그는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 뒤, 그녀의 손을 잡고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 ~... ...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계속 이동하자 사람들이 어느 한 장소에 원을 만들고 모여 있었다.

 사람들이 만든 원 안에서 피아노 소리는 계속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피아노 소리가 멈추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마치 좋은 연주를 들려준 한 사람에게 고맙다며 박수치는 것 같은 그 소리는 정말로 경쾌했으며 연이어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자 몇몇 사람들은 그대로 자신의 갈 길을 찾아가거나 피아노가 있는 그 중앙에 가서 소소한 돈을 건네주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그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ㅡ


" 솔아.

 내가 저기 앉아서 피아노를 친다면 어떨 것 같아? "


 솔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솔이는 저기서 피아노를 치는 남자친구보다는 피아노를 칠 줄 안다는 그 소리에 더 놀라며 우와아ㅡ 소리를 내며 말했다.


" 피아노 칠 줄 알았구나...ㅡ 대단해 ! "


 그 말을 들은 남자친구는 피식ㅡ 웃음을 지으며 자신이 매고 있던 목도리를 풀고 그녀에게 다시 감아주었으며 잠깐 기다려보라는 듯 그녀의 어깨를 두세 번 쓰다듬은 뒤 자신 있는 얼굴로 앞을 향해 나아갔다.


- 저벅. 저벅. 저벅.


" 저기ㅡ "


 피아노 앞에 앉아 자신이 받았던 돈을 정리하고 있던 한 남자에게 다가간 그는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했고 여태까지 연주를 했던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앉으라는 듯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 모습을 본 그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듯 깍듯이 그에게 고개를 숙였으며 곧바로 자리에 앉은 뒤 피아노 건반을 하나하나 눌러보기 시작했다.


- 딩.. 딩ㅡ...


" ... ... "


 키들이 모두 정상인 걸 확인한 그는 자연스럽게 건반 위에 손을 올리며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 https://youtu.be/btqHrVYO3KI ]


 마치 아름다운 바다가 연상되는 것 같은 클래식한 피아노 연주 소리에 길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시선을 주기 시작했고, 연주가 조금씩 격해질 때마다 주변에 사람들이 하나둘 피아노가 있는 곳에 모여 하나의 원을 만들기 시작했고, 솔이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넋 놓고 있었다.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 그가 저렇게 열중하고 있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다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두근두근거리는 감정이 밀려오기 시작했으며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느긋하게 마지막 건반을 누르는 순간...


- " 와아아아아ㅡㅡ!!! "


 수많은 박수소리와 동시에 환호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그 소리를 들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난 뒤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기 시작했다.

 솔이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여태까지 그가 들려주었던 그 노래를 듣고 멍하니 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뭔가 굉장히... 굉장히 그녀의 일생에 와닿는 것 같은 느낌을, 파란만 한 장 인생을 다독이고 치유하려고 하는 느낌의 음악이었으니까.


" 솔아. "


 솔이에게 다가갔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고, 솔이는 갑작스럽게 다가온 그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 사실 고백할 게 있어. "


 그는 진지한 얼굴로 솔이를 바라보기 시작했고 갑작스러운 그의 진지한 표정에 솔이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우리 연애 시작하고 나서 제대로 된 데이트는 이번이 처음이고... 내가 계속 받은 것만 있지 정작 해준 건 없다고 생각했어.

 ... 그래서 이번 기회에 엄청나게 노력했어.

 너에게 받은 걸 돌려주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생각해서 결국... 응.

 여태까지 너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어. 미안해.

 거기에 대해서 용서해주길 바래. 그리고... "


 그는 굉장히 긴장한 표정으로 자신의 주머니 속에서 작은 반지가 담겨 있을 상자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상자를 천천히 열기 시작했고 그 상자 안에는ㅡ


" ...!? "


 한 쌍의 반지가 있었다.

 다이야? 금? 그런 거창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그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실버 반지와 둘만이 알 수 있는 특별한 문양, 솔방울이 새겨져 있는 반지를 보여주면서 그는ㅡ


" 늦었지만... 이렇게 다가와 줘서 고마워 솔아.

 지금은 이런 은색의 커플링밖에 준비하지 못했지만... 나중에는 더 좋은 거로 선물해줄게. "


 상자 안에서 한 반지를 꺼낸 다음 그녀의 손을 다정하게 잡았다.

 그 반지를 보자, 그가 손을 잡자 솔이의 눈에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그녀가 했던 행동들이 전부 회상되기 시작했기에ㅡ

 자신의 지난날들이 그 의심이. 너무 바보스러웠기 때문에...


" 자... 잠깐만... 갑자기...? "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에 차마 그 반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솔이.

 지난 자신의 과거가 너무나도 부끄러워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그녀는 붉어진 눈시울과 울먹이는 목소리를 내며 고개를 젓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갑작스럽게 멀어진 걸 느끼고 계속 집착했던 자신이.

 바람피우는 거 아니냐는 생각에 그의 뒤를 밟아보았던 지난 자신이.

 일하러 가는 모습을 보았음에도 계속 그에게 문자를 보내며 의심하고 집착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던 자신의 모습이 하나하나 세세하게 떠올랐으니까.

 ... 미워진다. 지난날, 자신이 그에게 했던 일들이 너무나도 밉고 못나게 생각된다.

 그렇기에 솔이는 두 눈에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고, 점차 흐려지는 시야를 다시금 맑게 하려고 두 눈을 감았다 뜨기 시작했고 그녀의 뺨에는 한 쌍의 눈물 줄기가 주르륵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솔아 "


 솔이가 아무리 슬퍼해도 그는 무릎을 꿇은 뒤, 상자에서 꺼낸 반지를 그녀의 왼손 약지에 끼워주기 시작했고ㅡ


" 많이 부족하지만... 앞으로도 나와 함께 해주겠어? "


 다정하고 아름다운 말을 꺼내며 그녀에게 고백을, 프러포즈가 아닌 사랑한다는 고백을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말하였으며 눈물을 글썽이며 그를 바라보는 솔이는 눈물로 가득한 얼굴을 끄덕이며...


" 네... "


 함께하겠다는 말을 꺼냈고, 그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왼손 약지 손가락에 남은 반지 하나를 낀 뒤 서로의 약속을 잊지 말자는 듯 그녀의 손을 깍지끼며ㅡ


" 사랑해. "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된 솔이는... 곧바로 그의 품에 안겨 훌쩍이기 시작했고 그는 넓은 가슴으로 아무 말 없이 그녀를 품어주기 시작했다.

 그 순간... 아무것도 없었던 검은 하늘에는 새하얀 눈이 하나, 하나 떨어지기 시작했고 두 사람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화이트크리스마스 이브] 를 맞이하게 되었다.












[ 후일담♡ ]


- 뚜벅. 뚜벅. 뚜벅.


 성공적으로 고백을 마친 그는 솔이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직 번화가에 있던 그들은 수많은 사람 사이에 있었으며 서로의 손을 놓지 않기 위해 두 손을 꽉ㅡ 잡았으며 달밤에 비친 두 사람의 반지는 반짝반짝 빛나도 있었다.


" 아... 그러고 보니까 솔아. "


" 응...? "


 길을 걷던 도중 뭔가 떠오른 게 있었는지 솔이를 바라보며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 그녀의 남자친구.

 그녀는 눈앞에 핑크빛 불빛을 내며 반짝이는 모텔 간판을 바라보며 그의 말에 답했다. 그리고 그는ㅡ


" 그러고 보니 너 아까 나 만났을 때 엄청나게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는데 왜 그런 거야...? "


 그녀에게 얼굴을 붉힌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 순간 솔이는 얼굴이 홍당무마냥 붉어졌으며ㅡ 멍하니 모텔 간판을 바라보던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 아... 알고 싶어...? "


 고개를 푹ㅡ 숙인 채 그에게 물어보았다.

 갑자기 이상행동을 보이는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린 그는 해맑게 웃으며ㅡ


" 난 솔이의 모든 것을 알고 싶은걸. "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솔이는 그의 손을, 그 옷을 강하게 잡고 눈앞에 보이는 모텔 방으로 들어갔으며 그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스럽다는 듯 얼굴을 붉혔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 잠시 뒤.

 모텔 방에 들어간 그는 멍하니 침대 위에 걸터앉아 솔이를 기다렸다.

 뭔가 준비할 게 있다고 방 안에서 혼자 기다려달라고 그에게 부탁한 솔이... 그는 정말로 모텔방 안에 혼자 기다리게 하겠어? 라고 생각했지만ㅡ

 솔이는 정말 그를 혼자 방에 놔둔 뒤 밖으로 나갔다. 그렇기에 그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뭐지? 뭘 준비하는데 방에서 기다리라고 하는 거지? 혹시 케이크인가? ... 이런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생각을 하며 그는 천장과 핸드폰을 번갈아 보며 잡생각에 빠지기 시작했으며 3분, 5분이라는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잠시 뒤...


- 달칵.


" ...? "


 모텔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그는 그 소리에 곧바로 반응했다.

 핸드폰 시간을 바라보다 들어온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들은 그는ㅡ


" 아... 솔아ㅡ "


 순간 그녀를 만날 때부터 꽁꽁ㅡ 싸매고 있던 코트와 그녀의 가슴골을 지나가는 여성용 크로스백이 눈에 띄었으며 얼굴을 붉히며 우물쭈물하던 솔이는...


" 있지... "


 부끄러우면서 나지막한 소리로 그를 부른 뒤 문을 닫았다.

 그리고ㅡ


- 끼익... 달칵.


 문이 닫히고.


- 스륵...


 그녀는 크로스백을 바닥에 떨어트렸으며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뒤, 한 손은 무엇을 꺼내듯 한 손을 꽈악ㅡ 쥐고 손을 뺐고, 다른 한 손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토끼 귀 머리띠를 꺼내 썼으니까... 그리고 그녀는 꽁꽁 싸맸던 코트를, 몸을 감싸게 도와주었던 단추를 하나하나 풀기 시작했고ㅡ


" ... ...!? "


 머지않아 코트를 감싸던 단추가 완전히 풀리자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야...


" 낑... 낑...?

 아... 이게 아닌가...? "


 남자를 유혹하는 바니걸 복장에 양손을 토끼처럼 흉내 냄과 동시에 다른 한 손에는 분홍색의 포장지로 쌓인 비타민? 포장지를 보았으니까.

 토끼 흉내를 낸다면서 천천히 몸을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하는 솔이.

 그게 남성의 본능을 자극하는 젖가슴이 흔들리는 것을 망각한 채


" 뿅ㅡ... 뿅...  ... 낑낑...? "


 얼굴을 붉히며 토끼 같은? 소리를 내며 계속 몸을 흔들었다.

 순간 그의 머릿속에서 뚜득ㅡ 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그는 곧바로 그녀를 덮칠 수밖에 없었다.


" 꺗♡... "


 그가 갑자기 달려와 그녀를 덮치자 계획대로 되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두 눈을 가늘게 뜨기 시작한 그녀는ㅡ


" 메리... 크리스마스...♡ "


 남자친구의 귓가에 나지막하게 중얼거린 뒤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