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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납치 -2 ]


- ?월 15일. OOO역에서 수인 한 명이 또 실종되었다는 속보가 들어왔습니다.


 경찰은 관련 CCTV를 통해 조사를 시행했으며, 실종 수인은 사람이 살지 않는 흉가에서 발견되었으며 수차례 약물과 성폭력을 당한 모습으로 발견되었습니다.


 검찰은 이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자세한 소식은...


- 뚝...


" 하아... "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보는 한 여성.

 갈색의 긴 곱슬머리에 머리카락에 뾰족한 늑대 귀와 풍성한 꼬리를 가진 여성. 시라애(=시래) 는 세상 모든 것이 걱정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계속해서 자신의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다.


- 톡. 톡톡.


 카X오튝이라는 SNS어플을 킨 뒤 아무것도 채팅이 올라오지 않은 채팅창의 스크롤을 천천히 내리며 가만히 살펴보고 있었다.


" ... ... "


 멍하니 핸드폰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받으며 천천히 스크롤을 내리던 그녀는 한 채팅창에 들어가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 " 야. 정말 괜찮아? "


" ... ... "


 이 단어를 적은 그녀는...


- 톡.


- " 야. 정말 괜찮아? "   1


 채팅창에 [전송] 이라는 것을 눌렀으며 그녀가 쓴 말은 채팅창에 올라갔다.

 그 채팅창을 잠시 바라본 그녀는 무언가 생각이 난 것인지 아니면 무의식에 한 행동인지 모르겠지만...그동안 누군가에게 걸었던 채팅창을 천천히 올린 뒤 그 채팅내역들을 하나하나 보기 시작했다.


 ?월 5일.


- " 아벨리 집에 잘 도착했어? "   1


- ?월 6일.


- " 야 술병이라도 오늘이라면 깨어 있을 거 아니야. 답 좀 해. "   1


- ?월 7일.


- " ? ... 너 어디 아픈 거 아냐? 괜찮아? 내가 찾아갈까? "   1


- " 야 답장 좀 해. 씹냐? "   1


- " 야. "   1


- [ 보이스톡 해요 ]   1


- ?월 8일.


- " 아벨리. 너 어디 갔어. 왜 집에도 없는데. "   1


- " 아 쫌 읽어 !!! "   1


- " 너 뭐 하는데??? "   1


" ... ... "


 채팅 내용을 본 시래는 한숨을 쉬며 핸드폰을 끈 뒤, 자신의 뒷주머니에 넣었다.


" 하... 진짜 어디로 간 거야... 아벨리는ㅡ "


 나지막하게 혼자 중얼거리던 시래는 아벨리. 라는 이름을 중얼거렸다.

 아벨리.

 이전, 시래와 함께 저녁의 술자리를 먹던 고양이 수인이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본 그녀의 모습은...

 흰색으로 분홍색으로 점점 그라데이션이 생겨나는 머리카락에 로우 트윈테일로 머리를 묶어 약간 성숙한 것 같으면서도 어리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으며 여름철 바닷가에서 입고 돌아다닐 것 같은 비키니와 같이 소매가 하나도 없는 와이셔츠 비스무리한 옷을 입고 나머지 살 부분을 가리기 위해 약간 두툼한 점퍼를 입고 있었으며 하의는 여성의 섹시미를, 남성을 성적으로 도발할 수 있는 옆트임이 있는 핫팬츠를 입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렇기에... 남자를 대놓고 유혹하는 도발적인 옷을 입은 그녀가 걱정돼서 집까지 데려다준다고 말했는데...


" 하아... 그 바보 고양이 진짜ㅡ... 몇 일째 사람 속을 썩이는 거야... "


 한숨을 쉬며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두 눈을 감은 채 아벨리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을 잃기 싫었기에 그녀는 꼭 그녀를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 ... ... "


 시래는 생각했다.

 가장 먼저... 아벨리는 어디로 간 것일까?

 평소 SNS를 즐겨하던 아벨리가 요 며칠간 SNS를 하지 않고 자신의 톡에 대한 답장도 하지 않는 것을 보아 그녀는 납치당했을 것이다. 라는 것이 그녀의 가설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그녀가 이렇게 오랫동안 답장이나 SNS 활동을 하지 않을 리 없었기에 그녀는 이 가설에 대해 확신했다.

 그럼 여태 그녀를 찾기 위해서 어떤 도움을 취했는가?

 아벨리가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은 날. 시래는 곧바로 경찰을 찾아가 실종신고를 했다. 그리고 시래는 개인적으로 움직여 이전에 갔었던 술집에 CCTV 영상을 확보했으며, 가게부터 역 앞까지 가는 길을 천천히 걸어감과 동시에 주변을 둘러보며 그녀는 CCTV가 어디에 자리 잡고 있는지 확인하기 시작했고 역 앞까지 도착한 그녀는 돈까지 지불하고 개찰구 안을 넘어 역사 안을 조사했다.

 ...하지만 별다른 수확은 없었다.

 역 내의 CCTV도 함부로 볼 수 없으니 그녀는 하루가 지날 때마다 자신의 친구를 찾아달라며 계속 경찰들을 재촉했다. 하지만...

 

" ... ... "


 시간이 지난 지금도 경찰 측에서 연락을 받지 못하니 그녀는 하루하루 걱정하는 나날에 빠질 수밖에 없었고 더불어 그녀의 집까지 찾아갔다.

 ... 뭐 그래도 그녀는 나오지 않았지만.


" 이 똥고양이... 진짜 나중에 만나면 꼭 혼내줄 거야... 씨이... "


 나중에... 그녀를 찾는다면 그녀를 꼭 혼내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그녀는 잠에 들기 위해 온몸에 힘을 쭉ㅡ 빼기 시작했다.

 ... 하지만 힘을 뺀다 해도 그녀가 걱정된다는 감정은 숨길 수 없었으니... 시래는 풀이 죽었다는 듯 자신의 두 귀를 축ㅡ 늘어트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 붕... 부우웅ㅡ 부우우우우웅ㅡ


" ... ... "


- 붕. 부우웅ㅡ 부우우우우웅ㅡ


" ... 누구야... "


 힘을 빼고 자려고 하는 순간 그녀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단순한 스팸 문자인 줄 알고 무시하고 잘려고 했더니 누군가 전화를 걸었다는 듯 긴ㅡ 진동을 느낀 그녀는 손을 뒤로 뻗어 자신의 핸드폰을 만지기 시작했고 살짝 고개를 돌려 한쪽 문으로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스팸 문자가 아니면 스팸 전화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에 그녀는 대충 통화 끄기를 누르려고 했으나ㅡ


" ... ... ?! "


 핸드폰에 걸려온 전화는 스팸과는 거리가 먼 전화번호였다.

 누구지? 누가 이 시간에 전화를 걸지? 라는 생각에 멍해진 그녀는 혹시 아벨리가 핸드폰을 잃어버려 도움을 청하기 위해 걸은 전화일까? 아니면 경찰의 전화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 시작한 그녀는 자세를 바꿔 침대 위에서 아빠 다리를 한 채로 앉았고.


- 툭...


" ㅇ, 여보세여? "


 전화를 받은 다음 녹음기를 켜며 스피커폰으로 변경한 뒤 말했다.


- " 아. 안녕하십니까.

 OO지방경찰청 수사과 통합 1팀의 OOO입니다.

 [여성수인 연쇄 실종사건] 과 관련돼서 전화드렸습니다만 시간 가능하십니까? "


" ㄴ, 네...? "


 그녀에게 전화 온 곳은 지방경찰청이었다.

 이 사실만으로도 놀라운데 [여성수인 연쇄 실종사건] 에 대해 질문을 한다 하니... 그녀는 더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뭔가 이제야... 자신의 친구를, 아벨리를 적극적으로 찾아줄 사람을 찾은 것 같기에 그녀는...


" 네 ! 도와드릴게요 ! "


 힘차게 말했다.


- " 좋습니다.

 가능하면 전화 상이 아니라 대면으로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


" 네네... !!

 어디로 가면 될까요? "


- " 역 근처에 있는 커피집에서 만나시죠.

 시간은... 그렇네요. 지금이 오후 5시를 향해 달리고 있으니 오후 7시는 어떠신가요. "


"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


 그렇게 말하며 시래는 전화가 끊길 때까지 기다렸다.

 먼저 끊으면 예의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에 잠시 기다린 그녀는 뚝ㅡ 하는 소리를 듣자 핸드폰을 침대 위에 내려놓곤...


" 후... "


 한숨을 쉰 뒤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 4시 55분... "


 그 시간을 본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갑작스럽게 잡힌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화장실로 걸어 들어갔다.


.

.

.


 시간이 지나... 시래는 전화상으로 약속 잡은 장소에 도착했다.

 자신의 신분을 알린 사람이니까 크게 걱정하지 않고 그냥 만나자고 판단한 것이다. 거기에서...


"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전 방금 전화상으로 말씀드린 수사과 1팀 팀장... 그리고 옆에는ㅡ "


" 형사과 강력1팀 팀장입니다.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


" 형사과 마약 팀 팀장입니다. "


 거대한 체구를 가진 세 명의 남성과 만날 수 있었다.

 세 남자 다 사복 차림을 입고 있었으며 손에는 경찰 공무원증을 들고 말한 뒤, 자신의 지갑 안에 넣었다. 그리고...


"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겠습니다.

 최근, 이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성수인 연쇄 실종사건] 에 대해 아시는 것이 있습니까? "


 시간이 없다는 듯 험악한 인상을 지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시래는 무서워서 제대로 말을 하지 못 할 뻔했으나 그래도 이 사람들 자신을 도우러 온 사람들이라 생각하기에...


" 제 친구가... 고양이 수인 친구가 실종 됐어요.

 그래서 그 친구를 찾으려고... ... "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전부 말했다. 선술집 CCTV부터 시작해 길목과 역 내의 CCTV까지...

 그 말을 들은 강력반 형사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더니...


" 어. 지금 내가 말하는 장소에 CCTV 영상 전부 확보해놔.

 키츠네 선술집이라는 곳을 중심으로 인근에 있는 역까지.

 혹시 모르니까 역 중심으로 반경 5km 정도의 CCTV도 확보하고.

 어. 어어. 그래. "


 곧바로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다.

 이외에 나머지 두사람은ㅡ


" 선술집이라... 거기도 수인이 운영하는 가게죠?

 정식으로 보고드려서 특별감시구역으로 해야겠군요. "


" 혹시 실종자가 전화나 문자 등 단 한 번도 안 했습니까? "


" 네... "


 시래에게 들은 정보를 토대로 나름의 추리를 하기 시작했고 시래는 그저 세 사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중 수사팀에 있다고 소개한 남자가 시래의 시선을 느꼈는지...


" 아... 죄송합니다.

 저희가 너무 오래 붙잡았죠?

 소중한 제보 너무 감사드립니다.

 제보하신 내용으로 곧바로 수사에 들어갈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 주세요. "


 그렇게 말하며 이제 돌아가도 된다. 라는 말을 돌려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 말을 듣자 시래는 천천히 일어나더니 고개를 꾸벅ㅡ 숙이며.


" 감사합니다... 그럼 먼저 가볼게요. "


 이 말을 하고 돌아가려는 찰나...


" 제보자님. "


 강력반 형사가 그녀를 불러세우기 시작했다.


" 넷...? "


 그녀는 경직된 몸으로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았고, 그는...


" 제보자님도 조심하세요.

 당신도 늑대의 피를 받은 늑대 수인이니. 언제든 납치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늑대 수인이나 그 습성과 관습을 비꼬는 것도, 모욕하는 것도 아니지만... 뭐가 보였다 한들 미친 듯이 따라가지 마세요.

 그것이 아무리 힘이 있다고 한들 절대 따라가지 마세요. "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시래는...


" ... ... 네. "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고 서둘러 카페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

.

.


- 저벅. 저벅.


" 우아... "


 경찰들과 이야기 이후...

 그녀는 몽롱ㅡ 한 표정으로 길을 걷고 있었다.

 자신이 정말 드라마에서나 봤던 형사들을 실제로 봤기 때문일까?

 왜인지 모를 괴리감이 엄청 크다고 느껴졌다.


" 역시 드라마랑 현실이랑은 다르구나... "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 걸어가던 시래는...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ㅡ


" 읏... 조금 춥네... "


 춥다고 말한 뒤 자신의 가디건을 제대로 입었는지 옷을 다시금 정리한 그녀는 팔짱을 낌으로써 손에 추위를 줄이려고 했다. 그러면서 팔짱 낀 팔뚝으로 자신의 밑가슴을 들어 올리며 어깨에 부담을 줄임과 동시에 겨드랑이 사이에 나온, 밑가슴에서 나온 열로 자신의 손을 따뜻하게 하려고 했다. 그 순간ㅡ


- 살랑...


" ...? "


 그녀는 믿을 수 없는 것을 보았다.

 역 바로 옆에 있는 골목길로 들어가는 새하얀 꼬리를 가진 고양이 수인이, 시래가 마지막으로 본 친구의 옷차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그 펑퍼짐한 자켓을 입고 골목길 안으로 들어간 것을 보았기 때문에 그녀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시래의 머릿속에는 저런 모습을 한 수인은 단 한 명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저것은 아벨리다. 분명 자신의 친구임이 분명하다. 라고 하지만 그녀는 확신하지 않았다.

 세상에는 새하얀 꼬리를 가진 고양이 수인은 많고.

 세상에는 아벨리가 입었던 그 자켓과 똑같은 것이 있을 수 있기에.

 그녀는 확신하지 않았다.

 그래도ㅡ


" 아벨리...!!! "


 그녀는 뛰어갔다.

 그 고양이 꼬리를 가진 수인이 들어갔던 골목길 안으로 무작정 뛰어갔다.

 저 골목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 채 그냥 뛰어갔다.

 조금 전, 형사가 말한 것은 까맣게 잃어버린 채...


- 탁탁탁탁탁ㅡ


 무작정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골목길 안으로 들어간 시래는 황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누구인지는 모르니까 자신의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한 걸까. 늑대의 본성까지 드러내며 미친 듯이 주변을 둘러보던 그녀는... 저 깊은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가는 새하얀 꼬리를 육안으로 확인했으며 그녀는 그 꼬리가 들어간 곳을 향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 탁탁탁탁탁ㅡ


- 탁탁탁탁탁ㅡ


- 탁탁탁탁탁ㅡ


 뛰어도 뛰어도 뛰어도 뛰어도.

 그녀가 본 것은 친구의 자켓처럼 보이는 것과 새하얀 꼬리뿐...

 허나 골목길로 달리고 달리다 보면 언젠가 끝은 존재하는 법.


" ㅡ...!!! "


 막다른 길에 들어선 시래는 멍하니 높디높은 벽과 짙은 어둠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막다른 길 안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왜? 어째서 높은 벽만 있고 아무도 없는 거야? 새하얀 고양이 수인은? 아벨리의 자켓을 입은 여자는? ... 이런 생각을 하면서 주변은 두리번거리기 시작한 시래는 이제야 뭔갈 깨달았다는 듯 멍하니 밤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 생각해보니까 이상해...

 그 수인은 [걷고] 있었고 나는 [뛰고] 있었잖아... 속도상으로는 무조건 내가 우위야... 하지만 계속 똑같은 것을 봤단 것은 분명ㅡ "


 유도.

 그녀의 머릿속에서 떠오른 이 한 단어는 그녀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며 전신에 소름을 돋게 했다.

 여태까지 시래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수인에게 [따라와] 라고 말한 것을 아벨리라고 믿고 미친 듯이 움직인 것이다.


" ... ... ... "


 경찰의 충고가 옳았어.

 제아무리 늑대의 피가 있다고 해도 [동료애] 를 버릴 수는 없었으니까. [친구] 를 버릴 수 없었으니까. 이렇게 온 거야...

 이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을 나무라기 시작하는 시래는 일단 다시 돌아가기 뒤를 돌아 발걸음을 돌리려고 하는 순간...


- 뚜벅. 뚜벅. 뚜벅.


" ...!!!! "


 누군가 여기로 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곧바로 늑대의 경계태세를 갖추는지 두 눈이 날카롭게 빛나기 시작하는 시래는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고 천천히 빛이 있는 쪽으로, 막다른 길의 출구 쪽으로 걸어갔을 때... 그녀는ㅡ


- 뚜벅...


" 아? ... ... "


 그토록 찾던 사람과.


" 아벨리...? "


" ... ... "


 다시 만나게 되었다.


" 잘 지냈어? 시래. "


 너무나도 태평하게 인사하는 아벨리.

 그런 그녀가 너무나도 미웠던 시래는... 여태까지 참아왔던 말들을, 궁금했던 말들을 하나하나 내뱉기 시작했다.


" ㅇ... 야.

 너 이때까지 어디 갔었어...! "


" 아하하... 미안미안.

 술 먹고 미친 듯이 자기만 했나 봐... 눈 떠보니까... 응. 여기네? "


" 말도 안 돼... 네가 그렇게 잤다고? 몇 주 동안???

 거짓말을 할 거면 제대로 해...! 그리고 너 핸드폰은? 핸드폰은 어떻게 했는데?! "


" 아... 아하하... 핸드폰... 핸드폰... ... 그건... "


 핸드폰이라는 단어를 내뱉자 시래의 두 눈을 바라보지 못하기 시작했고 갑작스럽게 오른손으로 자신의 왼쪽 팔뚝을 잡고 강하게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차마 말할 수 없는 일이 있는 것이라 직감한 시래는 다시 입을 열어 그녀에게 말을 하려는 순간...


" 고장 났어.

 눈 떠보니까 누가 밟고 지나갔는지 액정 자체가 나갔더라.

 그래서 그냥 버렸어.

 조금 오래된 핸드폰이기도 하고ㅡ 내친김에 돌아가면 바꿀까~ 하면서. "


 또다시 태평하게 거짓말을 하는 아벨리. 하지만 뭔가 분위기가 바뀌였다는 것을 실감했다.

 아벨리의 손이. 그녀의 오른손이. 조금씩 떨기 시작한 것이다.


" ... ... ... "


 마치 수전증에 걸린 사람처럼 미세하게 손을 떨기 시작하는 그녀는 곧이어 그 떨림이 전신까지 퍼지기 시작했고 시래는 그런 그녀를 이상하게 보기 시작했다.


" ㄴ, 너... 혹시 아파? "


 하지만 시래는... 아벨리가 어디 아프기에 저러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 으... 응? 아. 아아... 아... 어...

 사실 감기에 조금 걸렸... ...네? 헤헤... "


 아벨리는 점점 창백해져 가는 얼굴로 시래에게 한 걸음, 두 걸음 다가오기 시작했다.


" 저기 시래...

 미안하지만 나 한 번만 안아주면 안 돼?

 나... 사실은 너무 추워서 말이야... 한 번만... "


 그렇게 말하며 양손을 벌린 채 시래에게 다가가기 시작한 아벨리.

 시래는 친구가 부탁하는데 거절하기도 뭐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 알았... 어. "


 양 팔을 벌린 채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ㅡ


- 포옥...


 두 사람은 서로 껴안았으며.


" 아아... 시래... 정말 따뜻하다...

 정말 엄마 같아... "


 서로의 체온을 나누기 시작했다.


" ... ...?

 야... 너 뭐 이렇게 식은 땀이... ... "


 그 순간... 시래는 아벨리의 전신에는 불쾌할 정도로 찐득한 식은땀이 났다는 것이 당황했으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려고 말을 걸었으나 돌아오는 것은 아벨리의 강한 껴안음 뿐이었다. 그리고ㅡ


" 정말... 정말 엄마 같아...

 날... 이렇게 걱정하고 찾아주고...

 정말 아낌없이 주는 엄마랑 다를 게 없어... "


 갑자기 묘한 말을 하기 시작하는 아벨리와...


" ㅇ. 야...!

 무슨 미친 말을 하는 거야?!

 잠... 아파 ! 아프다고 !! "


 고통을 호소하는 시래.

 무언가 이상하다. 굉장히 잘못되었다. 어서 탈출해야 한다. 라고 생각한 시래였지만ㅡ


" 정말 너와 친구가 돼서 다행이야...

 날 구해주러 와서... 정말 다행이야. "


 행동은 아벨리 쪽이 더 발랐다.


- 푸욱...!!!


" 으긋...!? "


 뒷목. 척추에서는 살짝 빗겨나간 그 살덩이 쪽에 기다랗고 뾰족한 주삿바늘이 그녀의 목에 침투하기 시작했고 이상한 액체가 시래의 목 안에 들어오는 것 같은 감각을 느끼기 시작했다.

 액체가 몸 안에서 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자 온몸에 힘이 쭉ㅡ 빠지기 시작하는 시래는 점차 눈앞이 흐릿하며 무거워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 고마워 시래... 네 덕분에... 난 오늘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 "


 그렇게 말하며 상냥하게 시래를 바닥에 앉히기 시작한 아벨리는...


" 주인님~ 주~인~님~♡

 저. 저 해냈어요 !

 주인님이 시키신 대로 친구를 배신하고 재워버렸어요 !!

 그러니까... 하읏♡ 그러니까아... 어서 저에게... [상] 을...♡

 [포상] 을 주세요오...♡ "


 시래가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숨어있던 한 남성에게 다가가 그의 다리에 자신의 꼬리를 감은 뒤 미친 듯이 흔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남성은 아벨리에게 [새하얀 가루와 주사기] 를 건네주었고 아벨리는 그것들을 보고 받자마자 무릎을 꿇고 바보 같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이... 이게 무... 슨... ... "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상황.

 시래는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려고 최대한의 집중력을 냈지만... 이미 그녀의 몸은 전기선이 뽑혀버린 컴퓨터 본체와도 같은 몸이 되었고 서서히 두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시래의 움직임이 둔해지자 아벨리가 [주인님] 이라고 칭한 남자가 다가오기 그녀에게 시작했고 그는 시래에게 검은 손을 뻗기 시작했다.


* * * * *


- 푹. 푹. 푹...


" 앙♡... 하읏♡... "


 가녀린 여자의 신음소리와 무언가 푹푹 찌르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만 들어도 살벌하고 아찔한 소리... 잠결에 그 소리를 들은 시래는 점점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으며 그녀가 아직 초점이 맞지 않은 적갈색의 눈을 천천히 떴을 때는...


" ... ...!? "


 믿을 수 없는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자신의 옷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며 바닥에 대충 버려둔 채 알몸으로 어느 구석진 자리에 앉아서 아무것도 없는 주사기 하나만 들고 새파랗게 멍이 든 자신의 왼손을 계속. 계속. 계속 찌르고 있었던 것.

 마치 미쳐버린 사람마냥 자신의 팔을 주사기로 계속 쑤시고 있음에도 기분 좋다는 듯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으며 그녀가 깔고 앉은 자리는 여성의 페로몬이 진하게 퍼져나오는 액체가 웅덩이진 상태였다.

 즉... 시래가 기절해 있을 때 수차례 저러고 있었다는 뜻... ...

 친구의 망가진 모습에 조금씩 이성을 잃어버릴 것 같은 시래는 두 눈을 꼬옥 감고 자신의 귀를 최대한 젖혀 그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했으나...


" 하으윽♡ 후아아아♡♡ "


 이제야 살겠다는 듯 계속 멍청한 소리를 내는 아벨리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걷다가 한 두 걸음 걷더니 비틀거리기 시작했고 그 자리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쿵ㅡ 하는 소리가 난 이후 아벨리는...


" 아하... 아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


 미친 여자마냥 웃기 시작했고 시래는 그런 아벨리에게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으며 그녀를 이렇게 만든 주인님이라 불리는 남자에게... 형용할 수 없는 분노를 느끼는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기 시작했다. 그 순간ㅡ


- 끼이익...


" 호오... 일어났네?

 멍청한 고양이년이 수면제를 하도 많이 쑤셔 박아서 죽어버린 줄 알았는데 다행이야.

 어떻게 잡은 거유 늑대인데... "


 킥킥 웃으며 시래에게 다가오는 한 남성의 목소리.

 이 목소리... 들은 적이 있다. 분명ㅡ


- 까득...


 아벨리가 스스로 [주인님] 이라고 호칭한 남자의 목소리.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시래는 이를 꽈악ㅡ 깨물고 손을 움직이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ㅡ


- 절그덕...!!


" 읏...!! "


 손을 움직이려고 한순간 자신의 양팔이 등 뒤에 묶여있다는 것을 깨달은 시래.

 왜 여태까지 팔이 묶인 것을 알지 못했을까...?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한 감각.

 그 감각은 곧바로 시래의 몸 상태를 알려주기 시작했다.

 지금 시래의 몸 상태는 양팔과 다리가 묶여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일 뿐 더러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기에 일어나지도 못했다.

 그 모습을 본 남자는 낄낄거리며 그녀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 이제야 깨달은 거야?

 멍청한 것인지 아니면 이제야 잠에서 깨어난 건지... 큭큭.

 뭐ㅡ 이제야 네 주제를 깨달았으면 됐어. "


 그렇게 말하며 다가가기 시작한 그는 이를 꽉ㅡ 깨물고 자신을 노려보는 시래를 바라보다 쭈그려 앉은 이후 그녀의 눈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지금 몸 상태를 품평하듯 위아래로 천천히 훑어본 이후...


" 좋은 몸이구나.

 눈 또한 마음에 들어... 큭큭ㅡ 저 고양이보다 확실히 젖가슴도 크고 아름다운 몸이야ㅡ "


 한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천천히 만지기 시작했고, 턱선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며 그녀의 목을, 그 밑에 있는 쇄골을 만지다 좀 더 아래로 내려가려는 순간ㅡ


" 만... 지지마... 변태 새끼야... "


 부끄러워도 살의가 담긴 목소리로 그를 노려보기 시작한 시래.

 그런 그녀의 목소리와 모습에 순간 움찔했던 그녀였지만...


" 하. 하하하... 하하하하 !!

 이래야 늑대 수인이지 !

 강할 때는 한없이 강한 모습... 그게 늑대의 본모습이지 ! "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튕기기 시작하는 남자.

 그 소리에 바닥에 쓰러져서 미친 듯이 웃고있던 아벨리가 고양이처럼 네발로 걸어 그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ㅡ


" 냐앙...♡ "


 그의 왼쪽 다리를 양팔로 꼬옥 껴안은 뒤 그의 허벅지에 자신의 얼굴을 비비기 시작했다.

 마치 정말 고양이라도 된 것 마냥 계속해서 얼굴을 비비던 그녀는 고양이처럼 냥ㅡ 하고 울기 시작했다.

 시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두 사람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그는 웃으면서 아벨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왜 그런가?

 뭔가 기분이 나쁘기라도 하나? "


 그렇게 말하며 시래를 바라보는 남자는 능글거리는 웃음을 흘렸다.

 시래는 아무 말도 없이 그 남자를 바라보며 친구의 추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언제나 당당했던 자신의 친구가 며칠 안 보인 사이 추잡한 암캐마냥 자신의 눈앞에서 구애 행동을 하고 있었으니까.

 정말 인간의 모습이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는... 그저 순수한 [동물] 이 돼버린 것 같은 모습에, 정말 순수한 암캐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까.


" ... ... "


 그렇기에 시래는 생각했다.

 왜 아벨리는 저렇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그녀의 정신을 되찾게 만든 뒤 이 장소에서 도망칠 수 있을까. 라고.

 하지만ㅡ


" 여기 온 애들은 전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도망쳐야겠다고. 어떻게든ㅡ

 하지만... 그 끝은 언제나... "


" 냐앙♡... "


 남자는 아벨리를 보곤 천천히 쓰다듬으면서 말한 뒤 미소를 지으며 시래를 바라보았다.


" 다 이 고양이처럼... 모두 앙앙거리며 쾌락을 탐하는 존재가 되었지.

 왜? 지금은 나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가 되었거든.

 정확히는... 이 녀석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존재거든. "


 남자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새하얀 가루가 담긴 비닐봉지를 꺼내 시래에게 보여주기 시작했고 아벨리는 그 가루를 보자 두 눈을 크게 뜨면서 꼬리를 꼿꼿하게 세우며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기절하기 직전... 그녀가 봤던 그녀의 마지막 모습과 아주 같은 모습.

 그 모습을 본 시래는 형용할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아벨리의 행동을 보았을 때 생각되는 것은... 다름 아닌 마약.

 이전까지 아무 문제 없고 자기주장이 강했던 여성이 갑작스럽게 무언가에 강하게 의지하고 그것을 보기만 해도 황홀해 하고 있으며 만약 그것이 없다면 공황장애가 올 정도로 불안에 떨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시래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 쓰레기 새끼... 마약만 믿고 여자에게 손대는 최악의 저질이야... "


 그에게 독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이렇게 말하면 화가 난 그의 주먹이나 발길질이나... 뭔가가 온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녀는 독설을 내뱉었다. 하지만... 예상외의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 시래.

 내 주인님에게 무슨 말버릇이야. 당장 사과해. "


" ...어? "


 아벨리가 그를 커버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어째서? 왜? 라는 생각이 시래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아벨리는 그의 다리를 좀 더 강하게 껴안은 채 시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는 이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 웃기 시작했고 그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시래를 바라보며 말했다.


" 크흐흐흐... 좋아.

 거기 늑대 씨. 이름이 시래 라고 했나?

 나랑 내기하나 하지.

 네가 이기면 이 고양이 년이랑 함께 여기서 나가는 것.

 네가 진다면 이 고양이 년이랑 함께 여기서 평생 산다는 조건으로. 어때? "


 그렇게 말하며 시래를 빤히 바라본 그는 내기의 내용도 말해주지도 않은 채 말을 꺼냈다.

 아직은 이성적인 판단이 남아있던 그녀이기에 내기의 내용을 듣기 전까지는 거절하려고 했으나.


" ... ... 알았어. "


 지금 그녀가 거절한다 한들...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었다.

 그야 그녀는 팔과 다리가 묶여있는 상태로 아무것도 못 하고 있었으니까... 어쩔 수 없이 그의 내기에 승낙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 하하하하하하 !!!

 마음에 들어 !!! 좋아. 내기 내용을 말해주지.

 지금부터 6시간 동안 네가 한 번이라도 성적으로 절정하면 내가 승리. 그 반대일 경우 너의 승리.

 다만 나는 너에게 손을 대지 않을 거다. 네가 원한다고 말하기 전까지 말이야. "


 그렇게 말하며 너무나도 쉬운 조건...? 조건을 내 거는 남자.

 시래는 그 조건을 듣더니 너무나도 어리석고 이상한 내용이라며 그를 비웃듯 피식ㅡ 웃었다. 그리고...


" 간단하네. 좋아. "


 곧바로 내기를 승낙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만지지 못한다면 성적으로 절정할 일이 없다고 판단했기에 자신만만하게 그 내기를 승낙한 것이다. 하지만...


" 잠깐... 주인님...? 방금 무슨... "


 아벨리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멍ㅡ 한 얼굴로 남자를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남자는 두 번 말하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 스타일인지라 표정을 구기며 아벨리를 바라보았고.


" ... ... 저 늑대가 이기면 너랑 저 늑대는 해방이다.

 예전에 네가 그렇게 하고 싶어 하던 탈출을 저 늑대랑 같이 하게 해주지.

 [친구] 끼리 사이좋게 빠져나가는 거라 좋겠군. "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아벨리의 두 눈이, 동공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순수한 그 표정은 마치 놀이공원에서 잘 놀고 있는 어린아이가 이제야 막 회전목마에 타려고 준비하는데 갑작스럽기 집에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말을 들었을 때 나오는 표정과 같은 것이겠지.

 지금 그녀의 상황도 그러했다.

 비록 약 때문이라곤 하지만 수백 시간 동안 실종되어 있으면서 여태까지 주삿바늘과 약물이, 그리고 남자에게서 얻는 성적 쾌락이 그녀에게 있어서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행복감을, 만족감을 주고 있었고 그녀 자신이 한 마리의 암컷이라고 인지할 정도였으니까 그런 표정이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그런데... 이렇게 잔뜩 암컷임을 깨닫게 해놓고선 갑작스럽게 내기의 승패로 본래의 세상에 돌아간다... 라고 했을 때 받아들이는 자가 몇 명이나 있겠는가.

 없다.

 세상에서 뭔가를 하지 않는 한 그렇게 쉽게 바뀌는 사람은 없다.

 약물을 통해 바꾼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 금단현상 때문에 바뀌기 어렵다.

 그렇기에 그녀는ㅡ


" 왜... 왜요? 주인님은 내가 싫어진 거예요?

 그동안 얼마나 기뻐 드리게 했는데... 지금도 말씀만 하시면 기뻐 드리게 할 수 있는데 절 버리려고 하시는 거예요...? 싫어요. 싫어요...!

 전 이제 주인님이 없으면 안 돼요. 주인님이 아니면 안 돼요...!

 버리지 마세요... 네? 주인님ㅡ !! "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하지만ㅡ


" 내가 예전에 너에게 말했을 거다. 나는 세상에 있는 모든 수인을 가지고 싶다고.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전부 이 손에 쟁취할 것이라고.

 그 목적을 위해서라면 난 무엇이든 할 것이다. 이미 내 것으로 만든 년이라도, 날 즐겁게 해주는 오나홀 암캐라도 과감히 버릴 생각이 있단 것이다.

 어짜피 대용할 녀석은 많으니까.

 애초에 내가 이기게 된다면 그런 걱정도 없지 않나? 자신이 없는가 봐? "


 남자의 확고한 말과 조롱에 다시금 멍ㅡ 해진 얼굴이 된 아벨리.

 무기력함이 미친 듯이 느껴지기 시작한 그녀는 점점 위축되기 시작했고 꼬리가 바닥에 추욱ㅡ 쳐지며 몸을 동그랗게 말기 시작했다.


" 싫어... 나 주인님이랑 떨어지기 싫어... 여기 있는 게 좋아... 밖으로 나가는 거 무서워...

 그냥 여기에 틀어박혀서 녹아내리고 있는 게 좋아... 내보내지 마... 떨어트리려 하지 마... 싫어. 싫어. 싫어... ... "


 그리고 마치 금단현상이 온 사람처럼 몸을 부르르 떨며 마주하기 싫은 현실에 부정하기 시작했다.

 시래는 그런 그녀가 안타깝다는 듯 바라보기 시작했고 남자는 자신의 손목시계를 보더니...


" 나에게 모든 것을 바치고 시키는 대로 하는 착한 고양이가 되려면, 내 옆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네가 잘 알 거라 생각한다.

 그럼... 지금부터 6시간이군. "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손목시계를 바라보기 시작한 그는 시래에게서, 아벨리에게서 몇 걸음 물러나 간이 의자를 펼친 뒤 그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그 순간ㅡ


" ... ... "


" ... ... "


 두 수인은 순간적으로 서로의 눈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한 명은 어서 여기서 나가자고, 저 남자를 쓰러트리고 경찰에 신고하자고 말하듯 날카로운 눈으로.

 다른 한 명은 여기서 살고 싶은데 왜 여기에 와서 날 방해하냐고 말하듯 날카로운 눈으로.

 서로 같은 날카로운 눈을 하고 있지만 생각하는 것이 달랐다.


" 아벨리ㅡ "


 눈앞에 아벨리를 바라보며 같은 생각을 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 시래는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시래의 입에서 그녀의 이름이 들리자마자 더욱더 불안에 떠는 모습을 보이는 아벨리.

 그 모습을 본 시래는 깨달았다.

 아무리 서로 친한 친구라도.

 오랜 시간을 함께한 친구라고 해도.

 그들의 생각은 100% 같을 수 없다고.


" ... 아벨리? "


 그렇기에 시래는 다시 한번 그녀를 불러보았다.

 하지만 아벨리는...


" 시래야... "


 자리에서 일어난 뒤 꼬리를 아래로 곧게 내린 채 그녀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 있지...? 난 지금 매우 행복해.

 그 어떤 것보다 행복해.

 너무나도 행복해서 더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


 그리고 불길한 말을 꺼내며 그녀에게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했고, 시래는 조금씩 흔들리는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 잠, 잠깐... 정신 차려 아벨리...!

 너 지금 저 남자에게 속고 있는거야 !

 마약 때문에 속고 있는거라고 ! 정신차려 !!! "


 무언가 위험한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에 진심을 담아서 말하기 시작하는 시래.

 하지만 그 목소리는 아벨리에게 닿지 않았다. 아니... 들리지 않았다.

 애초에 들을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시래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것이었다.

 그녀의 목적은, 목표는 오직 하나.

 자신에게 쾌락을 주는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물건에 영원히 충성하는 것.

 그것이 설령 친구를 배신한다거나 자신과 같은 사람으로 만들지언정...

 자신을 행복 해주는 것을 믿고 한 평생을 바쳐 사는 것.


" ...♡ "


 그 생각에 조금씩 몸이 오싹오싹거리기 시작한 아벨리는 천천히 자세를 낮추기 시작했다.

 팔과 다리가 묶여 무릎을 꿇은 채 아무것도 못 하는 그녀와 두 눈을 맞추기 위해서.


" 잠깐 아벨리 너 무슨... "


 시래는 자신의 몸을 천천히 뒤로 빼면서 그녀의 눈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몽롱했던 그 눈에 목표가 확고하다는 듯 생기가, 활력이 돌기 시작했으니까.

 그리고...


" 츗...♡ "


 아벨리는 천천히 시래의 입술에 키스하기 시작했다.

 순간 그녀는 생각했다.


" 읍...!? "


 이미 아벨리는 저 남자의, 약의 포로가 되어버렸다고.

 이제는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 하읍... "


 그것을 증명하듯 아벨리는 시래와 입을 맞춘 이후, 그 상태로 천천히 입을 벌리며 자신의 입술로 시래의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벌리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 누구에게도 주지 않았던, 가족에게도 허용하지 않았던 시래의 입안에 자신의 혀를 집어넣기 위해서.

 그녀의 몸 안에 잠들어 있는 [암컷] 의 본능을 일깨워주기 위해서... 하지만ㅡ


" 읍... 흐읍... ... 읏...! "


 시래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입안에 억지로 들어오는 아벨리의 혀를 깨물었다.

 그래도 눈앞에 있는 고양이가 오랜 시간 함께 지내온 친구라는 사실을 아직 인지하고 있기 때문일까... 혀에 작은 고통을 줄 정도로 살짝 깨물은 시래는 두 눈을 살짝 뜨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 흐으응...♡ "


 눈앞에 있는 고양이는 지금까지 계속 주사기로 자신의 팔을 찌르고 찔러 약물을 투여해 고통을 쾌감으로 즐긴 수인...

 지금은 고통이 오히려 쾌감으로 느껴지게 되었으며 최근에는 더욱더 강한 쾌락을 느끼기 위해서 목조르기나 자신의 성기에, 아기를 품을 수 있는 자궁에 주먹질해달라는 위험한 발언과 행동까지 하게 되었으니... 깨물거나 때리는 것만으로는 그녀를 저지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녀를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 아프잖아...♡ "


 그렇기에 아벨리는 물린 혀를 입 밖으로 내민 이후, 한 손은 그녀의 허리를, 다른 한 손은 그녀의 머리를 휘감은 뒤ㅡ 좀 더 해달라는 듯 억지로 그녀의 입에 자신의 혀를 밀어 넣기 시작했다.

 동성인 친구와 키스를 하면 할수록 차오르는 묘한 배덕 감과, 혀가 날카로운 늑대 이빨에 스쳐 지나갈 때마다, 조금씩 깨물리면서 느껴지는 고통이, 그 쾌락이 너무나도 황홀하고 아찔했기 때문에 아벨리는 더더욱 적극적으로 그녀를 탐하기 시작했다.


" 읍...! 흐으읍...!! 읍읍 !!!! "


 얼굴을 붉히며 더더욱 많은 쾌락을 탐하는 아벨리와는 다르게 부드러우면서 까칠까칠한 혀가 계속해서 입안에, 입천장에, 말랑한 혓바닥에 들러붙으면서 쓸고 지나가니, 마치 면도칼이 자신의 입안에 돌아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 시작하는 시래는 오히려 거부감이 들기 시작했다.

 더는 키스하기 싫어. 이런 아픔은 싫어... 라고 생각하면서 두 눈을 질끈 감은 그녀는...


" 읍... 읍ㅡ! "


 이제 그만 움직이라는 듯 앞니로 아벨리의 혀를 꽈악ㅡ 깨물었다. 하지만...


- 텁...


 아벨리는 거친 숨을 내쉬며 왼손으로 그녀의 오른쪽 젖가슴을 잡았으며 그 가슴을 천천히 주무르며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마치 어린아이의 말랑거리는 손을 잡은 채 말랑거리는 피부를 느끼기 위해 힘을 주는 것처럼 살살. 하지만 성인 여성의, 거대한 가슴인 만큼 그녀가 느낄 정도로 조금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흠흐응...!? "


 갑작스럽게 가슴이 만져지는 느낌이 들자 두 눈을 크게 뜨며 꽉ㅡ 깨물었던 입을, 이빨을 천천히 벌리기 시작하는 시래.

 얼핏 보면 바보 같은 행동이라 말할 수 있지만 정작 당해본다면 모두가 그럴 것이다.

 그도 그럴만한 게 자신이 아닌 타인이 자신의 가슴을 만지는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반응하지 않으면 그 사람이 이상한 거 아니면 다른 음흉한 무언가가 있기에 그런 것임이 분명하다.


" 후흐...♡ 놓쳐버렸네...? 내 . 혀 . ♡ "


 그렇게 말하며 아벨리는 시래의 입술에서 조금 멀어진 뒤, 자신의 혀를 다시 입안에 집어넣어 조금씩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그녀의 타액의 맛을 보겠다는 듯 우물우물거리는 시늉까지 해가면서.

 그 모습에 시래는...


" 미쳤... 어... 너 진짜 미쳤어...!!! "


 얼굴을 붉힌 채 이빨을 꽈악ㅡ 깨물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본래의 그녀라면 충군히 위협적으로 보일만 하지만...


" 그 얼굴... 그 표정... 아아ㅡ 이렇게 아름다운 거였구나... "


 아벨리는 오히려 좋다는 듯 혀를 살짝 내밀어 자신이 입술을 천천히 핥기 시작했고 오른손으로 그녀의 왼뺨을 잡고 천천히 쓰다듬으면서ㅡ


" 있지... 기억나?

 우리 옛날에 했던 소꿉놀이ㅡ

 우리 둘 다 아내역활을 하겠다고 서로 다툰 그때 말야. "


 기억나지도 않은 어린 과거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아아...

 그때 주변에는 남편감이 없다고 서로 투닥투닥 꺼렸던 우리가... 지금은 이렇게 어른이 되서는... 응♡ "


" 기억나지도 않는 옛날 이야기하지마... 응?

 너... 지금 제정신 아니니까 제발 정신 좀 차려봐 ! "


 아벨리는 추억에 잠겨 시래의 얼굴을 만지다가 천천히 그녀의 목덜미를 만지기 시작했고 시래는 긴장되는 얼굴로 아벨리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근데 있잖아...?

 우리... 옛날에 그렇게 싸울 필요 없었다?

 맨날 [누군가 옆에 있다] 라고 생각하고 지냈으니까.

 우린 언제나 [세 명] 이서 놀았던 거야. "


 그렇게 말하며 시래의 두 눈을 빤히 쳐다보기 시작하는 아벨리.

 그녀의 눈에서는 지금 눈앞에 있는 시래가 먼 옛날, 어렸을 때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더욱더 다정한 목소리로, 상냥한 손 움직임으로 시래를 만지기 시작했고 시래는...


" 그만... 그만해... 하지마... "


 이제는 목덜미를 넘어 자신의 어깨를, 더 나아가 팔이 접히는 부분을 손으로 천천히 누름과 동시에 매만지는 행동을 하는 아벨리가.

 텅 비어버린 동공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기억나지도 않는 옛날이야기를 하는 아벨리가.

 조금씩 식은땀까지 흘리며 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 이 고양이가.

 너무나도 무섭고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녀는 마지막 저항이라는 듯 미친 듯이 몸을 움직였다.

 어떻게든 이 자리에서 벗어나 도망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 아아... 지금 눈앞에서 또 어리광부리고 있구나...

 걱정 마... 이 언니가 다 해줄 테니까...

 이 언니가 슬픈 걸 전부 날려 보내줄 테니까...♡

 이제 우리 행복하게 웃자...? "


 아벨리는 오히려 그녀의 몸에 매달린 채 꼬리로 무언가를 집어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새하얀 결정체가 담겨 있는 주사기.

 여태까지 아벨리가 사용했던 것과 똑같은 모습의 주사기다.


" 싫어... 하지 마. 하지 마...!!! "


- 뽁.


" 우리... 다신 울지 않게... 영원히 행복하게...♡ "


 주사기 바늘을 감싸고 있던 플라스틱의 뚜껑이 열리고 아벨리는 미리 봐둔 시래의 팔에, 정맥이 지나가는 그 팔에 주사기를...


- 푸욱.


" 아아악ㅡ!!! "


 꽂아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 ...


* * * * *


- 쪼르르르르...


 주사기 안에 새빨간 혈액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뜨거운 혈액은 새하얀 결정체를,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각성제 가루를 녹이기 시작했고 새빨간 혈액은 조금씩 주황빛을 띄우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잘 녹아들었다고 생각되었을 때.

 새하얀 고양이는 그 주사기의 피스톨을 꾸욱ㅡ 눌렀다.

 천천히 누른 게 아니라 주사기가 부서질 듯 강하고 묵직하게.


- 쿠극...


 주사기 내부에서 무언가 이물질이 걸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혈액에 아직 녹지 않은 결정체가 바늘구멍에 걸린 것이다.

 고양이는 다시 한번 피스톨을 당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뻑뻑했다. 굉장히 뻑뻑했다.

 그래도 그녀는 계속해서 피스톨을 당겼다.

 다시 한번 혈액이 주사기 안으로 밀려 올라온다.

 바늘구멍을 막혀있던 결정체와 새빨간 혈액이 다시금 약실에서 섞이기 시작한 것이다.

 고양이는 약실을 바라보다가 다시금 그 피스톨을 눌렀다.

 같은 힘으로, 같은 속도로 피스톨을 누르자 주사를 맞았던 여성의 팔이, 바늘이 침투되었던 그 부위가 조금씩 보랏빛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주사를 맞은 여성은 자신의 귀를 축ㅡ 늘어트리며 바보 같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아... 아아... 아... "


 두 눈이 빠져나올 정도로 크게 뜬 채 입을 쩍ㅡ 벌리고 눈물과 콧물, 그리고 침까지 주르륵 흘러내리기 시작한 이 여성은 의자에 앉아있던 한 남자가 그토록 가지고 싶어 하던 거유 늑대 수인. 이름은... 이제 없다.

 그저 한 마리의 암컷 늑대만 남았을 뿐.


" ... ... ... "


 고양이는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멈추고 눈앞의 여성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이 상황을 파악해야겠다는 듯 그녀의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한 그녀는 끝내ㅡ


" 하... 하하... 아하하하하하 !!!! "


 실성하고 말았다.

 왜일까.

 이 늑대를 잡아 오고 마약까지 투여한 사람은 자기 자신인데.

 스스로 눈앞에 있는 친구에게 마약을 투여했는데 왜 갑자기 미친 듯이 웃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걸까.

 그 이유는 본인이 아니라면 모른다.

 아니, 알고 싶어도 알지 못했다.

 자신의 친구에게 약물을 투여했다고 깨달은 고양이는 순간적으로 극심한 죄책감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이것을 잃어버리기 위해 눈앞에 꽂혀있는 주사기를 뽑은 이후 피스톨을 빼낸 뒤 약실에 가루를 한가득 담은 채 다시금 피스톨을 꾸욱 눌러 압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팔에 다른 사람의 혈액으로 오염된 주삿바늘을 그대로 찌르더니 조금 전처럼 자신의 피를 뽑아 가루를 녹이고 집어넣는 행동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결정을 녹이는 게 아닌. 부셔 넣는 수준으로.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두 눈에서는 미친 듯이 눈물을 흘리며.

 ... ... 그렇게 1분에서 2분이라는 시간이 지났을까.


- 댕그랑.


 두 수인의 혈액으로 오염된 주사기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약실은 텅ㅡ 비어 있었고 새하얀 고양이는 갈색의 늑대의 품에 꼬옥 안겨 있었으며 그녀의 가슴을 만짐과 동시에 젖꼭지를 핥기 시작했다. 그러면서ㅡ


"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ㅡ "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듯 미친 듯이 말을 하기 시작했고.

 갈색의 늑대는 바보 같은 말만 흘리며 애액을 미친 듯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모든 모습을 본 남자는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자신의 바지를 벗은 뒤, 단단하게 발기된 자신의 페니스로 미안하다고 계속 울부짖는 고양이의 질구에ㅡ


.

.

.


* * * * *


.

.

.



" 다른 수인 족보다... 사람들은, 남자들은 죄다 고양이 수인을, 고양이 같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을까? "


" 뭐...? "


"아니이... 그야 그렇잖아...

 남자를 대놓고 유혹한다고 했을 때... 제일 먼저 덮쳐지는 건 역시 고양이 아닐까아ㅡ 해서...

 봐아?... 이렇게 뾰족한 귀에 꼬리도 깔끔하구... 냄새도 잘 안 나고...? 깔끔하고... "


 밤이 깊은 날.

 아벨리와 시래는 길을 걷고 있었다.

 대화는 언제나 아벨리의 시답지 않은 소리로 시작되었고 시래는 그걸 반박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 순간...


" 어. 시래야 잠깐만... 저기 벽화 있다. "


" 그러네? 못 보던 건데. "


" 우리 사진 찍을래? "


" 그래. "


 벽에 그려져 있는 벽화를 바라보았고 두 사람은 의견이 일치하며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기로 했다.


" 간다? 하나 둘. "


- 찰칵.


 핸드폰 카메라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세상은 녹아내리기 시작했고 두 사람의 몸은 슬라임마냥 물컹물컹하게 되었다.

 곧이어 두 사람의 신체가, 얼굴이, 자신의 모든 것들이 흘러내려 가는 물감마냥 녹아내리기 시작했고 그 끝에는...


" 주인... 케흑...님♡... "


" 주인님... 어서 절 사랑해주세요...♡

 목을 조르든 얼굴을 때리든... 뭐든 할 테니 제발 저에게 자비를...

 저에게 천사님의 깃털을 주세요...!! "


 한 남자가 약과 자신의 성기를 내밀은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아아♡♡ 애태우지말아... 옥...♡ "


" 저에게도... ...♡ "


- 삐 ! 삐 ! 삐 ! 삐 !


- 덜컹 !!!


" 이런 미친... 그동안 얼마나 약에 빠져산거야.

 발작, 환각에 호흡정지까지...?!

 아무도 없어 !? 간호사 !!!

 두 사람 지금 당장 수술대로 옮겨 어서 !!!! "


 하지만 그것은 환상.

 전신이 마약에 절여져있다고 말할 수 있을만큼 강한 금단 및 중독현상을 나타내기 시작하는 두 여성은 지금 새하얀 침대 위에 누워 생과 사를 오고가고 있었다.

 조금씩 금단현상이 느껴지기 시작하니까 어서 약물을 달라고, 그 성기로 자신을 기쁘게 해달라고 울부짖으며...

 ... 마약은.

 느긋한 자살이다.

 그것이 타의든. 자의든...

 결국, 그 끝은... 이렇게 될 뿐이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