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사관에서 뿌린 문제의 사진.


동무들 중에서는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보신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지금은 작고하신 존 허트 경이 하이드라 쫄따구와 고르바초프, 카이사르, 조지 6세에게 "Your bloody Yanks!"라고 씹어뱉는 장면이 찰졌던 영화인데 거기서 눈알이 빠지게 소련 테레비를 돌려보다가 이 새끼가 분명히 군사 경력이 없다고 보고했는데 왜 군인들이 얘한테 경례하는거지? 라고 소련에서 공유한 경력의 신빙성에 의심을 표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걸 보고 영길리 놈들도 냉전 시기에는 나랑 똑같은 짓 하고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북한학 연구방법 중에서는 관계도 지수? 란 것이 있습니다. 특정 인물이 정은이를 얼마나 자주 따라다니는지를 데이터로 삼아서 얼마나 총애받는가, 권부에 가까운가 등을 판단하는 기법입니다. 신뢰할만한 데이터가 있다면 이는 반드시 해야 방법이겠습니다만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과연 누가 언제 얼마나 따라다녔는가 신뢰할 수 있는 자료가 있는가? 기본적으로 이 데이터는 로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에 보도된 텍스트를 수치화해서 연구를 진행합니다. 과거 북한에서 변태적으로 따라다니던 놈들 이름을 죄다 적던 시절에는 아직은 쪼렙이라서 이름 보도가 되지 않거나 북한에서 일부러 숨긴 일부 인물들을 제외한다면 (당장 김정은도 어린이 시절에 정일이 현지지도를 수행했습니다. 2022년에야 그게 공개되서 그렇지) 그런대로 다 추적이 됐기 때문에 과거의 데이터들은 그런대로 신뢰할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본인이 최근 북괴 보도를 보는데 이 새끼들이 날이 갈수록 간사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선은 보도가 간소화됐습니다. 예전같으면 "닥터 스트레인지동지, 아이언맨동지, 헐크동지, 캡틴 아메리카동지, 스파이더맨동지가 주석단에 올랐다"라고 주요 참가인물들을 모조리 다 이름을 적어줬다면 요즘은 "어벤져스 성원들이 참가했다"라는 식으로 더럽게 대충 적기 시작한 것입니다. 근데 통일부 데이터는 사진, 영상 판독 따위 하지 않고 만약 앞선 식으로 보도가 대충 됐으면 정은이 동정데이터배이스에 수행원이 없던 것으로 처리를 하고 있습니다.


2024년부터는 골때리는 경향이 또 하나 더 나타났습니다. 예컨대 정은이가 군수공장에 갔다고 칩시다. 그러면 정은이를 아무리 높은 인간들이 따라갔다고 쳐도 그 이름을 적어주지 않고 관계자 이름들만 적거나, 실제 당내 서열을 무시하고 그 사람들 이름을 먼저 적는다던가 하는 기괴한 짓거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령 이번 조락제의 방북 당시 김정은이 중국 중앙민족음악단 예술공연을 보러 갔는데 이때 김정은을 외교 의전상 수행한 조용원, 리일환, 최선희, 김성남, 김여정이를 빼고 나머지 간부들은 죄다 이름이 누락됐다는 것입니다. 본인이 중국 대사관에서 푼 사진과 영상을 보고 기겁했는데 군부 2인자 박정천과 공안비서인 김재룡, 한때 정은이 최측근이었던 박태성에 선전선동부장 주창일,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리히용, 당력사연구소장 리혜정같은 고위 간부들이 총출동했음에도 자기보다 서열 낮은 사람들에게 죄다 밀려서 이름 석자도 보도 못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통일부 데이터는 이런거 전혀 반영을 또 안할 것입니다.


이 2개가 핵심이라고 하겠습니다만 좀 더 사소한 문제를 언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까 잠깐 지적한 것이지만 쪼렙이라서 이름이 언급이 되지 못하던 사람들이 쪼렙 시절에 정은이 따라다니던 것은 데이터배이스화가 전혀 되지 못하고 어느날 갑툭튀 취급이 된단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경제비서 전현철의 경우는 본인이 북괴 기록영화들을 뒤져보니 2017년부터 정은이 따라다니던 놈이고, 현 내각 정치국장 리영식이도 온실건설 관련해서 정은이 따라다니던 놈이었습니다. 이런 것은 정은이의 측근 영입과 충원방식을 연구하는데 있어 핵심적인 데이터겠지만 아무도 정리할 생각을 안합니다. 귀찮겠죠 하긴 -ㅅ- 자료 구하기도 드럽게 어렵고. 하지만 진짜 제대로 된 북한 연구를 하려면 누군가 각잡고 이런거 한번 갈아엎어야 한다고 봅니다. 구멍이 숭숭 뚫린 엉망인 데이터로 하는 연구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마찬가지의 이유로 저는 북한 엘리트들에 대한 인구사회학적 연구에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이런 연구들은 역시나 통일부 자료 기반으로 하는 통일부 자료는 엉망진창입니다. 북한에서 생각보다 많은 자료를 여러 루트로 풀고 있음에도 아무도 이걸 정리해서 반영할 생각도 안합니다. 가령 김정일이 가장 총애하던 외교 부문의 측근인 외무성 제1부상, 국제비서 강석주는 통일부 자료에 지금도 평양국제관계대학, 평양외국어대학 졸업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공개한 자료와 태영호 회고록을 종합해서 보면 강석주는 김일성종합대학을 거쳐서 베이징대학 유학을 다녀온 사람입니다. 현재 선전선동-근로단체 비서를 하고 있던 리일환은 자기가 만경대혁명학원 출신이라고 수기까지 써서 내놨는데 아무도 이거 반영할 생각도 안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과거 중정, 안기부에서 인수인계한 오정보는 아무도 수정할 생각도 안하고 밝혀지는 자료들 추가할 생각도 하지 않는데 엉망진창인 데이터로 하는 연구에 대체 무슨 의미를 부여해야 하나 싶을 뿐입니다.


여튼 징징거리는 소리가 길어졌습니다. 북한 연구는 똥꼬쇼를 해야 한다가 결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