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3장(10편~13편{예정})              4장                          5장                  1장(4편~6편)             2장(6편~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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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1편   https://arca.live/b/lastorigin/9679372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2편   https://arca.live/b/lastorigin/9756344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3편   https://arca.live/b/lastorigin/9875022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4편   https://arca.live/b/lastorigin/11385415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5편   https://arca.live/b/lastorigin/13814933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6편   https://arca.live/b/lastorigin/16908026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7편   https://arca.live/b/lastorigin/19013937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8편   https://arca.live/b/lastorigin/27670962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9편   https://arca.live/b/lastorigin/27801626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10편  https://arca.live/b/lastorigin/27931461


※해당 작품은 픽션입니다. 이 작품의 설정은 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제 자신이 질문해도 되냐는 티아의 말에 사령관이 그러라고 했다.


쿠키를 먹은 탓 인지 목이 메는 텁텁한 느낌에 붉은빛이 감도는 홍차를 마셨다.



'티아멧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실하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테고.'



처음에는 발키리처럼 티아멧도 인격이 둘로 나뉜 건가 싶었는데 완전히 달랐다.


발키리는 하나였던 인격이 최근에 있던 사건 때문에 둘로 나뉜 것이고,

티아멧은 처음부터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인격과 함께 공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까.


하지만 홍차를 마실 때 질문을 하게 한 것은 사령관에게 있어 최악의 선택이었다.



"그래서 티아멧하고는 언제 섹스할 거야?"


"푸훕! 컥! 컥!"



깜빡이 없이 들어오는 돌직구에 사령관은 마시던 홍차를 대차게 뿜었다.


위치상 그의 앞에 앉아 있던 티아는 그가 쏟아낸 홍차를 그대로 뒤집어쓸 수밖에 없었다


사레가 들린 사령관은 티아에게 사과하고 고개를 돌려 기침을 내뱉었다.



"미…미안, 콜록! 콜록!"


"……"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얼굴에 묻은 홍차를 닦으며 티아는 게슴츠레하게 눈을 뜬 상태로 사령관을 흘겨보았다.



"설마…물건이 서지 않는다거나 취향이 그쪽?"


"절대 아니야!"



티아멧과 똑같은 얼굴로 필터링 없이 내뱉는 그녀의 화법에 사령관은 정신이 아찔해짐을 느꼈다.


사레들린 게 거의 가라앉을 무렵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티아의 시선으로부터 빨리 대답하라는 무언의 압박감을 느낄 수 있었다.


골치 아픈 듯 손으로 머리를 살짝 헝클은 사령관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티아멧이랑 하기엔 아직 일러."


"호오? 그 이유는? 아, 티아멧과 사령관 사이에 있던 일은 나도 알고 있으니까 그건 생략해도 돼."



티아멧과 자신 사이에 있던 일을 알고 있다는 것이 살짝 의아했지만, 그는 티아에게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기로 했다.


초콜릿 사태 때 티아멧의 마음을 확인했지만, 그것만으로 다음 단계를 밟기에는 이르다.


멸망 전의 인류들은 어땠을지 몰라도 나는 한쪽의 일반적인 강요로 관계를 맺을 생각은 단 1도 없다.


특히 과거에 구 인류들에게 상처를 크게 받은 대원이라면 더더욱.


초창기의 소규모 부대 시절에 티아멧 같은 인원이 있으면 먼저 다가가 상담해 주고 다른 부대원과 마음을 틀 수 있게 돕고 그랬다.


지금도 그녀들을 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어느 순간부터 부대의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자신에게 말해주지 않는 이상 먼저 다가갈 여유가 없었다.


티아멧도 해당하는 이야기로 그녀가 먼저 다가온다면 넌지시 물어볼 의향이 있다.


진심을 담아 의견을 피력한 사령관은 지친 듯 한숨을 쉬며 나무 의자에 등을 기댔고,


그 말을 경청하고 있던 티아는 그의 말이 끝나자 대충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평상시에 책으로 본 것도 있으니 거짓말 같지 않고… 진짜네 저건.'


"구 인류 중에서도 극히 드문 상위 0.1%에 들어갈 만한 인성이네. 별종이야."


"…그거 칭찬이지? 고마워."



구 인류와 자신을 비교하는 칭찬에 사령관이 어색하게 웃었다.


다음 질문을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사령관은 갑자기 파도처럼 몰려드는 피곤함을 느꼈다.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하품하고 스트레칭을 했음에도 그의 몸에 달라붙은 잠기운은 전혀 가시지 않았다.


자신에게 일어난 이상 반응에 사령관이 의구심을 품었다.



"으 왜 이렇게 졸리지?"


"아 이제 잠이 오는 거야? 자두는 게 좋을 거야, 사령관. 꿈속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건 웬만한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게…무슨…"



티아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사령관의 신체가 옆으로 기울어졌다.


그녀는 옆으로 떨어지는 사령관의 몸을 살며시 받쳐 들어 소파로 데리고 갔다.


곤히 잠든 사령관의 얼굴을 슬쩍 본 티아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티아멧이 빠져들 법하네. 이 정도면 나도 찬성이야."



-


-



사령관은 꿈을 꾸고 있었다.


그는 무언가에 쫓기듯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달렸다.


그런 그의 눈앞에 철옹성처럼 가로막고 있는 철문이 나타났다.


그는 문손잡이를 쥐어, 있는 힘을 다해 열어젖혔다.


끼이익!


듣기 싫은 쇠 마찰음이 귀를 강타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열린 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피를 흘리고 있는 상처투성이의 한 여성이 묶여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를 확인하기 위해 얼굴에 손을 대자…



"사령관? 괜찮으신가요?"


"어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사령관이 괴성을 내며 잠에서 깼다.


사령관은 잠든 것보다 자신이 꿈을 꾸었다는 사실에 어이가 상실했다.



'꿈속에서의 꿈이라니, 이해할 수 없는 일투성이군.'



수면의 여운을 털어내는 사령관의 머리 뒤에 부드러운 느낌의 살덩어리가 느껴졌다.


시선을 위로 향한 사령관은 우연히 자신을 보고 있던 티아멧과 눈을 마주쳤고

이내 어색한 분위기가 둘의 사이에 자리 잡았다.


그러고는 자신이 티아멧의 무릎에 누워있다는 사실에 황급히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던 티아멧과 이마를 부딪치며 그의 행동이 무산되었다.


꽁!



"아야!"


"아고고…"



불가항력적인 힘으로 인해 티아멧의 무릎 위로 다시 머리를 안착한 사령관은 이마에서 느껴지는 얼얼함에 손을 대 문질렀다.


티아멧도 별반 다르지 않게 살짝 빨개진 이마를 문지르고 있었다.


머리에 가해진 충격으로 제정신을 차린 사령관이 먼저 사과했다.



"미안해 티아멧. 이마는 괜찮아?"


"으, 괜찮습니다. 그렇게 세게 부딪힌 것도 아니에요. 그것보다 식은땀을 흘리고 계셨는데, 악몽이라도 꾸셨나요?"



자신의 얼굴이 식은땀 범벅인 것을 느낀 사령관은 이번엔 조심스럽게 티아멧의 무릎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이가 시릴듯한 찬물로 힘차게 세수하니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 들었다.


수건으로 대충 물기를 닦은 사령관은 조금 전 자신이 꾼 꿈을 기억하려 했으나, 쉽사리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거실로 다시 온 사령관을 기다리고 있는 건 메이드 복 차림의 티아멧이었다.


티아멧은 소파에 앉아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다.


티아멧의 옆에 앉은 사령관이 물었다.



"티아는 어디 갔어?"


"언니는 자러… 아참, 언니가 사령관이 깨면 전해주라고 한 편지가 있어요."



티아멧이 앞주머니에서 반으로 두 번 접힌 종이를 꺼내 사령관에게 건넸다.


편지를 펴서 읽어보려던 그 순간 티아멧의 볼멘소리가 귀에 들렸다.



"언니도 참, 사령관이 왔으면 깨워 주지…"



티아멧의 투정이 섞인 말을 들은 사령관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는 편지를 펼치는 걸 잠시 보류했다.



"티아가 평소에도 너를 자주 깨워?"


"네? 아뇨, 웬만하면 제가 스스로 일어나요. 그리고 언니가 자기는 졸린다고 평소보다 일찍 자러 올라갔는데, 혹시 무슨 일 있었나요?"


"……"



티아가 나이트메어와 관련된 일을 알려주지 않은 이유가 있나?


무슨 이유에 인지 모르지만, 사령관은 모른 척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티아멧은 사령관의 침묵을 조금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다.



"사령관 설마…제 언니에게 약점이라도 잡히셨나요? 만약 그런 거라면 제게 얘기해 주세요."


'그런 거 아니야."


"아니면 설마…그, 그런 것까지 하신 건가요?"


'그런 거 아니라고.'



티아멧의 오해가 커질수록 사령관의 시름 또한 깊어져 갔다.


일단 티아멧과 티아가 꿈속에서 같은 신체를 공유하지 않는 사실은 방금의 질문으로 확인이 됐다.


만약 그랬다면 티아멧이 그렇게 말했을 리 없고, 티아에게 했던 말 역시 티아멧이 알고 있을 테니까.


티아멧에게서 신경을 끈 사령관은 티아의 편지를 펼쳐 써진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사령관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마침내 티아가 쓴 내용을 모두 읽은 사령관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편지를 고이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티아멧은 그녀는 다리를 끌어안아 얼굴을 붉힌 채 아무것도 없는 땅바닥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사령관이 망상의 세계에 있던 티아멧을 끌어내렸다.



"티아멧. 물어볼 게 있어."


"아, 네. 사령관. 무엇인가요?"



평소와 달리 자신의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는 사령관의 행동에 티아멧이 의아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질문에 티아멧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티아의 정확한 정체가 뭔지, 알고 있지?" 


"…어, 어떻게 그걸…"



사령관의 질문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티아멧이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령관으로부터 한걸음 물러났다.


그녀의 눈동자에 보기 드문 혼란스러운 감정이 뒤섞였다.


티아멧은 옛날에 티아와 얘기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티아멧, 약속해줘. 차후에 나에 대해 정확한 정체를 물어보는 이가 있으면…

나는 괜찮으니까, 네 판단하에 그 사람에게 우리에 대한 모든 걸 얘기해 주겠다고.'


'응?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티아가 그렇다면 알겠어. 그렇게 할게."



티아와 약속한 내용이 현실로 다가오자 티아멧의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그녀의 손발이 애처롭게 떨고 있었다.


자신에게 말하는 걸 주저할 정도의 거부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사령관이 알기로 단 하나밖에 없다.


티아멧의 과거.


모르모트처럼 취급되어 원치 않은 실험을 당했던 상처투성이의 기억.


자신을 빤히 보고 있는 사령관의 시선을 외면한 티아멧이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령…관, 그 이야기는 안 하면 안 될까요…? 제발…"


"티아멧."



티아의 편지에서 알려준 것처럼, 지금이 분기점임을 확신한 사령관이 티아멧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그녀가 자신에게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설득해야 했다.


사령관은 공포에 질린 티아멧을 품에 끌어안고 손으로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담한 체구에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떨림은 그녀 자신이 직접 겪었던 과거를 얼마나 무섭고 두려워하는지 보여 주었다.


몇 분이 지났을까, 사령관의 애정이 담긴 노력에 보답하듯 티아멧의 떨림이 한층 사그라들었다.


사령관의 따스한 손길에 티아멧은 쿵쿵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그와 동시에 머릿속에서 사령관과 함께해온 지난날의 기억들이 스치듯 지나갔다.


라비아타 부통령의 인도에 따라 처음으로 오르카 호에 합류했을 때부터 시작해서 몇 달 전에 있었던 초코여왕의 성에서 있던 해프닝까지.


사령관과 함께해서 생긴 나쁜 추억은 단 하나도 없었고 즐거운 추억만이 가득했다는 걸 자각한 티아멧이 곰곰이 생각했다.



'사령관이라면…괜찮지 않을까?'



자신의 모든 과거를 말해도,


무릎에 누워 응석을 부려도,


쭉 함께 있어 달라는 억지도,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고백해도,


자신이 봐온 사령관이라면, 모두 받아주지 않을까?


멸망 전의 인간 때문에 오랫동안 굳게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이

멸망 후의 단 한 사람으로 인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티아멧은 사령관에 대해 자신이 느끼고 있는 이 낯선 감각이 '사랑'임을 머지않은 현실에서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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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4 09:30 오탈자 수정 및 내용(사령관이 꾼 꿈의 내용)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