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늦은저녁, 알바가 끝나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오랜만에 드라이브라도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평소에 집으로 가던 길이 아닌 다른길로 가던때, 


“하지마세요!” 


누군가가 소리치는것을 듣고 오토바이를 멈춰 세웠다. 


소리가 난 골목을 보니 남자 3명이 한 여자를 둘러싸고 있었다. 


“에이 튕기지 말고 ㅋㅋ 오빠들이랑 놀자니까?” 


상황을 이해하는데 그리 오래걸리지는 않았다. 


평소같으면 못본척 도망친다는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곤경에 처한 여자를 두고 도망치는것이 비겁하게 느껴진것일까, 아니면 그냥 단순한 영웅심리일까? 


아니면 내가 오토바이 타고 있어서 괜히 용기가 차올랐던 거일지도 모른다. 


부아아앙- 


“뭔소리ㅇ..” 


끼이이익- 


“으앗! 시발 이새끼 뭐야!” 


나는 그대로 골목을 향해 오토바이로 들이받을 기세로 돌진했다. 


3명의 남자는 오토바이에 놀라 뒤로 넘어졌고 여인은 당황해서 무슨상황인지 이해조차 안가는듯 했다. 


“뭐해요! 빨리타요!” 


“네..?” 


“빨리!!” 


그제서야 여인은 내가 도와주러왔다는 것을 이해하고 내 뒤에 탔다. 


“꽉잡아요!” 


부아아앙-


“저 미친 새끼가!” 


빠르게 골목을 빠져나와 도로를 달렸다. 


그 남자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됐을때 오토바이를 세웠다. 


“휴… 그 사람들은 따돌린거 같네요.” 


“… 이렇게 절 도와주신건 고맙지만.. 전 아버님에게 돌아가지 않을겁니다.” 


“네?” 


“어..? 아버님이 보낸 사람이 아닌가요..?” 


“전 그냥 알바끝나고 집가는 길이었는데요?” 


“그렇다면.. 어째서 절 도운거죠..?” 


“음, 그냥 곤란하신거 같아서 도와드렸죠.” 


그녀가 나를 몇초간 말없이 바라봤다. 


“… 재밌는 분이시네요.” 


그녀가 웃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도와주신일에 대해 답례를 하고싶은데.. 이름이랑 연락처라도 알려주시겠어요?” 


“답례는 괜찮습니다.” 


“네…네? 방금 뭐라고..?” 


“제가 해야할 일을 한거 뿐이에요, 답례는 괜찮습니다.” 


“…” 


그녀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내가 뭔가 실수라도 한걸까..? 


“저기..그… 밤도 늦었는데 제가 댁까지 바래다드릴까요?” 


“… 갈곳이 없어요..” 


“아까 아버님이 뭐라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집은 있으신거 같은데?” 


“…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그녀의 말을 듣고 잠깐 어떻게 말해야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지금 내가할수있는 최선의 대답을 했다. 


“이런밤에 혼자 계시면 아까처럼 질나쁜 사람들하고 만나실수도 있어요, 아까 말하는걸 들어보니 아버님과 싸우시거나 한것 같은데.. 맞죠?” 


“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다시한번 만나서 얘기로 풀어봐요, 이런곳에 있는것보다는 안전할거에요.” 


“… 알았어요, 그러면… 죄송하지만 여기 나와있는 곳으로 가주세요.” 


그녀가 나에게 핸드폰을 보여줬다. 


핸드폰에는 지도 어플이 켜져있었다. 


“알겠습니다, 금방 가드립죠!” 

20분쯤 달려 지도에 나온 곳에 도착했다. 


그곳은 딱봐도 부잣집으로 보이는 그런 저택이었다. 


어두워서 잘 안보이지만 넓은 정원에는 곳곳에 석상이 세워져있었고 대문마저 드라마에서나 보던 철창문이었다. 


그녀가 오토바이에서 내리자 문이 열리며 양복을 입은 남자가 나왔다.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괜찮으니까 호들갑 떨지 마세요.” 


나는 그녀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안심하고 오토바이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저기! 잠깐만요!” 


그때 뒤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름이라도 알려주시겠어요?” 


“얀붕이에요! 얀 붕!”

 

“얀붕.. 오늘은 고마웠어요! 다음에 또 만날수 있으면 다시봐요!” 


이것이 그녀와의 첫만남이었다. 


나는 아직도 그녀를 도와줬던일을 후회한다. 

그 일이 있고나서 한동안은 별 문제가 없었다. 


피자 배달을 하거나 고시원에서 쉴때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지만 딱히 신경쓰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1주일쯤 지났을때, 익숙한 주소로 배달을 가게 되었다. 


“왜그래 얀붕? 무슨일 있어?” 


“아뇨 사장님.. 그냥.. 아는사람 집이라서요” 


“그러면 그냥 빨리 가, 그게 오늘 마지막 배달이야.” 


“네? 아직 근무시간 많이 남았는데요?” 


“사정이 있어서 빨리 닫을거야, 그냥 그거 배달하고 바로 집 가도 돼” 


“오~ 알겠습니다!” 


조기퇴근에 신이 난 나는 바로 배달을 갔다. 


그 저택이 보일때쯤에 타이밍좋게 정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나왔다.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그녀였다. 


“얀붕씨!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그런데 제가 올것을 알고있었나요?” 


“네~ 얀붕씨가 일하는 곳을 알아내는것은 별거 아니죠~” 


… 갑작스러운 조기퇴근, 배달 온곳은 그녀의 저택에다가 그녀는 내가 올것을 알고있었다.. 흐음…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걸까..? 


“들어와서 차라도 한잔 같이 하시죠!” 


“일도 끝났으니까.. 뭐 그러죠.” 


정원에는 이런저런 나무와 꽃들이 가득 피어있었다.


티테이블에 앉자 집사처럼 보이는 사람이 차와 쿠키를 가지고 왔다. 


정원을 둘러보니 정원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일하는모습도 보였다. 


“와.. 꽤나 잘사시나봐요, 어디 대기업 회장님이신가요? 하하~” 


“뭐, 비슷하다고 해두죠~” 


“지난번 아버님과의 문제는 잘 해결하셨나봐요?” 


“네~ 얀붕씨가 해주셨던 말을듣고 아버님과 만나서 제대로 해결했죠!” 


“저.. 혹시 실례가 아니라면 무슨 일이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아버님이 가업을 이어받으라 강요하는것이 짜증나서 집을 나갔던거에요, 뭐~ 지금은 이어받기로 결정했고요!” 


“잘 해결된거 같아서 다행이네요.” 


그녀가 이어받은 가업이라는것이 무엇인지, 아버님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그리고 뒤에서 양복에 선글라스를 쓰고 나를 째려보는듯한 사람들은 누구인지 궁금한것은 많았지만 입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얀붕씨는 알바로 먹고사시죠? 고시원에서 사시는것 같던데 무슨 사연이라도 있나요?” 


그녀가 어떻게 그것을 알고있는건지 궁금하면서 무섭기도 하지만 일단 물어봤으니 답은 해줘야겠지. 


“어렸을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고아원에서 자랐는데.. 딱히 재주도 없고 공부도 못해서 그냥 이렇게 사는거죠 하하…” 


“아.. 죄송해요… 제가 실례를..” 


“괜찮아요~ 어차피 옛날일이고, 이렇게 사는것도 나쁘지는 않으니까~” 


당연히 거짓말이다. 고시원에 살면서 피자배달로 겨우 먹고사는데 괜찮을리가 있나.. 그녀가 부럽다, 좋은집안에서 태어나 앞으로도 편하게 살겠지. 


“.. 아 시간이 늦었네요, 저는 이만 슬슬 돌아가보겠습니다.” 


“네~ 정문까지 바래다 드릴게요~” 


그날 이후로 가끔 조기퇴근을 하게될때면 그녀의 저택으로 배달을 가게됐다. 


그때마다 그녀는 웃으면서 나를 맞이해주며 같이 차를 마시는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렇게 1달쯤 지났을때, 그날도 조기퇴근을 하게되는 날이었다. 


“흐흠~ 빨리 만나러 가야..” 


쾅-

 무언가에 부딫히는 감각. 


충격에 나는 오토바이에서 튕겨나가 바닥에 굴렀다. 


“이새끼 맞지? 지난번에 우리 방해했던놈.” 


“내가 맞다고 했잖아~” 


1달전에도 들어본 목소리… 


그녀를 처음만난날, 그녀의 옆에있던 그 남자들이다. 


그 남자들은 손에 쇠파이프를 들고있었다. 


그때 팔에 깁스를 한 남자가 나에게 말했다. 


“니때문에 넘어져서 팔을 다쳤잖아, 어쩔꺼야!” 


퍽- 


“커억!” 


“이새끼만 아니었으면 그년 따먹을수도 있었는데 말이야.” 


“니 어떻게 책임질래? 응?” 


“하아…하아…하아…” 


“말 해보라고 새꺄!” 


퍽- 


“끄아악!” 


그 남자들에게 밟히고, 파이프로 얻어맞고 있을때, 갑자기 차가 한대 달려오는것이 보였다. 


끼익- 


희미해져 가는 의식속에 차에서 정장을 입은 사람들과 그녀가 내리는것이 보였다. 


“… 싹다 잡으세요.” 

… 정신을 차려보니 어두운 지하실이었다. 


병원 침대같은 곳에 누워 있다는 것을 알게됐을때쯤 옆에있던 의자에 앉아있던 그녀가 말을 걸었다. 


“아! 일어나셨군요 얀붕씨!”


 “여..여기는…?” 


“제 집이에요! 아까 양아치들에게 맞고있던걸 구해드렸는데, 어디 안좋은곳 있어요?” 


“아뇨.. 괜찮아요.. 그런데.. 제가 위험한거는 어떻게…?”  


“… 그런건 중요하지 않잖아요?” 


그녀가 의자에서 일어나 손가락을 튕기자 방의 불이 켜졌다. 


“지금 중요한건 이거죠!” 


그녀가 벽을 가르켰다. 


벽에는… 나를 구타하던 남자중 한명이 묶여있었다. 


머리에는 과녁처럼 보이는 용지가 붙어있었다. 


그때 남자가 일어났다. 


“끄으윽.. 여긴 어디야..” 


“… 왜 저렇게 묶어둔거죠..? 경찰에 안넘기고..”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법으로 해결하면 재미 없잖아요?” 


“뭐야.. 너 뭐하는거야!! 묶어둔거 당장 안풀어!!!” 


그녀가 벽에 있던 케비넷을 열자 수많은… 총들이 보였다. 


“저기.. 아가씨..? 그.. 그건..?” 


“얀붕씨~ 아가씨 말고 얀순 이라고 불러주세요~” 


“… 얀순?” 


“네! 제 이름이에요~” 


“저.. 그러면 얀순씨..? 그거.. 설마 진짜 총이에요..?” 


“네~” 


천진난만하게 웃는 그녀는 곧이어 권총을 하나 집어들었다. 


“저를 건드리긴 했지만 얀붕씨를 만나게 해줘서한번 봐줬더니.. 얀붕씨를 건드릴줄은 몰랐네요.” 


그녀가 묶여있는 남자를 향해 총을 조준했다. 


“씨발!! 이거 풀라고! 내가 누군지 알아? 나 진권파 간부야!” 


탕- 


그녀가 쏜 총알이 정확하게 남자의 머리옆을 스쳤다. 


“히익!” 


“진권파면.. 내 회사 산하 똘마니들인데, 어떻게 회장 얼굴을 못알아보지?” 


“회장..? 최근에 딸에게 자리 물려줬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는ㄷ… 잠깐..” 


남자는 잠깐 생각하는듯 하더니 다시 입을열었다. 


“죄송합니다 두목님!!! 제가 두목님을 못알아보고 큰 죄를 범했습니다!!! 제발.. 목숨이라도..” 


탕-


“끄으아아악!!!!” 


남자의 다리에 총알이 명중했다. 


“시끄러워.” 


그녀가 나에게 다가왔다. 


“우리 얀붕씨를 건드린 사람, 제가 눈앞에서 처리해 드릴태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공포심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녀에게 말하기는 커녕 무서워서 그녀를 바라보는것 조차 하지 못했다.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얀붕씨~ 아니면 직접 죽이실레요? 제가 쏘는법 알려드릴게요~” 


그녀가 나에게 권총을 쥐어줬다. 


“자~ 이렇게 레이저가 저 쓰레기의 머리를 향하게 하고~” 


그녀가 나의 손을 잡고 권총을 겨냥했다. 


나는 사람을 죽여본적도 없고, 죽일 생각도 없었다. 


이것이 잘못된것을 알고있다.


이것이 살인이라는것을 나는 알고있다. 


그렇지만, 그녀에 대한 나의 공포심에 나는 그녀를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자~ 이제 방아쇠를 당기세요~” 


“…” 


“어머, 안당기세요?” 


그렇지만 조금은 남아있는 이성이, 나의 손가락을 멈췄다. 


이대로 손가락을 당기면 나는 살인마가 되는ㄱ 


“에잇~” 


탕-


그녀가 나의 손가락을 눌러 총을 격발했다. 


총알은 정확하게 머리에 붙어있던 과녁의 중앙에 명중했다. 


그 남자는 방금전까지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살아있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지금도 살아있었을 것이다. 


“아..아아… 사람을… 사람을 죽였어…” 


“얀붕씨~ 괜찮아요~ 저런 쓰레기는 죽어도 싸잖아요?” 


“방금전까지 살아있었는데.. 내가… 내가…” 


“뭐 어때요~ 얀붕씨를 괴롭힌 사람인데~” 


그녀가 나를 끌어안았다. 


탁- 


“만지지마! 이 살인마…” 


“… 얀붕씨 왜그래요?” 


“오지마!!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인거야!!” 


“아무것도 안해요~ 좋아하는 사람한테 이상한짓을 할리가 없잖아요~” 


“뭐…? 좋아한다고..?” 


“네! 얀붕씨같은 사람은 처음이었어요~ 무언가를 노리고 절 도와주는게 아닌, 순수하게 저를 돕기위해 행동하는 사람!” 


“겨우.. 그런걸로 나를 좋아한다고..?” 


“당연하죠! 얀붕씨의 조언 덕분에 이렇게 높은자리까지 오르게 되고,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되었는걸요!” 


그녀가 나에게 핸드폰화면을 보여주며 말했다. 


“보여요? 얀붕씨의 방! 안에다가 카메라를 설치해서 매일매일, 보고있었다고요! 이걸로는 제가 얀붕씨를 사랑한다는 증거가 부족하려나요? 얀붕씨의 옷에 위치추적기도 붙여놨는데..” 


“미친년…” 


“… 뭐라고하셨죠?” 


“미친년… 그건 스토킹이잖아! 내 방에 그런건 대체 언제 설치한거야.. 역겨워..” 


“… 왜 제 사랑을 알아주지 않는겨죠?”


“사랑? 미친소리하네! 이딴걸 사랑이라고 하는거야? 그냥 범죄잖아!!!” 


“…” 


“역겨워… 그런사람으로 안봤는데… 당장 나를 여기서 내보내줘!!!” 


“… 싫어요” 


“뭐?” 


“이제 얀붕씨는 제건데, 왜 풀어줘야 하는거죠?” 


“그게 뭔 미친 소리야! 당장 내보내ㅈ” 


푹- 


그녀가 나의 목에 주사기를 꽂았다. 


“얀붕씨, 얀붕씨는 기억이 안나겠지만.. 얀붕씨가 저에게 한번 똑같이 나쁜말을 했던적이 있어요~” 


"그게 무슨소리야…?" 


“이 약은 저희 회사에서 만든 기억소거제 라는거에요~ 아직 시제품이긴 한데…” 


조금씩 의식이 사라져간다. 


“얀붕씨가 나쁜거라고요? 저에게 심한말 하니까 이런걸 쓸수밖에 없잖아요.” 


조금씩.. 머릿속이 어지러워진다… 


“너무많이쓰면 뇌가 아기수준으로 퇴화한다던데.. 그렇게 되면 제가 보살펴줄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아..아… 안돼.. 잊으면 안돼.. 그러면…또 그녀에게 놀아날게 분명해.. 


“일어나면 제가 가지고있는 병원일거에요~ 특실에서 평~생 보호해줄게요! 알바하며 살던때랑은 완전히 다른 편한 삶을 살게 될거에요!” 


눈을 뜨고있는거 마저 힘들어진다. 


“저랑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아 이제 졸린가 보내요!” 


눈이 감긴다… 내가.. 왜 여깄는 거였지..? 


“잘자요~ 나의 왕자님~ 행복한 꿈 꾸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