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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에 10분 내외 되는 시간이 내 삶의 유일한 기쁨이었다.


혼자 있으면 오빠를 정말 보고 싶어 가능할 때마다 면회를 갔다.


평소에 불면증에 시달렸지만, 오빠를 보고 온 날은 오빠의 따뜻한 목소리가 귀에 맴돌아 푹 잘 수 있었다.


오히려 오빠를 보고 올 때마다 오빠에 대한 마음은 점점 커졌다.


처음 오빠에 대한 마음이 싹튼 건 엄마가 집을 나가고 나서 잠을 못 자는 나를 위해 오빠가 곁에 있어 줄 때였다.


나에게 불똥이라도 튈까 반항 없이 맞기만 했을 때, 내가 못 참고 나서는 바람에 오빠가 큰 위험에 처했을 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너무 미안해서 오빠에 대한 마음이 흔들렸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빠의 변호와 그 개만도 못한 새끼의 악행을 공론화시키는 것밖에 없었다.


발에 불이 나게 뛰었음에도 법은 엄정하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오빠의 인생을 망쳤다는 죄책감에 나는 또다시 자책하려 했지만, 오빠는 날 달래줬다.


가장 심한 상처를 받은 건 오빠인데 오빠는 괜찮다고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다정하게 상냥하게 말해줬다.


다시 오빠에 대한 마음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사실 이 마음이 사랑인지 아닌지 헷갈렸었다.


단순히 각골난망의 마음일지, 아니면 해선 안 되는 사랑일지.


내가 20% 농담 80% 진담으로 사랑한다 했을 때 오빠는 웃으며 "나도 사랑해"라 해줬다.


오빠와 있을 때 빼곤 거의 무표정이었던 나는 매우 오랜만에 정말 기쁜 마음으로 수줍게 웃을 수 있었다.


좋아했던 아이돌의 인생 샷을 봤을 때, 공부 잘하고 잘생긴 거로 유명한 애가 나한테 고백했을 때와는 비교 따위 안되는 설렘.


나는 이 감정이 사랑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사랑에 빠져버린 나는 사랑하는 오빠를 위해, 오빠를 잃지 않기 위해 어떤 것이든 할 각오가 생겼다.





드디어 오빠의 출소일. 너무 설레는 바람에 잠을 전혀 못 잤지만 오히려 상쾌하다.


오빠가 성실히 교도소생활을 한 덕분에 면회를 자주 갈 수 있었고 강력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1년 조기 출소를 했다.


오빠가 집에 왔을 때 최대한 부담이 없도록 여러모로 준비했다.


돈은 대학생 때 좋은 외모로 좋은 대학을 간 덕분에 과외로 학자금을 메울 만큼 벌었다.


대신 과외를 끝내고 들러붙는 남자애들을 떼는 게 귀찮았다.


졸업 후 굴지의 대기업 입사에 성공해 돈 걱정은 사실상 해결되었다.


요리실력도 열심히 키워 요리학원의 강사도 감탄시킬 정도의 수준이 되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매력. 그것도 금단의 사랑을 이룰만한 매력이 필요했다.


몸에 칼을 대진 않았다. 돈도 돈이지만 오빠가 좋아하지 않을 게 뻔하니까.


대신 온종일 코르셋을 끼고 생활했고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며 피부관리까지 철저히 받았다.


이런 말 하기 부끄럽지만, 전신거울을 보고 나 자신이 조금 감탄했다.


이제 오빠를 만나러 갈 준비를 했다.


'일단 청순하게 보이는 게 좋겠지?'


화장도 최대한 간결하게 하고 옷은 흰 블라우스와 검은 스커트를 입었다.


'분명 평범하게 입었는데 왜 이렇게 야해 보이지?'


블라우스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가슴을 강조하고 있었고 스커트는 넓은 골반과 엉덩이를 겨우 가렸다.


그럼에도 얇은 허리는 그런 블라우스와 스커트의 사이의 갭을 만들었다.


'고등학교 때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가슴 조금씩 커지고 있구나. 그래도 이렇게 입으면 오빠가 좋아하겠지?'


만족한 나는 마지막으로 향수를 뿌리고 교도소로 갔다.


아크릴판을 사이에 두지 않은 오빠를 본 나는 오빠에게 한달음에 달려가 안겼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말은 안 나오고 눈물밖에 안 나왔다.


오빠도 감격스러운지 눈을 빨갛게 달군 채로 나를 안았다.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끌어안고 있었다.





"그래서 오빠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사실 바로 오붓하게 둘이서 집으로 가고 싶었지만, 예의상 물어봤다.


오빠는 길거리를 쓱 둘러보더니 한 국밥집을 가리켰다.


"오랜만에 나오니 뜨끈한 국밥이 땅기네"


살짝 속이 아렸다. 나 이제 돈 많아서 맛있는 거 먹어도 되는데.


우리는 국밥집을 들어가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나저나 얀순이는 남자친구 없어?"


"응 나 모쏠이야"


"그래? 이렇게나 예쁜데.."


예쁘다.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어봤지만 역시 사랑하는 사람한테 들으니 행복했다.


오빠와 얘기하느라 정신없어서 눈치 못 챘었지만 오빠가 나랑 눈을 제대로 못 마주치는 게 느껴졌다.


기뻤다. 가족이어도 눈도 못 마주칠 만큼 예쁜 거면 가능성이 있단 것이니까.


"오빠 출소한 지 얼마 안돼서 피곤하지? 집에 가자 내가 다 준비해놨어."


"그래. 어떻게 사는지 정말 궁금했거든."


그렇게 둘이서 내가 살던 집으로 향했다.





"응? 여기는 살던 집이 아닌 것 같은데?"


"아 거기는 두고 회사가 멀어서 지금은 가까운 오피스텔에서 살고 있어."


가장 큰 이유는 그 새끼가 있던 공간에 지내고 싶지 않아서지만.


집에 들어오자 나는 오빠 방부터 보여줬다.


"자 여기가 오빠 방이야."


나는 일단 책상 서랍을 열어 최신형 은하수 스마트폰 상자를 보여줬다.


"내일 이거 개통하러 가자."


방에는 이것저것 비싼 가구가 있었지만 가장 눈에 띈 건 책상 위에 비싸 보이는 컴퓨터였다.


"이거 잘은 모르는데 RTX 3080? 그게 들어가 있어."


과외 다닐 때 남자애들 방을 보면서 오빠가 어떤 걸 좋아할지 대강 파악해놨다.


오빠는 감격했는지 입을 벌리고 눈은 휘둥그레져 있었다.


그렇게 오빠 방을 보여주고 거실에서 밤늦게까지 얘기하다가 잠이 들었다.


꿈만 같았다. 드디어 오빠와 같이 동거할 수 있다니.


마음과 같아서는 오빠랑 같은 침대에 눕고 싶었지만 참았다.


이제 시간은 내 편이니까. 천천히 다가가면 오빠도 마음을 열어줄 것이다.


'내일은 오빠랑 같이 휴대폰 개통하고 옷이랑 신발사야겠다'


오빠랑 온종일 있어서 그랬을까 나는 금방 잠에 빠졌다.



하지만 나는 그래선 안 됐다.





다음 날 눈을 떠보니 오빠가 사라져 있었다. 쪽지만 남겨놓은채로


"말로 들어서는 안심이 안 돼서 집에 직접 가보니 잘살고 있는 거 같아서 안심했어. 나 같은 살인범은 잊고 행복하게 살아"라는 내용이었다.


무슨 소린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빠가 없는데 행복하게 살라니.


한참을 멍하니 있던 나는 그 뜻을 이해했다.


행복하게 살려면 오빠가 있어야 하니까 오빠를 찾아보란 소리구나.


오빠는 내 방식이 잘못됐다는 걸 말해 주려 했구나. 천천히 다가가선 안 됐구나.


괜찮아 오빠 이번에 만나면 그런 걱정 안 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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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실력으로 소설 첨 쓴 건데도 추천이랑 댓글 많이 달려서 놀랐음.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