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피 누나는 폭행 전과 8범의 전과자야.

키도 180이 넘고, 성질머리가 고약해서 자기 생각이랑 안 맞으면 주먹부터 나가기 일쑤인지라 고소/고발 당하는 게 일상이었어.

그럴 때마다 변호사를 선임해서 어떻게든 징역은 피해봤지만, 간단한 사건으로 수임하면 기본 40씩, 재판까지 가면 200 정도 나오는 변호사 수임료를 내느라 솔피 누나의 통장은 텅장이 되는 거야.

직업으로 해오던 필라테스 강사 일도 지랄맞은 성격 때문에 더 이상 이어갈 수 없었고, 알바 자리를 하나 구하기도 마땅찮았던 솔피 누나는 월세가 밀렸다는 라미아 집주인을 아이~ 씻팔!하며 폭행해서 또 고소를 당해.

이번에는 돈도 없었던지라, 국선 변호사의 도움을 받게 됐는데 알 사람들은 알겠지만 국선은 담당 사건도 많고 패소해도 사선처럼 커리어에 흠집이 나는 것도 아닌지라 솔피 누나 사건에도 크게 신경을 안 쓰지.

게다가 판사도 그녀의 화려한 전과를 보고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솔피 누나는 그대로 빵에서 썩을 위기에 처하지.

씨발씨발 거리며 감옥에 가야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솔피 누나는 주변 사람들을 설득(물리)해서 간신히 수임료를 마련해.

하지만 전처럼 어느 정도 실력이 검증된 변호사를 쓰기에는 불충분한 돈이었기에, 결국 솔피 누나는 갓 변시에 합격하고 수습을 마친 새내기 변호사 몬붕이를 고르게 돼.

지거국 출신에 자교 로스쿨을 나왔고, 빽도 뭣도 없는 초짜 변호사였던 몬붕이는 아는 선배의 사무실에 들어가 첫 의뢰인을 맞으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지만 하필이면 첫 의뢰인이 너무 막장인지라 좌절하지.

그래도 포기하자니 자신의 다짐을 어기는 일인지라 몬붕이는 한숨을 푹 쉬고 솔피 누나의 변호에 착수해.

아무리 봐도 전과 8범이라는 쓰레기를 깜빵에 안 넣기는 바늘구멍에 낙타 들어가기였고 결국 몬붕이는 선배한테 조언을 구한 끝에 솔피 누나를 분노조절장애 환자로 만들면 감형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대로 솔피 누나한테 전해줘.

그 말을 들은 솔피 누나는 당연히 노발대발하지.
자기를 정신병자 취급하냐고 길길이 날뛰지만, 그렇지 않으면 답이 없었기에 몬붕이는 솔피 누나에게 차분히 말해.

'제가 치료해주면 되잖아요.'

그 말에 솔피 누나는 처음으로 애정을 느껴보지.
자신을 문제아로 낙인찍고 거리를 뒀던 사회에 반항하기 위해서라도 점점 심한 폭력을 휘두르던 폭주기관차인 그녀에게 있어서 처음으로 브레이크를 걸어줬지. 바퀴를 멈추는게 아니라, 엔진의 출력을 낮추는 방식으로.

솔피 누나는 몬붕이의 말대로 분노조절장애 판정을 받는 작전에 순응해. 그렇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아내서 감옥에 가는 것만은 면하게 됐지.

솔피 누나는 몬붕이에게 수임료를 입금하고는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며 몬붕이의 귀에 속삭였어.

"이제 날 치료해줘♡"

몬붕이도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고, 솔피 누나와 같이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데이트도 하고 게임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

그러면서 솔피 누나와 몬붕이는 점점 서로에게 빠져드는 거야. 말만 하지 않았지, 서로를 떠올리기만 해도 붉어지는 볼은 상대방을 격렬하게 좋아하고 있음을 증명해줬지.

그러던 어느 날, 몬붕이가 퇴근 후 솔피 누나를 보고 가는데 선배가 몬붕이를 붙잡아.

"요새 어딜 그렇게 다녀?"

"썸 타는 사람이 생겨서..."


"...몬붕아. 잠깐 이야기 좀 하자."


그렇게 선배는 몬붕이를 앉히고 대화를 시작해.


"네가 만나는 사람, 지난 번 그 범고래 몬무스 의뢰인이지?


너 인마, 그거 아주 실수하는 거야.


이 사무실에 오는 사람이나 몬무스들 치고 좋은 일로 오는 사람이나 몬무스가 있겠어?


게다가 그 의뢰인 폭행범이야. 그것도 전과 8범!


정신과 의사들한테 왜 환자와 연애감정을 만들지도, 느끼지도 말라는 규칙이 있겠냐.


우리도 똑같아. 특히 형사 사건, 그것도 이렇게 심각한 경우에는 쟤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아.


너 진짜 처신 잘해라. 이 형이 너 걱정돼서 하는 소리야."


선배는 그 말을 끝으로 퇴근했어.


몬붕이는 자리를 떠서 솔피 누나를 만나러 갔지만 결코 마음이 편치 않았지.


한숨을 푹 쉬며 솔피 누나를 만나니, 솔피 누나는 그런 몬붕이 속도 모르고 몬붕이 품에 얼굴을 부비적대.


그런 솔피 누나가 너무 귀엽고, 좋아서 몬붕이는 심란했어.








형법 각론 읽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질러봄.  반응 좋으면 뒷이야기 써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