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나는 순간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완장 달아보고 싶다고."

 사람은 과한 충격을 받으면 말도 나오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 진위 여부를 여기서 확인하게 될 줄이야. 그것도 내 몸으로 말이다.

 나는 겨우 충격을 덜어내면서 다시 의문을 표했다.

"아니 대체 왜?!"

"아 씁...시끄럽게 왜 소리를 질러. 뭐 이유가 별 거 있냐? 그냥 해보고 싶으니까 그렇지."

 이런 미친노...아냐 그래도 욕은 나쁜거야. 나는 이 녀석에게 할 말을 최대한 순화 시켜서 내뱉었다.

"이거 개 또라이 새끼 아냐?"

 이런 실패했다. 나는 이미 심하게 말한 김에 필터링 없이 내뱉기 시작했다.

"야 너 진짜 미쳤어? 그런 걸 왜 하고 싶은 건데?! 너 완장 달면 노예 되는 거나 다름 없다는 거 잘 알잖아! 군대에서 계급은 일병으로 고정한 상태로 말뚝 박는 거랑 뭐가 다르냐고!"

"야야 조용히 좀 해. 저기 완장들 듣고 울고 있잖아."

 그 말에 옆을 돌아보니 완장들이 누워 있는 침대가 들썩 거리는 것이 보였다.

"흑...끄으흑..."

 조용히 우는 듯한 소리도 들려왔지만 이미 노예가 된 자들 따위, 지금은 내 알 바가 아니었다.

"그래 너도 저런 꼴 되고 싶어?! 항상 사람들 없나 체크하느라 아예 챈에서 살고 싶냐고!"

"에이 그래도 자원해서 완장 달면 좀 봐주지 않을까?"

"그래 감옥도 자수 해서 들어가면 사형수도 살려주고 그러겠다 그치?"

 나는 말이 통하지 않음에 깊은 빡침을 느끼며 이번엔 조용히 말했다.

"야 너 이런 말 하는 거 혹시라도 주딱이 들으면 어쩌려...!"

"내가 뭐?"

 녀석의 헛소리 때문에 정신이 없는 상태라 주변에 누가 온 것도 알지 못했다. 그런데 하필 그 사람이 주딱이라니... 이 녀석은 이제 구원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그리 살려주려고 했지만... 제 손으로 밧줄을 잘라버리고 아직도 가위를 챙강 거리는 녀석에게 내 팔을 내밀어 줄 수는 없는 법이다.

"하하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이 녀석이랑 대화 하다가... 저는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스윽-

 나는 최대한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지만 반쯤 의자에서 일어난 나의 손목을 잡은 주딱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하..하하...저기 이 손목 좀..."

"그래 완장이 하고 싶다고?"

"...예?"

 이게 뭔 헛소리야! 아냐 그래도 주딱에게 이런 태도로 말을 꺼낼 수는 없지. 아까 한 번 실패한 만큼 최선을 다해 필터링을 거쳐 말을 내뱉었다.

"그게 뭔 개소리야!"

 아니 ㅆㅂ 그래도 정도껏 해야 순하게 말을 해주지! 저건 선을 넘었지 않은가!

"완장을 하고 싶다는 얘기가 들리길래 와봤는데 아니었어?"

"그건 제가 아니라 이 녀석이!....어?"
 어느새 비어 있는 내 옆자리를 보고 나는 당황했다. 황급히 주변을 둘러 보니 이미 저 멀리 도망가고 있는 녀석이 보였다. 

 그 때 핸드폰에 알람이 울려 슬쩍 확인해보니 저 녀석이 보낸 문자가 와있었다. 나는 주딱이 앞에 있는 것도 잊은 채 황급히 문자를 확인했다.

-야 나도 그냥 떡밥 던질까 했던거지 진짜 주딱이 올 줄 누가 알았겠냐. 미안하다 힘내라ㅎㅎ

"저! 저저...!"

"그래 그래 그렇게 완장을 하고 싶었어? 내가 특별히 채용해줄게."

 채용이 아니라 징집이겠지! 이건...이건 현실이 아냐. 분명 꿈일 거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극도의 빡침과 충격으로 인해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한참 후.

 눈을 뜨니 나를 받쳐 주는 침대의 폭신함이 느껴진다.

"아아... 역시 그건 다 꿈이었구나...다행이다..."

"뭐가 다행이야?"

"아 그게 말이죠. 꿈에서 주딱한테 징집 당하는 꿈을 꿔서요. 하하하 정말 악몽이었죠."

"그거 꿈 아닌데?"

 옆에서 들려오는 말에 몸이 굳어진다. 천천히 주변을 살펴보니 내가 누워 있는 곳이 내 침대가 아님을 그리고 입고 있는 옷도 어색함을 알 수 있었다.

 완장용 침대와 완장용 잠옷을 왜 내가....?

"신입이 된 걸 축하해! ....이 노예 새끼야"

 그제야 나는 일어난 후부터 대화를 나누던 상대가 누군지 쳐다봤다.

"완장...."

"그래 그리고 이제 너도 완장이지. 자 어서 일 하러 가라!"

-철썩

 바닥에 내리쳐지는 채찍 소리를 들으며 나는 다시 한 번 정신을 잃었다.



본 내용은 모두 픽션입니다. 현실의 사건과 인물들과는 관계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