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마왕군 본대에 관한 보고입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마왕군은 꾸준히 전력을 증대시키고 있습니다만, 다행히 예상보다 속도가 느립니다.

특히 양질의 광물을 확보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계 광산의 소유권을 얻고자 하나 해당 구역을 지배하고 있는 마족들과 협력이 원활하지 않아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또한 인재 영입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차기 마왕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다른 마족들이 인재를 스카우트 해가기 때문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만 마왕이 그로 인한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유망주 위주로 인재 채용을 하고 있어서 해당 방식에 대한 대처가 필요해 보입니다."


"유망주 위주의 채용?"


"네, 얼마 전 마왕은 우리의 아카데미를 밴치마킹하여 마족 학교를 설립했습니다.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내진 못하고 있지만, 우리 왕국의 인재들이 아카데미에서 다수 나온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마왕 역시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현재 정보를 받은 대 마왕 전담 공작부에서 대처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대처하기엔 어렵겠군.

전담팀에게 마족 학교를 철저히 해체하는 방식으로 대처하라고 전하게.

특히 마족 간의 경쟁심을 부추기는 방법은 최대한 자제하도록.

잘못 시행했다간 서로의 경쟁을 통해 발전하게 될 수도 있으니.

그리고 광산을 소유하고 있는 마족들과 접촉하여 광물을 사서 마왕군에 판매하는 새로운 루트를 개척할 수 있는지 검토해보게.

성공한다면 마왕군의 돈으로 마왕군을 약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야."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어서 마계 제 1 대공작에 대한 보고입니다.

그의 아버지를 닮아 극단적인 엘리트주의자이며 호전적인 성향이 제일 강합니다.

개인의 무력은 마왕과 필적하나 세력이 부족하여 마왕에 오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유사시에 차기 마왕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하지만 역으로 그러한 점 때문에 현 마왕 체계가 계속 유지될 경우, 자연스럽게 세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재 영입에 크게 관심이 없어 막강한 엘리트층에 비해 하위 병사들의 숫자가 턱없이 적으며

이는 남아있는 병사들의 부담 과다로 이어져 병사들의 이탈을 가속하는 악순환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이미 그의 영지는 기본적인 행정 업무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정도로 하부 계층이 빈약해진 상태입니다."


"그건 위험하군. 제 1 대공작을 지원할 방법이 있나?"


"우선은 저희 요원들을 상인으로 가장하여 물류의 흐름이 막히지 않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민간 차원에서의 접근일 뿐, 행정부로의 접근이 어려워 언젠가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공작의 가문은 대대로 마왕을 견제하는 위치에 있었지.

아마 대공작 휘하 하위 마족들의 탈주의 이면에는 마왕이 있을 거야.

본인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족 학교 설립 또한 효과가 있었을 것이고.

이렇게 된 김에 지금 진행중인 마왕군 물류 장악 계획을 실험해보도록 하지.

대공작의 영지에 상인으로 가장한 우리 요원들을 더 많이 파견하여 그곳의 경제권을 침식하도록 하게.

가능하면 대공작과 직접 교섭하여 아예 기본 행정까지 전부 가져올 수 있으면 좋겠지만, 비용과 인원을 잘 고려하여 결정하도록."


"네, 추후 실행 가능성을 검토하여 보고드리겠습니다.

다음 보고는 신흥 귀족 연합에 관한 것입니다."


"귀족 연합?"


"네, 최근 젊은 귀족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중심이 되는 인물은 보비스 백작으로, 우리 인간들을 적대하는 대신 교류를 통해 마계의 발전을 이끌자는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보비스라면 아카데미에 잠입했다가 얼마전 마계로 되돌아간 첩자로군?"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역공작이 성공했다고 보아도 되겠는가?"


"그 점에 대해서는 아직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보비스 백작의 의견에 동조하는 마족이 있는 건 사실이나, 상당수가 지지 기반이 미약한 인물들입니다.

특히 기존의 권력층은 이들이 나약하다면서 숙청하자는 의견까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현 마왕이 새로운 것을 많이 시도하고 있기에 보비스 백작을 비롯한 몇몇 마족들을 채용하여 지원하고 있습니다.

새로 설립한 마족 학교에도 보비스 백작이 깊게 관여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확실한 건 보비스 백작은 그가 잠입했을 때부터 발각되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 뿐입니다.

그 증거로 가장 먼저 접촉시켰던 우리측 요원과 아직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중이며,

최근에는 그의 가신이 되어 마계에서 자신을 도와줄 것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대마왕 전담팀에서는 해당 내용을 알고 있나?"


"네, 이미 관련 부서들끼리 협력하고 있습니다."


"좋아. 서큐버스 가문에 대한 건은 어떻게 되고 있지?"


"예상보다 난항중입니다.

종족 특성상 정신계에 강하기 때문에 깊게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내성이 있는 요원들을 훈련시키고 있긴 하지만, 아직 그 수가 부족합니다."


"언제나 리스크가 큰 작전이라는 걸 염두에 두도록 하게.

더욱 철저하게 점조직 형태로 운영하고, 유사시를 대비한 방책을 점검하게.

다른 보고 사항 있나?"


"이상입니다."


"좋아. 나가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