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오늘은 UN 사무총장의 세계 기후협약 재심사 일정이 있는 날이었다. 허나 사무총장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뉴욕에서 중대 발표를 한다고 통포했다.


기자들은 큰 관심이 없었다. 현재 UN은 강대국에 휘둘리는 별 힘이 없는 기관이었기 때문이다. 


사무총장이 미소를 지으며 걸어 들어왔다.언제나 힘이 없어 보이던 UN 사무총장은 오늘따라 힘이 넘처 보였다. 구부정한 등은 꼿꼿이 펴져 있었고, 깔끔하던 양복은 살짝 찢어져 있었다. 기자들은 달라진 사무총장의 모습의 약간의 호기심을 풀었다.


그리고, 그 호기심은 순식간에 경악으로 물들었다. 사무총장의 발언 한 마디 때문이었다.


"저는 오늘 예수를 죽였습니다."


사무총장의 발언에 정적이 흘렀다. 기자들은 말 그대로 패닉 상태였다. 대체 무슨 의미인가? 비유적인 의미로서, 중동 전쟁에 개입하겠다는 걸까? 표현이 너무나 과격하지 않은가?


사무총장은 가자들의 반응을 즐기는 듯 했다. 그는 여유롭게 한 판넬을 꺼내들었다.


"세상에는 세계 오컬트 연합과 SCP 재단이라는 곳이 암약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게 바로 그 놈들의 명단입니다."


"잭 브라이트 박사, 알토 클레프 박사, 기어스 박사...더이상 사망 명단을 굳이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사무총장의 비서는 당황을 넘어 혼절할 것 같았다. 세계 오컬트 연합과 재단이란 곳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건 기밀이었다. 지금 사무총장의 행동은 모든 규약을 깨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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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시 후에 발언을 이어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비서의 선택은 빠르게 이 회담 자체를 끝내는 것이었다. 비서는 기자들의 빗발치는 질문을 물린 후, 사무총장에게 물었다.


"지금 제정신이십니까? 그걸 세상에 발설하다니요! 장막 규약을 잊으신 겁니까?"


"...자네는 누구지?"


"예? 총장님 비서 칼리프입니다!"


"으음. 칼리프. 자네도 어느 정도는 장막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으니 말해 주지. 세계 오컬트 연합이 재단을 인수했네. O5 협의회는 최소한의 인원을 남기고 사살했고, 재단이 격리 중인 SCP의 69%는 퇴역 조치할 걸세."


"그...그게 가능한 거였습니까? 모두가 재단과 GOC의 분쟁은 재앙이 될 거라고..."


"배신자들이 있었거든. 어쨌든 이제 재단은 없어. UN의 시대이지."


비서는 흠칫했다. 활짝 웃는 사무총장의 눈에 광기가 어려 있었다. 


재단은 합병되고, 장막은 파괴되었다. 사무총장은 털썩 주저않은 비서를 뒤로 하고 다시 기자들 앞에 섰다.


그제서야 비서는 사무총장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사무총장의 목에 걸린 목걸이는 유난히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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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카논의 1편 느낌으로 써봄. 만약 다음편 쓰면 자전거짤을 주제로 속편 써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