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몇 달 전 scp-2472 측면에 '1'이 새겨졌다.

의미는 제쳐두더라도, 결국 변칙성을 드러내셨다는거지.

그 후 우리는 변칙성이 없는 변칙개체들을 추가로 확보했다.


발견 순서대로 23, 3, 25

하나같이 새겨진 의미 없는 숫자들.

재단은 원더테인먼트 박사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었고, 

그에 따라 격리등급 상향이 재논의되었다.

25가지 개체, 최소한 말이지.

21개나 남았군, 제기랄.


며칠전 샌프란시스코 지부에서 다섯번째 개체를 발견했다.

그냥 검은 안경, '그냥' 검은 안경이라.

다리가 유난히 물음표처럼 휘어지긴 했지만, 별 다른 건 없었다.

훌륭해.

훌륭했지.


확보한 안경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숫자도, 글씨도, 하다못해 그림이라도.

scp-2472를 회수했을 때와 같은 상황.

재단 내에서는 여러가지 논의가 오고 갔다.


우연히 같은 특성을 지닌 변칙개체일 가능성,

scp-2472처럼 시간이 지나면 숫자가 나타날 가능성,

D계급에게 착용시켜보는 실험의 필요성 (실제로 진행되었고, 변칙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다른 변칙개체들처럼, 우선 확보해두기로 결정됐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정체를 드러내겠지만,

저 웃기게 생긴 안경다리가 자꾸 신경쓰인단 말야.

보관실에 넣기 전 마지막으로 안경다리의 연결부를 잡았고,


돌렸다.

다리는 나사선을 따라 부드럽게 돌아갔고,

안경 내부의 빈 공간에서 무언가 떨어졌다.

종이 한 장.

내가 만져도 되는 물건인가?


종이는 바닥에 내려앉으며 펼쳐졌고,

나는 종이를 만지지 않고도 내용을 볼 수 있었다.

그건 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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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나는 실패했어.

어떤 기술로도 탐지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무언가

그런건 전혀 아름답지 않았어.

아름답지 않은 것에 무슨 가치가 있지?


하지만 나는 성공했어.


모두가 이걸 알아볼거고,

모두가 궁금해 하겠지.

모두가 물음표를 던지겠지.

하지만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거야.

왜냐면, 왜냐하면,

그건 처음부터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바보들, 멍청이들!

나는 그들을 보며 배꼽을 잡을거야.

바닥을 구를거고, 눈물을 흘릴거야.

숨을 헐떡거리며 말하겠지.

"그들의 예술은 엉터리야!"


누군가는 이것들을 변칙개체라고 말하겠지.

그건 사실이 아냐.

그런 멍청한 이름을 붙이지 마.

우린 그냥 그걸

쿨하다고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