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기성 작가가 알려주는 노하우를 내 글에 바로 ..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글 쓰는 법을 어디서 배운 적도 없고 즉흥적으로 글을 써서 전업 웹소설 작가가 되었을 때

소설 2개를 완결내고 3번째 소설을 쓰려고 할 때, 고민이 한 가지 들었습니다.

 

즉흥적으로 글을 쓰다보니 제 스스로 한계가 느껴진 겁니다.

글을 쓰면서 중반에 다다르면 제 글이 무너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재미가 확 없어졌죠.

차기작에서도 마찬가지 일 거 같더군요.

전업 작가로 계속 살아갈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카톡방에 있던 다른 작가님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10년 넘게 글을 쓰시고 억대 연봉이신 한 작가님께서 저를 딱하게 여기시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어마어마한 팁이었습니다.

돈을 줘도 안 알려줄 거 같은 꿀팁들을 2시간에 걸쳐 친절하게 알려주셨습니다.

(그 팁들은 혼자보기 아까워서 작가님에게 블로그에 올려도 되냐고 허가를 구하고 그래도 된다고 허락해주셔서 블로그에 올려놨습니다.)

 

그 노하우를 듣고 나니 상위권 작가님들 글을 읽을 때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플롯과 패턴, 훈련과 보상, 고구마와 사이다가 보였습니다.

 

저는 신이나서 그걸 바로 제 소설에 써먹어보려고 했습니다.

억대 연봉이 코 앞에 온 거 같았죠.

근데 한 달 동안 제대로 된 글을 쓰지 못 했습니다.

 

결국 슬럼프를 겪고 노하우를 써먹는 것은 포기하고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써서 연재했습니다.

물론 전작과 마찬가지로 같은 길을 밟았습니다.

중후반에 글이 무너지며 재미가 없어졌죠.

 

분명 그 작가님께서 알려주신 노하우는 천만금을 줘도 배우기 힘든 노하우인데

그걸 듣고도 왜 나는 써먹지 못하는 걸까 곰곰이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4번째 소설을 완결내고서야 알게 됐습니다.


복싱을 예로 들면

세계 챔피언이 제게 자신이 세계 챔피언이 될 수 있었던 테크닉을 알려준다고 생각해 봅시다.

왼쪽 어깨를 들어올려 턱을 보호하고 이런 타이밍에 카운터를 넣고 저런 타이밍에 위빙을 해서 공격을 피하고...

 

분명 세계 챔피언이 알려주는 노하우는 돈으로 따지기도 어려운 고급 정보지만,

이제 막 복싱을 시작한 사람이 그걸 듣고 바로 써먹을 수는 없습니다.

1~2년 배운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게 가능했다면 이미 세계 챔피언의 제자들은 모두 세계 챔피언이 됐겠지요.

 

그렇다고 해서 그 노하우가 쓸모 없다는 것도 아닙니다.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은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일단 훈련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3번째 소설에 그렇게도 부단히 써먹어보려고 했던 억대 연봉 작가님의 노하우가

3번째 소설 완결내고 준비했던 습작 소설에서도 실패했지만, 오랜 슬럼프를 극복하고 즉흥적으로 쓰기 시작한 4번째 소설에서 그 노하우 몇개를 소설 속에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기성 작가님이 알려주신 노하우가 20개쯤 됐다면 그 중에 4개 정도 써먹어 본 거 같습니다.

 

예전에는 그렇게 써먹어보려고 아둥바둥할 때는 안되더니

다 포기하니까 조금씩 할 수 있게 되는 게 신기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그 이유를 오래동안 고민했고 왜 그런지 최근에야 알게 됐습니다.

결론은 마라톤과 같았습니다.

 

1. 그냥 무작정 달리는 게 좋아서 매일 달리다 보니 내가 사는 지역에서 가장 잘 달리게 됐고 결국 세계 대회에 나가게 됐지만, 하위권으로 골인해서 전업 마라톤 생활에 회의가 들었다.

 

2. 마라톤 최상위권 선수에게 노하우를 물었고 그 선수는 친절하게도 그 노하우를 전부 전수해줬다. 예를 들어 코로 두 번 들이마시고 입으로 두 번 내뱉는 걸 알려줬다고 생각해 보자. 입이 마르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서 더 오래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고 한다.

 

3. 그 노하우를 토대로 코로 두 번 들이마시고 입으로 두 번 내뱉는 걸 계속 훈련했지만, 자연스럽게 호흡하기보다 더 어렵고 불편하다 보니 달리는 것 자체가 기존보다 더 어려워졌다. 그렇게 슬럼프를 겼고 그냥 내 방식대로 하자고 생각하고 다시 달렸지만, 결과는 역시 하위권.

 

4. 에라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내 방식대로 꾸준히 달리다보니 갑자기 언젠가부터 그 마라톤 선수가 알려준 호흡법을 조금씩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성적도 좋아졌다.

 

...이렇게 된 거 같습니다.

 

노하우를 듣고 바로 써먹을 수는 없었지만,

그 노하우를 인지하고 내 방식대로 계속 글을 쓰다보니 하나둘 내 글에 녹여낼 수 있게 됐습니다.

 

결론은

글을 쓰는 게 재밌어야 하는데 자꾸 공식을 대입하려고 하면

글 쓰는 게 어려워지고 재미가 없어집니다.

(여기서 말하는 공식이란 독자들이 좋아하는 고구마사이다 패턴, 클리셰, 플롯등을 말합니다.)

억지로 공식을 내 글에 넣어보려고 하지말고 공식을 머릿속에 새겨두고 내 방식대로 꾸준히 글을 쓰다보면 하나둘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거 같습니다. 

(물론 감각 있는 분들은 노하우를 보고 바로 자기 글에 써먹을 수 있는 분도 계실 겁니다. 일단 전 아닙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