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시점 변화를 능숙하게 사용해보자!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이번에는 소설에서 중요한 시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소설에는 1인칭 시점, 3인칭 시점, 전지적작가시점, 혼합시점 등 다양한 시점이 있습니다.

보통 웹소설에서는 1인칭 주인공 시점과 전지적작가시점 그리고 그 두개를 넘나드는 혼합시점을 많이 사용합니다.

 

1인칭 시점이란 주인공의 입장에서 소설을 보는 것으로 주인공의 독백을 많이 볼 수 있으며 그에 따라 몰입감이 상당합니다. 대신 주인공의 시점에 한정되어 있다보니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시선의 폭이 좁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인물의 시점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혹은 은근슬쩍 전지적작가시점으로 넘어가는 작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왜 그러냐면 소설 초반에 전지적작가시점으로 이끌어가는 것 보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이 상황파악이 잘 되고 몰입이 잘되기 때문에 주인공 시점으로 3~5화정도 이끌고 가다가 자연스럽게 전지적작가시점으로 넘어가서 주변 상황과 인물들을 폭 넓게 보여주는 것이죠.

 

시점 변화를 하면 소설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보면 제 소설 중에 주인공이 차를 타고 가다가 군인들의 불심검문에 걸려 어쩔 수 없이 그들과 싸우는 장면이 나옵니다. 근데 댓글에서 독자들이 그러더군요. 뜬금없이 왜 군인이 나와? 제 머릿속에는 권력자 하나가 주인공을 눈에 가시로 생각하고 그를 죽이려고 군인을 보낸거라는 설정이 있지만, 독자들에게 미리 보여주지 않았으니 독자들 입장에서는 뜬금포가 된 겁니다. 주인공이 군인을 만나기 전에 권력자 시점에서 주인공을 죽이려는 계획을 짜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독자들이 군인이 나타났을 때 납득하는 거였는데 말이죠.

 

또 다른 제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길드에 들어갔는데 그 길드원 하나가 주인공을 지독히도 싫어합니다. 독자들은 왜 주인공을 싫어해? 그냥? 이라고 개연성을 지적했죠. 저는 그 다음편에 그가 왜 주인공을 지독히도 싫어하는지 과거의 사건을 보여주며 설명해서 독자들을 납득시켰습니다만, 제일 좋은 건 독자들이 개연성 지적하기 이전에 미리 보여주는 것이죠. 물론 사건 이후에 이유를 보여주는 것도 소설적 기법으로 틀린건 아닙니다만, 독자들이 부드럽게 읽히게 만드는 게 현 웹소설 시장의 숙제이니만큼 미리미리 납득시켜 놓는 게 좋습니다.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시점 변화를 제가 이야기하는 이유는 소설을 진행함에 있어 시점 변화를 능숙하게 해야 소설이 재밌어 지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의 시점과 그에 대적하는 적의 시점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조연들의 시점을 넘나들며 주인공의 대단함을 보여주거나 상황을 설명하는데 유리합니다.

 

소설적 시점 변화를 써야 소설이 더 재밌어지는 이유를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일단 주인공 시점 하나로 에피소드 한 개를 풀어보겠습니다.

 

주인공 시점 : 주인공이 국왕의 명령에 의해 점점 세력을 넓혀가는 오크 부족에 쳐들어간다. 오크 대장은 무척 강력해서 치열한 전투 끝에 승리한다. 왕국에 돌아가 국왕에게 상을 받고 시민들에게 칭송 받는 용사가 된다.

 

그냥 주인공 시점 한 가지 흐름으로 가면 이렇게 밋밋한 스토리가 됩니다.

하지만 시점을 넘나들면 어떻게 될까요?

 

주인공 시점 : 주인공이 국왕의 명령에 의해 점점 세력을 넓혀가는 오크 부족을 제거하기 위해 준비를 한다.

 

오크 두목 시점 : 숙적들을 모두 처단하고 일족을 통일시켰지만, 그에 따른 세력 확장으로 식량이 부족해 인간 영토를 침범할 수밖에 없다. 인간들이 쳐들어 올 것을 짐작하고 부하들을 시켜 만반의 준비를 한다. 부인과 아들을 위해 싸움에서 승리해야 한다.

 

주인공 시점 : 오크 부족에 도착해서 오크 대장과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오크 두목 시점 : 쳐들어 온 인간이 강력하다. 이길 수 없음을 짐작하고 시간을 벌며 부인이 어린 아들을 데리고 도망칠 시간을 번다. 

 

어린 오크 아들 시점 : 어린 아들은 어머니 품에 안겨 도망치며 아버지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피눈물을 흘린다. 인간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주인공 시점 : 도망치는 오크에게서 살기를 느꼈지만, 부상도 당했고 체력적으로 지쳤기에 도망치는 녀석들을 굳이 쫓아가 죽이지 않는다. 왕국으로 돌아가 국왕에게 상을 받고 시민들에게 용사로 칭송받지만, 죽어가던 오크들의 얼굴과 울음소리가 잊혀지지 않아 괴롭다.

 

어린 오크 시점 : 어머니와 도망친 어린 오크는 숲에 숨어서 힘을 키운다. 그러던 어느 날 숲에서 부상당한 인간 흑마법사를 발견하고 인간에 대한 원망으로 그를 죽이려다가 마음을 바꿔 그를 도와주고 그에게서 흑마법을 익히며 훗날 용사에게 복수하기 위해 힘을 기른다.

 

시점을 넘나들면 오크 쪽 사정도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입체적인 이야기가 됩니다.

 

나중에 흑마법사가 된 오크가 용사의 딸을 납치해서 던전에 온갖 함정을 설치하고 그가 오기를 기다린다고 생각해 봅시다. 딸을 구하려고 달려오는 주인공의 시점과 던전에서 준비하는 오크의 시점을 계속해서 번갈아 보여주면 독자들은 용사와 오크가 만나는 순간을 무척 기대하게 됩니다. 그리고 기대감이라는 열매가 무르익으면 용사와 오크가 만나서 멋진 전투를 벌여서 기대감을 만족시켜주는 것이죠.

 

여기서 오크 시점을 안 보여주고 용사 시점만 보여준다면 재미가 크게 반감되겠죠.

 

나 혼자만 레벨업에서는 소설 중반부터 한 편에 시점이 최소 2개 혹은 3개를 보여주며 전투를 할 때는 4개 시점을 보여줍니다. 개미들이 점령한 제주도로 갈때 주인공 시점, 한국 헌터들 시점, 한국 헌터 협회 시점, 방송국 시점, 일본 헌터들 시점 이렇게 번갈아가며 보여주죠.

 

그 이유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 째는 주인공의 대단함을 표현하기 위함이고 둘 째는 입체감을 위해서죠. 예를 들어 무한 도전이 방송하는데 유재석만 계속 찍어서 보여준다고 생각해보세요. 유재석, 정준하, 하하, 박명수, 정형돈, 노홍철 6명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것과 유재석 한 명만 보여주는 것 중에 뭐가 더 재밌을까요?

 

초보 작가들은 시점 변화를 쓰는데 능숙하지 못합니다. 가끔 제게 감평을 부탁하는 지망생 분들의 글을 받아보면 역시나 주인공 시점으로만 쓰는 분들이 많더군요.

 

저 역시 첫 번째 소설에서는 아예 쓰지도 못 했고(소설 중반에 1인칭 주인공 시점의 한계를 느끼고 한번 써볼까 하다가 5권 분량까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만 왔는데 갑자기 시점이 넘나들면 독자들이 혼란스러워할까봐 그냥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끝까지 갔습니다) 두 번째 소설에서는 시점이 넘나드는 걸 조금씩 쓰기 시작했고 세 번째 소설에서는 능숙하게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점 변화는 크게 어려운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에피소드를 구상할 때 보여줄 시점만 미리 생각해둔 다면,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면, 나 혼자만 레벨업을 볼때 시점 변화를 무척 잘 이용한다고 느낀 부분이 있었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에피소드 중후반 무렵쯤 되면 다음 에피소드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사건을 미리 보여주는 겁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황동석을 죽였을 때 미국에 있는 동생 황동수가 형의 죽음을 통보받는 것을 보여줌으로서 나중에 나올 에피소드에 대한 예고를 하는 것이죠. 

 

그럼 이제 시점을 넘나들어야 하는 이유를 요약해봅시다.

 

1. 양 쪽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2. 인물과 이야기에 입체감을 부여한다.

3. 상대방 시점과, 과거 시점을 보여주면 개연성이 생긴다.

4. 싸우기 전에 양측의 입장을 보여주면 독자는 기대감이 생긴다.

5. 악당에게도 감정이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몰입감이 커진다.

6. 다양한 시점으로 보기 때문에 고구마와 사이다를 주는데 편리하다.

7. 주인공과 악당이 싸울 때 주변인 시점으로 보면 주인공의 대단함을 보여주기 편리하다.

8. 진행되는 에피소드에서 다음 에피소드에 대한 예고편을 보여주며 독자의 하차를 막을 수 있다.

 

장점이 참 많네요. 이렇듯 주인공 시점 이외에도 조연 시점, 히로인 시점, 악당 시점, 다른 세력 시점을 능숙하게 보여주게 된다면 소설이 더 풍부해질 겁니다. 한 번 사용해보세요. 주의할 점은 한 편에 주인공 시점이 아예 없다면 독자들은 스토리 진행이 없다고 싫어하니까 주인공 시점은 매 편마다 꼭 넣어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