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휴교령이 내려진 것은 목요일 새벽이었다. 


"충남의 ㅇㅇ지역에서 발생한 폭력 시위의 영향으로..."


아침 9시, 부모님은 왜 휴교령이 내려질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데도 출근하신 건가, 의문을 가지며, 도재화는 아침 뉴스를 보기 위해 소파에 앉아 TV를 켰다.


전국적인 휴교령은 아니었다. '위험 지역' 으로 지정된 충청남도, 강원도 등의 몇몇 학교들에만 휴교령이 내려졌다. 자세한 내용은 그 어떤 뉴스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다. 단지 진압방패를 든 경찰들과 충돌하는 시위대의 영상 일부만이 공개되었을 뿐이었다. 도재화는 실시간 검색어 목록을 찾아보았다.


'새벽의 저주'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라 있었다. 


오래된 공포 영화가 무슨 일로, 라고 의아해했던 재화는 금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보세요... 저건 마치... 영화 '새벽의 저주' 의 한 장면 같은데요? 이건 단순히 폭력 시위가 아닙니다. 대규모 플래시몹 같은것도 아니고요, 이건..."


한 유튜버가 새벽에 생방송으로 촬영한 강원도 어느 지역의 '시위대' 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이상한 면이 있었다. 우선, 작은 시골 마을처럼 보이는 영상 속의 장소는 전혀 시위에 적합한 곳이 아니다. 시위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하는 것인데, 최소한 동사무소 앞으로 몰려가기라도 하지, 미디어의 관심을 받기 어려운 저런 산속에서 대규모 시위를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째선지 진압을 위해 동원된 경찰 병력은 엄청났다.


몇몇 참가자들은 격렬한 싸움에 휘말리기라도 한 듯 전신의 옷이 찢어진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가장 심하게 다친 것 같은 사람들은 멍한 눈빛으로 거리를 배회했다. 아무 이유 없이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에게 달려드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시위가 격해지면 종종 등장하는 현수막이나 나무 막대 같은 것들은 눈 씻고도 볼 수 없었다. 유튜버는 용감하게도 고개를 한쪽으로 떨군 상태로 벤치에 앉아 있는 한 여성을 인터뷰하려고 다가갔으나, 엄청난 속도로 달려든 여자에게 팔을 크게 물어뜯겼고, 기겁하여 휴대 전화를 떨어뜨리고 어딘가로 도망쳤다. 


'이사람 실종되었다고 합니다. 도대체 저게 무슨 일인지...'


'진짜 무슨 좀비라도 발생한거 아니냐 ㄷㄷ...'


좀비.


'새벽의 저주' 는 좀비 영화였다. 뛰어다니는 좀비라는 개념을 도입한 최초의 영화였던 것으로 도재화는 기억하고 있었다.


'좀비라...'


이전의 유튜버가 실종된 여파인지, 시위대를 근접 촬영하려고 시도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있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실패하거나, 첫 번째 유튜버와 비슷한 결과를 만들어 냈을 뿐이다.


재화는 재빨리 부모님에게 전화를 했다.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전화를 받았다. 의심이 많은 성격인 아버지는 그냥 장난일 뿐이다, 저러다가 지루해지면 다들 집으로 돌아갈 거다, 경찰들이 다 잘 해결할 테니 휴대전화만 너무 많이 하지 말고 집에 있어라, 정도의 말을 하며 태평한 반응을 보였다. 부모님 두 분 다 회사에 안전히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재화는 친구들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도움이 되는 사람은 딱히 없었다. 이재현도 아직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넷상에서는 전혀 믿을 만한 정보가 없었다. 너무나도 많은 유언비어가 떠돌고 있었다. 링컨 대통령이 '인터넷에서 본 모든 정보를 믿지 마라' 라는 말을 했다는 말도 안 되는 밈이 떠돌고, '이겨도 병신, 져도 병신이라면 승리한 병신이 되어라' 라는 넷상의 명언의 출처가 앨빈 토플러라는 황당한 주장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 곳이 인터넷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을 하는 목적은 사실을 알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자극적인 관심거리이면 그만이다. 


더군다나, 이 '좀비 사태'는 아직 전국적인 영향력이 없다. 따라서 나와는 관련 없겠지, 하고 순전히 사람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 거짓 정보를 흘리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또 모른다. 아버지 말대로 그냥 어떤 사람들이 장난을 친 것으로 밝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은 신경 쓰지 말자, 하고 재화는 생각했다.


그날 오전부터 오후까지 도재화는 '만약 정말로 이것이 좀비 사태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시간을 보냈다. 


영화 속의 좀비는 흔히 물어뜯는 것으로 혈액 속에 바이러스를 주입하여 사람을 감염시킨다. 현실에도 그런 바이러스가 없는 것이 아니다. 광견병에 걸린 동물에게 물릴 경우, 재빨리 병원으로 뛰어가서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거의 100% 죽게 된다.


하지만 광견병은 물린 이후 바이러스가 효과를 발휘하기까지 일 단위가 걸릴 정도로 잠복기가 길다. 무려 19년이나 걸린 사례도 있다고 한다. 머릿수가 중요한 좀비 입장에서는 그리 적합하지 못한 전염 방식이다. 


체액을 통해 전염되는 병이라면 오염된 물을 마시는 것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도재화는 재빨리 집에 있는 페트병을 모두 정수기 물로 채워 두었다. 20리터를 넘기는 양이다. 하루 물 섭취 권장량인 2리터를 매일 지킨다 하더라도 10일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사실일 경우이다. 


일부 좀비 영화에서처럼 모든 사람이 보균자이고, 어떤 이유로든 사람이 사망한 경우 바이러스가 활성화되어 좀비로 부활하는 상황도 생각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이는 '부활한 시체' 라는 좀비의 근본적 정의에 가장 부합하는 전염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열역학 법칙을 무시하는 것일 뿐더러,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다. 정말로 좀비가 영화 스크린을 찢고 현실이 되었다 하더라도, 이와 같은 전염 방식이라면 벌써 전국에 좀비가 우글거렸어야 한다. 


최악의 상황은 좀비 바이러스가 비말 감염으로 전염되는 경우이다. 이렇게 된다면, 좀비 근처에만 가는 것으로도 좀비화 확정이다. 운이 없다면 어떤 물체에 붙어서 멀리까지 날아온 바이러스로도 감염이 될 수 있다. 


이제까지 이러한 설정을 채택한 영화나 소설은 없었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소설을 능가한다. 재화는 집에 마스크가 충분히 있는지 살펴보려 했지만, 집에서 나가지 않으면 딱히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굳이 그러지 않았다. 어차피 마스크가 바이러스를 걸러낼 수 있는지 지금으로는 알 길이 없었다. 


마지막, 말 그대로 시체가 부활한 경우이다. 재화는 잠시 생각해 보았다가, 본인이 그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황당해서 소리 낮춰 웃었다. 영상 속의 '좀비'들은 아무도 수의를 입고 있지 않았고, 얼굴도 비교적 깨끗했으며, 부패의 흔적이 전혀 없었다. 정말로 죽은 사람이 관을 박차고 뛰어나온 것이라면,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영상 속의 사람들보다는 더 지저분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저녁이 되자 상황이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 12곳 이상에서 발생한 원인 불명의 폭력 사태로..."


폭력 시위라는 단어는 더이상 사용되지 않았다. '좀비'들이 단순히 장난치는 사람들이라는 의견은 넷상에서 깔끔히 사라졌다.


"...부상자는 1000명에 달하며, 다수의 경찰관이 부상을..."


"...검거된 피의자들은 극도의 공격성을 보이고 있으며..."


"...피의자들과 접촉한 시민들 역시 비슷한 수준의 공격성을 보이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현장의 기자를..."


밤 9시 무렵, 도재화의 전화기가 울렸다. 아버지였다. 회사가 안전 문제로 퇴근을 금지한 탓에 오늘은 회사에서 자고 가겠다는 전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