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이름, 회사, 단체, 방송국, 인물, 지명 등은 모두 실제와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차 빼, 차 빨리 빼!"
제발, 제발 여기서 벗어나자고 속으로 기도하면서 핸들을 꽉 잡고 엑셀러레이터를 밟았다. 후진 기어를 전진 기어로 바꾸고 핸들을 틀었다.
"제발, 제발, 제발, 제발!"
"몰라, 일단 가자!"
옆 차선으로 어떻게든 넘어가 역주행을 시도했다. 사람을 치지 않게 조심했다. 뭐가 어찌됐든 간에 탈출해야 했다.

"오케이, 뺐다!"
"빨리, 빨리!"
뒤에서 군인들이 방향을 안내하고 있었다. 군인들 뒤로는 모두 과속 중이었다. 열려있는 창문을 통해 안내하는 군인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들어왔다.
"당장 여기를 탈출하십쇼!"
일단 앞으로 가야 했다. 엑셀러레이터를 능력껏 밟으며 과속했다.

한숨을 돌리며 사이드미러로 아까 우리 차가 있던 곳을 보니 이미 출입문사무소의 경계까지 좀비가 벌써 들이닥쳐있었다. 그 압도적인 머릿수에 군인들이 작전상 후퇴를 외치며 전선이 뒤로 밀리고 있었다.
"씨발 씨발 씨발 씨발!"
당장 가장 가까운 다리인 통일대교로 향했다. 핸들을 꽉 쥐고 발에 온 신경을 모았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뭔 짓을 하는 순간 죽음은 한순간이었다.

그 때 내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강신호 정치부장이었다. 일단 급해서 김진우 카메라 기자에게 받으라고 시켰다.
"네가 받아."
"어."
김진우 기자가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순간 표정에서 당혹함이 일었다.
"네? 네. 네? 현장보도요? 여기서 안 됩니다. 수신하는 차량도 없고.... 죄송합니다. 카메라로 찍고는 있습니다. 사진요? 안 됩니... 네... 일단 보낼게요. 네..."
대충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김진우가 뒤를 돌아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보냈다. 긴급상황이지만 까라면 까야지 뭐 별 수 있겠는가.

저 앞에 통일대교가 보였다.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땅을 완전하 탈출할 수 있었다.
"됐다, 됐다!"

그런데 그 때였다. MBC 보도수신차량이 칼치기를 시도하다 사고를 내고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화물차는 MBC 차량을 피하기 위해 핸들을 옆으로 돌렸고 옆에 지나가던 통일부 승합차 1대를 들이받았다.
화물차에 실린 집기들이 바닥으로 쏟아져 주변에 나부러졌다. 사고를 피하려던 현대아산 차량이 급제동에 휘청이더니 승합차를 들이받은 후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승합차에는 하얀 연기가 몽글몽글 새어나오고 있었다.

ㅈ됐다. 퇴로가 모두 막혔다.
남한으로 돌아가는 가장 빠른 길이 통일대교였는데 사고차량이 길을 모두 막고 있었다. 그 넓은 왕복 4차선 대교가 말이다.

일단 차량을 멈췄다. 멈춰야했다. 일단 이곳을 피한 다음에...
"악!"
뒤에서 차량 한 대가 더 박았다. 갑자기 정거한 우리 차를 보지 못한 모양새였다. 모든 차들이 과속하던 중이었으니 그럴 만했다.

일단 차를 몰고 갓길로 피했다. 본능적으로 카메라와 블랙박스와 노트북 등 각종 집기들을 챙겼다.
차에서 내리고 보니 사태가 여간 심각한 게 아니었다. 차는 완전히 망가지고 일그러져서 더 이상 이동할 수 없었다. 다른 자동차들도 마찬가지였다.

군인들이 수습하기 위해 한꺼번에 몰려왔다.
"일단 차 빼세요. 다른 차들 지나가야 됩니다!"
그 때 통일부 승합차에 타고 있던 사람 한 명이 내려왔다. 그는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격한 반응을 쏟아내었다.
"야 이 씨발련아! 운전 똑바로 못 해?"
"아저씨, 진정하시고..."
군인들이 진정시켰다. 군인들이 일단 차부터 빼라는 말에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그러나 사고를 낸 MBC 차량 운전자가 적반하장으로 달려들며 상황이 악화되었다. 명찰을 보니 이름은 사회부 수습기자 천대식이었다. 막 식고 있던 물에 기름을 부은 꼴이었다.
"아저씨가 똑바로 하셨어야죠!"
"야! 네가 뭐라고 그래? 야, 나 통일부 장관이야!"
"장관이든 가관이든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그쪽이 잘못한 거 아닙니까?"
"저기 일단 진정들 하시고..."
"진정? 됐어. 차 빼지 마!"
MBC 기자가 이상하게 상황을 계속 이상하게 끌고 갔다. 그냥 지나가면 될 걸 뒷차까지 다 막고 있었다.
통일부 장관과 MBC 기자 사이에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 통일부 차량을 보니 장관의 직속 운전기사가 천천히 차를 갓길로 빼고 있었다.
이 개판을 보다못한 화물차 트럭기사가 나서서 말했다.
"됐으니까 일단 갑시다, 예? 제 화물차는 별로 안 부서지기도 했고 그러니 태워드릴 수도 있..."
"됐어. 나와!"
"자꾸 이러시면 무력으로 진압하겠습니다."
군인들이 참다참다 기자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다른 군인들은 뒤따라오는 자동차들의 진행방향을 전진교 방향으로 돌리고 있었다.
"여기서 싸우실 때가 아닙니다. 좀비들 지금 벌써 반이나 왔답니다. 여기서 싸우면 상황 더 나빠져요!"
"야, 네가 뭔데? 군인은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지. 어?"
"제압하겠습니다. 이미 경고는 다 드렸습니다."
군인이 참다못해 기자를 무력으로 제압했다. 두 팔을 등 뒤로 돌리고 묶어 MBC 승합차고 밀어붙였다.
그런데 기자가 무슨 힘이 있었는지 군인에게 힘으로 반항했다. 팔에 가해진 압박을 풀고 오히려 군인을 제압했다. 군인이 너무 힘이 세서 당황했다.
"뭔 힘이 이렇게 세;;"
"야 인마!"
기자가 군인의 멱살을 잡았다. 그 군인이 아등바등하며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자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냥 알아서 차 빼세요. 여긴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사람들이 사고 현장에서 차를 뺐다. 모두 갓길로 이송했다. 보다못한 통일부 차량 운전기사가 MBC 차량도 직접 뺐다.

"전군 대열 정비! 전방 500m에 적 출현!"
군인들이 총포를 갖추었다. 마른 침이 넘어갔다.

"일단 제 화물차에 다 타세요! 짐 대부분 다 쏟아졌으니 아마 대충 공간 남을 겁니다."
뒤에서 좀비가 다가왔다. 이제 진짜 거의였다.
사람들이 모두 트럭 위로 올라탔다. 나도 그 사람들을 따라서 올라갔다.
MBC 기자가 군인들을 뿌리치더니 총기를 탈취했다. 무슨 괴력인가 싶었다.
"출발합니다!"
"MBC 기자는 어쩌고요!"
현대아산 직원이 말했다.
"몰라, 그냥 가!"
자동차를 타던 통일부 장관이 말했다. 목소리에 빡친 기색이 역력했다.
하긴 그래도 MBC 기자가 멀리 떨어져있기도 하고 별로 동정심도 안 들어서 그냥 출발하기로 했다.
"그냥 갑니다!"
화물차 트럭기사가 바로 액셀을 밟았다.

그 때 MBC 기자가 소총을 쏘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맨 뒤에 있던 통일부 장관이 복부에 총을 맞았다.
"씨발!"
"피!"
"이걸로 지혈하세요!"

좀비가 거의 가까이 왔다. 군인들이 총을 쐈다. 앞에 있던 좀비가 총을 맞고 쓰러졌다.
그러나 그 뒤에 좀비가 무수히 많았다. 끝이 없어보였다. 군인들이 우리가 탄 화물차가 지나가자마자 바리케이드를 깔았다. 그리고 군인들이 바리케이드 뒤에서 총을 쐈다.
허나 역부족이었다. 부족해도 한참은 부족했다. 좀비들은 이미 도도라산부터 통일대교 사이의 길을 전부 다 장악하고 있었다.

MBC 기자는 계속해서 총을 쏘고 있었다. 이 쯤되면 타이어가 다 나갈 것 같았으나 다행히 소총의 반동에 의해 조준이 잘 안 되는 지 대충 빗나갔다. 하긴 얼굴을 보니 저 나이면 보통 미필일 것이었다.

좀비가 MBC 기자에게 다가갔다. 코앞이었다. 이제 한 명의 목숨이 더 희생되나 싶었다.


그런데그 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좀비가 MBC 기자를 그냥 지나쳤다. 그러고는 기자는 공격 안 하고 다른 사람들만 공격했다.
MBC 기자는 그저 총을 들고 좀비떼 사이에서 우두커니 서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소총을 한 발 한 발 쏘고 있을 뿐이었다.

그 모습은 마치 천대식 MBC 수습기자가 좀비들을 지휘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