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 이후 1년 6개월 14일 후.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거지? 기이하게도, 지구에서 가졌던 죽음을 향한 갈망은 점점 삶의 갈망으로 바뀌어간다. 첫번째 조사원의 실종 이후, 지구와의 통신이 

두절됐다. 언제 이 고통이 끝날까.

발사 이후...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비로소 볼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보지 않으려 애쓰지 않기 시작했다.

나는 저 너머를 두려워한다. 내가 그것의 실체를 보았기 때문이다. 우주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곳에는 환상적인 보상도, 노력의 결실도 아닌 공허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전, 조사원 한명이 다른 조사원 모두를 죽이고 그 또한 자살했다. 그의 일지에는 오직 이런 문구가 남겨져 있었을 뿐이었다.

“우리는 그들에게 보여진다”

이후, 나는 차원의 벽을 찢는 작업에 착수했다. 무언가 가 나를 조종하는 것이 아닌, 온전한 내 의지로 말이다.

발사 이후.

차원의 벽이 찢기고, 그들은 우리 차원에 간섭하기 시작했다. 수백억의 생명이 고통받을 것이다. 나는 무엇을 그토록 기다리던 것일까? 분명 진실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무수히 많은 간격(시간은 더이상 무의미하므로) 이후,

그들의 것과 완전히 동화된 이 우주 속에서, 나는 유일하게 이질적인 것이 되었다. 어째서 나는 존재하는가?

나는 보았다. 푸른빛의 신을. 우리와는 다른. 무언가.

우리는 그저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일 뿐이다.

우리는 운전자도, 목적지도 알수 없다.

우리는 바벨탑을 짓던 것이 아닌, 들여다 보던 것이다.

우리는 절대 볼수 없을 심연속을.

우리는 그들을 들여다 볼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에게 보여진다. 

우리는 그들이 될수 없다.

우리는 그들이            다.














어느날, 그렇게 모든것은 시작되었다.

아무것도 없던 텅 빈 공허에서, 

우주는 어느 존재의 호기심으로 탄생한다.

그는 은하를 설계하고 재창조하기를 반복했으며, 

때로는 어느 행성에 생명이라는 기적을 불어넣기도 했다.

그는 문명의 모든 발전에 기여했으며, 그 문명들은 세계의 진실을 알고 절망하거나 그에게 동화되어 영원한 안식을 얻었다. 무수히 많은 세계가 죽어가는 모습을 관찰하며,

그는 처음으로 동정과 연민을 느꼈다. 어느 작은 문명이 탑을 쌓아 그에게 도전하려 하자, 그는 분노를 느꼈다.

최후의 순간, 그는 한 인간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의 모든 순간을 돌아보며 그를 이해했으며, 처음으로 애증이란 감정을 배웠다. 이윽고, 그가 만든 세계는 멸망했다.

그는 처음으로 절망이라는 감정을 배웠다. 절망에 빠져있던 도중, 그는 문득 자신의 세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인간들의 문명이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차원을 넘어서려 시도하기까지 했다. 그는 이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희망이라는 감정을 깨달았다. 

“저들과 나 모두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일 뿐이다”

“나는 단지 이정표를 볼수 있을 뿐이다”

그는 다시 한번 호기심을 느끼고, 희망의 세계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