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거린다. 코가 아프다. 잠을 자고 있었는데 너무 덜컹거려서, 코가 아파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으아… 시팔…”
“일어났어? 몸은 어떻게… 괜찮아?”
레아가 내 옆자리에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는 눈을 깜빡이며 주변을 확인했다. 이곳은 달리고 있는 마차의 안이었다. 어제 계단으로 2층까지 올라가려던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난 건가?
“몇 시냐…?”
“두… 시? 정도일걸? 곧 도착할 거야.”
아… 젠장, 골이 조금 울리는군. 출발한 지 4시간이면 금방 도착하겠군… 창문을 열어보니 텔레스 시내이다. 그건 그렇고 아우루엔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또 마차 위에서 책이나 읽고 있는 건가? 시내에서 그러고 있으면 눈치 보인다고 해도… 하긴, 그 말을 들을 새끼도 아니지. 그건 그렇고 언제 다쳤지? 코가 덜렁거린다.
“코는 왜…”
“아… 그건…”
“자다가! 자다가!! 침대에서 떨어졌더라구!”
류가 무슨 변명이라도 하듯이 이야기했다. 뭘 그리 당황하는 거야? 슬슬 도착할 때가 되어 가는구나. 슬슬 ‘린의☆여관’이 보이는군. 어… 어째 사람이 좀 몰려있네? 저기에 사람이 몰리는 것도 웃긴 일이지만… 저렇게 많은 사람이? 개중에 린씨의 모습도 눈에 보인다. 그러자 류가 창문을 열어 밖을 바라본다.
“무슨 일이지?”
“다들 썩 꺼져! 그런 사람 여기 없다니까!”
그녀가 그렇게 외치자 사람들이 이내 사라져 갔다. 우리는 마차에서 잠시 기다리다가 내려서 사람이 사라지자 그제야 내려서 그곳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린씨는 짜증이 섞인 얼굴로 우리를 맞이했다.
“후… 어서 와. 덕분에 매출이 올라가지도 않는데 여관이 정~말 유명해졌어.”
“어… 뭐라구요?”
여관이 유명한데 왜 매출이 올라가지 않는다? 아… 설마?
“너희들이 한 일이 알려져서 너희한테 의뢰 맡기겠다고 사람들이 여기에 몰려들고 있다구!! 여관에서 잘 인간들도 아니면서 대체 뭐하자는 짓인지 원…”
뭐? 우리가 그렇게 유명하지도 않을 텐데… 아, 이번 일로 얼굴보다는 이름값이… 상당히 올랐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던 도중 린씨가 뒤에 있던 문을 가리켰다.
“일 얘기지? 빨리 들어오기나 해.”
“네~ 네.”
여관으로 들어가자 그제야 평범한 여관의 모습이다. 그나마 다행히 안에 들어와서 지랄하지는 않은 모양이네. 린씨가 투덜대며 카운터로 들어가며 짜증을 냈다.
“대체 거기서 뭘 한 거야? 뭘 했기에…”
“이름값이 이리 올랐냐는 거죠? ‘트럼프의 살인귀’를 잡았죠!”
류의 말을 들은 그녀가 얼굴을 갸우뚱거리며 표정이 굳었다. 린씨는 손가락으로 귀를 파면서 다시 질문했다. 그러면서 내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면서 능력을 사용하셨다. 뭐야, 어디 다친 곳이라도 있던가? 아 맞다. 침대에서 떨어졌다고 했지.
“다시 말해줄래? 잘 못 들었나?”
“그 ‘트럼프의 살인귀’요. 저희가 잡았거든요~”
“하아… 이름값이 올라갈 만하네. 그거 너희였구나? 어쩐지, 그만한 거물을 잡았으니까…”
나는 린씨 앞의 의자에 앉았다. 빨리 집에 돌아가서 쉬고 싶었지만… 그래도 돈은 받아야지. 린씨가 돈 봉투를 꺼내어 류에게 던졌다. 류는 그것을 받아 돈을 세기 시작했다. 만 아크 지폐가 18장, 그리고 동전이 몇 개 정도… 일단 예정한 만큼이네.
“1, 2, 3… 181,070아크. 정확하네.”
“어… 몇 아크라구? 아니 아무튼 그 전에… 서드씨에게 의뢰가 들어왔어. 아마 이번 건이 마지막이 될 거 같다던데.”
의뢰… 의뢰… 아… 시발. 좆됬네. 또 일이야? 꽤 크게, 그리고 힘들게 벌었으니 몇 달은 쉬려 했는데. 그래도 최소한 서드씨의 의뢰는 돈은 되니까, 안 받을 이유는 없겠지.
“아무튼… ‘트럼프의 살인귀’의 모방범?을 찾았다는데.”
모방범? 아, 전에 그 건이구나. 그러고 보니 그런 녀석이 있었지. 어떤 녀석인지도 궁금하니 우선 알아두는 게 좋으려…는 개뿔 힘들어 죽겠네. 잠이나 자고 싶은데 내가 왜 이 짓을 해야하는 걸까.
“누군데ㅇ… 아 시발 귀찮아…”
“야, 좀 참아~ 그 모방범이라는 건 누군데요?”
“이름은 데모니아. 20세의 기계종이야. 지금은 이 근처에 있는 모양이던데.”
기계종? 별일이 다 있군. 기계종이 범죄를 저지르는 날을 보게 될 줄이야. 그래서 어디서 뭐하는 누구일까? 대체 누구길래 그딴 자식의 모방 범죄나 저지르고 자빠진 걸까… 그런 질문을 곱씹음과 동시에 류도 그것에 대해 질문했다. 어지간히도 모방범에 대해 궁금했던 모양이지.
“기계종이요? 다른 정보는요?”
“어지간히… 맛탱이가 좀 간 모양이야. 이중인격이라 하던가?”
이중인격, 알만하군. 그런 녀석의 경우 한 인격이 난폭한 경우가 상당히 많지. 최소한, 내가 본 녀석들은 전부 그랬다. 염병하게도 범죄자가 많으니까. 그래도 최소한 단체로 살인마 짓 하는 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려나.
“그리고… 얼굴에 희미한 갈색 문양이 있다고 해.”
문양…? 문양이라 하면 잃은 자… 상실종이잖아. 처음부터 그렇게 말씀하시면… 뭔가 다른 게 있는 건가?
“희미한 문양… 상실종은 아닌 모양이죠?”
“응, 그 사람은… 다른 하나의 인격이 생긴 이유가 잃은 자인 모양이야. 아마 휴엔 너처럼… 몸에 잃은 자의 핵이라도 생긴 거겠지.”
잃은 자의 핵이라. 죽이면 훨씬 돈을 더 받을 수 있겠지만… 아오가 있으니 그건 무리려나. 나는 머리를 긁으며 물을 마셨다. 돈 한번 제대로 벌만 하겠지만… 우선 의뢰로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가 중요하겠지. 사실 서드씨의 의뢰니까 돈은 충분하겠지만… 정 부족하다 싶으면 그 자식을 죽여서 핵이라도 팔아치워야겠네.
“돈은요?”
“3만 아크. 트럼프의 살인귀… 본인이랑 비슷할 정도로 죽인 모양이야. 그건 그렇고 이렇게 큰 건이라니… 하긴 큰 건을 꽤 처리했으니까 초보 헌터들이 여기를 무슨 성지 취급하지.”
“성지 취급이요?”
류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질문했다. 아… 여기도 사람 많아지면 머리 아픈데…
“응, 여기서 나온 헌터가 ‘트럼프의 살인귀’를 잡았다니까 무슨 개 떼 마냥 몰려들더라. 덕분에 힘들어~”
“어… 그래도 장사는 잘 될 거 아니에요? 좋게 생각하자구요~”
“어떻게 될지 한번 봐야지. 근데… 묵는 사람이 없어. 맨날 수배지만 가지고 나가더라.”
“끌고 온 범죄자는요?”
류가 불안한 듯한 표정으로 질문했다. 그러자 린씨는 고개를 도리도리 돌리며 한숨을 쉬셨다. 허, 대체 왜 하려는 거지? 이딴 짓에 로망이라도 가진 건가? 아니면 일확천금? 어느 쪽이건 멍청한 생각이다. 이딴 짓을 해서 돈을 버느니 착실하게 일해서 돈을 버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해방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왜 나는 이딴 짓을 하느냐? 나나 류처럼 이 짓 말고는 할 수밖에 없는 녀석도 가득하다. 로망이나 일확천금 따위를 노리는 것들은 그저 머저리일 뿐이다. 류는 어이없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 그러고는 이내 린을 위로하듯이 토닥였다.
“뭐… 어쩔 수 없는 거로 하죠… 곧 손님이 많아지겠죠~”
“하… 그래, 일단 갖고 가. 정신이 없어지니까 이제 자주 오지는 말고.”
“네~ 네, 갑니다. 가요…”
그러고서 린씨는 나에게 의뢰서를 건넸다. 나는 그것을 되려 류에게 건네고 린씨께 가볍게 손인사를 한 뒤 밖으로 나섰다. 기지개를 켠 뒤에 문을 열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나는 그 순간 얼굴이 찌푸려졌다. 이것들은 초보 헌터라는 티가 팍팍 났다. 그리고 북적거리다 못해… 그래, 개떼. 린씨가 말씀하셨던 것들이 이것들이군.
“당신이 그 살인귀를 잡은 헌터죠!? 린씨랑 하는 얘기 들었어요!”
“팬이에요!”
“사인 좀…!”
아주 지랄을… 후, 헌터가 무슨 연예인인 줄 아나? 짜증이 솟구쳤다. 자신이 했던 일이 개같은 것들에 의해 회자되고, 별 병신같은 소문으로 번져나가는 것을 상상만 해도 역겨워서 그 이상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나는 내 기분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서 바로 앞에 보이는 녀석을 발로 걷어차고서 욕지거리를 내뱉어댔다.
“지랄 말고 길이나 터 병신들아. 나 바빠.”
그러자 주변의 소리가 금방 사라졌다. 졸려 뒤지겠는데 자꾸 지랄들이 많네. 방금 발차기를 그대로 쳐맞은 자식하며… 여기에 있는 등신들은 하나같이 나사빠진 병신들 뿐인 건가? 하지만 걷어찬 녀석이 날아간 덕분에 길이 생겼으니 출발하면 되겠네.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 걷어찬 소리를 듣고 아오가 또 패러 왔겠거니 싶었지만 의외로 그것은 레아였다.
“빨리 가기나 하자. 바쁘잖아? 안 그래??”
“다른 녀석들은?”
“알아서 나오겠지~ 빨리 가자고. ‘바쁘다며’? 아냐?”
허, 레아가 내가 하려는 일에 맞춰주다니. 뭐… 어차피 가서 잘 생각이긴 하지만… 나는 메고 있던 대검이 은근히 불편했기에 오른손으로 들어서 가지고 집으로, 그립지는… 않지만 며칠만에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