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의 벽 속에서 악마의 쥐들이 뛰어다니며 내가 모르는 더 거대한 공포 속으로 나를 유혹하고 있다. 사람들은 쥐떼 소리를 듣지 못한다. 저 벽 속에 쥐, 쥐들이 있는데도 말이다.]

 마침내 읽고 있던 소설이 마무리되었다. 만족스럽게 책을 읽은 나는 기지개를 피며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새벽 1시를 넘겼다. 내일 아침에 시내로 가야하기에 이제 자야겠다 생각했다.

 “스스스…”

그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새벽 1시가 넘었는데 인기척이 느껴지는 것은 뭔가 묘했다. 어쩌면 도둑일 수도 있다. 나는 두근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탁상 위에 놓인 사슴상을 손에 쥐었다. 만일 도둑이 이 방에 들어온다면 당장이라도 머리를 후려 칠 수 있게 조심스럽게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혹여나 하는 마음에 문에 귀를 기울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문 밖에는 발자국 소리는 커녕, 인기척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폴룩스가 준 차 덕분에 차분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예민한 상태인 것 같다. 그냥 마음 비우고 푹 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스스스…”

침대로 다가가던 중 다시 문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번에도 착각한 것이라 생각하고 다시한번 문에 귀를 기울었다.

“스… 스스…”

이번에는 확실하게 인기척이 느껴졌다. 등에 식은 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지고 목은 바싹 말라갔다. 하지만 잠깐 생각을 해 보니 지금 내 모습이 우스워졌다. 어쩌면 정말 이 저택의 사용인이 돌아다닌 걸 수도 있고 무엇보다 도둑이라도 이렇게 긴장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나는 마른 침을 삼키고 열쇠구멍을 통해 밖을 보았다.

“…”

밖은 낮에 보았던 복도와 다를 것이 없었다. 단지, 빛이 없고 샹들리에는 처량하게 매달려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미묘하게 흐릿해 보이는 것 같다. 역시 예민해진 것이라 생각했지만 바닥은 낮의 복도와 많이 달랐다.

복도 바닥 카펫에는 무언가가 묻어있었다. 어두워서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뭔가 진흙 같았다. 분명 책을 읽기 전 알프레드와 폴룩스가 있던 자리는 말끔했다. 정말 도둑이 든 것일까 생각 할 때 쯔음 바닥의 무언가가 꿈틀댔다.

어떤 것도 없이 진흙 같은 무언가가 꿈틀대자 나는 순간 문에서 몸을 떨어뜨렸다. 잘 못 본 것일까? 이번에도 예민해져 잘 못 본 것일까? 점점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문에 다가가 열쇠 구멍으로 복도를 확인했다. 복도 바닥에는 진흙 같은 것이 기어가고 있었다. 잘 못 본 것이 아니었다. 

진흙들은 모두 같은 방향으로 기어갔다. 나는 진흙들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복도를 살펴보았다. 그러자 복도 구석에 거대한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리고 진흙들은 그 거대한 무언가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는 조용히 복도를 걸어가며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사람의 크기가 아니었다. 곰과 같은 크기다. 설마 저택에 곰이 들어온 것일까? 설령 들어왔다 해도 진흙들이 곰을 향해 움직이는 것은 어떻게 설명을 하지? 내가 헛것을 본 것일까? 거기다 복도가 묘하게 흐린 건 또 뭐지? 온갖 생각이 내 머릿속을 휘저었다. 아마 열쇠 구멍이 이상한 것일 거다. 그래, 직접 두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닌 열쇠구멍으로 봐서 이렇게 된 것일 거다. 직접 본다면 달라 질 것이다. 이 문을 여는 거다. 전부 여는 것이 아니라 살짝 여는 것도 좋으니 일단 문을 열고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왜 손이 떨리는 거지? 그래 만일 놈이 나를 눈치채고 덮치려 한다면 내 손에 든 이 조각상으로 녀석의 머리를 때리자. 머리를 맞고 멀쩡할 놈을 없을 거다. 그러니 이제 문을 열자. 문을 열고 확인을 하자.

“끼이익…”

문을 살짝 열고 나는 그 무언가가 있던 곳을 보았다.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바닥의 진흙도 거대한 무언가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할 수 있었다. 그 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내가 예민해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문을 닫고 다시 침대로 천천히 걸어갔다.

“스스스…”

미칠 것 같다. 다시 문 밖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대체 왜 나를 괴롭히는 거지? 대체 뭣 때문에? 나의 이런 불안들은 이윽고 분노로 바뀌었다. 지금이라도 저 문을 활짝 열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머리에 세길 것이다. 이 저택에는 아무것도 없다. 이 복도에는 아무것도 없다. 이 문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렇게 나는 호기롭게 문을 활짝 열었다.

“… 스스스…”

문 밖에는 거대한 무언가가 진흙을 뚝뚝 떨어뜨리며 서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무엇인지 파악할 생각도, 손에 든 조각상을 머리에 후려칠 생각도, 다른 이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도, 문을 닫을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진흙 투성이의 무언가가 나를 덮쳤고 나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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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 지적 및 고쳐야 할 부분을 알려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