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한다

너는 듣는다


나는 나의 생각을 말하고

너는 나의 언어를 듣는다


내 마음을 형태소를 거쳐 단어로 된 문장에 담아

너에게 보내면


너는 문장을 부수고 단어를 너의 마음에게 먹여 

내 마음을 상상한다


나도 같다

나는 너를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다만 너를 상상한다

너도 같다


때로 너는 붉음을 보겠지만

그때 나는 주홍을 보았었고


예전 나는 슬픔을 말했지만

그때 너는 분노를 뱉어냈다


우리는 서로를 알 수 없기에

같은 말을 하자 약속했으나

나의 언어와 너의 언어는 사실


단 한순간도 같았던 적이 없었다


슬픈 생물, 몰이해의 화신


사실 나는 단 한번도 타인을 본적이 없다

단지 타인을 상상했을 따름이었다

너도 그럴까,


하지만

그렇지만서도

내가 상상하는 너를


네가 죽여준다면

너와 다를 때마다

참고 목을 졸라준다면

나 또한 그리할 수 있다면,


우리는 비로소

진정 마주볼 수 있을까,


우리는 비로소

같은 언어로 대화할 수 있을까,


우리는 비로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 때,

나는 너를


사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