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은 사랑의 '사' 자도 잘 모르던 때에 왔었다.

 초등학교 2학년이라도 '사' 자는 쉽게 쓰므로 아예 모르는 건 아니었다.

다만 글자를 휘갈겨 써서 쓰고도 뭔지 못 알아보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

 글자 좀 바르게 쓰라는 잔소리를 중학교 2학년 때까지도 듣고 있으므로. 6년이 긴 것 같아도 긴 것 같지 않기도 하다.

 바르게 쓸 때는 바르게 쓴다. 내 기준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충분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쓰고 싶을 때만 쓴다는 게 문제일 뿐이다.

 잡론은 이제 그만하고.


 첫사랑은 어찌됐든 초등학교 2학년 때 찾아왔다. 물론 잘 알지도 못했을 때니 사랑은 아닐지도 모른다. 짝사랑마저 아닐지도 모르고.

 반에 남자애가 있었다. 남녀공학이니 학교에 나오는 이상 당연한 일이다. 학교를 그만두거나 전학하면 모르겠지만 초등학교는 필수과정이고 나는 전학을 간 적이 없으므로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코는 좀 빨갰고, 입가는 좀 하얬다는 점이다. 뭘 안먹었는 데도 입가 주변이 하얬다. 하지만 독특하게 생긴 사람은 많을 테니 대충 넘어가자.

 그 애랑 나는 같은 반이었고, 지금 생각해보니 만화 같긴 하지만 짝궁도 해봤다. 뭔 일이 있어서 계속해서 했던 것 같기도 같은 데 잘은 모르고.

 특이한 애였다. 진심으로. 그렇다고 싫다는 건 아니고. 선생님께 혼날 때도 몇 있긴 했던 애였다. 그래도 나는 마냥 좋았다.

 같이 다녔던 것도 기억난다. 유난히도 많이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운동장을 같이 걸었던 기억이 아직도 나고. 좋아했던 건 기억난다.

 왜냐하면 걔가 너 어디 반 됬냐고 물어봤던 유일한 남학생이었으니까. 선생님이 걔는 안 부른 것 같아서 물어봤었다. 전학만 안가면 반도 네개니까 쉽게 만날 수 있는데도. 같은 반이 아닌 건 좀 차이가 있으니까.

 전학만 아니라면 계속 봤을거였다.

 전학만 아니었다면.

 알고보니 전학 간다고 했었다.

 걔. 무뚝뚝한 애였다. 전학간다는 말은 안 했는 데.


 혼자 좋아한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호불호는 잘 가렸던 것 같은 데 떨어지라는 말은 안 들었던 것 같아서 폐 까지는 안 됬던 거 같다. 그러면 다행이지.

 갑자기 떠오른 애였다. 첫사랑에 가장 비슷했던 기억을 찾다보니. 그래도 종종 생각을 하곤 했다.

 얼굴은 아직도 선명하다. 첫사랑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성 까지만 생각났는 데 이름도 함께 떠올랐다. 이름은 안 말할련다. 괜히 이름이 떠돌아다니면 불편해질 수 있을 테니까.

 너중에 한 번 쯤은 만나면 좋겠다. 운에 운이 겹치면 가능하려나. 걔는 나를 기억할까. 글쎄. 특징도 별로 없던 여자애니까 잊혔을 지도.

 그래도 좋아했다.

 왜 이런 말을 하는 지는 몰랐다. 들을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

 흐릿해지는 기억 속에서 유일하게 단언할 수 있는 거니까.

 좋아했다.

 잊지 않았으면 좋겠고.

 결국 잊어버려도 좋아했던 건 사실이니까. 아무도 기억 못한데도 사실이니까.

 좋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