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달을 담고있는 물들은 마치
나를 향해 파도치는 것 같았다.


나는 꿈인지 현실인지도 모를 해안에 왔다.
하지만 나는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거센 파도 앞에 있다.
그 파도는 마치 나를 잡아먹을 듯이
내 발을 잠길 정도로 다가온다.
나는 그 파도에 겁이질려 스스로를 모래속에 파 묻었다.

나는 그 파도를 피하고 싶어서 여기로 온 것일까?
하지만 이곳에 파도는 정말 시원했다.
마치 나를 보듬어주고 안아주는 기분에 더 가까웠다.


그 바닷물이 나를 씻겨 주었다.


흠뻑 젖은 나는 내 몸에 있던 걸 바다에 던졌다.


시계, 지갑, 신발 등...
육지에선 나의 정신같은 것 들이었지만,
바다에선 나를 가라앉게 만들 뿐이다.
이제 아무 의미가 없다.


더이상 던질게 없었을 때, 바다는 나를 바다 속으로 초대했다.


그곳은 무척이나 광대했다.
하지만 조용했다. 그리고 서늘했다.


오직 물밖에 없는 순수한 공간 속에서 나는
하나의 불순물에 지나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생각을 떠올렸을 때,
내 얼굴에 바닷물이 떨어졌다.


딱 한방울,
그저 땀이거나 눈물일 수도 있지만,
이것은 바닷물이었다.
다른 액체일지라도 이건 바닷물일 것이다.
어찌됬든 상관없다.

나는 그 바닷물을 닦았다.
그 손길은 내 손길이었지만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그 손길이 내 안에 채워진 물들을 퍼 내주었다.


그렇게 한참을 흘리고 닦었다.
그래도 바다는 조용했다.









아마 옷이 다 마를 때 쯤인가,
나는 다시 해변에 앉아있있다.


나는 다시 바다를 보았다.
저 흐르는 물에는 나의 바닷물도 섞여있겠지,
이제야 비로소 나는 등을 질 수 있었다.


나는 걸어나갔다.
하지만 바다는 그대로다.
여전히 파도치고 있을 뿐,
어쩌면 다시 오라는 손짓일 수도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다시 오진 않을 것이다.


내 마음속의 바닷물은
맑은 바닷물로 다시 채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