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되고 싶었습니다.


아니. 하다못해 스쳐지나가는 유성이라도. 덧없디 덧없는 별똥별이라도 되고 싶었습니다.


80억년이 아닌 80년만 빛날지라도. 저는 별이 되고 싶었습니다.


이 생각을.


마리아나 해구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저는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별과 어울려 살고 있습니다.


붉은색, 푸른색, 하얀색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색의 별이 떠올라, 지구의 밤을 비추고 있습니다.


어쩌면 밤하늘에 보이는 별의 숫자가. 우리의 옆집에 사는 이웃보다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일까요.


암흑물질로 가득찬 밤하늘을 가로질러 우리의 동공 속에 들어오는 그 하얀 점들의 가치를. 저는 몰랐습니다.


수. 수십. 수백억년을 달려 우리의 마음으로 들어오는 그 빛.


그 빛은 저의 암울한 잠수함을 밝히는 LED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제가 별이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건 중학교 과학 수업 시간이였습니다.


핵융합.


일상에서 돌아다니는 작은 원소로, 무한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과정.


이 위대한 과정을 별들은 숨쉬듯이 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도저히 핵융합을 해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제게 수소 4개를 쥐어주면, 저는 그곳에 제 눈동자 둘을 더해 허무한 눈물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이 얼마나 초라한 과정입니까.




저는 별이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느 날부터 밤하늘을 올려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헴펠-터틀 유성이 32년에 한 번 만들어내는 사자자리 유성우도 무시했습니다.


어쩌면 저는.


확실히 저는.


두려웠던 것입니다.


그 빛나는 유성우를 보는 순간.


하늘을 수놓는 눈부신 빛들을 본 순간.


별이 되기를 포기했던 자신이 한심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키보드를 누르고 있는 오늘은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는 날입니다.


도시의 불빛과 소음에 모든 별이 가려지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저의 시야를. 새하얀 달빛만이 밝혀주었습니다.


그 달빛은. 태양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저는 별이 되고 싶습니다.


그 누구보다 반짝이는 별이 되어, 세상을 밝히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빠른 빛으로, 다른 별과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별이 지면, 은은하게 빛나는 흰머리를 가진 구체가 되고 싶습니다.


저의 비루한 몸뚱아리로. 별이 될 수 있을까요.


저 하늘의 별은 그 답을 알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