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피워

만물 가장 화려한 존재라는 자만에 빠질 때

흑연빛 장대비에 젖으며 잎을 떨구었다


푸른 여름 많고많은 녹색 중 하나가 되어

그 수없이 자란 나무 중 하나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뜨거운 열기를 온몸에 바르며

그늘을 배워서 세상을 지켜볼까 했다.


차가운 공기가 몸을 붉게 물들여

마지막 잎새까지 작별로 울던 날


나는 이름밖에 없었다


추위를 피해 마지막 생명을

조용히 오들거리고 있던 날


나는 이름조차 없었다


사람들의 발에 밟혀 한 무더기의 티끌이 되어가며

나는 알 수 없었다.


다시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을.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며


씨앗을 심는다.



어디서 봤던 구절들이 들어갔음. 출처가 어딘지 기억에 없어서 오마주라고 하기에도 뭐하지만 일단 온전히 창작은 아니라는거...


눈 흐리고 보면 닭꼬치처럼 생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