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당신은 나의 모든 것에 고개를 젓는다. 가슴 안에서 부글거리다 급하게 응어리지는 것이 있다. 단단한 것들을 빨갛게 달궈 녹일 정도의 열은 탐욕스럽게 땔감을 찾는다. 용광로에 시선을 거두고 무심하게 사랑과 시간을 부어 넣는다. 비어있는 공장은 더 중요한 것들이 들어와야 하니 채울 수 없다. 모루는 쉬지 않았고 강철의 망치는 닳아있다. 판자에 아무렇게나 앉아 놀고 있는 손을 꽉 쥔다. 시간이 단조한 손거죽은 차갑게 식었다. 불이 꺼졌다. 커다란 용광로를 태우지 못해 달군 열은 광석들을 쓰지 못하게 굳혔다.


가로젓는 턱의 바람이 차다. 나를 보는 눈은 순도를 재고 향하는 말은 부러뜨릴 기세로 충돌해 온다. 침을 튀기며 나를 식히고 엉망으로 패대기치며 말한다. 쓰지 못하겠군요. 엉망이에요. 나의 결과는 당신의 기준으로는 모자란 것이다.


음도의 열기가 끓는 사람을 죽이려면 그 값은 얼마일지. 가늠할 새도 없이 등을 보인다. 품 속에 달그락거리며 뛰는 결과물이 부끄럽다. 감싼 열이 차갑지는 않다. 자신 있게 말하며 흥겹게 망치를 두들겼더랬다. 모루도 덩달아 신나게 깡깡, 아픈 소리를 내었다. 견딜 수 있을 정도의 고통이었다. 당장이 지나고 냉정해질 수 있는 때가 된다면, 예리한 칼날에도 생채기 없이 단단해질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혹한의 온도는 예측할 수 없었고, 가까이 있을 줄도 알 수 없었던 것이지. 어떤 차가움은 경도를 상관 않고 부술 수 있는 것을 몰랐던 것이지. 나의 용광로는 극지의 삶에서는 모닥불보다 차가웠던 것이지. 내가 벼린 강철들은 파괴되지 않을지언정, 인간의 나약한 팔뚝이 썩을 줄은 몰랐던 것이지.


손을 비비며 겨우 추위를 달랜다. 굳은살이 떨어져 바람을 맞은 새살이 얼 듯이 차갑다. 모루도 망치도 시간도 사랑도, 극지의 온도를 가진 것처럼 차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