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처음 만난 곳은동쪽 변방의 어느 작은 마을이었다성벽과는 꽤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아직 전선이 확대되지 않아 비교적 화인들과의 조우가 적은조용한 곳이었다.

 

그리고 그 안일함 덕분에너무나도 쉬운 먹이가 되었다목재로 지어진 집들은 형체도 남지 않고 불타 스러졌고급한대로 우물로 뛰어든 이들은 그 자리에서 삶아져 죽었다

 

나를 비롯한 조사대원들은 불타 사라진 건물의 수와 소실된 논밭의 면적을 조사하고죽은 사람들의 시신을 모아 석재로 지어져 비교적 멀쩡한 마을 회관 뒤쪽의 공터에 묻을 계획이었다.

 

땅을 파는 데 정신이 팔린 사이수풀에서 무언가 불쑥튀어나와 내 발목을 잡았다처음에는 들짐승에게 공격받을 줄 알고 삽으로 내려치려 했으나이내 그것이 사람임을 알아차렸다

 

그녀의 얼굴 피부는 이미 3할 이상이 불에 타들어 가 쪼그라들었으며몸뚱이는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처참한 몰골이었다.

 

치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지크문트와 헬렌조차도아직 피가 흐르는 살아있는 부분을 일부 낫게 했을 뿐마녀들의 불꽃에 의해 아예 뼛속까지 녹아버린 부위는 끝내 회복시키지 못했다.

 

죽은 부위의 살점이 썩어들어가기 전에우리는 급한 대로 들고 있던 삽으로 팔다리의 말라비틀어진 살점을 내려쳐 절단한 뒤가지고 있던 물약으로 단면을 대강 아물게끔 했다다행이라고 해야 할지왼팔을 내려쳐 자를 때의 고통 때문에 그녀가 기절해 한층 더 수월하게 처치할 수 있었다

 

조사 절차를 마치고 성으로 들어온 뒤에는그녀의 처분을 경비대에 맡겼다애당초 성내에 오래 머물지 않는 우리에게는 아이를 하나 키울 만한 땅도여유도 없었으니까.

 

그 이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전쟁 막바지에는 더 차출할 병력이 없어 다른 임무를 맡고 있던 이들도 마구잡이로 징집한 탓에한동안 성에는 돌아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