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서울 2063 모음집 - 창작문학 채널 (arc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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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지원은 요즘 들어 상태가 나빠진 속을 달래며 조 씨가 말했던 대로 LAD로 차를 몰았다. 의외로 조 씨는 LAD 안이 아니라 밖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 씨,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그것도 LAD 밖에서.”


헌데, 조 씨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미세스 리. 실례지만 한 가지만 물어볼 게. 남편, 미스터 최랑 마지막으로 잠자리를 가진 게 언제인지 기억 나나?”


지원은 갑자기 그런 걸 물어본 조 씨가 무슨 생각인지 의문을 표했지만, 이내 잠시 생각한 다음 말했다.


“열흘 전이었어. 트레일러 타운에 가기 전날.”


조 씨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혹시… 최근에 밥을 먹고 구역질이 올라오거나 한 적은?”


지원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 이내 표정이 조금씩 굳어졌다.


“…있었어.”


조 씨는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제기랄… 어제 미세스 리가 갔던 클럽의 포주 있잖아? 그 여자가 당신을 진찰하고 나한테 연락을 했어. …그게…”


슬슬 지원도 그가 무엇을 말하려는 지 눈치채버렸다.


“뭔데?”


“자네한테 태기(胎氣)가 있다고 말이야.”


대충 예상을 했지만, 지원 역시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뭐, 뭐야?!”


지원은 충격에 빠졌다가 순간 균형을 잃었다. 다행히 조 씨가 빠르게 다가와 그녀를 붙들어 다치진 않았지만.


“많이… 충격을 받은 것 같은 얼굴이군.”


지원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그래… 이런저런 일이 있었거든.”


“일단 아직은 파악이 힘드니까 며칠 더 기다려 봐. 이거 받고, 당분간은 쉬어. 진짜면 나한테 연락하고.”


“알았어… 아, 조 씨. 미안한테 삼성 전무급은 주로 어느 곳을 돌아다니는지 알아봐 줄 수 있어?”


“그런 걸? 그래, 그러지.”


지원은 집으로 돌아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몸이 벌벌 떨리고, 얼굴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 온 몸을 적셨다. 이건 단순히 자신이 어머니가 되었다던가, 아버지 없이 태어날지도 모를 아이 때문이 아니었다. 더 깊은, 무언가 있었다. 며칠 후, 지원은 씁쓸한 얼굴로 조 씨가 건내준 임신테스트기의 결과를 받았다. 두 줄, 임신이었다. 지원의 눈에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또 며칠이 흘러, 지원은 남편이 입원해 있기도 한 삼성병원에 들렀다. 산부인과에서 의사는 미소를 지었다.


“축하드립니다, 임신이네요.”


지원은 옅게 미소를 지었다. 기쁘면서도 동시에 걱정이 밀려 들어왔다. 이는, 의사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산모 분, 2년 전에…”


“알아요. 잊을 수가 없죠.”


의사의 컴퓨터에는 그녀의 기록이 이미 있었다.


‘2061년 8월 5일. 태아 유산.”


벌써 2년이나 지났지만, 지원은 이것을 결코 잊지 못했다. 일찍이 결혼한 시점에 아이를 가진 그녀였으나, 지원의 첫 아이는 태양을 보지 못하고 떠나버렸다. 지원도, 명훈도 그 아픔과 슬픔을 결코 잊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 두 번째 아이라니, 지원은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히기가 쉽지 않았다.


“태아를 인공자궁에서 키우는 건… 언제부터 가능하죠?”


“네…? 아, 18주 정도 되야 합니다.”


지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그때 다시 올 게요.”


“아, 아니요. 환자분! 매주 오셔야지요!”


지원은 그런 의사를 바라보았다.


“상담 한 번에 5만원 씩 받아가면서 그런 말이 나오나요?”


지원은 산부인과를 떠나 남편의 입원실로 들어갔다. 아직, 그는 깨어나지 못했지만 지원은 그의 손을 꼭 잡았다.


“나… 임신했어. 당신 아기야. 그때 약속했었지? 우리 아기를 위해 잘 살아보자고. 그러니까…”


눈물로 목이 매여오기 시작하자 지원은 멈출 수 없는 눈물을 연거푸 닦았다.


“그러니까… 빨리 일어나…”


그 후 한동안 지원은 집에서 머물렀다. 아기를 위해, 그리고 조 씨의 권유 때문이기도 했다. 어느 날 조 씨가 여러 물품들을 보내자, 지원이 물었다.


“고맙기는 한데, 이렇게까지 해주는 이유가 뭐야?”


“당신 남편 때문이지. 미스터 최한테 감사하라고.”


4개월이 지났다. 조금씩 태동이 느껴지고, 배가 부풀어오르기 시작하자 지원은 다시 병원을 찾았다.


“태아는 아주 건강합니다. 귀여운 따님이네요. 그런데… 지난 번에 그 이야기 말입니다.”


“네, 인공자궁이요.”


“…돈에 관해서는 무어라 말하지 않겠습니다. 산모 분, 괜찮으시겠습니까?”


“뭐가요?”


“현 기술로 태아를 인공자궁에 옮기게 된다면… 다음 임신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하시겠습니까?”


“네, 솔직히 말하면 이대로 키우고 싶지만… 아이를 몸에 배고 일을 할 순 없으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이리로…”


차가운 수술대 위에서 마스크가 지원의 입에 씌워지고, 묘한 가스가 몸 속으로 들어오자 지원은 정신을 잃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렸을 땐 배가 너무나도 허전했다.


“수술은 끝났습니다. 태아는 건강하고, 지금 저 안에 있습니다.”


복잡한 기계장치 위에 불투명한 윈기둥 모양 파이프가 있었다. 지원이 조심스레 파이프에 손을 대자, 그 안에서 작지만 분명한 고동이 들려왔다. 지원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그 안에 있는 것은 분명한 자신의 아이였다. 지원은 밝게 미소를 지으며 파이프를 쓰다듬었다.


“아가… 미안해. 엄마가… 엄마가 꼭 돌아올 게. 조금만 기다려 줘.”


관 속의 아기의 몸이 파이프 벽을 건드린 듯 진동이 그녀에게 전해졌다. 의사가 말했다.


“순조로운 회복을 위해서는 며칠 정도 입원하셔야…”


“아니요, 됐어요. 인공자궁에 가지고 있는 돈을 다 써서 입원할 여유는 없네요.”


병원을 나온 지원은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조 씨, 오늘부터 바로 일 가능해. 괜찮은 거 있어?”


“미세스 리? 아기는 어쩌고?”


“인공자궁에 맡겼어. 그런고로 이제 빈털터리가 됐거든. 그러고보니, 레나는 어때?”


“레나 양은 순조롭게 회복 중이야. 한 일주일 정도 뒤면 퇴원할 거고. 자기가 왜 그렇게 됐는지도 잘 알고 있어.”


“그거 다행이네. 아무튼 그래서, 괜찮은 일 있어?”


“있지. 미세스 리도 잘 알겠지만 이 바닥에서 대부분의 용병들은 나 같은 중계인을 거쳐서 의뢰를 받아 가. 이게 이 바닥의 룰이지. 그런데 감히 이 룰을 어긴 친구들이 있더라고. 뭐, 눈 밖에 난 의뢰인이 나라서 다행이겠지만, 정보를 보내줄 테니 가서 손 좀 봐 주고 의뢰 사례금을 모두 회수해서 와. 죽이지는 말고.”


“알았어. 아, 그런데 원래 의뢰는 두 세사람이 모여서 받는다고 하지 않았어? 왜 난 혼자야?”


“…혹시 모르고 있었어? 미세스 리가 레나 양을 그렇게 만든 건 나랑 관련된 용병 모두가 알아. 아무리 열이 받았다고는 하지만 동료를 그렇게 만들어 놨는데 다들 무서워서 같이 일하기를 거부하지.”


지원은 대답하지 않고 통화를 끊었다. 곧바로 손을 봐줘야 할 용병 두 명의 정보가 들어오자, 지원은 차를 몰고 그들이 있는 중랑구로 향했다.

잠시 후, 조 씨가 알려준 주소에 도착한 지원은 낡은 단독주택을 바라보았다. 척 봐도 대략 21세기 초에서 20세기 말에 지은 듯한 낡은 벽돌집은 세게 치면 와르르 무너질 것만 같았다. 손가락으로 톡 치기만 해도 시끄러운 소리를 골목길 전체에 울리는 철문을 열고 들어간 지원은 발라 놓은 페인트가 다 떨어져 붉게 녹이 슨 대문을 두들겼다.


“안에 누구 있어?”


안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곧바로 문이 귀가 아픈 소리를 내며 열렸다. 안에서 흘러 나오는 술과 마약 냄새에 지원은 벌레를 보는 양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코를 막았다. 곧이어 문을 연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자, 지원의 표정이 더 일그러졌다.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수염에 충혈된 눈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었으며, 드러낸 누런 이는 곳곳이 빠져 있었다. 남자가 입을 벌리자, 담배와 술, 마약이 섞여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원은 정말로 먹은 걸 모조리 뱉어낼 뻔 했지만, 간신히 참으며 남자의 얼굴과 조 씨가 준 정보를 대조했다.


“이용훈 씨?”


“맞는데 왜?”


“그… 장세환 씨도 같이 있나?”


“그 녀석 찾으러 왔나? 안에서 자고 있지. 잠깐…”


그의 얼굴이 두려움으로 일그러졌다.


“서, 설마… 그 놈이 보냈냐?! 꺼… 꺼져!”


용훈이 온 힘을 다해 문을 닫으려 했으나, 지원은 가볍게 팔을 당겨 문짝을 통째로 뜯어버렸다. 용훈이 문을 미처 놓지 못하고 같이 딸려 나오자, 지원은 그를 붙잡아 집 안으로 던져 버렸다.


“그래, 조 씨가 보내서 왔어.”


지원은 곧바로 바닥에 쓰러진 용훈의 얼굴을 걷어 찼다. 용훈이 벽에 부딪히자 그 즉시 그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리더니 주먹으로 남아 있던 이빨까지 모조리 박살내 버렸다.


“의뢰로 받은 돈, 어디 있어?”


용훈은 피를 한 바가지 토한 다음 소리쳤다.


“뭐하는 짓이야!”


“묻는 말에나 대답해.”


지원의 주먹이 놈의 팔을 부숴버렸다. 용훈이 집이 떠나가라 비명을 지르자, 지원은 강제로 그의 턱을 붙잡아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닥치고 있어. 마지막으로 말하지, 묻는 말에나 대답해.”


그때, 방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야, 뭐 하는데 이리 시끄러워…?”


용훈은 온 힘을 다해 비명이든 뭐든 지르려 했으나, 지원이 어찌나 강하게 입을 틀어 막았는지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방 안에 있던 세환이 나와 두 사람을 보는 순간, 지원은 용훈을 집어 던졌다. 두 사람이 뒤엉켜 쓰러지자 지원은 그대로 세환을 붙잡고 용훈에게 그랬던 것처럼 일단 주먹을 갈겼다.


“뭐, 뭐야?!”


“뭐긴, 돈 받으러 온 사람이지. 조 씨 몰래 의뢰로 받은 돈, 전부 내놔.”


두 사람이 보는 지원의 얼굴은 마스크 위 두 눈 뿐이었지만, 두 사람에게 그녀는 사신이나 다름 없었다. 두 사람이 계속 겁에 질려 있자, 인내심이 금방 떨어진 지원은 온 힘을 다해 벽을 쳤다.


“빨리 대답 안 해!!”


지원의 팔이 세 갈래로 갈라져 연기를 뿜고, 벽 전체에 거대한 균열이 일었다.


“저… 저기! 저 방 안에 있어!”


“얼마야?”


“250만원…”


“속이지는 않았겠지?”


“그런 걸 우리가 왜 속이겠어?!”


“좋아.”


지원은 그들이 가리킨 방 안으로 들어가 다 낡아 빠진 탁자 위에 놓인 지폐 뭉치를 일일이 세었다. 5만원 권이 50장, 정확히 250만원임을 확인한 지원은 그걸 전부 챙겨 다시 그들 앞에 섰다.


“조 씨가 말하길, ‘나니까 살려줬다. 한 번만 더 나를 거치지 않고 의뢰를 받는다면 그땐 정말로 서해 앞바다 폐기물의 일부로 만들어 버리겠다’ 라더군.”


지원은 그렇게 집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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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AI는 다르지만 같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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