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질 듯 달린다
지나가는 풍경을 눈에 담지도 못한 채 엎어질 듯 달린다
멈추라 아우성 치는 다리
찢어질 듯 고통스러운 폐
숨이 차오르며 세상에 잠긴다
나는 물속을 달린다
눈이 보이지 않게 되어도
팔을 쓸 수 없게 되어도
몸의 어딘가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더라도
두 다리가 있으니 달릴 수 있다
두 다리 밖에 없으니 부딧힐 것이다
두 다리 밖에 없으니 넘어질 것이다
결국 모든 걸 잃고 넘어질 것이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뻗어오는 손을 볼 수 없고
두 팔이 없으니 손을 잡을 수도 없다
두려움은 그런 것이다
나는 두려움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다
세상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