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가 겪은 일을 말씀드려도 될까요."

"말씀하시지요."

"비가 오던 날이었습니다."




 그날은 지독하게 글이 쓰이지 않던 날이었다. 나는 기분전환 겸 빗속을 거닐었다. 사람이 그리 많은 건 아니었다. 그러다 옛 동창을 만났고, 녀석은 자신이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적당히 하면 들어줬겠지만 날이 추운 겨울인지라 오래 있기는 어려웠다. 결국 나는 적당한 핑계를 대며 자리를 피했고 평화롭게 일을 마무리 하는데 성공했다. 이후에는 이웃을 만나 가볍게 안부인사를 건네고는 사람들 사이를 파고들며 앞으로 나아갔다.



 조금 더 걷다가 고양이를 만났다. 동네에서는 자주보던 고양이였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 아무렇지 않게 드러누워 있는 걸 보니 팔자 좋다 생각하고 주변 가게에서 먹이를 조금 구해다 주었다.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운 생명체가 있을까 싶었다. 먹이를 먹느라 그랬는지 그저 허락해주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고양이를 이리저리 쓰다듬어 봐도 딱히 저항은 없었다. 일면식은 없던 녀석이었지만 집주인의 승낙만 있었다면 당장이라도 데려다 키우고 싶었던 아이였다.



 먹은 것도 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시간은 4시 즈음, 슬슬 배고프다 못해 죽을 지경이었기에 근처의 식당을 들렀다. 메뉴판에는 영어와 숫자들이 빼곡했던 것도 어느정도 내 화를 자극했던 것 같다. 대충 알아먹은 라면 하나를 시키고는 핸드폰을 보니 실종 관련 뉴스로 인터넷이 가득찼다. 다행히도 식당에 창문이 있었는지라 바깥의 풍경을 감상하기는 아주 좋았다. 특히 노을이 지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날이 어두워지자 이젠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결심하고 식당을 나섰다.



 그날 밤의 달은 아름다웠다. 우산을 챙겨나온 것은 까먹고 식당에 두고왔지만 달이 아름답다면 되었다고 생각했다. 오늘을 영원히 기억해두고 싶다. 평생 이런 날만...




"...가득하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의사는 어이없다는 투로 내게 물었다.


"선생님, 그래서 병원에는 왜 찾아오신 겁니까."

"저런 잘못 찾아왔군요. 이곳은 이비인후과였네요. 소아과로 가봐야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식당을 나섰다. 오늘 밤의 달은 아름다웠다. 눈에 미끄러져 넘어질 뻔 했지만 달이 아름답다면 되었다고 생각했다. 평생 이런 날만 가득하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