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의 초혼 정리한거 보다가 회로 돌아가서 써본다

오타랑 급전개 같은거 지적해주면 매우 고맙겠음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초혼(김소월)-        


매미소리, 새소리 조차 들리지 않는 녹음이 우거진 숲, 이 평화로운 분위기 아래에서 10년간 사랑해온 연인은 서 있었다. 그저 서로를 바라보며, 한사람은 사랑을 말하기 위해 입을 벌렸고 다른 한사람은 더이상 듣고 싶지 않은듯 귀를 막으려 하였다. 연인이 하고있다기에는 너무나도 아이러니한 이 상황속에서 여자의 감정이 고조되었는지 자신의 연인에게 너무나도 어둡고도 끈적한 자신의 감정을 내비쳤다.


"난 항상 너만을 사랑해"


"그러니까 너도 나만을 봐야해"


"난 내가 죽어도 귀신으로, 원혼으로 니 곁을 맴돌거야, 그러니까 도망치지마, 나 이외에 딴 여자도 보지마"


"닥쳐!"

"이제 지겨워 너의 그 집착도,그 부담스러운 사랑도! 이제... 지겹다고"

"애초에 날 사랑한게 맞아? 사랑은 서로 존중해주고 기다려주는거 아니였어?"


 내가 그녀와 만난지 어연 10년, 그녀에 대한 나의 감정은 사랑이라기 보다는 애증에 가까운 감정이였다. 그녀를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그 사랑에 대한 보답이 너무나 두렵기에,나에게 있어서 그 보답은 보답보다는 짐이라고 말하는것이 더 올바를듯한 감정의 표현은 나로 하여금 그녀를 향한 나의 감정을 사랑만 존재하도록 하기가 어려웠다.


"그럼 내가 없어져줬으면 좋겠어?"라며 나에게 물어오는 그녀


"어 나는 이제 너따위는 좋아하지도 않고, 이번생에서는 다시 좋아해볼 생각도 없어 그러니까 앞으로 내 인생에서 꺼져줘"


거짓말이다. 나는 아직 그녀를 사랑한다. 허나 그녀의 감정이 내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도 무겁고 또 부담스럽기 때문에 

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눈물섞인 미소를 지으며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그게 너의 행복이라면 사라져줄게... 그 대신 이번생이 끝나면 나랑 다시 만나줄거야?"


그녀의 이 물음에는 난 바로 대답하지 못하였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의 물음은 너무나도 상상하기 힘든 것들이였으며 미신을 전혀 믿지않는 나에게는 상상도 해보지 않은 상황이였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생 같은건 안믿어"


내가 생각해도 이런 반응은 이 상황에 어울리지 않았다. 나의 멍청한 대답에 대한 보답이라도 하듯 잠시동안의 침묵이 이어졌고 그 침묵을 깬것은 그녀의 반응이였다.

"그럼 우리 이제 못만나는거야?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


한때 내가 내 모든것을 걸고 사랑했던 사람이 이처럼 무참히 망가지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였다. 그래서 그녀의 마음이라도 편안할 수 있도록 내가 해본말 중 가장 어이없는 말을 해버렸다


"하지만, 진짜 다음생이 있고, 그때도 니가 날 찾는다면 다음생에는 내가 좀더 참을수 있게 노력할게 그 대신 이번생의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야..."


이 말을 듣고난뒤 그녀는 감정을 견디는 것에 한계가 왔는지 아니면 나의 말에 안심이 되었는지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고 그녀의 눈물을 본 나는 더 이상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그녀와 사귀며 많은 표정을 보았지만, 정말 소설에나 나올법한 그러한 표정이 그녀의 얼굴에 띠어있었기 때문이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나에게 다시 사랑할 기회를 주어서 고마워... 고마워..."


고장난 라디오처럼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는 그녀는 너무나도 망가져있어보였고 또 너무나도 가련해보였다. 여기서 그녀를 동정하는 것은 그녀를 더 비참하게만 만들것 같아그녀에게 "그래 다음생에 보자"라는 농담조의 말만 건낼 수 있었다.


그 일이 있고난 후 1주일 그녀가 죽었다. 분명 1주일전까지는 밝았던 그녀가 자살한 원인에 대해서는 많은 추측이 오갔지만 난 그녀가 죽은 이유를 알 수 있을것 같았다.

그녀가 마지막에 보여준 눈물은 안도의 감정과 체념의 감정을 동시에 담은 눈물로 느껴졌기에...너무나 뻔뻔하게도 나는 그녀의 장례식장에 찾아가 그 누구의 눈에도 띠지 않으려했으나 당연하게도 고등학교때 여자친구의 절친이였던 서영이를 만나게 되었다.

잠시 그녀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밖으로 나와 나는 담배를 입에 댔다. 담배를 태우기 위해 라이터에서 타오르는 불꽃은 내 마음을 대변하듯 힘없이 흔들렸고 담배를 피며 내 입에서 나오는 연기는 그녀를 추모하는 향연기처럼 피어 올라갔다, 그렇게 혼자 궁상을 떨던 도중 내 옆에서 묵묵히 있던 서영이는 더이상 참기 힘들었는지 나에게 소리쳤다. "도대체 뭐때문에 늬들이 해어진거냐?" 나로부터 그날의 일을 전해들은 그녀는 화가난 표정으로 말했다. "너 시연이 부모님이 사이비종교에 빠져서 집안 말아먹은거 때문에 걔가 미신 안믿는건 알아? 그리고 걔가 부모님한테 얼마나 학대받아왔는지는 모르지?" 처음 들어본 말이였다. 그녀는 내 앞에서 항상 좋은 모습만 보여줬고, 또 항상 좋은 말만 해주었으니까... 


서영이가 다시한번 입을 열었다

"넌 병신이야, 그것도 아주 대단한 병신, 아마 권시연 그 계집애는 니 앞에서 항상 웃고있었겠지? 그러니까 넌 걔 마음이 얼마나 썩어 문드러졌는지, 또 얼마나 널 의지해 왔는지 모르겠지? 병신아?"


무언가 뜨거운것이 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려왔다. 닦고 닦아도 계속해서 내 두 볼을 타고 흘러 내려왔다. 난 그녀의 마음 속에 대해서는 몰랐지만, 내가 저지른 죄는 몰랐다는 말만으로 용서될 것이 아니였고 모른다고 해서 내가 책임을 회피할 변명거리도 되지 않았다.


나는 다시한번 뻔뻔해지기로 하였다.

"나 어떻게 하면 사과할 수 있을까?"


그러자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듯 웃으며 말하였다

"사과? 못해 절대로, 하고싶으면 미신이라도 믿어보던가"


"어떻게 하면 돼? 알려줘 어?"


"아마 시연이 3일장 끝나면 무덤에 들어가기 전에 초혼의식을 하는데 그때 한번 빌어 보던가. 그전에 넌 여기에 있지 말고 당장 니 집에 들어가서 니가 할말이나 생각해 놔"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나는 무언가에 홀린듯 내 자취방에 틀어박혀서 그녀에 대해 하나라도 잊지 않기 위해 그녀가 쓰던 노트를 들었다.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내 발밑에 예쁘게 접힌 종이 한장이 보였다.

종이를 펴보니 예쁜 글씨와 함께 이렇게 적혀있었다.


내가 가장 사랑했고, 앞으로도 가장 사랑할 사람에게

"사랑했고 또 감사했습니다. 저 같은 쓰레기에게 당신의 사랑을 배풀어줘서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당신이 떠나기 전 저에게 해준 다음생에 보자는 말이 제가 떠나는 걸음을 더 가볍게 만들어 준 것 같아 또 당신에 대한 마음과 죽고싶지 않은 마음이 들지만, 저에게는 아무래도 더이상 버틸 수 있는 버팀목이 남아있지 않은것 같습니다. 이 편지를 보신다면 그간의 정을 생각해서 저의 3일장 마지막날에 이루어지는 초혼의식을 직접 해주세요. 가는 길에도 민폐만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사랑했고 또 사랑합니다."

권시연 올림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미안해 시연아.. 미안해 미안해... 돌아와줘 미안해..."

그렇게 울다가 지쳐 쓰러진 뒤 꾼 꿈은 너무 뻔뻔하게도 그때 그녀를 버리지 않았더라면.. 이라는 나의 쓰레기 같은 생각이 만든 꿈이였다.


결국 그녀의 3일장 마지막날 초혼의식이 거행되었다.

XX동리의 권시연의 복,복,복 

하늘거리며 날아가는 그녀의 흰 소복은 마치 나비처럼 아름다웠고 초여름의 햇살은 마치 그녀의 손처럼 따스하게 내 몸을 감쌌다. 그리고 흰 소복이 갑자기 바람에 날려 사라진 순간 내 귓가에 어떤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고마워 너 덕분에 이승에 조금 더 머물 수 있게 되었어... 1주일이라는 잠깐의 시간이지만 너와 함께 해보려고 해... 내 집착때문에 많이 힘들었던 너에게 조금이라도 정상적인 연인생활을 선물해주고 가려해..."

 

어색한 부분 지적해주면 고맙겠고 아직 다 쓴거 아니긴 한데 해피앤딩으로 끝낼지 배드앤딩으로 끝낼지 고민돼서 얀붕이들 의견 들어보려고 가져왔다 권시연은 어디 소설이였는지 기억안나는데 여튼 어디서 디게 껄리는 여주였어서 그걸로 했다. 다들 도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