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d Side


카페에서 한 여자가

얀붕이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너, 이거, 뭐야!"


"순순아! 오해야! 오해라고! 그 사진은 그런 게 아니고..."


"오해? 이 씨발것이 날 속이고 다른 여자랑 놀아나 놓고서는 오해?"


얀붕이의 여자친구, 순순씨는 잔뜩 화가 난 채였다.


그럴 수밖에.

오늘 아침에, 순순씨에게 온 사진들은

얀붕이가 다른 여자 밑에서 깔려 누워 있는 사진이었으니까.


내가 찍어서 보냈으니까.



자가용 운전석을 뒤로 쭉 젖히고

다리를 핸들 위로 올려서 상황을 관찰한다.



"아냐, 진짜 아니라고! 난 이 사진이 왜 찍혔는지도 모르고, 언제 찍었는지도, 이 여자가 누구인지도 몰라!"


"이런 상황까지 와 놓고서도, 끝까지 거짓말이네. 교회에선 그렇게 착한 척은 다 하더니, 아주 좆질은 지 멋대로 다 하고 다녔어? 앞으로 다신 얼굴 보지 말자."


순순씨는 잔뜩 화가 난 채로

헛되이 손을 내뻗는 얀붕이의 팔을 매몰차게 쳐낸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웃음이 나왔다.

너무 쉽잖아. 진작 이럴걸.




"얀붕아. 안녕? 무슨 일이야? 어머, 얼굴에 그 손자국은 뭐야?"


짐짓 모른 척 묻는다.


멍하던 얀붕이의 표정은 점점 험악해져갔다.


"...너지?"


"뭐가?"


역시 얀붕이다.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 다 알아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남자. 이러니 내가 반할 수 밖에.



"내 집 열쇠 뚫고, 이런 미친 짓 할 사람은 너 밖에 없어."


"음, 미친 짓이라니 서운하네. 난 내가 가지고 싶은 건 가져야겠거든."


미워하라지. 증오하라지. 아주 눈에 불을 켜고, 날 저주하라지.

타인의 감정 따위는 내게 상처를 주지 않았다.


얀붕이가 날 미워하더라도, 그건 그것대로 좋다.

얀붕이가 날 피하더라도, 그건 그것대로 좋다.


날 미워하는 얀붕이를 굴복시키는 것도 좋다.

날 피하는 얀붕이의 다른 안식처를 없애는 것도 좋다.


네 곁에 나 하나만 남을 때까지, 나는 행동 할 뿐이다.


"지치지도 않고, 이딴 개 짓거리를 하는 이유가 뭐야?!"


"널 사랑해서?"


해맑게 웃는 내 시선에

또 다른 여자가 보였다.


또 짜증날 정도로 울먹거리는 얀진이가.




The Sad Side


얀붕 오빠는 이번에도 얀순 언니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습니다.


슬픕니다.


얀붕 오빠는 언제나 행복을 빼앗기기만 했습니다.


얀순 언니에게 빼앗기고

얀희 언니에게 빼앗기고


저 같은 여자에게도 마음을 써 주느라 시간조차 빼앗겼습니다.


교회에서 기도를 하는 순간을 제외한다면, 얀붕 오빠에게 정말 자유로운 시간은 없었습니다.



함부로 얀붕 오빠에게 다가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지 말라고 했었습니다.




저는 언제나 얀붕 오빠를 지켜봐왔습니다.


얀붕 오빠가 처음으로 자위 행위를 깨우칠 때도, 저는 그 장면을 지켜보고, 속옷을 훔쳤습니다.

얀붕 오빠가 처음으로 여자 친구를 사귀었을 때에도, 저는 그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간직했습니다.

얀붕 오빠가 처음으로 하는 대부분의 행동들의 흔적은, 제 방 서랍 제일 밑에 소중히 보관했습니다.



교파가 달라서 같은 교회를 다니지 못 해서 서럽다고 고백했던 그 날.

저를 위로해주려던 얀붕 오빠와 같이 술을 마셨던 그 날.

술김에 실수로 제 방에 얀붕 오빠를 재우려다, 제 컬렉션이 들켰던 그 날.

얀붕 오빠는 저를 보고 소름이 끼쳤다고 했습니다.



슬펐습니다.

그래서, 다신 다가가지 않으려 했습니다.

어제 밤,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진탕 마시고 침대에 뻗어버린 얀붕 오빠의 위로

얀순 언니가 속옷을 벗고 올라탈 때에도


저는 카메라로 그 모든 것을 보고 있었음에도 다가가지 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얀붕 오빠는 또 행복이 깨져버렸습니다.

그렇다면, 어차피 얀붕 오빠의 행복이 깨져버릴 거라면

얀붕 오빠에 곁에 제가 있어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얀진아. 저리 잠깐 꺼져줄래? 내가 얀붕이와 할 얘기가 있거든."


얀순 언니가 표독스럽게 묻습니다.

하지만, 저는 물러날 수 없습니다.


또 슬픈 일을 겪을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아뇨, 그럴 수는 없..."


끼익 거리는 소리와 함께

제 옆에 승합차가 멈췄습니다.


승합차 뒷 문이 열리고

손이 뻗어나왔습니다.



얀붕 오빠는 그렇게 승합차 안 쪽으로 끌려들어갔습니다.


... 이런 행동을 할 만한 사람은, 얀희 언니 뿐입니다. 이제껏 카메라로 다 관찰해 온 바로는 그렇습니다.

또 빼앗길 수는 없습니다.


저는, 주차장으로 달려가, 제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The Mad Side



성공했어. 성공했다고.

얀붕아. 사랑하는 얀붕아. 내가 성공했어.


입가에 문 재갈이 아프니?

손목에 묶인 밧줄이 아프니?

기다려. 곧 풀어줄테니까.

너와 나와의 사랑의 보금자리에서 말이야.


"아가씨. 뒤에 차량 두 대가 쫓아옵니다."


"씹고 달려요. 존나게 밟으란 말이에요."


법은 날 막을 수 없어. 얀붕아. 난 널 사랑해.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증스럽게 깔짝대는 얀순이나, 정서불안 관음증 환자 얀진이와는 다르게 나는 널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저, 지금 감시 카메라가..."


"방해 말고 알아서 해요. 전 지금 바쁘니까."


눈이 공포에 물든 얀붕이는 어쩜 그리 사랑스러울까!

내가 네게 뭘 할지 상상이 가니? 상상이 가서 무서운 거야?

괜찮아, 네가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들도 잔뜩 해줄테니까!


"미친 년아. 내놔. 내놓으라고! 얀붕이 내놔!"


저 나쁜 년이, 얀순이가 운전석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소리친다.

저러다 다른 차에 받아버렸으면.


"얀희 언니! 오빠를 풀어줘요!"


언제나 착한 척만 하는 우울함 가득한 얀진이 년도, 헬멧 안에서 잔뜩 울면서 소리친다.

울부짖으라지! 내가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려왔는데!



활짝 웃으며 얀붕이에게 미소를 건네자.

그렇게 생각했는데

얀붕이가 있던 자리는 텅 비어있네...?


... 뒷 트렁크는 왜 열려 있지?


어떤 새끼야? 누가 내 얀붕이를 훔쳐 간 거야?



밧줄, 커터칼, 오호라... 주머니에 커터 칼을 놓고 다녔구나.

하긴, 나는 늘 얀붕이를 묶고, 안대를 씌우고, 우리 집으로 데려가려 했으니

늘 같은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는 거구나.



그래, 색다른 사랑법이 필요했구나, 우리 얀붕이는.

트렁크 뒷 문을 열고, 이 정신없는 도로에서, 뛰쳐나갈 정도로 용기가 있었구나?


기다려, 곧 다시 데리러 갈게. 늘 다니던 그 교회로 도망갔겠지?

일단 옆에 두 년들 좀 처리하고, 얼른 가야겠다.





The Dad Side


교회로 문을 열고 들어온 얀붕이는 숨을 크게 몰아 쉬어요.


"아오, 시발, 신부님 아버지, 저 좀 살려주십쇼. 이 어린 양에게 물 한 잔만 베풀어주십쇼."


얀붕이는 그렇게 말하며, 제가 목사로 있는 이 교회에 들어왔어요.

몇 년을 알고 지냈을까요. 제가 알기 전부터도 그랬지만, 저랑 친구가 된 이후부터도 얀붕이는 여자들에게 고통받고 있어요.


저는 급히, 얀붕이 전용 물통을 꺼내, 물을 한 잔 따라줬어요.


"후, 후아... 진짜 미치겠네. 얀수야. 나 진짜 이러다 제 명에 못 살겠다. 아까는 씨발 차 안에서 칼로 밧줄을 끊고, 뒷 트렁크에서 굴러서 빠져나왔다니까?"


늘 얀붕이는 스펙타클하게 살아요.

 

가끔은 부러워요.

저렇게, 자기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모르겠다. 으아아! 걔네들은 여기 교회 모르니까, 나 조금만 잘게. 깨우지 마. 알았지? 어휴, 남자끼리니까 좀 편하다."


속도 편하게 얀붕이는 웃통을 벗고 잠들었어요.

저러다가 제게 배신당하면 어쩌려고 그럴까요.


저도 죄 많은 사람인데.


목사가 되고 싶어서, 여자인데도 남장을 하고 수업을 받았는데.

다른 쓰레기 년들에게 쫓기는 얀붕이를 감싸는 입장에 서기 위해, 아직도 여자라고 고백도 못 했는데.

다른 쓰레기 년들에게서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제 성별을 숨기고 있는데.


저도 얀붕이를 사랑하고 있는데.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얀붕이는 제가 목사라는 것을 알고서는, 여자라는 의심을 싹 거둬들였어요.

얼굴이 기생오라비같다며 웃기만 했어요.


지금도 이렇게, 제가 얀붕이 전용 물통에 무슨 짓을 했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제게 물을 받아마신 뒤,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어요.


입을 살짝 맞춰봤어요.

몸을 살짝 만져봤어요.


다른 년들이 나가떨어지기 전까진, 저는 얀붕이에게 고백을 하지 못 하겠죠.

하지만, 저는 기다릴 수 있어요.


얀붕이가 깨기 전 까진, 얀붕이의 품 속에서, 저도 잠깐 낮잠을 자야겠어요.







p.s. 제목은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그러니까 놈놈놈 패러디임.


소재 제공 및 과거글 모음 : https://arca.live/b/yandere/83284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