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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붕이는 문자를 일일이 다 읽으며 오늘의 데이트에 필요한 몇 가지 준비를 추가로 한 뒤에 그녀의 집으로 출발했고,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얀순이와 마주쳤다.

 

”어? 얀순아, 먼저 나와 있었네. 안에서 기다리지 그랬어.“

 

”보고 싶어서 그냥 기다릴 수가 있어야지~“

 

”알았어. 그럼 바로 출발할까? 엄청나게 준비 열심히 했어. 네 소원이니까.“

 

”나 완전 기대돼. 빨리 가자.“

 

 얀붕이는 얀순이와 함께 일식집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는 본격적으로 자신이 짜온 데이트 코스로 그녀를 데려갔다.

 

”짜잔- 처음은 노래방이야. 네가 저번에 노래 듣는 거 좋아한다고 해서 기억해 뒀지. 처음 데이트했었을 때 같이 노래방 가기로 약속도 했었구.“

 

”좋아, 근데 혹시 내가 어떤 가수 노래 좋아하는지도 기억해?“

 

”당연히..... 누구였더라? 장범준?“

 

”뭐야, 좀 실망이야. 내가 10cm 노래 좋아한다고 했었잖아.“

 

”하하.... 미안해. 잠깐 헷갈렸나 봐. 들어가자.“

 

얀붕이는 조금 기분이 상한 얀순이의 손을 잡고 노래방 안으로 들어갔다.

 

얀붕이는 얀순이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그녀의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길 바랐지만, 그녀의 말투가 아직 쌀쌀맞게 느껴졌기에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눈치를 보며 물었다.

 

”얀순아, 아까는 진짜 미안해. 원래 기억하고 있었는데 잠깐 헷갈렸었어. 혹시 아직 기분 나빠“

 

”응? 아냐 아냐. 나 괜찮아. 헷갈릴 수도 있지.“

 

”아니면 혹시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

 

”진짜 아니야. 나 너랑 같이 있어서 되게 행복하고 좋아.“

 

”알겠어. 그래도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바로바로 해 줘.“

 

”응. 그럼 이거 같이 부르자.“

 

얀순이는 노래방 책자에서 자신이 원하는 곡을 고르고 얀붕이에게 함께 부르자고 제안했고, 얀붕이는 여전히 눈치가 보였는지 온 힘을 다한 열창을 했다. 그렇게 몇 곡을 더 부르고 나서 두 사람은 다음 데이트 장소로 움직였다.

 

”이번에는~ 오락실이야. 내가 원래 친구들이랑 자주 오기도 했고, 너랑 재밌게 놀려면 여기만 한 곳이 없다 싶었거든.“

 

”아... 다른 애들이랑 자주? 그럼 걔랑도... 아니다. 나 저거 하고 싶어.“

 

얀순이는 에어 하키를 가리키며 말했고, 얀붕이는 그녀의 기분이 상한 걸 깨달았지만, 여기서 더 물어봤자 화를 돋우기만 할 것 같고, 솔직히 그녀가 어느 부분에서 화났는지 제대로 눈치채지 못해서 최대한 신나는 척을 하며 그녀의 비위를 맞췄다.

 

”아... 또 먹혔네. 너 진짜 잘한다.“

 

”헤헤, 그래? 근데 얀붕이 네가 좀 못하는 거 아니야?“

 

”그럼 한 판 더 해. 이번엔 진짜 제대로 간다.“

 

얀순이에게 일부러 점수를 내주며 아슬아슬하게 패배한 얀붕이는 그렇게 몇 게임을 더 하고, 그녀에게 인형 뽑기나 펀치 기계 같은 다른 게임들도 권유하며 억지로 텐션을 올렸다. 얀순이의 기분도 조금은 나아진 듯했으나,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저녁 시간이 다 되어 가자 얀붕이는 그녀에게 자신이 예약한 식당이 있다며 근처의 레스토랑으로 데려갔다.

 

‘오늘 조금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지만, 이거면 괜찮겠지?’

 

얀붕이는 레스토랑에 입장할 때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는 점원에게 잘 부탁한다는 듯 눈을 찡긋했다. 

 

두 사람은 웨이터에게 자리를 안내받고 조금 어색한 채로 앉아있었고, 얀순이는 생각에 잠긴 듯 가만히 있었다. 얀붕이는 분위기를 전환해 보고자 입을 열었다.

 

”얀순아, 여기는 나한테 정말 소중한 사람이 생기면 같이 와보고 싶었어. 여태까지는 아무하고도 온 적이 없었는데, 네가 처음이야.

 

얀순이는 얀붕이의 말에 아까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행복함이 흘러나오는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정말 내가 처음이야?”

 

“물론이지. 잠깐 눈 감고 있어 볼래?”

 

얀붕이는 멀리서 예약해둔 음식과 이벤트를 위한 꽃다발이 오는 것을 보며 얀순이가 눈을 감도록 했다. 그렇게 몇 초가 지난 후에

 

“자, 이제 눈 떠도 돼.”

 

“응. 이제 뜬다? 어머!”

 

갑자기 벌어진 이벤트에 깜짝 놀라서 입을 벌린 채 얼어붙은 그녀에게 얀붕이는 꽃다발을 건네고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얀순아 있잖아.... 원래는 여기 너한테 멋지게 고백하고 싶어서 알아뒀었어. 그날 네가 먼저 고백해주는 바람에 그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생각해보니 아직 할 수 있는 게 남아있더라구, 우리 아직 나이도 어리고, 이런 말 하기에는 좀 미숙하지만... 나중에 더 커서 어른이 되면, 나랑 결혼해줄래?”

 

“흐윽....흑....으아아앙”

 

“왜 갑자기 울고 그래?”

 

“너무... 행복해서.”

 

“그래서? 나랑 결혼해 줄 거야?”

 

“흐읍.. 당연하지”

 

그녀는 눈물로 흠뻑 젖은 얼굴로 얀붕이에게 다가가 안겼고, 그도 얀순이를 받아주었다.

 

식사를 마친 후, 그녀는 꽃다발을 두 손에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쥐고는 그와 함께 집으로 걸어갔다.

 

“왜 그렇게 꽉 쥐고 있어? 계속 그러면 꽃 다 부러지겠다.”

 

“안돼, 부러지면, 평생 기를 거야. 네가 준 꽃이니까.”

 

“후후, 고맙네, 나도 이따가 한 송이 받아 갈까? 어? 거의 다 왔네. 그럼 이제 들어갈게. 잘 가.”

 

꽃다발에 꽂혀 있던 장미 한 송이를 가져가며 잘 들어가라는 뜻으로 얀순이의 볼에 뽀뽀해주며 얀붕이는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얀순이에 의해 가로막히고 말았다.

 

“얀붕아. 어제 안 쓴 소원 하나, 지금 쓸게. 우리 집으로 들어와.”

 

“얀순아? 지금은 시간도 늦었고, 너희 부모님께 민폐가 아닐까? 우리 들어줄 수 있는 소원만 빌기로 했잖아.”

 

“우리 부모님 저번 주부터 여행 가셔서 지금 집에 안 계셔, 그리고 다른 것도 아니고 그냥 들어와달라는 소원인데 그게 힘들어? 아니면 나랑 더 있는 게 싫어?”

 

“아니야. 으음... 알겠어. 들어가자.”

 

“어서 와.”

 

밖에서 봤을 때도 넓어 보였던 얀순이의 집에 들어서자 얀붕이는 긴장한 듯이 두리번거렸으나, 얀순이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그러지 말구 소파에 가서 앉아 있을래? 내가 마실 거라도 가져다줄게”

 

“으응.”

 

“자, 여기”

 

“고마워”

 

얀붕이는 목이 탔는지 얀순이가 주는 음료수를 아무런 의심도 없이 벌컥벌컥 들이키고는 얀순이에게 물었다.

 

“근데, 정말 그냥 집 안으로 데려오기만 하려던 건 아닐 테고,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거야?”

 

“으응, 그건 아니고, 그냥 같이 더 놀고 싶어서.”

”뭐 하고 놀고 싶은데?“

 

”이번에 새로 게임을 하나 샀는데 같이 하고 싶어.“

 

”좋아, 대신에 너무 늦기 전에 보내줘. 적어도 12시 전엔 들어가야 한단 말이야.“

 

”약속할게.“

 

그녀의 방에 들어가 함께 게임을 하던 얀붕이는 갑자기 졸음이 쏟아지는 것을 느낀다.

 

”어어...이상하다.... 나 갑자기 졸...려...“

 

”졸려? 왜그러지? 이상하다~ 우리 얀붕이가 왜 갑자기 졸릴까~ 

 

얀순이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는 얀붕이를 바라보다가 잘 자라는 인사를 짧게 건네고는 돌연 자리에서 일어나서 자신의 책상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얀붕이는 잠에서 깨어났다.

 

“으.... 머리 아파. 얀순아 지금 몇.....? 뭐야.”

 

얀붕이는 수갑에 묶여 있는 자신의 팔다리를 보고 놀랐다.

 

“이제 일어난 거야? 푹 잤어? 시간은 너무 걱정하지 마! 아직 11시니까. 사실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아? 나랑 같이 살면 되잖아. 나, 계속 너랑 같이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생각했거든? 이게 답인 것 같더라.”

 

“그게 무슨.... 일단 이것부터 풀고 이야기해.”

 

“나랑 영원히 같이 있어 준다고 하면, 풀어줄게. 여기서 나가지 않아도 돼. 나만 바라보면서 살아줘.”

 

“무슨 소리야. 나 12시까지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잖아.”

 

“왜 날 두고 가려 하는 거야? 나랑 결혼하자며.”

 

“우리 아직 미성년자야, 커서 결혼하자고 했잖아.”

 

“....처음은 다정하게 하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지.”

 

결심했다는 듯 얀붕이의 배 위에 올라탄 얀순이는 천천히 얀붕이의 셔츠 단추를 풀고 자신의 옷가지를 벗으려 했다. 하지만 학생이 구할 수 있는 물건에는 한계가 있었는지 수갑은 플라스틱 재질이었고 얀순이와 대화를 하며 점점 원상태로 돌아오던 얀붕이는 몸이 자기 뜻대로 움직여지는 것이 느껴지자, 힘을 주어 자신을 구속하던 물체를 끊어냈다. 

 

“...어? 이게 왜 끊어지지? 그러면 안 되는데.... 아직 약속을 못 받았는데....”

 

“왜 그러는 거야.... 아까 기분 별로였던 거 때문이야? 아니면 혹시 내가 너한테 뭐 잘못했어?”

 

“....흐윽”

 

“왜 울어....”

 

얀순이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이에 당황한 얀붕이는 자세를 고쳐앉고 자신의 위에 올라타 있던 그녀를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독여 주었다.

 

“괜찮아. 어디 안 가.”

 

“....진짜로?”

 

“물론 12시 전엔 가야겠지만, 일단 왜 그랬는지 말해 줘. 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사과하고, 바라는 게 있으면 변하도록 노력할게.”

 

“....흑....흐읍.”

 

“말해도 돼. 절대 화내거나 뭐라고 하지 않을게. 나, 네가 생각하는 거보다 훨씬 더 많이 널 좋아하고, 이해해 줄 수 있어.”

 

얀붕이의 다정한 말을 듣고 조금은 진정한 얀순이는 겨우 입을 열었다.

 

“네가 결혼하자고 할 때, 너무 기뻤어. 근데, 아까 노래방에서 헷갈렸다고 했을 때랑 다른 애들이랑 왔다고 했을 때, 네 전 여자친구 이야기 같아서 속상했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널 내게서 뺏어가는 것만 같아 무서워. 늘 너와 같이 있고 싶고, 한시도 떨어지기 싫어. 널 다른 사람들에게 두면 날 떠날 것만 같아. 

 

“헷갈린 거 걔랑 헷갈린 것도 아니고, 다른 애들이랑 갔다는 거는 남자애들이랑 갔다는 거였어. 그리고 얀순아 있잖아, 나는 너 되게 많이 사랑해. 누가 나를 유혹한다고 해서 넘어가지도 않을 거고 널 두고 한눈팔지도 않을 거야. 내가 네게 결혼하자고 했던 말도 그냥 내뱉은 게 아니라,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말한 거야. 앞으로도 쭉 너만을 바라볼 테니까, 너무 그렇게 마음 졸이지 않아도 돼.”

 

“흐윽...흡.... 미안해.... 잘못했어.”

 

“이제 좀 진정됐어?

 

얀순이가 울음을 멈추고 안정되자. 얀붕이는 얀순이를 껴안던 자세를 풀고는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여태까지 해왔던 것과는 다르게 그가 그녀에게 해주는 키스

 

닫혀 있던 그녀의 마음이 열리듯 그녀의 입이 열리고

 

그의 혀가 그녀에게로 다가간다. 

 

약간은 장난치듯 그녀의 혀를 가지고 놀지만, 이내 그녀에게 다가가 따듯하게 그녀를 녹여 준다.

 

키스가 끝나고 얀순이가 서로를 이어주는 실을 보며 아직은 황홀감에 젖어 있을 때 얀붕이가 말했다.

 

”늘 네가 다가와 줘서 그렇게 느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이제는 나도 더 많이 표현하고, 더 많이 안아줄게. 사랑해.“

 

”히끅-....고마워...으아아앙-“

 

‘겨우 그쳤는데 왜 또 우는 거야....’

 

다시 울음을 터뜨린 얀순이를 진정될 때까지 안아주고 얀붕이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얀붕이가 집을 나서자 얀순이는 배웅해 주겠다며 집 밖까지 따라 나온다.

 

”왜 이렇게 멀리까지 나왔어. 밤이라 춥다. 어서 들어가. 내일 또 같이 놀자.“

 

얀붕이가 뒤돌아서 걸어가자, 얀순이는 따라가서 그를 끌어안는다. 그는 당황했지만 아무 말 없이 자신을 안은 그녀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갠다.

 

”잠시만, 아주 잠시만 이렇게 있어 줘.“

 

”......“

 

그렇게 몇 분이 지나자 얀순이는 그를 놓아주고는 그의 앞에 마주 섰다.

 

”고마워. 이런 나라도 사랑해줘서. 내일 또 보자.“

 

”내일도, 모래도, 앞으로도 쭉 같이 있을 거야. 그럼 갈게.“

 

얀순이는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더니, 이내 자신의 집 안으로 돌아갔다.

 

각자 자신의 방 안 침대에 누워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생각했다.

 

아주 사소한 호의에서 시작된 만남이지만, 전혀 사소하지 않은 사람.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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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야스금지

원래는 전편에 완결내려 했는데 이번에 끝내게 됬구만. 생각보다 글쓰는게 되게 힘이 많이 들긴 하는데 재밌다.

급식때 숙제로 쓴거라 시작부분 빼고는 다 새로 써야 해서 애먹었는데 다음 번엔 설정이랑 플롯 제대로 짜서 긴거 써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