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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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고니아와 가까운 어느 고풍스러운 고성

고전적이지만 동시에 고풍스러운 매력이 넘뚝치는 석조복도에 여인의 발소리가 들려온다.

높은 굽을 신은 듯 날카로운 발소리는 빠르지 않았지만 동시에 느리지 않는 안정된 속도감을 가지고 계속 울려왔다.


고성의 복도에 계속 울려펴진 발걸음이 어느 한 방문을 기점으로 멈췄다.

귀한 금속 과 보석으로 치장된 문이였는데 그 주위로 오망성이 그려진 수 많은 마법진들이 규칙적으로 정갈하고 깔끔하게 배열되어있었다.

문은 금속과 보석에 문외한인 사람이 보기에도 사뭇 귀한 것으로 보였으나 놀라운 것은 문 주위에 있는 마법진 1개가 문보다 훨씬 귀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그 발소리의 주인이자 이 귀한 문의 주인이고 이 고풍스러움이 넘치는 고성의 주인은 애틋하게 문을 쳐다보았다.

주인의 정체는 뱀파이어 여성으로

그녀는 벨이 사랑한 혼혈 샤르티아의 아버지임과 동시에 샤르티아를 잔혹하게 죽여버린 현재는 여성인 몬무스이다.


그녀는 문을 애틋하게 쳐다보는 것을 멈추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소녀처럼 자신의 옷매무새를 고쳤다.

그러고는 문의 고리를 잡아당겨 문을 치는 것으로 노크를 하고는 방에 있는 자에게 허락을 구했다.


"샤르티아...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당연히 그녀의 물음에 되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네? 들어가도 된다고요?"

하지만 그녀는 미친년처럼 혼자 대답하고 답했다.


그녀는 문을 열었고 그녀가 문을 염과 동시에 문을 지키는 수 많은 마법진들의 빛이 꺼졌다.

문이 열리자 보이는 것은 바닥에 눕혀져있는 비단으로 속이 덧대어진 우아한 관과 그 안에서 잠드는 것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미녀였다.

생기가 없는 것처럼 창백한 피부와 매혹적인 입술과 닫혀있는 눈 그리고 장발의 은색 머리카락 미녀의 정체는 샤르티아였다.


벨이 기억하는 그녀의 모습과 차이가 있다면 

벨이 기억하는 그녀는 목이 꺽여죽었지만 관 속에 있는 소녀는 목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고  

벨이 기억하는 생전의 그녀는 넝마를 입었지만 관에 누워있는 미녀는 우아한 드레스를 입었다는 차이가 있다.


목이 되돌아왔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구시대 몬무스들은 그 날 죽여버린 혼혈들의 시체를 마법으로 복구했다.

아니 그것을 넘어서 부활마법으로 소생시킬려고 하였다.

몬무스들에게 부활마법은 껌씹기보다 쉬운 마법 

시체가 온전한 이상 그런 그녀들이 부활마법을 쓴다면 그 즉시 되살아날 것이었다. 

허나 아무리 부활마법을 그 육체에 때려박아도 혼혈들은 부활하지 않았다.

혼혈들의 혼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어딘가에 속박되어져 있고 되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혼혈의 아버지였던 몬무스들은 절망했고 또 절망했다.

결국 부활마법이 통하지 않자 아버지였던 몬무스들은 결정했다.

알 수 없는 이유가 해결되기 전까지 최소한 알 수 없는 이유가 판명되기 전까지 시체를 온전히 보존하자고

그리고 유일하게 이 세상에서 살고있는 벨을 보호하자고


그렇게 세계 각지에 널려있던 혼혈들의 아버지들이 드라고니아 주변으로 자신들의 거처를 옮겼다.

오로지 벨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리고 서로 모여서 시체를 되살릴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서


샤르티아의 아버지였던 뱀파이어 또한 마찬가지였다.

뱀파이어는 깨지기 쉬운 유리잔을 만지 듯 샤르티아의 빰을 조심히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샤르티아.... 샤르티아였군요

이 못난 아비가 드디어...드디어 우리 샤르티아의 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벨이 알려준더군요...

아비가 우리 샤르티아한테 한 행동을 벨의 입으로 들으니 마음이 찢어질 정도로 아팠지만 동시에 기뻤습니다.

아무리 애원해도 결코 저한테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던 그 가엾은 아이가 드디어 저에게 샤르티아의 이름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샤르티아의 이름을 알게되어서 이 아비는 기쁩니다."


무릎을 꿇으면서 샤르티아의 뺨을 쓰다듬던 뱀파이어의 얼굴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태양보다 환하게 웃고있었다.


"아... 샤르티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일까요?

멍청한 어리석은 저와는 다르게 현명하고 총기가 넘치며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이름입니다"


그 고귀한 뱀파이어가 스스로를 비난하다니!

사전설명을 듣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믿지 않을 상황이였다.

뱀파이어는 샤르티아를 쓰다듬던 손을 멈추더니 자신의 입을 샤르티아의 귀에 가져다대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오늘 제가 온 이유는 샤르티아에게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을 알려주기 위해서입니다.

샤르티아는 뭐 부터 듣고싶나요?

......네? 나쁜 소식부터 듣고싶다고요?

알았어요 샤르티아가 원한다면"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지만 그녀는 미친년 처럼 혼자 말하고 혼자 대답했다.

아니 이미 죽은 자는 말 할 수 없지만 그녀는 마치 샤르티아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행동하고 말했다.


"나쁜 소식은 벨 그 아이와 관련된 소식입니다."

"........"

어떤 목소리도 놀라지 않았다.


".......! 이렇게나 놀라다니! 역시 벨과 관련된 소식은 샤르티아도 놀라는 모양입니다."

"........"

어떤 목소리도 재촉하지 않았다.


"네... 알겠습니다. 뜸들이지 않고 설명하겠습니다.

주신 그 패배한 개새끼 같은 년이 그 가련한 아이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서 그 아이를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 수작을 부렸습니다.

듣기로는 인과율에 개입했다고 하더군요."

"........"

어떤 목소리도 화내지 않았다.


"아 그렇게 화내지 마세요 샤르티아 좋은 소식이 있지 않습니까?

심지어 2개나 있습니다!

첫번 째로 소개할 좋은 소식은 바로 우리 샤르티아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태까지 이 무능한 아비가 능력이 부족하여 우리 샤르티아의 혼을 잡아두고 있는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제는 누구인지 알 것 같습니다.

바로 그 길거리에 쏟아진 오물만도 못한 주신 그 개 같은년이 범인이였던 것입니다.

마왕님께서 말하시길 주신은 샤르티아나 벨 같은 혼혈을 싫어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니 인과율을 개입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샤르티아의 혼을 잡아두고 있는 것도 주신 그 개년이겠죠.

주신 그년도 참 멍청하죠 이렇게나 아름답고 어여쁜 우리 샤르티아를 싫어하다니"

"........."

어떤 목소리도 기뻐하지 않았다.


"다시 살아서 벨을 볼 수 있는 것이 그렇게 기쁩니까 샤르티아?

이 아비도 샤르티아가 기뻐하니 기쁩니다.

계속해서 두번 째 좋은 소식은 바로 이 아비가 샤르티아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알고보니 인과율은 벨에게만 적용된 것이 아니더군요.

모든 혼혈들에게 적용된 것이더군요.

어떻게 알았냐고요?

이 아비가 샤르티아를 사랑한다고 말했죠?

마왕님의 부군이신 용사께서 인과율을 깬 이후로 이 아비는 샤르티아만 생각하면 심장이 뛰어오릅니다.

부모로써가 아닌 여인으로써 이 아비는 샤르티아를 사랑합니다."

"..........."

어떤 목소리도 싫다고 하지않았다.


"하하.. 물론 샤르티아의 소중한 첫경험은 벨 그 사랑스러운 아이의 것이죠.

다만 되살아나는 것은 샤르티아뿐 만이 아닐것입니다.

랑이도 실피아도 안느도 루시도 되살아날 것입니다.

샤르티아의 첫경험은 벨일 것이 분명하지만 벨 그 아이의 첫경험도 샤르티아일까요?

그 아이들보다 먼저 벨을 차지할려면 벨을 침대에서 휘어잡아야하지 않겠습니까?"

"........"

어떤 목소리도 부끄러워 하지않았다.


"하하.. 부끄러워하는 샤르티아도 참 귀엽군요.

귀여운 샤르티아를 위해서 이 아비가 여자로써의 기술을 가르쳐드리겠습니다.

이것만 배운다면 분명히 벨을 차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어떤 목소리도 허락하지않았다.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샤르티야"

그녀는 샤르티아의 허락을 맡은 것처럼 기뻐하더니

이내 곧 샤르티아의 길쭉한 귀를 그녀의 혀로 햝았다.


'츄릅...츄릅'

그녀의 혀는 마치 불꽃처럼 샤르티아의 귀를 유린했다.

그녀의 혀가 샤르티아의 귓 속 깊은 곳까지 들어갔다.

샤르티아의 귀는 곧 그녀의 침으로 덮여버렸고

샤르티아의 한쪽 귀를 자신의 침으로 물들이자 그녀는 샤르티아의 귀를 보면서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었다.

만족함 웃음과는 다르게 그녀의 혀는 만족하지 못한 듯 샤르티아의 반대쪽 귀를 탐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그리고는 아직 더렵혀지지 않은 반대쪽 귀가 그녀의 혀에게 유린당하기 전에 방해가 들어왔다.


"주인님!!!! 주인님!!!!!"

둘만 있던 방에 리빙아머가 들어왔다.

방해가 들어오자 그녀는 리빙아머를 째려보았다.


하지만 리빙아머에게는 그녀의 눈초리도

죽은자(언데드)가 시체를 능욕하는 장면도

부모가 자식을 능욕하는 장면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도 급한 볼 일이 있는 듯 리빙아머에게는 그 무엇도 보이지 않는 듯 했다.


그리고 그 볼 일은......

"주인님!!! 벨님께서 납치당하셨답니다!!!"

단지 너무나도 끔찍한 소식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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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혼혈들이 일회성 소재일 줄 알았지!!!

사실 아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