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전세계의 얀순이 여러분. 여러분은 얀붕이를 유혹하는데 어려움이 없습니까? 사실 많은 얀순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무작정 드러내면 얀붕이 좋아할 것이다', 혹은 '일단 가두고 생각하자'라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만, 이는 세련된 숙녀로서 권장하지 않는 바입니다. 그라이스와 리치가 제안한 대화의 원리를 숙지하고, 예문을 따라 연습하면서 품위있는 얀순이로 거듭나기 바랍니다.


1. 협력의 원리

 협력의 원리는 그라이스가 제시한 대화의 원리로, 대화 참여자가 대화의 목적에 성공적으로 도달하기 위해 지켜야 할 규칙을 말합니다. 아래의 네 가지 격률이 이에 해당하며, 예문을 잘 읽고 실천하시기 바랍니다.

① 양의 격률

성급한 얀순이들은 얀붕에게 너무 많은 사랑을 쏟곤 합니다. 혹은 쿨한 모습을 유지하려 너무 적은 관심을 보여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지요. 대화에서도 마찬가지로, 대화의 목적에 필요한 만큼의 정보를 전달하라는 것이 양의 격률입니다.


   예문

얀붕 : 모처럼 놀이공원까지 왔는데,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얀진 : 일단 매표소에서 자유이용권을 사고, 예쁜 머리띠를 하나씩 사서 머리에 쓰고 관람차부터 타는거야. 관람차에서 너하고 사진을 찍고 보이는 바이킹을 타고... (양의 격률을 위반한 예 1)

얀희: 표 사고 다시 물어봐. (양의 격률을 위반한 예 2)

얀순: 자유이용권 사고, 관람차 타면서 생각해볼게. (양의 격률을 지킨 예)


② 질의 격률

얀붕의 심리는 단순합니다. 여러분이 좋다면 좋은 걸로, 싫다면 싫은 걸로 아니까요. 거짓 없이 진실만을 말하고, 적합한 근거가 부족한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아래 예문을 참고하세요.


  예문

얀붕 : (옷가게에서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투로) 이거 어때? 나한테 어울려?

얀진 : 완전 어울려! 우리 얀붕이는 뭘 해도 어울린단말이야. (질의 격률을 위반한 예 1)

얀희: 내가 봤을 때는 괜찮은 것 같은데... (질의 격률을 위반한 예 2)

얀순: 우리 자기는 날씬하니까 와이셔츠만 입는 것보다는 니트가 어울리고, 베이지도 좋지만, 차콜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아. (질의 격률을 지킨 예)


③ 관련성의 격률

얀붕에게 일방적인 사랑을 퍼주는 것은 얀붕이 힘들기도 하지만, 여러분이 쉽게 지치도록 하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얀붕이 무언가 어렵게 이야기를 꺼낸다면, 대화의 주제와 관련된 것을 말하십시오. 단, 이미 대화가 끝난 주제를 다시 꺼내거나 ,다른 화제를 갑자기 꺼내는 것 모두 관련성의 격률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예문

얀붕 : (모처럼 신이 나서) 그래서 내가 한타에서 궁을 안쓰고 이긴 덕분에 굴린 스노우볼로 상대 리스폰을 또 꼬았다니까?

얀진 : 잠깐만, 아까 팀원이 누가 있었다고? (관련성의 격률을 위반한 예 1)

얀희 : 그건 그렇고, 얀붕아. 오늘 나 뭔가 달라진 거 없어? (관련성의 격률을 위반한 예 2)

얀순 : 궁을 안 쓰고 한타에서 이긴 걸로도 모자라 리스폰을 또 꼬았다고? 오올~ 얀붕이 오늘 날인가보네. (관련성의 격률을 지킨 예)


④ 태도의 격률

 질의 격률에서 서술했듯이, 얀붕에게 모호하거나 중의적인 답변은 좋지 않습니다. 간결하고 조리있는 화법이 순진한 얀붕이에게 먹힐 뿐입니다. 얼버무리거나 장황하게 에둘러 표현하면 얀붕은 어려워할 것입니다.


  예문

얀붕 : 이따가 점심 같이 먹을래?

얀진 : 글쎄, 원래는 아직 하지 못한 과제를 마저 하려고 했는데, 밥도 먹긴 먹어야 하고... (태도의 격률을 위반한 예)

얀순 : 얀붕이 배고프구나? 오늘은 덮밥이 좋을까, 우동이 좋을까? 메뉴만 고르면 내가 가져올게. (태도의 격률을 지킨 예)


2. 공손성의 원리

 공손성의 원리는 리치가 제안한 대화의 원리로, 상대방에게 정중하지 않은 표현은 최소화하고, 정중한 표현을 최대화 하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정중어법이라고도 하며, 아래의 다섯 가지 격률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얀붕이와 의사소통에도 필요하겠지만, 경쟁자를 제거하는 것에 혈안인 얀순이들을 배려하여, 아래 예문은 보다 실전적인 내용으로 구성했습니다.


① 찬동의 격률

상대방에 대한 비방은 최소화하고, 상대방에 대한 칭찬을 최대화 합니다. 쉽게 말해 상대를 띄워주라는 것이지요. 콧대가 하늘 높이 올라간 얀진이는 얀붕이 앞에서 실수하기 마련입니다.


  예문

(얀희가 준비물을 챙기느라 조별과제 모임에 지각했다.)

얀진 : 그럼 그렇지. 너같이 덤벙대는 애랑 같이 일하는 게 이래서 싫다니까. (찬동의 격률을 위반한 예)

얀순 : 괜찮아. 준비물만 잘 챙겨왔으면 됐지. 좀 늦었으니까 서두르자. (찬동의 격률을 지킨 예)


② 겸양의 격률

 자신에 대한 칭찬은 최소화하고, 자신에 대한 비방을 최대화합니다. 찬동의 격률과 원리는 정반대지만, 효과는 동일할 겁니다. 얀진이 건방지게 굴 때 당신의 자세를 낮추면 올라가는 건 당신의 권위 뿐입니다.


  예문

(조별과제에서 발표를 맡은 얀진과 얀순 덕에 A+를 받았다.)

얀붕 : 얘들아, 수고했어. 너희가 잘 발표한 덕분에 점수가 좋게 나왔다.

얀진 : 호호, 내가 이걸 준비하느라 며칠을 고생했는지 몰라. 교수님은 또 얼마나 깐깐하게 구시던지... (겸양의 격률을 위반한 예)

얀순 : 아니야! 얀붕이가 준비한 자료가 탄탄하니까 그냥 따라 읽었을 뿐이라구. (겸양의 격률을 지킨 예)


③ 요령의 격률

 상대에게 부담이 되는 표현은 최소화하고, 상대방에게 이익을 주는 표현을 최대화합니다. 귀여운 얀붕이가 도도한 이미지나 당돌한 모습에서 매력을 느낄까요? 천만의 말씀! 얀붕이는 자신을 배려해주는 따뜻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얀붕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예문

얀진 : 다음 주 화요일이 공강인데, 같이 데이트하러 가자. (요령의 격률을 위반한 예)

얀순 : 다음 주 화요일이 공강인데, 같이 데이트할 시간 되겠어? (요령의 격률을 지킨 예)


④ 관용의 격률

 자신에게 부담이 되는 표현은 최대화하고,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 표현을 최소화합니다. 누차 말하지만, 모든 남자는 한때 누군가의 아들이었습니다. 그들이 바라는 배우자는 '엄마' 느낌을 주는 이어야 하지요.


  예문

(식당에서 계산할 때)

얀진 : 너 돈 없지? 이번에는 내가 낼게. 다음 번에 갚아. (관용의 격률을 위반한 예)

얀순 : 아니야, 내가 낼게. 다음에 내도 되니까, 이번엔 날 믿어, 응? (관용의 격률을 지킨 예)


⑤ 동의의 격률

 자신의 의견과 다른 사람의 의견 사이의 다른 점은 최소화하고 일치점을 최대화 합니다. 단, 주관 없이 무조건 동조하면 얀진의 술수에 놀아나게 되며, 초장에 다른 의견을 직접 드러내는 것 역시 기품있는 얀순으로서 지양해야합니다. 아래의 예문을 참고하세요.


  예문

(얀붕의 생일에 어디로 데려갈 것인지 의논하는 중)

얀진 : 얀붕아, 오늘 영화관 가는 건 어때? 평소에 공포영화 보고싶다고 했잖아.

얀순 : 영화관에 가는 것도 좋지만, 요즘은 괜찮은 영화가 안나오는 시즌이라서 다음에 좋은 게 나오면 보는 게 어떨까? 오늘은 모처럼 시간도 많으니까 몰운대부터 태종대까지 이 누님이 여행 가이드까지 해볼게. 얀붕이 넌 몸만 오면 돼!


__________________________

국어교육론 공부하다 보니 갑자기 회로가 도네요. 여러분도 의사소통의 원리를 잘 지켜 좋은 인간 관계를 맺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