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간의 사랑이 왜 금기시 될까?

단순히 종이 달라서?

자손을 낳을 수 없거나, 잡종인 자손이 불구라서?

인간이 침팬치와 연애하지 않듯이

타 종족 또한 인간과 만나지 않는 것일까?


한가지 사실은

죽어가고 있는 인간 남성과

소녀의 나이대로 보이는 장수종 여성은 

서로 사랑하고 있다.


"다시 한번 너를 찾아내서, 너와 사랑을 할거야"

숨이 끊긴 남성을 향해, 소녀는 굳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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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인간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몆개의 문명이 현대와 비슷한 수준의 문명을 쌓아올렸다가, 다시 석기시대로 돌아가길 반복했다.

시대상은 조금씩 달랐지만 장수종 여성은 환생한 인간 남성을 찾을 수 있었다.


머리색이나 키와 같은 자잘한 외모는 달랐지만

전체적인 인상

그 남자만이 가지고 있는 체취

자신을 바라봐 주는 눈빛

....

그런것을 다 떠나더라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처음엔 '이것이 운명이라는 것인가?'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4번째에선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맨 처음,그이가 죽고 나서 윤회라는 실낱같은 희망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엔 기다릴 뿐이였다. 

하나의 문명이 다시 석기시대로 돌아갈 때까지 기다렸다.

저 멀리서 버섯구름이 피엇다 지고, 사람들이 다시 돌도끼로 전쟁을 시작할때,

장수종 여성은 기다림을 그만두고, 직접 그이를 찾아 나섯다.


참으로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던가

뗀석기가 간석기로 바뀌고, 상형문자가 발현될 즈음에

그녀는 드디어 발견했다.


반달모양의 돌칼로 이삭을 자르고, 허리를 펴고 있는 모습이였지만

그녀는 자신의 사랑과 운명을 확신할 수 있었다.


언어, 부족과의 동화 등 자잘한 문제가 있었지만

인간 남성과 장생종 여성은 다시 한번 사랑을 하였고,

또다시 이별을 맞이하였다.


그녀는 한번 더 인간 남성을 찾아 나섯다.

인간 남성은 중세의 마법기사, 없어진 나라의 독립운동가, 대항해시대의 조타수, 화성의 개척 이주민, 신학자등등

여러 모습으로 다시 태어낫지만 

약간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장생종 여성을 만나 사랑을 하고 스러져 갔다.


그리고 이번의 인간 남성은 사막지대의 전사였다.

이제는 익숙해진 장생종 여성은, 그이와의 만남을 위하여 '준비'를 먼저 진행했다.

지역민들과의 동화, 주변의 위협 파악, 그리고....


"꺄악!!!!!!"

그이를 둘러싸고 있는 '오물'의 제거.



빠르게 죽이고, 시체를 처분하려 하는데 오물의 저항이 다소 심하다.

이럴땐, 물리적으로 제압하기보단 회유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다.

장생종 여성은 머리에 천을 둘러싸맨 여인에게 자신의 목적을 가감없이 전한다.


자신의 존재, 수명, 그이와의 관계, '그 인간 남성'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 윤회, 죽음 등등

자신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이며

인간 남성이 얼마나 자신에게 적합한 존재이며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 약간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것을 피력하였다.


다만. 조용히 떠나준다면 목숨만은......


"미친년"


전혀 생각지도 못한 미물의 욕설에 장생종 여성은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어이가 없었다.'라는 표현이 적절했다.


"운명? 윤회? 웃기는 소리하지마. 인간은 죽으면 흙이 될 뿐이야"


"넌 미쳤어, 너가 말하는 그 남자는 이미 몆백만년전에 죽은 거라고"


"니가 말하는 그이의 왼쪽 뺨 흉터, 그건 그이가 날 지켜주다가 생긴 거라고,"


"죽으면, 그걸로 끝이야"


참기 힘들었다. 그녀의 목을 잘라내려 했지만 분노때문인지 제대로 되질 않았다.


"꺄아아아아아악!!!!!!"


대신, 천을 둘러싸맨 여인의 팔에 깊은 상처가 났다.


"하아..하아...끄윽....하아"


고통에 몸부림치며 여인은 장생종 여성에게 저주를 남겼다.


"그렇다면 나의 환생이라도 찾아보시던가!!. 흐흐흐흐"


"전생이니 뭐니 니년은 미쳤어..끄윽"


"한 천년쯤 뒤에라도 내 환생이 나타난다면, 네년 말이 맞는 거겟지만"


"내가 환생하지 않는다면.. 흐하하하"


더 이상 참을 수 없던 장생종 여성은 오물의 배를 갈라주었다.

비집어 나오는 창자를 부여잡으며 천을 둘러싸맨 여인은 


"사랑...했어요"


인간 남성이 준 것으로 보이는 반지를 부여잡고 죽음을 맞이하였다. 


장생종 여성은 본디 자신의 것이여야할 반지를 취한 뒤, 시체를 사막의 모래속으로 가라 앉혔다.


그 뒤. 인간 남성은 장생종 여성과의 사랑끝에 그녀의 품에서 기나긴 잠에 빠졌다.

장생종 여성의 마음속엔... 천을 둘러싸맨 여인이 남긴 '의심'이란 저주가 자리잡았다.

새로 태어나는 인간 남성을 찾기 이전에, 죽은 여인의 환생을 찾아내리라.


다음 번 인간 남성은 묘지기였다.

여인의 환생은 찾지 못했다.

다음번 인간 남성은 월면기지의 용접공이였다.

여인의 환생은 찾지 못했다.

다음 번 인간 남성은 투석꾼 이였다.

여인의 환생은 찾지 못햇다.

..

..

...

....

여인의 환생을 찾지 못했다.

인류는 다시한번 전쟁을 통해서 석기시대로 돌아가기보단 이번엔 멸종을 선택했다.


장생종 여성은, 다시는 인간 남성을 만나지 못한다는 생각보다

자신이 죽인 여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몸서리쳤다.



자신이 사랑해왔던 그'들'은 누구였는가

장생종 여성은 생각하길 그만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