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

...

여긴... 하민이 집인데...

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하민이를 껴안은 상태였다.

아무 것도 입지 않은 채로. 이제 보니 하민이도 마찬가지였다.

하민이의 손발은 케이블타이로 결박되있었다.

그 상태로 잠이 들어버린 것일까. 하민이는 코를 골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더라..."

보자...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걸까...

순간 아랫도리에서 쓰라린 느낌이 스쳐 지나갔다.

"아읏..."

어? 뭐야...?

아랫 부분에 손을 대니 끈적한 느낌이 났다.

손을 들어 확인해봤다. 이건 분명 하민이한테서 나온게 틀림없는데..

이제 보니 깔고 누워있던 이불 아랫 부분도 푹 젖어있는게 느껴졌다.

그 때, 갑자기 생각나지 않던 정신을 잃기 전 일들이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갔다.

"아아..."

나, 무슨 짓을 한걸까.

제정신이 아닌 짓을 했다는 자괴감과

그로 인해 하민이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죄책감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 어디까지 망가진걸까...

내 잘못인데... 계속 하민이만 고통받고 있어...

이럴 바엔 내가 하민이한테서 멀리 떠ㄴ...



카톡-



하민이의 핸드폰에서 카톡 알림이 울렸다.

...

아, 안돼, 내가 왜 하민이 핸드폰을 건드려.

...

결국 궁금함을 이기질 못하고 핸드폰의 잠금을 풀었다.



지선씨: 하민씨! 좀 있음 점심시간인데 이번엔 진짜 커피 살게요 ㅋㅋㅋ


...어?

누군데 이렇게 다정하게 대화를...

스크롤을 천천히 올려가면서 대화 내용을 살펴봤다.

누가 봐도 썸타는 남녀 사이에 오갈법한 대화들이였다.


"아"

오른쪽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알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이는 것만 같다.


"이 씨발년이..."


개 같은년이 감히 하민이를 넘보고 있다.

그건 안되지... 하민이는 내껀데...



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내꺼라고


-----

응? 무슨 냄새지?

무언가 기분 좋으면서도 그리웠던 향기다...

아... 김치찌개인가...

그렇지. 이 냄새... 진미가 끓여주던 김치찌개 냄새다.

맡고 있으니까 배고파지네...



... 김진미!



눈이 번쩍 뜨였다.

이번에는 의자에 포승줄로 포박되있었다.

케이블 타이에 쓸려서 까진 손목이 따가웠다.

아랫도리도 이따금 쓰라린 느낌이 스쳐지나갔다.

고개를 드니 진미가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

"야! 김진미!"

"깼어? 배 많이 고프지? 거의 다 됐어. 조금만 기다려"

진미는 보글보글 끓고 있는 김치찌개를 식탁 위에 가져왔다.

아.. 씨발. 이 와중에도 김치찌개 냄새 때문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내 표정을 읽은걸까. 진미가 살짝 눈웃음을 쳤다.

"후훗. 맛있겠지? 잠깐만..."

진미는 김치찌개 국물을 한 수저 떠서 후후 불어 살짝 식혔다.

그리고는 내 입 앞에다 갖다댔다.

"아-"

"..."

"뭐해? 아-"

후루룹-

"..."

"오랜만에 먹으니까 맛있지?"

이건 부정할 수 없었다. 진미가 끓인 김치찌개는 내 입맛에 딱 맛았으니까.

"자- 밥도 한 숟갈 떠야지. 방금 지어서 되-게 맛있을꺼야"

"지, 진미야. 밥 정도는 나 혼자서도 먹을 수 있는데..."

"...뭐?"

진미의 표정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으윽... 존나 무섭네 진짜.

"아니 그게, 너 계속 이렇게 떠먹여주는 것도 힘들고 하니까..."

"내 스스로 먹게... 이 줄 좀 풀어ㅈ..."

"풀어주면? 그 년한테 가려고?"

"누구...?"

"이름 뭐였지.. 아, 차지선?"

심장이 쿵 하고 가라앉는것만 같았다.

진미가 도대체 지선 씨를 어떻게 알고 있는거야?

"너... 어떻게..."

"아, 그게... 너 자는 사이에 카톡이 왔길래 확인 좀 했어"

이거 큰일났네.. 어떡하지.

지선 씨한테 피해 안가게 해야되는데.

지금 정신 상태면 진짜로 뭔 짓을 할지도 몰라.


"진미야. 진짜 그런 사이 아니야... 오해야 오해"

"그건 내가 판단할거야"

진미의 얼굴은 아까부터 계속 무표정인 상태였다.

으... 어떡하지...

"일단 밥 먹고 할 일 있으니까 빨리 떠주는거 먹어"

"무슨 할 일?"

"너랑 나. 확실한 표시를 하는거지"

"그러니까 그게 뭔..."

"내가 임신하면 아무도 널 건들지 못하겠지?"

뭐? 씨발 방금 내가 잘못 들은건가?

"미... 미쳤어! 무슨 임ㅅ"

"야"

갑자기 진미가 내 멱살을 잡아들었다.

뭐야? 이 힘은 어디서 나온거야?

"미안하다고"

"뭐...?"

"내가 너 떠난 건 큰 잘못 맞지. 근데, 이 정도 했으면 용서해야 되는거 아니야?"

...미친년. 완전 맛이 가버렸네.

진미가 급하게 찌개에 밥을 말았다. 그리고 푹 떠서 내 입에 들이밀었다.

"빨리 먹어. 시간 없으니까"

눈을 부릅 뜨고있는 진미의 표정은 공포 그 자체였다.




아 엄마 나 좀 살려주세요.


-----

2화 분량 내로 끝내는게 목표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