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다.


어느 얀데레 소설에서나 보던 어두컴컴한 방 한가운데, 의자에 밧줄로 꽁꽁 묶여 있었다.

오직 희미하게 빛나는 전등만이 내 시야를 밝히고 있었고, 그마저도 깜빡깜빡거려 내 공포심을 한층 끌어올했다.

'하아...이런일이  또 일어나다니...일단 납치는 아닐테고, 또 그건가'

이쯤 되면 내가 안데레들이 꼬이는 운명을 타고난건지 의심할 때쯤,

내 눈에 깜빡거리는 무엇인가가 눈에 들어왔다.

한눈에 봐도 '나 너 지켜보고 있어요' 하는 빨간 불빛을 발산하고 있는 감시카메라.

"...저기요"

사실 감시카메라가 음성까지 전달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딘가에 도청장치를 설치해 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지금 감시카메라로 저 보고 계시는거 아는데...일단 의자에 묶인것만 풀어주시면 안될까요?"

이미 한번 이련 종류의 납치를 당했었던 나로서, 상대의 심리를 건드려서 좋을 건 없다는걸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

한동안의 침묵이 계속되고, 도청장치가 없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 무렵,
"...풀어주면요?"

생각보다 앳된 목소리에 놀랐다. 많아도 대학생 정도로밖에 안되 보이는 목소리. 어리면 고등학생? 내 또래 같아 보이는 목소리다.

"음...일단 풀고 나서 얘기를 좀 할까"

"풀어주면 도망갈 거잖아요."

사실 도망갈 생각은 없었는데.

사실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를 뿐더러 이런 부류의 사람들에게서 도망간다는 건 사실 자살행위를 넘어 지옥문을 열고 뛰어드는 행위이기에 도망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아뇨, 도망갈 생각은 없어요."

"거짓말..."
"진심이에요. 그냥 좀 편하게 앉아서 얘기부터 좀 하고 싶은데, 팔하고 손에 피가 안 통해서 조금 아프네요."

"...잠시만요."

아프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는지, 잠시 후 내 뒤쪽에서 여러 개의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와 육중한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만히 있어요"

그러고선 내 손과 팔을 묶고 있던 밧줄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

.

.

.

"....."

"....."

줄을 풀어주고 다시 돌아갈 줄 알았던 그녀는 아예 의자를 갖고 와 내 앞에 마주보고 앉았다. 마치 내가 그녀를 밀치고 도망갈 걱정은 추호도 하지 않는듯이.

그런 그녀를 보고 내가 맨 처음 들었던 생각은,
'왜 나를?'

그도 그럴 것이 내 앞에 쑥쓰러운 듯 앉아 있는 그녀는,

예뻤다.

언제 목숨이 날아갈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내 명줄을 쥐고 있는 그녀는 매우 예뻤다. 지금 당장 길거리로 나가도 연예기획사들이 줄을 설 수 있을 만큼.

방이 어두운지라 자세히는 보지 못했지만, 작은 체구의 몸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몸도 있었고.

내가 그녀와 초면인건 확실했다. 만약 예전에 본 적이 있다면 분명 기억하고 있을테니까.

그 정도로 예뻤다.

"....."

"사랑해요."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아니, 제 이름은 이미 알고 있을거고. 어디까지 알고 있어요?"

"사랑한다고요."
"....그래요. 혹시나 내가 탈출하면 신고할 수 있으니까. 알려주지 않는 것도 이해해요."

사실 별 기대도 안 했다. 세상에 사람을 납치하고 자기 이름을 알려주는 그런 사람이-

".....여하람."

있네. 

"알고있는건...

2002년 4월 13일,금요일 OO병원에서 태어남, 혈액형 Cis-AB형, 좋아하는 음식 감자탕과 부대찌개, 좋아하는 가수 OOOO, 좋아하는 영화의 장르 SF, 좋아하는 음료 게토레이, 암캐년..아니 여자친구를 사귄 횟수 0회,  집 컴퓨터 비밀번호 5623, 즐겨입는 옷 흰티에 청바지,남방, 자주 보는 배우 OO, 좋아하는 행위 정상위, 하루에 최대 6번 영상 시청, 그런데..."

수줍은 듯이 충분히 소름돋을 만한 말들을 읊조리던 하림이 갑자기  


"그런데..탈출 이라고요? 저를 버려두고? 왜?왜?왜?왜?어째서? 당신을 이렇게 사랑하는 내가 있는데? 당신을 언제나 지켜보고, 훔쳐보고, 사랑하고, 머릿속에 당신 생각밖에 없는 나를 버려두고? 뭐 때문에? 나로서는 충분하지 않은거에요? 사랑한다고 했는데도?왜?왜?왜?왜?"


"잠깐만, 진정 좀 해요!"
"....아."

의외로 쉽게 진정되네. 뺨이나 피 정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일어나 내게 초점이 없는 눈을 들이대며 소리지르길래 놀랐다.

"미안해요. 난 단지 '혹시나'라고 했는데... 이렇게까지 마음 상해할 줄 몰랐어요."
"...나도 미안해요. 순간 흥분해서..."

이게 뭐하는 거지.

방금 전의 소리지르던 모습은 어디가고 고개를 푹 숙이며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얀데레 기질이 원래 오락가락 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지만...탈출한다고 하니 참을수가 없던걸요. 당신은 이제 쭉 내 껀데, 내 옆에서만 자고, 내 옆에서만 웃고, 내 옆에서만 말하고, 내 옆에서만 모든 것을 할 수 있는데..."

...그건 아닌 것 같고.

그나저나 슬슬 올 떄가 된 거 같은데.

"음...그랬구나. 그런데...그거 알아요? 내 몸에 위치추적기가 있던거."
"위치추적기라면 제가..."

"아니, 그거 말고도 하나가 더 있어요. 그리고 지금 그 위치추적기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오고 있을걸요."
"거짓말하지 마요."

"거짓말한적 없는데? 정말이에요."
"OO시 OO구 거주, 집안 유복하나 부자는 아님, 경호원 고용할 여유 없음, 그리고 아까 몸을 씻기면서 다 찾아봤어요. 점 6개, 흉터 없음, 손톱 길이 평균 0.4cm, 그리고..."

무슨 생각하는지 다 알 정도로 얼굴이 빨개진다.

"아,아무튼! 제가 부착했던 위치추적기 빼고는 없었어요!"

"글쎄...아, 그래요, 미안해요. 거짓말 한 게 있네요."

"나한테...거짓말을 했어요? 어떻게...?"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하며 뒤에서 주사기를 꺼내든다. 여기서 조금만 더 있으면 정말 죽겠지만, 더 있을 필요가 없으니까.

"지금 오고있는건, 경호원도 아니고 사람들도 아니에요."

곧이어 날라가는 철문.

"이..이게 무슨..?꺄,꺄악!"

하림이 당황스러운 듯 일어나 보지만, 곧바로 누군가에게 밀쳐져 쓰러진다.

그리고 하림이 있던 자리에는,

"언 년이야."

동공을 세로로 찢고 살기를 내뿜고 있는 드래곤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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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위키 채우는 위키러들아 존경한다 진짜 

수학쟁이고 첫글 싸보는데 개어렵네

내가 쓰면서도 이게 얀데레가 맞나 생각들기는 하는데 일단 이렇게 올림

뜬금없이 웬 드래곤이냐 이럴수도 있는데

내가 드래곤을 좋아함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