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의도치않게 몇일 쉬지도 않고 사료를 공급하러오게 되었네.


=============================


몰락해가는 어느 귀족의 막내 아들로 태어난 얀붕이.


건강하고 장래가 유망한 다른 형제들과 다르게 그의 몸은 선천적으로 지병을 달고 태어났다.


하루 2시간 이상을 걷지못하며 조금만 격한 운동을 해도 금방 쓰러지고 마는 게 그의 몸이었다.


이렇다보니 그의 친구는 침대였으며 그가 만나는 사람은 가족 외에는 의사 선생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일과또한 침대 위에서 창문을 바라보며 밖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부럽다는 듯이 쳐다보는 게 전부였다.


얀붕이는 그 광경을 보면서 자신도 밖에서 뛰어 놀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안그래도 경제적으로 힘든 와중에 아픈 아들을 부양하느라 고생하는 그의 아버지는 혹여 다치게 되면 또 돈이 든다며 얌전히 방에 있을 것을 명했고.


얀붕이를 매우 아끼시는 어머니 또한 그가 아파하는 꼴을 극도로 보기 싫어하셨다.


그의 형제자매들도 병약한 얀붕이를 가문의 수치라고 놀리면서 사사건건 그의 행적을 부모에게 일러바쳤으니 방에서 완전히 나갈 수 없는 몸이 되었다.


그리하여 오늘도 얀붕이는 침대 위에서 책을 읽으며 그저 멋진 바깥 세상을 머릿속에서 그리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밖이 소란스럽다는 것을 깨달은 얀붕이, 곧장 창 밖을 보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아서 돌 던지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들이 돌을 던진 곳에서 어느 생명체가 아프다는 듯이 끼잉! 끼잉! 소리를 내었으니 아이들이 생명체를 학대 중인 것이었다.


마음씨 고운 얀붕이에게 있어 절대 참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그는 곧장 창문을 통해 밖에 나왔고 곧장 소리를 질렀다.


"뭐하는 거야! 당장 그만둬!"


얀붕이의 드높은 고함 소리에 아이들이 움찔하자 그 틈에 얀붕이는 그들의 사이를 헤집고 나와 생명체를 보호하려 했다.


그렇게 얀붕이는 학대 받고 있었던 생명체와 마주치게 되었다.


새끼 강아지 같이 작고 여린 생명체, 털이 없어 생피부를 드러낸 상태였고 비쩍 말랐으며 생김새가 다소 기괴해 보였다.


마치 괴물과 흡사한 외형이다보니 아이들에게 징그럽다며 학대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생겼든 간에 얀붕이에게는 그다지 중요치 않았다.


작고 힘없는 동물은 보호해야 한다는 그의 상냥함이 있었기에 그는 생명체를 보호했고 아이들은 그런 그의 모습을 비웃었다.


"괴물이 방패를 들었다! 다들 어서 무찌르자!"


때론 어린이들의 순수함이 잔인함이 되는 법.


이제 그들은 얀붕이에게 돌팔매질을 하기 시작했고 얀붕이는 이를 참아내면서까지 생명체를 지켜내고자 했다.


자기 자식마냥 생명체를 감싸면서 자신이 지켜주겠다고 안심시키는 얀붕이였지만 워낙 몸이 약한 탓에 그는 곧 쓰러지고 만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날아드는 돌맹이에 목숨까지 위험해지려는 때, 근방의 어른이 이를 목격하고 그들에게 달려왔다.


그 덕분에 얀붕이는 목숨을 부지하게 되었지만 침대에서 일주일동안 벗어날 수 없었으며 그의 부모는 그를 질책했다.


무엇 때문에 밖에 나가서 그런 사고를 당했던 것이냐며 묻는 부모님의 질문에 사실대로 말해보지만........


"이제는 하다하다 거짓말까지 하는구나! 네가 보호했다는 그런 생물따윈 현장에 없었다!"


정말 사실인데도 부정 당하게 되며 억울해 했던 얀붕이는 믿어달라고 애원했지만 그래도 변함은 없었다.


자신에게 해를 가하던 아이들은 전부 기억을 잃은 채 반병신이 되어 있었으니 목격자 또한 사라지게 되었다.


"후우......얀붕아 제발 부탁이니까, 사고치지 말고 간만히 있어다오."


안그래도 귀족의 자제 시해 사건으로 알려지게 되며 뒷수습하느라 온갖 고생을 한 아버지의 얼굴엔 피로가 가득 서려있었다.


자신의 억울함보다도 아비의 힘들어함이 더 클 것이라 생각한 얀붕이는 곧이곧대로 따르며 1년 동안 외출금지 의무를 곱게 받았다.


이렇게 냉정하게 어른답게 판단했음에도 그는 덜 성숙한 나이.


결국 방에 돌아온 얀붕이는 억울함때문에 얼굴을 이불에 묻으며 흐느끼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


"끼잉......끼잉!"


어디서 들어본 적 있는 울음 소리에 얀붕이는 얼굴을 들게 되었고 그의 눈 앞에는 일전 자신이 보호해주던 생명체가 있었다.


여전히 기괴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지만 그 생명체는 얀붕이의 슬픔을 알아주며 위로해주겠다는 듯이 그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핥아내는 상냥함을 보여주었다.


이것도 하지마라, 저것도 하지마라 등의 강압적인 대우만 받아왔던 얀붕이에게 있어서 처음으로 위로받는 순간이었다.


그리하여 울음은 멈춘 그는 기괴한 생명체를 포근하게 껴안으며 웃음 짓고 있었다.


"위로해줘서 고마워."


기괴한 생물도 그의 품이 따뜻해서 좋다는 건지 아무런 저항도 없이 그저 받아들이며 기분 좋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윽고 둘은 같은 달빛 아래와 같은 침대에서 같은 꿈을 꾸며 잠에 들었다.


====================================


다음날, 일찍 잠들어버리면서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깨게된 얀붕이.


그가 일어나자마자 떠오른 것은 같이 자게 되었던 생물의 유무였다.


빠르게 자신의 옆을 보자 덮고 있었던 이불 속에서 위로 뽀록하고 튀어나와 있는 존재감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어제 보았던 생물과는 다르게 다소 덩치가 커져있는 점이 의아했던 그는 곧바로 이불을 들춰냄과 동시에 경악하고 말았다.


그 이유는 바로 이불 속에 있었던 생물은 온데간데 없었고 그저 자그만한 한 소녀가 몸을 둥글게 말고 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자고있을 다른 사람을 위해 소리없는 아우성을 지르고 마는 얀붕이.


한편 갑작스레 이불을 뺏겨 추위를 느낀 것인지 알몸의 소녀는 천천히 눈을 뜨며 기지개를 피기 시작했다.


"으음~!!"


"누...누구세요?"


"........"


아직 잠이 더 필요한 것인지 졸린 눈을 비비며 침묵하는 소녀.


이내 완전히 정신을 차리며 얀붕이를 보게된 그녀는 그의 품 안으로 돌진한다.


"쭈인님!"


"자...잠깐?!"


갑작스레 자신에게 돌진해오는 소녀를 얀붕이는 막아세웠다.


빛을 잃은 루비가 박혀있는 듯한 생기없는 적안, 알비노에 걸린 듯한 새하얀 피부와 백발, 그리고 전체적으로 빼빼마른 몸매.


마지막으로 자그만하게 봉긋 서있는 유방까지.


처음 보는 소녀임과 동시에 전라인 상태라는 것을 깨달은 얀붕이의 얼굴이 붉어졌다.


"일단 이것부터 입고 있어!"


눈을 둘 때가 없다보니 얀붕이가 자신의 윗옷을 벗어서 소녀에게 입혀주자 소녀는 옷의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에헤헤♡ 쭈인님의 냄새다~♡"


독한 약냄새도 잔뜩 배어 있을텐데 소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냄새를 맡으며 좋아라 하고 있었다.


그러자 얀붕이의 머릿속으로 한가지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어제 잠에 들기 전 기괴한 생명체가 그의 품에서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고 있었던 모습이었다.


그 광경을 떠오르고나니 얀붕이의 눈엔 그 생물체와 공통되는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흑적색 눈동자을 갖고있다는 점과 비쩍 마른 점, 그리고 피부가 새하얗다는 점이었다.


"혹시......? 어제 내가 지켜주었던 그 아이?"


"네!"


베시시 웃고 있는 소녀를 보며 얀붕이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허탈하게 웃기 시작했다.


동화 속에서도 나오지 않는 생명체와 조우하게된 그.


본디 일어나서는 안될 둘의 만남이 확실하게 시간 속에 기록되어가며 성립하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

==================================


괴물의 정체는 틴달로스의 사냥개이지만 알다시피 진짜 괴물처럼 생겼으며 수인은 당연히 아님.

그리고 이제 같이 성장하고 친밀해지면서 얀붕이 괴롭히는 모든 인간들 다 물어뜯고 죽이면서 얀붕이를 지키려고 하는 거야.

얀붕이를 지키면서도 사랑받고 싶어서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으로 뒤에서 대량 학살하는 괴물의 매운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