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적부터 특별했다. 여러 특별한 힘으로 사람들을 도왔고 이런 나를 일리아라는 이름 대신 사람들은 '기적의 아이'라고 불렀다. 부모님은 내게 말씀하셨다. 약한 자를 지키는 왕이 되라고, 그러나 어린 나는 그 말씀을 따르지 못 했고 모든 것을 잃었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채 홀로 남겨진 내게 손을 내밀어주신 분이 있었다. 바로 성창교회의 교황님이셨다. 교황님은 나를 거두셨고 다정함으로 가르치고 길러 주셨다.


교황님은 내 힘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교황님과 나 같은 '마녀', 마음의 힘으로 신비한 힘을 사용하며 강한 마음에 따라 강해지는 천사의 힘을 사용하는 이들이라고, 세상은 이들을 두려워하기에 마녀 사냥 같은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막으려 한다고 신의 힘을 지닌 마녀이자 '기적의 아이'인 내가 추후에 일어날 저주를 막기 위해 힘을 보태줬으면 좋겠다고, 나는 교황님의 성품과 부모님에 말씀을 생각하며 받아드렸고 혹독한 훈련을 시작했다


그리고 수년 후 교황님이 대성당의 심층부로 나를 불러내시고 말씀하셨다. 교황님의 흰 눈 같던 교황님의 머리색이 탁해졌고 세상의 종말에만 깨어난다는 신이 내린 두 성물 그 중 하나인 롱기누스의 창 또한 순백을 잃고 붉게 물들었다. 나는 놀란 채 교황님에게 물었다


"교황님! 괜찮으세요? 몸이 ... 그리고 성물이..."

"일리아... 이것은 제 오만입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부디 이것을.."


안색이 안 좋은 교황님은 다른 성물인 티쿤의 지팡이를 건내셨다. 오직 세계를 모두를 사랑하는 이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티쿤의 지팡이, 이를 내게 건내신다는 것은 티쿤의 지팡이를 이을 계승자를 찾으라는 것. 하지만 나는 할 수 없었다. 고향도 지키지 못 한 내가 세계를 구할 수 있을리가....


"걱정할 것 없습니다. 당신이라면 반드시 해내리라 믿어요. 일리아는 제 하나 뿐인 수제자니깐요. 그리고 모든 걸 끝낼 그릇이니깐"



교황님의 목소리가 변하며 왼쪽 눈 또한 변하였다. 저것은 1...?


"너는 이용당할 뿐이다. 처음부터 저주를 담을 그릇에 불과했고 세계를 위해 희생될 존재에 불과하지. 이 여자에게도 천사에게도 너는 그저 도구에 불과한 것이다. 그럼에도 세계를 구해보겠다면 마음껏 발버둥쳐라 그것까지도 우리의 계획에 불과하니깐."

"교황님이 아니야.. 너는 누구야...? 이 불길한 기운... 설마 악마..."

"일리아! 빨리 지팡이를 가지고 가세요! 그리고 찾아내세요 계승자를!"

"교황님! 제가 도와드려야..."

"빨리 가요!"


교황님의 고통스러운 질책과 공포스러운 악마에 나는 지팡이를 가지고 도망쳤고 계승자를 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되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세계는 저주에 뒤덮였다. 어떤 나라는 지옥의 겁화에 불타올랐고 어떤 나라는 검만이 남았다. 10명의 클리파의 마녀는 저주로 세계를 뒤덮었고 성창교회는 모든 것이 마녀의 탓이라며 마녀 사냥을 공개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했다. 


"교황님이 마녀 사냥을 용인할리가 없어... 지금 성창교회를 이끄는 것은 교황님이 아닌 악마... 내가 계승자를 찾아서 악마를 물리치고 교황님을... 세계를 구해야해! 하지만 찾을 수 있을까?"


이미 대륙에 존재하는 10개의 나라 중 9개의 나라를 돌아다녔지만 계승자는 찾지 못 했다. 정말 없었던 걸까? 아니면 내가 부족해서 찾지 못 하고 지나친 걸까? 수많은 이들이 저주에 목숨을 잃었고 수많은 마수가 시신을 쌓아갔다. 지금 도착한 꽃의 나라, 프란 공령에서도 계승자를 찾지 못 한다면 세계는 내 부족함으로 멸망한다. 나는 그 사실이 그 무엇보다 두려웠다.


"애초부터 나 같은 게 시작하면 안 됐던 거야... 마을조차 지키지 못 한 내가 세계를 구할 수 있을리가..."


그 순간 평생 본 적 없는 따뜻하고 다정한 빛을 느꼈다. 교황님보다도 다정한 빛이었다. 빠르게 달려간 나는 꽃의 저주로부터 사람들을 구해주고 있는 남자를 보았다. 아아 잘못 봤을리 없어. 이렇게 따뜻하고 이렇게 다정한 빛이라니. 저 사람이 지팡이의 선택을 받은 계승자. 여기서부터 세계를 구하기 위한 진짜 여행이 시작된다.


"안녕하세요. 갑작스럽겠지만, 저와 함께 세계를 구원해 주시지 않으시겠어요?"


그렇게 여행이 시작되었다. 계승자는 프란 공령의 영주였다. 마녀에 대한 차별도 전혀 없었고 남들 몰래 마녀인 아이리스를 어릴적부터 종자로 키워왔다고 했으며 여행 중에 만나는 모든 마녀에게 상냥하고 차별 없이 대해주었다. 정말 즐거운 여행이었다. 즐거운....? 세계를 구하는 여정이다. 그 무엇보다도 고되고 힘들어야 할 터 그런데 정말 즐거워도 되는 거야? 즐거운 여행을 끝내고 상냥한 그 사람과 헤어진 채 너의 의무를 완수할 수 있는 거야?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나는 모른 척 했다. 그 사람을 만나기 전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였을까 지금의 행복을 잃고 싶지 않아서 였을까


"너 말이야... 오늘도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거냐고.. 가끔은 쉬는 것도 중요해. 자 이리와. 마침 조금 전에 사온 케이크가 있거든. 아이리스에게 비밀로 해 줄 테니깐 잠깐 쉬자.... 어 아이리스? 아니 이거는 가끔 쉬는 것ㄷ.."

"일리아... 영주님의 일을 방해하지 말라고 했지? 영주님은 남의 위에 서는 자로써 모범을 보이고 업무를 다 마치셔야 한다고, 영주님도 일리아 어리광을 잔뜩 받아주시지 말고 강하게 나가시라니깐요... 아 이 케이크요? 업무가 끝나면 같이 드실 차를 준비해놓겠습니다. 힘내주세요.

"아이리스.. 결국 먹게 해줄 거면서 잔소리를.... 아아 내가 잘못했으니깐 그만..."


그런 시시하지만 좋은 나날이었다. 그렇게 행복하던 여행이 끝나는 날이 왔다. 꽃, 얼음, 겁화, 녹, 검, 해정, 벼락, 눈물, 영혼까지 아홉 클리파의 마녀의 저주를 풀었다. 저주를 풀 때마다 내 몸에 쌓이는 부담이 늘어만 갔지만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당연했다. 그리고 오늘 1번째 클리파의 마녀인 교황님의 저주를 풀 때였다.


"하... 이걸로 다시 잠드는 건가... 하지만 문제는 없도다. 이미 그릇에 저주는 모였으며 왕께서 그릇을 차지할지어니..."


그렇게 마지막 저주 또한 풀리고 교황님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저주가 풀리는 순간 나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아주 먼 옛날, 천사와 악마는 전쟁을 벌였고 긴 전쟁 끝에 악마들은 지옥으로 추방되었으며, 악마의 왕은 봉인되었다. 그리고 강대한 10명의 천사는 수호천사가 되어 악마의 왕을 보호하고 잠들었다. 그리고 마녀의 힘은 천사의 힘, 10명의 클리파의 마녀는 10명의 수호천사의 힘을 지녔다는 것을 그 힘이 고통 속에 파괴적인 형태로 발현된 것이 저주였고 저주는 없어질 수도 없어져서도 안 되는 것임을.


그 동안 내 몸에 쌓인 부담의 정체는 수호천사의 힘으로 티쿤의 지팡이로 10의 저주이자 수호천사의 힘을 내 안에 담았던 것을, 당연히 세계를 멸망시키는 10의 저주를 전부 감당하는 것은 마녀라고 해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기적의 아이', 신의 힘을 지녀 단 한 번 신의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신의 힘이 담긴 나는 10의 저주를 수호천사의 힘을 모두 담는 그릇이 될 수 있다. 즉 저주를 빼았는 것은 세계를 지키는 힘을 빼았는 것. 이렇게 내 몸에 모든 수호천사의 힘이 무력화 된 채로 모이자 악마의 왕을 봉인하던 제단은 무너졌으며 불완전한 악마의 왕이 내 몸속에 들어왔다.



"11번째 저주라고....? 그런 것이 존재할리가...!"


교황님의 비장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지금 악마의 왕이 무력화 된 수호천사의 힘을 전부 집어삼키고 나를 그릇으로 부활하려고 한다. 여태까지 악마가 말한 그릇이 바로 이거였구나. 하지만 이는 천사의 함정이었다. 나는 기적의 아이, 단 한 번 신의 기적을 일으킬 수 있으니... 내게 그 힘이 있는 것은 지금 악마의 왕과 함께 죽는 기적으로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서... 나는 내 운명을, 의무를 깨달았다. 지금이야 말로 목숨을 바쳐 세계를 구원해야 할 때였다. 이 목숨으로 세계를 구원한다는 소원을 빌려고 하며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그 사람을 보았다. 내가 죽을 거라 생각했기에 마음을 숨겼던 상냥한 그 사람을... 봐서는 안 됐다.


"어디서부터 잘못한 걸까...? 이렇게 될 거라는 건 각오하고 있었는데... 저기, 부탁이야... 부탁이니까... 도와줘...! 역시 즐겁게 세계를 구원하는 건 잘못이었어"



신의 기적은 이루어졌다. 나는 죽지 않았고 악마의 왕은 내 몸 안에 억눌러져 있다. 역시 세계를 즐겁게 구하면 안 됐어... 나는 최후에 최후에 이르러서, 세계의 평화를 바라지 않고... 단 한 번 뿐인 기적으로 나의 소원을 이루었다. 악마의 왕은 지금은 억눌러져 있지만 내가 버터지 못 하면 그 힘과 함께 세계는 멸망할 것이다. 다행인지 악마의 왕을 죽이는 방법은 아직 하나 남았다. 지옥 깊은 곳에 악마의 왕의 옥좌... 그곳으로 가서 나와 함께 악마의 왕을 죽일 수 있다. 그렇게 다시 한 번 여행이 시작되었다. 마음이 무너지지 않게 필사적으로 웃으면서.


내 안에 천사와 악마가 있다. 천사는 세계를 구원하라 말하고, 악마는 달콤하게 속삭인다.


' 너는 이미 세계를 포기했잖아. 진짜 소원을 알게 되었는데 어째서 다시 죽으려는 거야?'

'그 사람은 세계를 구원하려고 해. 그러니깐 나도 그렇게 할 거야... 세계가 아닌 그 사람을 위해.'

'하지만 상냥한 그 사람은 분명 이렇게 말할 거야. '세계보다도 너의 목숨이 소중해.'라고'

'아아... 맞아. 그런 달콤한 말을 들으면 나는 기뻐서라도 이런 세계 따위 포기해 버리겠지...'


왜냐하면 나한테는 말하지 않은 사실이 있거든. 감춰져 있던 신의 힘으로 사익을 탐한 존재이자, 바보 같은 선택을 한 0번째 클리파의 마녀.



언젠가 참지 못 하게 되면 나는 이 사실을 말하겠지. 그러면 그 사람은 나를 위해 말해줄 거야. 그러면 세계는 어찌 되든 좋아... 교황님은 내게 실망하시겠지만 이제는 교황님도 중요하지 않아. 내게는 그 사람만 있으면 되는 걸. 역시 이게 마녀겠지?


"어라, 자는 거야? 요즘 바쁘긴 했지. ... 있지. 힘들면 이대로 도망쳐 버릴래? 세계 같은 건 전부 잊고 둘이서 저 멀리 아무도 없는 곳으로... 나는 그것도 좋아. 아직 이거는 잘 때만 말 할 수 있네.... 이 말을 깨어있는 너의 앞에서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그러면 너는 어떻게 답해줄까 어느쪽이든 나는 좋은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