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CD 예익의 유스티아 제5장 ~소녀 인형~







5-1. 인형 소녀





{리사: 저기, 카임, 카임! …으앗!}



{카임: 사람 얼굴 보고 갑자기 놀라지 마}



멜트: 어머, 카임도 왔었구나.



{리사: 그치만 상처 투성이인걸! 아파 보인다~…}



멜트: 마침 잘됐네. 가자



{카임: 만지지 마!}



멜트: 소개해 줄게. ……응? 지금은 싫어? 다음에 할까?



에리스: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멜트: 그럼 가자





클로디아 : 카임 씨 얼굴은 곱상한데 아까워요



카임 : 킬러가 그런 걸 신경 쓰겠냐?



리사 : 하지만 일이 아니라 단순한 싸움이라며~?



카임 : 닥쳐



리사 : 잉





클로디아 : 어? 저기, 멜트 씨? 그 아이는?



멜트 : 이번에 리리움에서 맡게 될 아이야. 베르나도 씨가 데려왔어



리사 : 뭐어~? 그럼 이 애 창녀가 되는 거야? 상류층 아가씨 같은데



카임 : 야, 거기 너. 왜 날 노려보지?



에리스: ……



카임 : 너한테 묻는 거라고. 대답해



멜트 : 아…신경 쓰지 마. 이 애는 쭉 이래



카임 : 무뚝뚝한 꼬마구만. 저래 가지고 창녀 일을 하겠어?



멜트 : 괜찮아. 그런 건 가르치면 돼. 그보다 이거 봐, 엄청 예쁘지?



카임 : 외모는 말이지



멜트 : 자, 인사하렴



에리스 : ……에리스



카임 : …카임이다



멜트 : 아, 카임. 오즈 씨가 불렀어



카임 : 어. 그럼 이만



리사 : 얘, 너 정말로 창녀가 되는 거야?



에리스 : 글쎄



리사 : 글쎄라니. 너 여기가 어딘지 알아? 애초에 창녀가 뭔 일 하는진 알아?



에리스 : 몰라



리사 : 우왓, 멜트 씨, 얜 무리라니까!



클로디아 : 흠, 조금 걱정되네요



멜트 : 음…뭐 결정은 지크가 하는 거니까



리사 : 그건 그렇지만… 얘, 창녀는 몸을 파는 일을 한다구?



에리스 : 그래



릿사 : 아하하하하…얘 전혀 이해 못하고 있어



~~~~~~~~~~~~~~~~~~~~~~~~~~~~~~~~~~~~~~~~~~~~~~~~~~



카임 : 들어간다



지크 : 여어, 카임



카임 : 오즈는 없는 모양이군



지크 : 보다시피 나 혼자다. 내 방이고



카임 : 쳇, 불러놓고 어딜 간 거야. 실례했다



지크 : 기다려 봐. 어차피 금방 돌아올 거야. 한잔 걸치자. 불식금쇄 2인자의 권유다. 감사히 받아들일 거지?



카임 : 어쩔 수 없구만



지크 : 자



카임 : 어



지크 : 야, 카임. 그 여자를 어떻게 봐?



카임 : 어느 여자? 여긴 여자 천지라고



지크 : 베르나도가 데려온 공주님 말이야



카임 : 아, 그 애교 하나 없는 여자. 나한테 묻지 마. 나한테 창녀를 보는 눈은 없다고



지크 : 확실히 외모는 좋다만 그래선 말이지… 뭐, 갑자기 버리진 않겠지만



지크 : 그 여자, 가족을 참살당했다고 하더군



카임 : 그러냐



지크 : 그래서 저렇게 된 걸까



카임 : 드문 일도 아냐. 저 여자만 그런 게 아니지. 부조리는 누구나 겪어





OP - Propylaia





===========================================================================




5-2. 침묵





창녀: 에리스! 너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는 거니!



에리스: 뭐가?



창녀: 내 드레스! 그년 드레스랑 같이 빨지 말랬지!



에리스: 왜?



창녀: 그년은 말이야, 약쟁이라고! 그런 년 옷 따윈 더러워!



에리스: 창녀는 모두 더럽다고 손님이 말했…



창녀: 뭐라고?! 에잇! 다시 한번 말해보지? 이 목을 부러뜨리고 싶다면!



클로디아: 그만하세요! 둘 다 뭐하는 거죠?



창녀: 클로 넌 좀 닥쳐봐. 난 전부터 이년이 거슬리더라. 리리움에 있는 주제에 언제까지고 매춘을 안 하잖아! 누구 덕에 먹고 사는 건지 알기나 해?!



클로디아: 마음은 이해하지만 지금은 진정해주세요. 이런 모습을 오즈 님께 들켰다간 당신도 어떤 벌을 받을지 아실 거 아니에요?



창녀: 쳇!



클로디아: 에리스 씨, 괜찮아요?



에리스: 괴롭지는 않게 됐어



창녀: 얼른 너도 창녀가 되라고! 더러워지라고!



클로디아: 에리스 씨, 지크 씨가 부르세요



에리스: 그래



클로디아: 아! 따라가 드릴까요?



에리스: 필요 없어



~~~~~~~~~~~~~~~~~~~~~~~~~~~~~~~~~~~~~~~~~~~~~~~~~~



지크: 여어, 미안하군. 일하는 도중에



에리스: 별로



지크: 여전히 무뚝뚝하군. 뭐 됐다. 그나저나 네가 여기 온 지도 어느덧 2년이다.


       여기는 창관이지. 젊은 여자는 몸을 팔아 돈을 벌어줘야겠어.


       너도 마찬가지다. 예외는 없어



에리스: 창녀가 되라는 말?



지크: 어



에리스: 그래



지크: 라고 생각했다만. 에리스, 넌 운이 좋아. 널 사고 싶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에리스: 무슨 이야기?



지크: 낙적이 결정됐다는 얘기지



에리스: 응



지크: 즉, 네 손님은 그 남자 단 한 명뿐이다. 잘됐구만. 기쁘지?



에리스: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아



지크: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뭐 열심히 귀여움받도록 해



에리스: 언제 가?



지크: 내일이다. 짐을 싸둬



에리스: 알았어



지크: 아, 말하는 걸 깜빡했군



에리스: 뭔데?



지크: 너를 산 건 카임이다



에리스: 그래





지크: 흥, 별난 걸 좋아한다니까



~~~~~~~~~~~~~~~~~~~~~~~~~~~~~~~~~~~~~~~~~~~~~~~~~~



카임: 2년이나 있었으면서 짐은 고작 이게 다냐?



에리스: 그거, 멜트가 준 옷



카임: 뭐?



에리스: 원래는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았어



카임: 그러냐. 창관의 허드레꾼은 다 그런 법인가



에리스: 다른 사람 사정은 몰라



카임: 뭐 됐어. 나도 그런 건 관심 없다. 할 말이 있으니 거기 앉아



에리스: 응



카임: 2주 동안. 여기 있게 해주마



에리스: 응…무슨 소리?



카임: 말을 못 알아듣나? 잘 들어, 2주만 이 집에 머물게 해주겠단 거야. 그 사이에 일을 찾아내 여기서 나가



에리스: 당신의 말을 이해 못하겠어



카임: 뭐?



에리스: 지크는 나에게 당신의 창녀가 되라고 말했어. 당신만의. 그러기 위해 비싼 값을 치른 거잖아?



카임: 난 너를 어떻게 할 생각은 없어



에리스: 역시 모르겠어



카임: 알 필요 없어. 얘기는 끝이다



에리스: 멋대로 시작해서 멋대로 끝내는구나



카임: 일하러 간다. 배고프면 이걸로 적당히 먹어라



에리스: 동전…이렇게나



카임: 그럼 이만



에리스: …



~~~~~~~~~~~~~~~~~~~~~~~~~~~~~~~~~~~~~~~~~~~~~~~~~~



멜트: 어서 오세요! 어머, 카임



카임: 여, 멜트. 새 가게는 잘되고 있어?



멜트: 그럭저럭이지 뭐. 자, 앉아



카임: 어



멜트: 화주면 되지?



카임: 어. 그리고 스튜를 부탁해



멜트: 어머, 또 그거?



카임: 마음에 들었다고



멜트: 후훗, 조금만 기다려



멜트: 자, 기다렸지? 비놀레타의 명물 스튜 요리야



카임: 좋은 냄새군



멜트: 저기, 카임. 에리스는?



카임: 응? 어디서 밥먹고 있겠지



멜트: 오늘부터 함께 사는 거잖아? 왜 둘이서 먹으러 안 오는 거야



카임: 내가 그 녀석이랑 화기애애하게 밥을 먹을 것 같아?



멜트: 어머. 첫날부터 부부싸움?



카임: 바보냐



멜트: 기껏 인수했으니 좀 더 친하게 지내



카임: 그 녀석은 금방 나갈 거다



멜트: 어머, 그래?



카임: 그래



~~~~~~~~~~~~~~~~~~~~~~~~~~~~~~~~~~~~~~~~~~~~~~~~~~



카임: 큭!



에리스: 물, 넘쳤어



카임: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보다 너, 무슨 심산이냐?



에리스: 뭐가?



카임: 네가 이 집에 온 지 며칠째냐?



에리스: 사흘



카임: 그래, 사흘이다. 그동안 넌 뭘 했지?



에리스: 아무것도



카임: 큭! 왜 일을 찾지 않는 거냐?



에리스: 왜 일을 찾아야 해?



카임: 너 장난치는 거냐?



에리스: 당신이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어



카임: 야!



에리스: 아…



카임: 좀 더 똑바로 걸어



에리스: 어디로?



카임: 어디든 좋아. 너를 고용해주는 곳이라면



~~~~~~~~~~~~~~~~~~~~~~~~~~~~~~~~~~~~~~~~~~~~~~~~~~



상인1: 음…아무리 카임 씨의 부탁이라도 말이지…



카임: 안 되나? 얼굴은 반반해. 가게 보게 시켜



상인1: 하지만 말이지… 이봐, 너, 우리 가게에서 일할 마음 있어?



에리스: ……여기 냄새 나



카임: 너 이 자식 할 마음 있냐?



상인1: 카임 씨, 역시 미안하지만…



카임: 알겠어, 실례했군



~~~~~~~~~~~~~~~~~~~~~~~~~~~~~~~~~~~~~~~~~~~~~~~~~~



상인2: 죄송해요, 저흰 일손은 충분해서…



~~~~~~~~~~~~~~~~~~~~~~~~~~~~~~~~~~~~~~~~~~~~~~~~~~



상인3: 음…입을 꾹 닫고 있어선 어렵겠어요, 카임 씨



~~~~~~~~~~~~~~~~~~~~~~~~~~~~~~~~~~~~~~~~~~~~~~~~~~



상인4: 카임 씨, 이 애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우리도 바쁘니까 좀 봐주쇼…



카임: 쳇



에리스: ?



~~~~~~~~~~~~~~~~~~~~~~~~~~~~~~~~~~~~~~~~~~~~~~~~~~



카임: 큭, 참나! 뭐냐고, 넌!



에리스: 왜 화났어?



카임: 왜 내가 널 위해 헛수고를 하고 다녀야 되냐고!



에리스: 당신이 멋대로 하는 거야. 난 몰라



카임: 젠장



에리스: 이상하긴. 이만 잘래



카임: 기다려



에리스: 뭐야?



카임: 오늘 마지막으로 들렀던 가게에 내일 혼자 다녀와



에리스: 왜?



카임: 그러니까 다시 한번 그 아저씨에게 네가 고개 숙이고 부탁하고 오란 거다.


       진지하게 일할 테니 고용해주세요라고



에리스: 하아



카임: 불복이냐?



에리스: 잘래



카임: 너 이 자식…!



에리스: 내일 갈게. 그러니까 이만 잘래



카임: 그럼 됐어. 얼른 자라





에리스: 카임 아스트레아…이상한 사람



~~~~~~~~~~~~~~~~~~~~~~~~~~~~~~~~~~~~~~~~~~~~~~~~~~



상인4: 없어…없어! 아, 젠장! 전부 털렸어! 이봐, 제대로 가게 본 거 맞지?



에리스: 여기 있었어



상인4: 매상고가 전부 없어졌다고! 어떻게 된 거야! 설마 너냐?!



에리스: 난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아



상인4: 그럼 돈은 어디 갔냐고! 어?!



에리스: 젊은…남자



상인4: 뭐?



에리스: 젊은 남자 2인조가 가져갔어



상인4: …너, 왜 막지 않은 거야?



에리스: 당신, 보고 있으라고 했어. 그래서 보고 있었어. 돈을 털어가는 모습도



상인4: 웃기지 말라고! 카임 씨 소개라서 자상하게 대해줬더니 깔보는 거냐!



에리스: 윽!



상인4: 이쪽은 목숨이 걸려있다고 씨발년아!



에리스: 윽!



상인4: 아, 썩을! 이 인형 새끼가!



상인4: 썩 꺼져! 덜 떨어진 년



에리스: ……인형



~~~~~~~~~~~~~~~~~~~~~~~~~~~~~~~~~~~~~~~~~~~~~~~~~~



카임: 에리스냐? 너 돌아왔으면……?!



에리스: 왜?



카임: 무슨 일이 있었지?



에리스: 맞았을 뿐. 잘래



카임: 잠깐 기다려. 그대로 잘 셈이냐?



에리스: 안 돼?



카임: 너 일단은 여자잖냐. 얼굴 정도는…



에리스: 그런 건 내 맘



카임: 큭… 내가 봐주마. 이리 와라



~~~~~~~~~~~~~~~~~~~~~~~~~~~~~~~~~~~~~~~~~~~~~~~~~~



카임: 많이 부었잖아. 너 아프지 않았냐?



에리스: 아파?



카임: 너 아픔도 모르냐?



에리스: 알면 어떻게 돼? 아픔을 알면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어?



카임: …그건…



에리스: 아프지 않아.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카임: 어째서지?



에리스: 흥미가 없으니까



카임: 얼마나 이상한 거냐, 넌



에리스: 그것도 흥미 없어



카임: 또 그 말이냐



에리스: 이제 치료는 됐어. 잘래



카임: 하아…어쩌면 좋지





===========================================================================




5-3. 일그러짐





하녀1: 아, 티아. 그 접시 조심히 다뤄



티아: 아, 네!



하녀2: 그 접시 하나가 우리 3명 값은 된다고 하니까



티아: 넷? 아, 아앗!



하녀1: 참! 말하기가 무섭게!



티아: 죄, 죄송해요…



주인: 티아! 티아는 있느냐?



티아: 네! 부르셨나요?



주인: 이쪽으로 오너라



티아: 바로 가겠습니다! …저, 저기…



하녀2: 여기는 됐으니까 가봐



티아: 아… 감사합니다!



하녀1: 또 시작됐네…신입 괴롭히기



하녀2: 쉿. 말 조심해



~~~~~~~~~~~~~~~~~~~~~~~~~~~~~~~~~~~~~~~~~~~~~~~~~~



티아: 기다리셨습니다



주인: 이 쓸모없는 년!



티아: 꺅! 윽…



주인: 너, 오늘은 비가 올 것 같다며 나한테 우산을 가져가랬지?



티아: 아, 네…. 오늘은 아침부터 구름이 꼈던지라 그러는 게 좋…



주인: 안 내렸다고! 이 거짓말쟁이가!



티아: 거짓말이라니요…전 그저…



주인: 너 지금 말대꾸하는 거니?



티아: …아뇨, 죄송합니다



주인: 나 원… 태생도 모르는 너 같은 년을 사는 게 아니었어



티아: ……



~~~~~~~~~~~~~~~~~~~~~~~~~~~~~~~~~~~~~~~~~~~~~~~~~~



하녀1: 아~…오늘도 혹사당했네~…



하녀2: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되니까 얼른 자자. 티아, 얼른 램프 꺼



티아: 아, 네. 안녕히 주무세요





티아: ……



(나 원… 태생도 모르는 너 같은 년을 사는 게 아니었어)



티아: 하아……



티아: 나는…언제…어디서 태어난 걸까…?



~~~~~~~~~~~~~~~~~~~~~~~~~~~~~~~~~~~~~~~~~~~~~~~~~~



멜트: 돌려보내지 그래?



카임: 돌려보내…? 리리움으로?



멜트: 그 에리스한테 갑자기 밖에서 일을 시키는 건 애당초 무리였던 거야



멜트: 리리움의 허드렛일이라면 원래 하던 일이었잖아?



카임: 그건 그렇지만……



멜트: 아니면 정말로 결혼할래?



카임: 웃기지 마!



멜트: 그럼 돌려보내기 결정!



카임: ……하아, 지크가 비아냥대겠구만



~~~~~~~~~~~~~~~~~~~~~~~~~~~~~~~~~~~~~~~~~~~~~~~~~~



지크: ……후우……방해된다면 버리든가 팔면 되잖아?



카임: 하지만…



지크: 카임. 넌 대체 뭘 하고 싶은 거냐? 네 벌이만으로도 충분히 둘이서 먹고살 수 있잖아.


       질릴 때까진 그거면 되잖아? 너, 에리스한테 뭘 바라는 거냐?



카임: 그건……



지크: 난 도저히 이해 못 하겠다



카임: ……미안하다. 다른 데를 알아볼게



지크: ……후우, 돈은 별로 못 준다



카임: 괜찮겠어?



지크: 빚으로 쳐두마



카임: 고맙다



지크: 언젠가 갚아라



카임: 그래





지크: …흥, 나도 아직 물러터졌구만



~~~~~~~~~~~~~~~~~~~~~~~~~~~~~~~~~~~~~~~~~~~~~~~~~~



클로디아: 에리스 씨, 혼자서 괜찮으세요?



에리스: 괜찮아



클로디아: …무슨 일 있거든 사양 말고 말씀해 주세요



에리스: 있어도 말 안 해





리사: 음……저기, 카임



카임: 왜?



리사: 왜 또 쟤가 있는 거야?



카임: 사정은…이런저런 게 있어



리사: 허드렛일이라면 나도 있으니 충분한데



카임: 글쎄 이런저런 사정이 있다고……응? 너 팔에 피가 나잖아



리사: 응? 아하하…… 멍청한 손님이 갑자기 베서……



카임: 바로 치료해. 흉터가 남는다. …에리스!



에리스: 왜?



카임: 리사 치료 좀 해줘라



~~~~~~~~~~~~~~~~~~~~~~~~~~~~~~~~~~~~~~~~~~~~~~~~~~



리사: 윽……아야야얏! 저기, 흉터 남을까?



에리스: 남지 않아. 그렇게 깊게 베인 게 아니니까



리사: 휴~, 다행이다~



카임: 손재주가 좋은데? 그걸로 벌어먹고 살지 그래?



클로디아: 맞아요. 에리스 씨는 손재주가 좋아요……. 후훗, 리사가 하면 미라가 되거든요~



리사: 그, 금방 잘하게 될 거야!



에리스: 끝났어



리사: 아…, 고마워, 에리스



에리스: 딱히





카임: 여전히 붙임성이 없구만



클로디아: 그래도 에리스 씨는 어떤 일이든 불평 한 번 안 해요. 어제부터 참 도움이 되고 있답니다



카임: …그거 다행이군



~~~~~~~~~~~~~~~~~~~~~~~~~~~~~~~~~~~~~~~~~~~~~~~~~~



카임: 멜트가 준 치즈, 꽤 맛있는걸. …응? 왜 그래? 안 먹냐?



에리스: 카임



카임: 왜?



에리스: 당신, 최근 화를 안 내네?



카임: 뭐? 무슨 소리야?



에리스: 내가 리리움에서 일하기 전엔 매일같이 끌고 다니며 잔소리했어



카임: 내가 잔소리를 하고 싶어서 한 줄 알아?



에리스: 아니었어?



카임: 당연하지. 엉뚱한 소리 하지 말고 얼른 먹어라. 오늘도 리리움에 나가봐야 되잖냐



에리스: ……



카임: 뭐야? 벌써 다 먹었어?



에리스: 잘래



카임: 야, 기다려!



에리스: 왜?



카임: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에리스: 잔다고 했지



카임: 웃기지 마. 넌 지금부터 리리움에서 일해야 되잖냐



에리스: 어제도 그 전날에도 갔어



카임: 오늘도다! 얼른 가라



에리스: '가면' 되는 거지?



카임: …응? 어, 그래



에리스: 그럼 갈게



에리스: '갈게', 카임



카임: 그래, 얼른 가라



에리스: 후훗



카임: 뭐지, 저 녀석?



~~~~~~~~~~~~~~~~~~~~~~~~~~~~~~~~~~~~~~~~~~~~~~~~~~



에리스: 후후훗



(웃기지 마. 넌 지금부터 리리움에서 일해야 되잖냐)



(얼른 가라)



에리스: 알았어, 카임……. 후훗……



소년: 야, 거기로 도망쳤어! 잡아!



소년: 헤헷, 어차피 도망 못 친다니까? 날개가 부러졌다고. ……봤냐! 잡았어!



소년: 좋았어! 처형이다, 처형! 혼돈(지상)으로 떨어뜨려!



아주머니: 욘석들아! 멍청한 놀이 좀 그만해! 얼른 일을 도와!



소년: 앗! 큰일 났다! 도망쳐!



아주머니: 거기 서! ……하아, 나 참



에리스: ……



~~~~~~~~~~~~~~~~~~~~~~~~~~~~~~~~~~~~~~~~~~~~~~~~~~



지크: 이 초상화 잘 그렸는걸. 똑 닮았어



카임: 이놈이 누군데?



지크: 마약상. 매주 상층에서 감옥으로 귀하신 발걸음을 옮기신다고 하는 기특한 분이시지.


       후훗, 여기가 참 마음에 드신 모양이다



카임: 그렇구만. 그래서?



지크: 그렇게나 여기가 마음에 들었다면 한번 초대하고 싶어서 말이지



카임: 살려서 데려오는 건 죽이는 것보다 어렵다만



지크: 알아. 평소의 2배를 지불하지. 도저히 힘들겠다면 죽여도 상관없다. 네 판단에 맡기마



카임: 알았다. 젊은 놈 하나 빌려줘



지크: 호오, 별일이군



카임: 좀 안 좋은 소문을 들어서 말이지. 신중을 기하고 싶어



지크: 마약상의 경호원 말이냐? 과연 정말로 소문대로의 실력일지



카임: 만약 소문이 사실이라면 그쪽이 성가셔



지크: 지당한 말씀이야. 방심하지 마라, 카임. 새삼 너한테 할 소린 아니다만



카임: 그래



~~~~~~~~~~~~~~~~~~~~~~~~~~~~~~~~~~~~~~~~~~~~~~~~~~



카임: …응? 에리스, 뭘 하는……윽?!



에리스: …어머, 일찍 왔네. 좀 더 많이 모아서 놀라게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카임: …이 새들의 시체는…네가 여기로 옮긴 거냐?



에리스: 아니야, 카임. 옮겨왔을 때는 아직 살아 있었으니까 시체가 아니야.


          하기야 지금은 시체지만



카임: ……



에리스: 봐, 열 마리 다 지금 죽인 직후니까 아직 따스해



카임: 무슨 속셈이냐, 이 새꺄? 무슨 꿍꿍이냐고!



에리스: 뭐가…



카임: 장난치는 거냐! 아니면 나한테 엿 먹이고 싶은 거냐?



에리스: 왜?



카임: 얼른 치워!



에리스: 윽! ……치우면 되는 거지? 알겠어, 카임♪ 후후훗♪



카임: 쳇……좀 정상이 되나 했더니…어떻게 된 거냐고……



에리스: 피 냄새……카임이 좋아하는 살인의 냄새……



카임: 이 새끼가!



카임: 그 태연자약한 얼굴을 확 베어줄까?



에리스: 당신이 베고 싶다면 그러면 돼. 당신은 날 샀잖아?



카임: 큭!



에리스: 윽!





에리스: ……안 베는구나……





===========================================================================



5-4. 결착





길베르트: 그럼 앞으로도 이 이상의 순도는 기대하기 어렵단 말인가?



연구원: 조사는 하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길베르트: 뭔가?



연구원: 피험자가 금방 죽는 바람에…



길베르트: 그럼 피험자를 더 늘리면 되지 않겠나. 복음의 가격을 낮춰서 더 많이 유통시키도록 하지



연구원: 하지만 집정공, 그건…



길베르트: 이만 됐다. 물러가라



연구원: 예….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길베르트: 이제 와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나? 시답잖군. 그런 건 내 숙원에 비하면…



(사, 사라졌다고…? 되살아난 건가, 크루비스…)



가우: 이거참, 어울리지도 않게 상념에 잠겨 계신가?



길베르트: 네년인가. 무슨 용건이지?



가우: 내일모레 일을 확인하러 왔지. 나는 마약상의 호위인가? 또 그런 시시한 일이야?



길베르트: 복음을 유통시키기 위해선 아직 그놈이 움직여줄 필요가 있다. 소중한 장기말이지



가우: 흥. 그 깔보는 태도…. 여전하군. 이따금 죽이고 싶어져



길베르트: 아직 죽어줄 생각은 없다



가우: 그러실 테지. 괜찮아. 맛있는 건 나중에 먹어야지. 후후후…



길베르트: 감옥의 조직도 움직이는 모양이다. 방심하지 마라



가우: 불식금쇄인가…. 그곳에도 광견 한 마리가 있다는 소문이 돌던걸. 흥미로워…. 죽여버릴지도



길베르트: 마음대로 해라



가우: 당연하지





길베르트: 기다려라, 크루비스…. 몇 년만 더 있으면 우리는 다시…



~~~~~~~~~~~~~~~~~~~~~~~~~~~~~~~~~~~~~~~~~~~~~~~~~~



카임: 주인장, 한 잔 더…



주인장: 카임 씨, 그만 마시는 편이…



카임: 뭐?



주인장: 윽!



카임: 이 새끼가…누구한테 이래라저래라…응?



지크: 그쯤 해둬라, 카임



주인장: 지, 지크 씨! 덕분에 살았습니다!



지크: 미안하군, 주인장. 날 봐서라도 용서해줘. 이걸로 모두에게 맛있는 술을 나눠주도록 해



주인장: 그, 그야 물론…



손님: 두목님 최고!



손님: 불식금쇄 만세!



지크: 사양하지 말라고! …소란피워서 미안하군. 주인장, 나한테도 화주를



주인장: 예, 옙! 지금 즉시!



지크: 자, 너도 앉아. 날뛸 시간은 아직 멀었잖아



카임: ……



지크: 꽤 날이 선 것 같은데



카임: 그렇지도 않아



지크: 원인은 에리스인가



카임: 왜 그렇게 생각하지?



지크: 에리스를 낙적한 후의 너는 평소의 네가 아냐. 


       답답해하고 있어. 그것도 너 자신에 대해서. 틀린가?



카임: 그럴지도…



지크: 감옥에서 그 상태로는 머지않아 허를 찔릴 거다. 지금의 너라면 길가의 꼬마조차 죽일 수 있을걸



카임: ……



지크: 카임. 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야. 이를테면 지인을 죽일 수도 있겠지. 소중한 벗을 잃을 바에는…



카임: 지독한 놈이구만



지크: 알아



카임: 하지만 지금의 나보단 훨씬 낫다. …지크, 네 손을 더럽히진 않겠어. 내가 내 손으로…죽인다



~~~~~~~~~~~~~~~~~~~~~~~~~~~~~~~~~~~~~~~~~~~~~~~~~~



카임: …?! …에리스! 그만둬! …큭!



에리스: ……. 어머, 카임



카임: 너…



에리스: ……또 죽어버렸네. 저기, 카임. 또 죽었네



카임: 죽은 게 아냐. 죽였잖아!



에리스: 그런 건 어느 쪽이나 매한가지지. 그보다 또 더러워졌어, 카임의 집. 새의 피로 새빨개졌어.


          또 치울까? 치우고 싶지? 안 그러면 피투성이인걸. 후훗. 자, 또 나한테 말해. 무서운 표정으로 화내



카임: 놔



에리스: 아…



카임: 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



에리스: 뭐…?



카임: 내가 너한테 뭘 바랄 줄 알았어? 인형 주제에 기어오르지 마



에리스: 읏…



카임: 아니냐? 부정할 수 없겠지. 타인에게 계속 의존하는 너는 인형에 불과해.


       거슬릴 뿐이야. 썩 나가. 인간이 돼서 다시 와라



에리스: 아……. 인형이라도 좋은데……마음 따윈 필요 없는데……





카임: 인형으로 만든 건…나인가…. 제멋대로인 얘기로군….





===========================================================================




5-5. 상실의 공포





조직원: 카임 씨, 이쪽입니다!



카임: 야



조직원: 아, 예……윽!



카임: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지 마라. 밤이라고 해도 누가 어디서 들을지 모른다고



조직원: 죄, 죄송합니다…



카임: 쳇, 초짜 돌봐줄 바엔 혼자 오는 게 나았는데





조직원: 아, 저곳입니다. 저기서 마약상이 거래 중입니다



카임: 뒷문은?



조직원: 없습니다. 출입구는 현관뿐입니다



카임: 이상하군



조직원: 뭐가요?



카임: 탈출로도 제대로 확보하지 않고 마약 거래라고? 상대는 그 정도로 얼간이인가?



조직원: 지하에 비밀통로 같은 게 있을지도 몰라요



카임: 뭔가 수상해. 야, 너 지크한테 보고하고 와라. 경우에 따라선 날을 다시 잡겠어



조직원: 예? 그러면 카임 씨 혼자 남게 됩니다. 위험해요



카임: 여기서 마약상이 나오는 걸 지켜볼 뿐이다.


       무모한 짓을 할 생각은 없어. 나도 아직 목숨은 아깝거든



조직원: 아, 알겠습니다





카임: 지구전이 되는 건가…



{조직원: 뭐, 뭐냐, 너흰? 으, 으아아악!}



카임: ?! 젠장…! 





적1: 검은 조금 쓸 줄 아나 보지?



적2: 헷, 어디까지나 '조금'이다만



조직원: 썩을…이 새끼들이, 미행한 거냐?



적1: 개를 처리하라고 어느 분께서 명령하셔서 말씀이지…커헉! …나, 나이프…라고?



조직원: 카임 씨…!



카임: 야, 쉽게 죽지 말라고



적2: 그렇군, 네놈이 그분께서 말씀하신…으윽!



카임: 입 놀릴 여유가 있냐? 빈틈 투성이라고!



적2: 크헉!



카임: 배가 말이지





카임: 이봐



적2: 으아악!



카임: 너희에게 명령을 내린 건 누구냐?



적2: 으아아아악!



카임: 아는 건 전부 불러라. …아니면 이대로 내 발로 나이프를 뽑아버릴까?



적2: 으아아아악!!



조직원: 헤헷, 사실대로 불라고, 그러면…



카임: 피해라! …윽! 크윽…



조직원: 카, 카임 씨!!



가우: 흥, 단검술이 자기 전매 특허인 줄 알았나? 빈틈 투성이라고 남 말할 처지가 못 되잖아. 안 그래, 너?



카임: 그, 그래…이건…억!!



가우: 봐, 또 빈틈이. 기껏 가르쳐줬더니…바보구나



조직원: 히, 히익!



카임: 으…으으……



가우: 이런이런, 급소를 찔려서 벌써 사경을 헤매고 계시나? 재미없는 남자구나.


       죽일 마음도 싹 가셨어. 계속 거기서 퍼질러 자도록 해



조직원: …카, 카임 씨! 카임 씨, 정신 차려주세요, 카임 씨!



카임: 큭…개, 개같은…



~~~~~~~~~~~~~~~~~~~~~~~~~~~~~~~~~~~~~~~~~~~~~~~~~~



에리스: ……맛없어. 카임의 집 밥 쪽이 그나마 나아



남자1: 뭐? 그거 사실이야?



남자2: 어. 불식금쇄의 경호원이 사경을 헤매고 있다나 봐



에리스: ……!!



남자2: 지금까지 사람을 잔뜩 죽여왔으니 원한도 잔뜩 샀을 테고. 어쩔 수 없지



남자1: 경호원이라는 놈 아직 젊었지? 이름이 뭐였지?



남자2: 이름은 분명…카임이라는 놈이었는데



에리스: ……!! …카임이…죽어…? ……죽게 놔두지 않아.


         아직 죽게 놔둘 수 없어. 죽는 건 용서 못 해!



~~~~~~~~~~~~~~~~~~~~~~~~~~~~~~~~~~~~~~~~~~~~~~~~~~



카임: 윽…으윽……으으윽!!



멜트: 아아…땀 좀 봐……지크, 진료소엔 데리고 가지 않는 거야?



지크: 아까 의사를 여기로 불러서 진찰시켰어. 나이프에 독이 발라져 있었던 모양이더군.


       해독은 일단 했다만 시간이 너무 지났어…



오즈: 오늘 밤이 고비라더군. 젠장……대체 어떤 새끼가 카임 씨를!



조직원: 베르나도 새끼가 분명해! 그새끼 예전부터 마약에 손대고 있다는 소문이…



오즈: 억측으로 말하지 마라!



조직원: 하, 하지만!



멜트: 조용히! 지금은 범인을 찾을 때가 아니잖아!



조직원: 예, 옙…



지크: 큭…카임이 방심했을 리는 없어. 좀 더 인원을 붙여줘야 했어. 내 실수야…젠장…!



{똑똑 똑똑 똑똑}



리사: 얘! 지금은 안 된다니까!



클로디아: 진정해 주세요!



오즈: 뭐야? 이럴 때 창부 년들이…!! ……이봐, 조용히 좀…



에리스: 카임!!



멜트: 에리스!



에리스: 카임…카임…!



리사: 아, 안 된다니까, 에리스!



클로디아: 에리스 씨?! 아, 여러분, 말려 주세요!



에리스: 카임, 당신 이런 데서 뭐하는 거야?!



카임: 으윽…



에리스: 왜 죽을 것처럼 굴고 그래?! 빨리 일어나라구!



오즈: 이봐, 그만둬! 카임 씨는 중태라고!



에리스: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잖아!!


          후후, 이 사람은 나한테 다시 오라고 했다구? 후훗, 그런데…멋대로 죽을 리가 없잖아…?



리사: 에리스…



클로디아: 에리스 씨…



에리스: 일어나……읏, 일어나라구! 다시 오라고 해놓고 먼저 갈 셈이야?!



지크: 그만둬, 에리스



에리스: 이거 놔!



지크: 아니, 놓을 수는 없어. 나 역시 카임을 죽게 놔둘 수는 없거든



{에리스: 이거 놔! 지크! 놓으라고!!!!!!}



지크: 이 여자는 한동안 가둬둔다. 오즈, 카임을 부탁해



오즈: 옙



{에리스: 놔!! 카임!! 카임!!!!}



지크: 멜트, 미안하지만 따라와줘



멜트: 어? 나…?



{에리스: 아악!! 놔!! 놓으라고!!}



지크: 나 혼자선 이 공주님을 다 돌봐줄 수 없어. 카임의 여자에게 거친 짓은 하고 싶지 않거든



멜트: 하아, 알았어



에리스: 카임……!!



~~~~~~~~~~~~~~~~~~~~~~~~~~~~~~~~~~~~~~~~~~~~~~~~~~



에리스: 큭!!! ……후후훗…훗…카임이…그 사람이…죽어…?


          그 사람이 죽으면 나는……난……아하하하핫! 아하하핫!!



멜트: 심하네…. 잘도 이렇게까지 망가뜨릴 수 있구나



지크: 방을?



멜트: 아니야



지크: …그렇겠지



에리스: 누가……나한테 명령해 주는 건데…? 응? 가르쳐줘, 카임……나, 뭘 하면 돼……?


          목소리가 안 들려…카임…? 어? 카임은 어디…? 카임…어디야? …나오라고!!!!



지크: 점점 망가지는구만



멜트: 조금은 사람다워졌다고 생각했는데…. 난감하네



지크: 괜찮아. ……감옥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조금은 미쳐야 버틸 수 있다고



멜트: 그 말, 나랑 당신도 망가졌다는 얘기?



지크: 당연하지



멜트: 하아, 더 이상 카임의 집이 망가지는 걸 보고 있질 못하겠어. 난 돌아갈게, 지크



지크: 이보쇼, 나더러 저걸 혼자 지켜보라고?



멜트: 저래선 내가 있어봤자 어쩔 도리가 없잖아? 카임도 신경 쓰이고… 부탁할게



지크: 쳇, 할 수 없구만



~~~~~~~~~~~~~~~~~~~~~~~~~~~~~~~~~~~~~~~~~~~~~~~~~~



에리스: (……그 사람이 죽어? 그 사람이 죽어……그 사람이 죽어……그 사람이 죽어……


         그 사람이 죽으면……누가 나한테……뭘 바라고……아니……아무도 바라지 않아……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아무도 없어……아무것도 없어……바라는 게 없어……아무것도 없어……


         아무도 없어……아무도 바라지 않아……아무것도 없어……가치가 없어……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없어……아무것도……아무것도……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


         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 ……뭐가 무서워? 무섭다는 건 뭐야? 뭐가 누구?


         이건 나……정말로 나? 아냐……이건 내가 아니야……나지만…내가 아니야…


         뭔가가 부족하니까 내가 아니야…응…뭐가 부족하지? 뭐가……)



에리스: ……카임



지크: 조용해졌는걸. 뭐, 그렇게 날뛰었으면 지쳐서……?!





지크: ……도망쳤나? 하아…하하, 뭐야, 의외로 아직 멀쩡하잖아





===========================================================================




5-6. 속박당한 마음





에리스: 하아…하아……



남자: 이봐, 그렇게 가게 앞에 멀뚱히 서있지 말라고. 방해되잖냐



에리스: …찔리고 싶어? 잘 베일 거라구, 킬러의 나이프니까



남자: 뭐? 돌았나, 이 창년이!



에리스: 윽!! …아…



남자: 흥, 꼴 좋다





에리스: ……정면으로는 못 들어가겠네.


         ……?!



리사: 그런 곳에 있으면 장사에 방해돼♪



클로디아: 안녕하세요, 에리스 씨



에리스: 방해하러 온 거야?



클로디아: 카임 씨를 만나고 싶은 거죠?



에리스: 그렇다면? 설마 도와주기라도?



클로디아: 네, 그럴 셈이에요



에리스: ……



리사: 노, 노려보지 말아줘. 너를 위해서가 아니거든?



클로디아: 후훗, 가게 앞에서 난동을 피우면 저희도 일을 못하니까요



에리스: ……



리사: 안 올 거야?



에리스: 갈게



~~~~~~~~~~~~~~~~~~~~~~~~~~~~~~~~~~~~~~~~~~~~~~~~~~



리사: 이제 쭉 가기만 하면 되니까



에리스: 가끔은 사람을 믿어볼 만하네



리사: 그럼 우린 여기까지만



클로디아: 오즈 님께 혼나고 싶진 않으니까요



에리스: 충분해. 일단 감사를 표할게





리사: 저기, 쟤 말야…



클로디아: 네, 어쩐지 평소랑 달랐죠…



~~~~~~~~~~~~~~~~~~~~~~~~~~~~~~~~~~~~~~~~~~~~~~~~~~



카임: 으윽……하앗……윽……



멜트: 카임……카임, 정신 차려!



카임: ……



멜트: 아……카, 카임…? 어…?



오즈: 왜, 왜 그래, 멜트?!



멜트: ……숨을, 안 쉬어…



오즈: 뭐?!



조직원: 저, 점점 맥박이 약해져서……어, 어떡해야……



오즈: 서둘러서 의사를 불러와!



에리스: 카임!



멜트: 에리스! 너……



에리스: ……카임, 찾았어……찾았다구……



오즈: 지금은 널 상대할 때가 아니라고! 썩 나가…!



에리스: 멜트, 오즈



멜트: 어?



에리스: 카임 곁에 가고 싶어. 부탁할게. 응?



오즈: 너……



멜트: ……알았어. 이리 와



에리스: 고마워…



에리스: 카임……응…? 카임? 카임!



멜트: 에리스……이제 그만하렴



에리스: 무슨 뜻?



멜트: 적어도 마지막 정도는 조용히……



에리스: 마지막…? 카임……당신……


         차가운 손……거짓말이지?


         자, 치료해줄게. 나더러 손재주가 좋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내가……치료해줄……붕대를 감아서……당신이……


         죽게 놔두지 않아……



멜트: 에리스? 너 뭘……



에리스: 카임이 차가워. 따뜻하게 해줘야 해.


          ……용서 못 해. 없어지는 건 용서 못 해.


          살아줘, 살아서 나한테 화를 내줘.


          나 혼자서……나 혼자서 어쩌란 거야!


          당신은 인간이잖아? 뭔가를 원하니까 살아있는 거잖아?


          바라는 게 있는 거잖아? 나한테도 바라면 되잖아!


          난 바라줬으면 했다구! 말해줘……나한테 바람을 말해!!!



멜트: 에리스, 이제 그만…



에리스: ?!



카임: ……아프다고……너……날 죽일 셈이냐……?



에리스: ……! 카임…!



카임: 꼬락서니가 왜 그래…비켜……



에리스: 카임……! 카임……!!



카임: 어째서……얼른 어딘가로 가버리지 않는 거냐?


       자유롭게 살아도 되는데……바보냐?



에리스: 자유 따윈 원하지 않아. 인형인 채가 좋아. 바라는 대로의……



카임: 뭣…… 썩을……



에리스: 카임……나를……속박해줘



카임: ……그럼, 너 의사가 돼라. 내가 죽으면 곤란한 거지?


       그렇다면…의사라도 돼서 날 여기에 붙잡아두도록 해



에리스: 의사가 되면 되는 거지?



카임: ……그래



에리스: 알았어……귀찮지만 명령이라면 어쩔 수 없지



카임: 바보냐?



에리스: 그러게…

 




===========================================================================




5-7. 미소





리사: 히익! 아파~~!!



에리스: 웬 엄살이야. 어제 치료한 애는 손가락이 잘리기 직전이었다구



리사: 히이익!! 치료하면서 그런 얘기 하지 마~~!



카임: 그럴싸해졌는걸?



에리스: 당연하지. 이것만 하고 있는걸. 게다가…사람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는 거, 재밌어



리사: 꺄아아악!!



카임: 변태 의사년



에리스: 후훗



카임: 그럼 난 간다



에리스: 잠깐만



카임: 응? 뭐야?



에리스: 내가 없어도 내 침대 아무한테도 쓰게 하지 마. 다른 여자한테 내줬다간…죽일 거야



리사: 무, 무서워!! 눈이 진심이에요, 카임 선생님!!



카임: 죽인다고 했다가, 죽지 말라고 했다가……명령하는 건 너잖냐?





에리스: 후훗





ED - Anistem



~~~~~~~~~~~~~~~~~~~~~~~~~~~~~~~~~~~~~~~~~~~~~~~~~~



티아: 허억허억……허억, 허억……


티아: (꿈속에서, 그 초원에서, 나를 불러준……그 사람은…그 사람은 분명……나의……엄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