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프리카의 뿔 주변 국제정세 떡밥이 핫해서 지부티와 UAE, 그리고 소말릴란드를 둘러싼 최근 사건들을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


   1. 1998년 에리트레아가 에티오피아로부터 분리독립한 이후 에티오피아는 인구 1억이 넘는 최대의 내륙국이 되었음. 그리고 그 1억 인구의 해운 물류 수요는 직전까지 적국이었고 국경 분쟁이 남아 있던 에리트레아나 내전으로 개판이던 소말리아로는 통하지 못했음. 따라서, 에티오피아는 지부티에 해운 물류의 95% 이상을 의존해야 했음.(나머지 5%는 수단의 포트수단이나 케냐의 몸바사)


   2. 2001년 9/11 사건 이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 과정에서 그 지정학적 가치에 주목해 지부티에 미군 기지를 건설했음. 그 이후 소말리아 해적 소탕 작전에 대한 국제적인 개입이 시작되면서, 일본, 이탈리아,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스페인, 독일(EU 공용) 등 아덴 만과 홍해에 영향력을 원하는 강대국들은 지부티에 육/해/공군 기지를 건설했음. (프랑스는 1977년 지부티 독립 이후에도 철군하지 않고 남아있었음)


아프리카의 뿔 주변 외국군 기지 현황.

추가로 UAE는 남예멘 분리주의파를 지원, 소코트라와 아덴을 장악


   이 두 가지 사건은 지중해 - 수에즈 운하 - 홍해 - 바브엘만데브 해협 - 아덴 만 해운의 지정학적 요충지인 지부티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게 되었음. 지부티는 에티오피아로부터 항구 이용료로 연 10억$ 이상, 군사기지 주둔비용으로 매년 미국에 6000만$, 프랑스에 4000만$, 중국에 2000만$ 등 주둔비 총합계 최소 1억 2800만$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음. 이는 30억$인 지부티 GDP(명목상, 2018)의 1/3을 넘고, 7억$인 지부티 정부 세입을 넘...뭐지? 통계에서 뭐가 안맞은듯? 암튼 지부티 경제는 이런 고정수익을 통해 연평균 7%의 고성장을 이어오고 있었는데, 여기에 차질이 생길만한 일이 발생했음.


   [2018년 DP Doraleh항 국유화 사태]

지부티 시와 그 주변 지도. 우측 하단/좌측 하단에 미군기지, 좌측 상단에 중국군기지와 Doraleh 다목적항만이 있고, 오른쪽 위 튀어나온 부분 왼쪽이 지부티 항만.

중국군 기지와 지부티 항 중간에 위치한 ㄱ자 직사각형 모양의 컨테이너 항만이 DP의 Doraleh 항


   DP World, Dubai Ports World사는 아랍에미리트의 다국적 물류회사로, 두바이 항만청이 전신임. DP사는 2006년 지부티항 인근에 컨테이너항을 건설하고 30년간 운영권을 얻었음. 그런데 지난 2017년 지부티가 UAE의 지부티 군사기지 개설을 거부하고 Doraleh항을 국유화했는데, 이는 UAE가 두바이 항의 물류량을 늘리기 위해 Doraleh항의 가동률을 의도적으로 50% 아래로 내린데다가 소말릴란드의 주요 항만인 베르베라에 항만 건설 및 군사기지 건설 투자를 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해석됨. 그러자 UAE는 런던 국제중재재판소(LCIA)에 지부티를 제소했고, 여기서 지부티 정부는 패소함.



[소말릴란드 회랑-Somaliland Corridor의 탄생]

  

베르베라에서 소말릴란드의 수도인 하르게이사를 거쳐 에티오피아의 하라르와 디레 다와로 연결되는 소말릴란드 회랑의 지도


   이전부터 소말리아와는 달리 국정이 안정된 소말릴란드는 국가 인정을 받지 못해 국제 투자 유치가 어려웠는데, 여기 접근한 게 아프리카의 뿔 ~ 아라비아 인근 영향권을 확보하길 원하는 UAE였음. UAE는 4억$를 투자해 베르베라에 현대적 항만을 구축하고 시설을 확대했음. 거기다 에티오피아 또한 지부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상황에 변화를 주고자 했음. 베르베라항의 운영권은 DP World(UAE)가 51%, 소말릴란드가 30%, 에티오피아가 나머지 19%를 보유하고 있음. 만약 2022년 베르베라항이 완전히 가동하고 운영이 본궤도에 오르면 에티오피아발 화물을 30% 가까이 가져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음. 이 경우 지부티는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고, 이미 국채의 70%, 항만 소유권의 23%를 중국에 넘긴 상황에서 중국으로의 종속이 가속화될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음.


[추가적 변수 - 티그라이 전쟁과 LAPSSET]

티그라이 전쟁의 2021 9월 현재 현황도. 티그라이 반군이 Weldiya를 장악하며 카르툼-지부티 고속도로가 단절됨

   티그라이 전쟁은 코로나19로 감소한 해상 물류량으로 경제가 타격입은 지부티에 악재인데, 연평균 9% 성장을 보이던 에티오피아 경제가 꼬라박았기 때문임. 소말릴란드 베르베라항도 타격을 피할 순 없게 되었고, 두 항만은 이 전쟁의 전황에 주의를 기울이는 중임.


LAPSSET 계획도. 우측 하단이 Lamu항

    LAPSSET는 LAmu Port - South Sudan - Ethiopia - Transport의 약자로, 케냐 동부 해안의 Lamu 항을 케냐 중앙의 Isiolo를 거쳐 에티오피아와 남수단에 연결하는 도로/철도/송유관 건설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임. 기존 몸바사항의 과밀을 대체하기 위한 초장기 프로젝트라 당장의 영향은 없지만, 완성되면 동아프리카 내륙을 배후지로 두던 지부티는 더 큰 타격을 받게 됨. 이 계획 또한 에티오피아가 지부티 과의존을 개선하고자 하는 소말릴란드 투자 계획의 연장선이라고 해석할 수 있음.


[지부티에의 영향]

   지금까지 읽어보면 지부티는 악재에 악재에 악재밖에 없음. 지부티는 위 개발 계획들이 제대로 완료되면 경제적 타격이 막대함. 그래서 언론들은 지부티의 22년간 이어져온 독재정권이 국가의 발전보다는 중국과의 종속적 협약 등 정권의 안위만을 위한다는 비판을 지속하고 있지만, 변화가 가능할지는 미지수임. 지부티도 상황이 애매한게, 에티오피아는 지부티에 해운을 의존하지만 지부티는 에티오피아에 전기와 물을 의존하기 때문에 에티오피아에게 지부티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상황은 외교적으로 부정적인 변화임.

   물론 수많은 외국군 기지가 산재하고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통제권을 코앞에서 행사할 수 있는 지부티의 지정학적 지위는 쉬이 흔들리진 않겠지만 여러 변수로 미래가 혼란스럽게 되었음. 개인적으로 참조해본 동아프리카 출신 언론인은 지부티가 타 인프라 계획들에 반발할 것만이 아니라 소말릴란드와의 적극적 협력을 통해 충격을 완화해야 하며, 내부 정치적으로도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음.


   여기까지가 최근 3-4년 동안의 동아프리카 해운 관련 국제적 상황임. 개인적으로는 UAE가 티그라이 전쟁에서 정부편을 들지 않을까 싶기도 한게, 에티오피아와의 협력이 베르베라항의 성공에 중요하기 때문임. 그런데 정부군이 UAE와 분쟁중인 이란의 지원을 받는 중이라 어케될지 확언하긴 어렵고, 티그라이 전쟁의 영향과 서인도양 국제정세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써봤음.


***나중 수정사항 - UAE는 현재 에티오피아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으며, 에리트레아 남동부의 해안도시 아사브의 드론기지에서 티그라이 반군에 대한 무인기 공습 진행중


읽어보면 좋을만한 기사들(영어)

https://www.mei.edu/publications/djibouti-needs-plan-b-post-guelleh-era

https://amp.ft.com/content/f928ecda-2c96-4957-ae3c-94be56385fcf

https://www.aljazeera.com/news/2018/2/24/djibouti-seizes-control-of-dubai-run-doraleh-port

https://www.bbc.com/news/world-africa-38956093.a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