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샤 아르젠티 레이바흐 

전편 못보신 분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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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편 : https://arca.live/b/commission/67886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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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 반지 때문에 정신 개조가 통하지 않을 거라는 건 원래 알고 있었으면서 반지를 미리 빼앗지 않은 이유가 뭐야?"

어두컴컴한 실험실 속에서, 계속되는 촉수들의 신체 개조에 정신을 잃은 아리샤를 지켜보는 두 사람, 아니, 두 존재가 있었다.

아리샤의 주인인 숫캐와 실험실의 주인인 히루코.

히루코는 자신의 실험에 은근 방해가 되는 반지를 보며 숫캐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숫캐의 대답.

그르릉.. 컹컹!

"호오... 세뇌된 정신이 아니더라도 진정으로 너를 사랑하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어서.. 라고? 정신개조가 되지 않더라도 저 반지를 빼앗지 않은 것에는 그런 이유가 있다는 것이구나? 너도 참, 꽤나 순정파였네?"

히루코는 자신이 개발한 차원 언어 번역기에서 들려오는 숫캐의 말에 코가 찡해졌는지 코를, 아니, 코 라고 보이는 어느 부분을 촉수로 스윽 닦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뭐.. 사실 그게 이유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알 것 같긴 하지만, 깊게 캐어 봐야 말할 것도 아니고, 덕분에 실험 데이터도 많이 뽑았고 보수도 충분히 받았으니 그냥 그렇다고 해 두자고~"

가만히 앉아있는 숫캐의 등짝을 툭툭 치며 히루코가 장난스럽게 한 말에 숫캐는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었지만, 사실은 그 말이 맞았다.

물론 자신을 정말로 사랑하는 암컷과 짝으로 맺어지고 싶은 마음도 거짓은 아니었다. 이미 몸도, 감도도 잔뜩 개조해 버린 채 자신의 소유물이 되어 간단한 명령조차 거부하지 못하는 암컷에게 그런 선택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아리샤를 자신의 영원한 첩이자 임신육노예로 들이는 조건으로 안구타와 약속했던 대계를 위해서는 그녀와의 계약을 유지해야 했는데, 정신이 변질된다면 정상적인 정신 상태에서 아리샤 스스로 계약을 한 것이기 때문에 어찌저찌 유지되고 있는 개연성이 깨질 지도, 그에 의해 계약이 박살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그 부서진 개연성의 후폭풍은 모두 안구타와 숫캐가, 특히 계약을 주도했던 안구타가 받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걸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정신이 마법이나 저주로 세뇌 당하지 않은 채로 스스로 타락하는 것이 계약 유지에 더 안전했다.

그리고 혹시나 그런 후폭풍을 감당하게 되더라도, 점점 수가 줄고 있는 이누이트들에 의해 줄어들어가다 못해 사라지려는 자신에 대한 신앙을 두고볼 수는 없어 이런 도박이라도 걸어 대계를 수행해 보려던 안구타였지만, 오히려 아리샤의 타락을 염려해 자신의 수명까지 희생해가며 반지를 건내주었던 로웬에 의해 새로운 계책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아리샤의 정신은 말짱한 상태로 신체만 개조해서, 제정신인 상태로 점점 정신을 침식하고 타락시켜 스스로 숫캐에게 복종하도록 만드는 것으로, 이는 아리샤를 굴복시켜야 하는 숫캐에게는 더 부담일 수도 있었지만, 그 창조주인 안구타로써는 자신에 의해 만들어진 피조물 주제에 자신을 위해 그 정도 부담은 떠안는 것이 당연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정신 세뇌를 당했을 때 보다 다른 마음을 먹거나 더 도망가기 쉬워진다고는 해도, 숫캐의 시야 내에서 명령 한번이면 다시금 돌아와야 하고 몸도 완전 암캐가 되어버린 입장에서 그런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음.. 이건 생각해도 이유를 찾기 어려워서 그런데 그럼 되지도 않는 정신 개조를 굳이 해달라고 한 이유는 뭐야?"

생글생글 웃으며(인간의 입장에서는 그저 기괴하게 벌어진 구멍이 꿈틀대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잠시 생각하던 히루코가 다시금 질문했다.

그리고 숫캐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생각 외로 어이없는 것이었다.

"응? 그.. 그냥 괴롭힘 당하는걸 보고 싶었던 거라고? 다시는 해볼 수 없는 것일 테니까? 네 취미도 참.. 고약하기 그지 없구나?"

슈슈욱... 푸슈욱! 철퍼덕!

마침 모든 개조 공정이 끝난 것인지 아리샤의 몸에서 촉수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더니, 실험체 수조가 열리며 아리샤의 몸이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오, 마침 모두 끝난 것 같은데, 한번 확인해 보는게 어때?"

히루코의 말에 급하게 뛰쳐자가는 숫캐.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질척한 실험용 약액과 촉수들의 점액이 온 몸에 가득한 아리샤는 실험관에 들어가기 전에 비해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컹컹! 컹!

"으히익♡ 아흐으♡ 으긋♡"

마치 컴퓨터의 전원을 켜는 것 처럼, 이제 막 수조에서 겨우 배출된 아리샤에게 의식을 차리라고 명령하는 숫캐였다.

그런 명령에 복종하듯 아리샤는 몸을 부르르 떨며 눈을 떴지만, 개조된 몸과 새로 설정된 감도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듯, 이전의 촉수들에 붙잡혀 쾌락의 쓰나미에 휩쓸렸던 것 처럼 음탕한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흐윽♡ 내.. 내 몸에.. 무슨.. 짓을...?"

"휘익~ 개조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그 반작용이 아직 몸에 남아 있을테니 너무 무리해서 움직이려고 하진 말고. 그나저나 네 몸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하지 않아? 저기 거울이 있으니, 한번 가서 보도록 해. 그리고 감탄하라고, 나의 엄청난 기술력에!"

휘적휘적 촉수들을 움직이며 뒤늦게 나온 히루코는 몸을 급작스럽게 일으키려다가 다시금 무너지고 부르르 떨어대는 아리샤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

온 몸의 근육들이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 아리샤는 이를 부드득 갈며 히루코를 노려보았지만, 히루코는 어쩌겠냐는 듯 촉수를 으쓱이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후후후, 이번 실험체는 완벽하게 바뀌었다고. 실험은 대성공이야!"

"남의 몸을 맘대로 주물럭대놓고... 대.. 대체 뭐가 성공이라는... 거야..."

"이 귀와 꼬리.. 그저 겉보기 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완벽하다고?"

"귀...? 꼬.. 꼬리...?"

촉수로 아리샤의 얼굴을 붙잡으며 귀를 건들여보고, 귀가 쫑긋거리는 것을 확인한 히루코는 꼬리 또한 그녀의 감정에 따라 위축되어 축 늘어져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기쁜 듯 말했다.

그러나 자신의 몸에 귀와 꼬리가 달려있다는 것을 처음 듣게 된 아리샤로써는 당황하여 거울 앞으로 달려갈 수 밖에, 아니, 기어라도 갈 수 밖에 없었다. 

철푸덕!

"아흑.. 으윽... 내.. 몸에.. 대체.. 뭘..."

아직 감각이나 기능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채 걸으려다 스스로의 다리에 걸려 넘어지고, 남아있는 용액과 점액에 미끄러지면서도 아리샤는 꿋꿋이 기어서 거울 앞에 도착했다.

거울 앞에 서 있는 존재의 모습은 자신이 알던 스스로의 모습이 아니었다.

머리와 엉덩이 사이에서는 그녀의 머리카락 색과 똑같은, 털이 복실복실한 귀와 꼬리가 달려 있었고, 원래도 꽤 컸던 가슴은 더욱 더 커진 채로, 아직 임신하지 않았지만 핑크빛 유륜과 유두에서는 쉴새없이 모유가 주르륵 흘러 나오고 있었으며, 아랫배의 탄탄했던 복근 또한 녹아 없어지고 대신 숫캐의 아기씨에게 바치기 위한 난자들을 가득가득 담고 있는 난소와 새끼를 많이 가지기 위해 커진 자궁이 톡 튀어나와 빨리 교미해달라는 듯 조르고 있었다. 

골반 또한 새끼를 더욱 잘 낳을 수 있도록 훨씬 비대해져 있었고, 한때 근육이 다부져보였던 팔과 다리에는 탱탱한 살로 바뀌어 이젠 정말 힘으로도 숫캐 조차 이길 수 없도록, 그리고 숫캐가 더 박아대기 좋도록 쫀득하게 바뀌었다. 

인간이었던 자신의 몸이 완전히 수인족처럼, 아니, 그 보다도 못한 그저 암캐 처럼 바뀌어버린 모습에 아리샤는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아.. 아으.. 아아..."

털썩!

"뭐... 너는 겉모습은 인간이니 수인족들 처럼 인간들의 말을 듣기 위한 귀는 남겨놨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거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절망하는 아리샤를 달래려는 듯 히루코가 말했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던 아리샤의 입장에서는 완전 핀트가 빗나간 말일 뿐이었다.

원래보다 커져 어깨가 아플듯한 무게의 가슴과 모유가 주르륵 나오는 유두, 촉수들이 얼마나 들락날락 거린 것인지 욱씬거리는 아랫배는 차치해 두고서라도, 그녀의 머리 위의 동물귀와 동물 꼬리는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인간으로써의 존재 자체를 짓밟는 것이었다.

"어째서.. 어째서어엇..."

그나마 겉모습은 아직 인간이었기에 지금까지 암캐처럼 취급당하고 교배당하며 멸시당하더라도 모든 수모를 참고 견딘 아리샤였지만, 이제 그것마저 부정당해버린 그녀의 마음은 산산히 부서지는 듯 했다.

"너무 상심하진 말라고. 음.. 그래, 시각이나 후각이나 청각 같은건 이전에 인간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을.. 으윽?!"

꽈악!

"도.. 돌려놔요.."

아리샤는 울면서 무언가에 홀린듯 어떻게든 위로하려는 히루코의 촉수를 꽈악 잡아대며 악을 써대기 시작했다.

"아.. 그래도 이건 놓고.."

"원래대로... 돌려놔! 내 몸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라고!"

지금까지 참았던 분노를 터뜨리듯, 악에 받쳐 히루코에게 화를 내는 것과는 다르게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많이 놀잇감으로 사용되다가 어딘가 망가져버린 인형같은 모습이었다.  

하긴 그녀가 알래스카로 넘어오면서 지금까지 겪은 일들은, 그녀처럼 강인한 정신을 가지거나 정신공격을 방어해주는 반지가 없었다면 이미 미쳐버리거나 부서져버려도 이상하지 않는 일들이었다.

"돌려.. 내란 말이야!"

"이년이 좋게좋게 말하니까 내가 우습게 보이나보지? 내가 아무리 버림받았다고 해도 신인 나와 네가 같다고 생각하는거냐?"

히루코는 아무리 고객의 소유물이더라도, 한낱 실험체 주제에 자신의 말도 듣지 않으며 자신에게 분노를 터뜨리는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똑같이 화를 터뜨려내며 촉수들을 그녀에게 휘두르려 했다.

휘이익!

아리샤가 자신에게 쇄도해오는 촉수들을 발견했을때는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겉으로 보기에 약해 보이고 만져보면 말랑말랑한 촉수였지만, 그건 그저 히루코가 본신의 힘을 내지 않았을 뿐.

아무리 버림받은 신이어도 한 열도의 시조신의 후손인 만큼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을지는 알지 못했다. 어쩌면 안구타 보다도 더 큰 힘을 가졌을지도 모르는, 아니, 확실히 그보다도 더 큰 힘을 가진게 틀림없는 히루코였다. 일본의 신화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숭상되고 있으니까.

물론 DTS의 단장으로써 외차원의 존재들, 신화에 나오는 괴물들, 신들과도 싸워왔던 아리샤였지만, 지금같이 힘을 모두 빼앗긴 상황에서는 신과 피조물이라는 격 차이 만으로도 압도당하는 그녀였다.  

그렇기에 곧 다가올 죽음이라는 공포에 부르르 떨 수도 있건만, 지금 이 지옥같은 현실보다는 낫다고 생각해 금방 평온해지는 그녀였다.

'아... 이러다 죽을수도.. 그래... 이렇게 몸도 마음도 전부 너덜너덜하게 능욕당할 바에야.. 차라리 죽는게 나을지도 몰라...'

히루코의 힘이 담긴 촉수가 점점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아리샤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렇게 못난 단장이라... 미안해...'

크르르르!

그렇게 히루코가 아리샤에게 손찌검을 가하려고 하자, 숫캐가 달려들어 그 앞을 막아섰다.

그러면서 이빨을 드러내보이고 위협하는 숫캐.

콰아앙! 챙그랑!

당연히 아무런 능력도 힘도 없는 숫캐가 신의 자손인 히루코의 촉수를 막아낼 리는 없었지만, 다행히 촉수는 그를 비켜가며 애꿎은 실험체 수조만 박살내고 말았다.

아무리 죽음 앞에서 초연했다고는 하지만, 결국 아리샤도 공포와 두려움은 엄연히 가지고 있는 인간이며 연약한 내면이 있는 여자였던 것일까? 굉음에 놀란 아리샤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들부들 떨며 비명소리를 내었다.

"꺄악!"

히루코는 그런 모습을 보더니 비틀린 웃음을 지어내며 말했다. 

"흥, 짐승 주제에 그래도 수컷이라도, 네가 소유할 암컷은 지키고 싶은가보지?" 

으르르.. 컹! 컹컹!

"실험은 다 끝났으니 이제 돌려보내 달라고? 아, 물론 돌려 보내 드려야지. 근데, 저 년이 감히 나한테 범한 무례는 용서하기 어렵단 말이지.."

크르르...

그렇게 히루코와 숫캐가 대치하는 동안, 아리샤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자신도 모르게 꼬리를 돌돌 말고 숫캐의 뒤로 점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몸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이상한 변화들이 있는 듯 했다.

'주.. 죽을 뻔 했어.. 그런데.. 나를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다니.. 정말 나를 심심풀이 노리개나 임신육노예로만 보고 있는게 아닌가..?'

숫캐보다도 큰 몸뚱아리로 인해 잘 숨겨지지도 않는 아리샤였지만, 자신을 지켜주기 위해 위험을 무릎쓰고 막아선 숫캐의 등은 정말 넓어보였다.

단장으로써 언제나 앞장서야만 했고 자신이 지켜야만 하는 사람들은 거의 항상 자신보다 약자였기 때문에 언제나 앞에서 막는 입장이었던 아리샤.

누군가의 뒤에 숨어 보호받는다는 것이 이렇게나 아늑하고 따뜻한 것이었다니,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거기에 그 넓어보이는 숫캐의 등판에서의 수컷 냄새가 솔솔 풍겨오자, 듬직하면서도 심리적으로 점점 안정되는 그녀였다.

'흐읏♡ 어째서엇... 이런 더럽고 코를 찌르는 냄새가.. 이렇게 향긋하게... 아흣♡'

주르륵♡

개조당한 암캐로써의 본능으로 인한 것일까? 자신을 지켜주고 보호해주는 수컷의 내음이 풍겨오자 진정되는 마음과 함께 얼굴이 홍조로 발갛게 달아오르고 모유가 줄줄 흐르던 유두도 딱딱하게 서 버리며 욱씬거리던 아랫배의 자궁과 난소가 큥큥거리며 암컷으로써의 아리샤의 첫 행보를 알리는 듯 했다.

결국 난소와 자궁에서 한껏 암컷 페로몬을 뿜어내며 그녀의 보지가 촉촉히 적셔지다 못해, 암컷즙을 주르륵 흘려대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하아.. 하으... 이.. 이거... 이상한데♡"

허벅지를 타고 흐르던 보지즙은 뚜욱 뚝 떨어져서는 실험실 바닥에 웅덩이를 이루기 시작했다. 

암캐로 잔뜩 개조당한 육체는 심지어 그녀가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기본적으로 취하고 있는 자세마저도 개와 비슷한 형태를 띄도록 만들었다.

의식하지 않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성숙한 인간 여성으로써는 취해서는 안되는, 가랑이를 벌리고 주저앉으며 손까지 땅바닥에 댄, 말 그대로 애완견과도 같은 자세. 

그렇게 숫캐 냄새와 스스로도 이해못할 자신의 몸의 반응에 머리가 아찔해진 아리샤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한참을 싸우고 있던 숫캐의 어깨에 손을 턱 얹고 말았다.

"아..."

그들이 기세 싸움을 하느라 보지 못했던 그녀의 모습은, 수인족의 강인함과 늠름함 따위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암캐 그 자체였다.

한동안 말싸움을 이어나가던 히루코는 그녀의 꼴을 보고는 갑자기 눈을 빛내며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숫캐가 다시금 막아서려고 했지만 너무나도 빠른 속도에 실패하고 말았을 뿐이었다.

그러나 히루코의 입에서 나온 말은 지금까지의 험악한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말이었다.

"오오! 벌써 이렇게 연구할 가치가 많은 현상들이 보이다니, 실험한 보람이 있어!"

"그.. 그게... 으으..."

"아아, 뭐 무례 어쩌고 했던거? 난 벌써 잊었으니 얼른 잊어버리라고. 그딴 것 보다는 실험 결과가 훨씬 중요하니 말이야!" 

자신을 지켜주려고 했던 숫캐에게 두근거리며 남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준 아리샤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그러나 히루코는 또 다시 핀트를 잡지 못하고 헛소리나 하며 촉수들을 바삐 움직이고는 무언가를 노트에 기록해댈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히루코에게 이곳저곳 들쑤셔지던 아리샤와 숫캐가 풀려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실험이 끝나고도 한참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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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것이겠지? 숫캐놈이 그 암캐년을 확실히 자신의 발밑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말이?"

"그래, 확실하다고. 나와 숫캐가 연기까지 하면서 그 녀석을 한번 떠봤다니까? 그랬더니 바로 껌뻑 속아서 스스로 달아오르는게, 정말 재밌었는데 말이지.

숫캐와 아리샤의 흔적은 찾아볼 수도 없고 조명은 모두 꺼져 실험체 수조의 빛 만이 가끔 번쩍거리는 어두운 실험실. 그 안쪽에서는 언뜻 듣기만 해도 수상한 대화가 들려왔다.

"그렇게까지 말하는 것을 보니, 정말로 믿어도 되는 것이겠지?"

"속고만 살았나, 이래뵈도 나도 신인데. 신의 말을 왜 이렇게 못믿으실까?"

"너를 못 믿는건 아니지만.. 나의 그 한심하기 짝이 없는, 대를 잇는 것에만 광적으로 집착하는 그 따위의 실패작 같은 피조물을 믿는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라서 말이지."

"뭐, 피조물들이 창조주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아등바등 살아가는 걸 보면 답답할 수 있겠지만 말이지. 근데 그래서 재밌는 것 아니겠어? 간혹 우리의 예상을 빗나가게 하니까. 그래서 우리가 그런 자유의지를 가진 피조물들을 계속계속 만들어내는 것이고."

"흥. 만들어진 주제에 만들어준 그 은혜도 모르고 명령도 들어먹지 않는건 잘못된 것이지. 네가 네 실험체를 대하는 것 또한 그렇지 않나. 하여간 하등한 피조물 들이란..."

안구타는 그렇게 말하며 포탈을 열고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실험체야 뭐 그렇... 히야,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버리는 건 여전하구만... 그래도 나는 내 실험체들의 성장 가능성과 의지를 믿고 실험을 행한다고."

히루코는 갑자기 사라진 안구타에게 대답하려 했던 것이 멋쩍은듯 촉수로 머리를 긁적이며 씨익 웃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음음. 그렇지. 관점의 차이일 순 있지만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다간, 안구타 네 계획도 다 어그러져버릴지 모른다고. 네가 피조물을 믿지 못하는데 어떻게 피조물이 너를 믿고 대계를 이행하겠어?" 

히루코는 안구타가 사라진 자리를 보며 말했지만 그저 공허한 소리만이 울려퍼질 뿐이었다.

물론, 그 또한 안구타가 들으리라 생각하고 말한 것도 아니었고 대답을 바란 것도 아니었다. 그저 피조물을 자신의 소유물 처럼 여기는 안구타가 늦기 전에 무언가를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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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주시고 추천 댓글 많이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