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3장(10편~13편{예정})              4장                          5장                  1장(4편~6편)             2장(6편~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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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1편   https://arca.live/b/lastorigin/9679372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2편   https://arca.live/b/lastorigin/9756344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3편   https://arca.live/b/lastorigin/9875022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4편   https://arca.live/b/lastorigin/11385415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5편   https://arca.live/b/lastorigin/13814933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6편   https://arca.live/b/lastorigin/16908026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7편   https://arca.live/b/lastorigin/19013937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8편   https://arca.live/b/lastorigin/27670962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9편   https://arca.live/b/lastorigin/27801626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10편  https://arca.live/b/lastorigin/27931461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11편  https://arca.live/b/lastorigin/28114900


※해당 작품은 픽션입니다. 이 작품의 설정은 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한 티아멧은 마침내 모든 것을 이야기하기로 마음먹었다.


티아멧은 공포에 떨던 조금 전과 비교되는 차분한 어조로 사령관에게 질문했다.



"사령관. 혹시 티아에 관해 들은 게 따로 있으신가요?"



자신의 품에 안긴 채 말을 꺼내는 티아멧을 본 사령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역린 자체를 건드린 거나 다름없는 상황에 심장이 조마조마했지만, 어떻게 잘 넘긴 모양이다.


티아멧의 질문에 사령관은 티아와 처음으로 만났던 때를 떠올렸다.



"정신 보호용 AI. 이름은 티아마트라는 것까지만 알아. 그리고…너와 외형이 비슷하다는 것도."


"티아는…"



말끝을 흐린 티아멧이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 말을 이어나갔다.



"티아는 제가 오르카 호에 합류하기 전까지,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던 저를 밖으로 끌어내 준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유일한 친구예요."



그녀의 입에서 과거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트라우마로 점칠 된 그녀의 옛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이는 오르카 호 내에서 사령관이 유일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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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버의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저는 의식을 확립한 시점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흰 가운을 입은 인간에 의해 실험을 받아왔어요.



'실험 개체 X-00 티아멧 오늘의 테스트는…'



제 전투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같은 바이오로이드끼리 싸움을 붙이기도 했고,



'아악! 아파!'


'미안…미안해요…"


'썩어도 준치라고, 비싼 값은 하는군. 폐기물은 적당히 치워버리고 다음 실험체를 투입해.'



제 성능을 억지로 끌어올리려고 온갖 물질을 때려 박기도 했죠.



'티아멧 개체의 약물 투여량이 한계치에 도달했습니다. 멈추는 걸 권장 합니다.'


'무시해.'


'…예 알겠습니다.'



인간에 대한 불신과 원망이 날이 갈수록 커졌고 아무 죄 없는 바이오로이드를 제 손으로 상처입혔다는 혐오감에 빠져

저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마음의 문을 닫았어요.


그렇게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며 살던 어느 날.


평상시와 다름없이 통각의 한계를 실험하다가 그만 정신을 잃은 저는, 몽롱한 의식을 경험하며 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티아를 보게 되었죠.



'티아멧이지? 반가워! 나는 티아마트-0 라고 해. 간단히 티아라고 불러줘."



그때는 모든 게 혼란스러웠어요.


바이오로이드인 제가 꿈을 꾼 것부터 시작해서 머리 색만 다를 뿐 저와 똑같이 생긴 티아를 본 것까지.


제 얼굴로 미소 짓고 있는 그녀를 보자 밀려드는 불쾌함에 저는 도망치듯 꿈에서 깼어요.


한동안은 잠자리에 드는 걸 두려워했지만 자지 않을 순 없었어요.


그 이후에도 잠자리에 들면 어김없이 꿈을 꾸었고 항상 티아를 만나게 됐어요.


결국 저는 그녀한테서 도망치는 걸 포기하고 깨기 전까지 조용히 있다 가기로 했어요.


삶의 목적을 잃어 석상처럼 서 있는 제 앞에서 혼자 놀고 있는 티아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쌓이고 쌓인 감정이 제멋대로 폭발해버렸죠.



"티아멧, 오늘도 멍하니 있을 거야? 이거 되게 재밌는데? 히히."


"지마…"


"와! 티아멧이 드디어 말을 꺼냈어!"


"나와 똑같은 얼굴로 그렇게 웃지 마!"


"…"



티아멧은 그녀와 똑같이 생긴 얼굴로 웃고 있는 티아를 향해 울부짖었다.



"나는…그렇게 웃을 자격이 없어…그러니까 웃지 말란 말이야…"



우뚝 서 있던 그녀의 신형이 스르르 무너져내렸다.



"내 손에 쓰러져 간 바이오로이드들의 원성이 들려와. 다음날에도 또 그다음 날에도.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목소리가 끝날 생각을 안해."



마치 광인처럼 넋이 나간 채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티아멧을, 티아는 우두커니 지켜보았다.



-


-



"…헉! 아니야! 내 탓이 아니야!"


"티아멧!"



별다른 일 없이 이야기하는 도중 갑자기 티아멧이 숨을 들이켜더니 이내 발작을 일으켰다. 


티아멧은 손에 잡히는 사령관의 등을 위에서부터 힘차게 할퀴었다.


꿈의 주인인 티아멧의 공격 의지에 사령관이 신음을 흘렸다.



"큭…티아멧 정신 차려!"


"이 기억은 대체 뭐야… 아,아으 죄,죄송해요…"



자신이 사령관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사실에 티아멧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손에 묻혀 있는 피를 본 티아멧이 현실을 부정하듯 고개를 저으며 뒷걸음질 쳤다.


불안정해진 티아멧의 정신 때문인지 꿈속 세계가 붕괴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에 마음이 다급해진 사령관이 티아멧을 향해 한걸음에 다가가려 했지만

이미 한번 생긴 균열은 닫히지 않고 그 기세를 여기저기 뻗어 나갔다.


그렇게 생긴 균열은 모든 것을 삼킬 기세로 땅을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땅이 갈라지는 천재지변은 그 누가 와도 당해낼 수 없다.


그런데 균열이 일어나는 것을 모르는지 티아멧은 갈라지는 땅 위에 멍하니 서 있었다.


당연히 균형을 잡지 못한 그녀의 신형이 크게 흔들리더니 얼마 안 가 뒤로 쓰러졌다.


그것을 본 사령관이 눈에 불을 켜고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티아멧!"



가까스로 그녀의 손을 잡았지만 이미 사령관과 티아멧의 추락은 예정된 사항이었다.


사령관은 티아멧을 확실히 붙들기 위해 나머지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런데 그때, 그 둘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사령관의 등 뒤에 나타난 하얀 틈새가 떨어지는 그 둘을 집어삼킨 것이다.


그 둘을 데려간 하얀 틈새는 자신의 역할을 다 한 듯 작은 점으로 축소되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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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품 안에서 정신을 잃은 티아멧을 조심스럽게 내린 사령관은 씁쓸한 얼굴로,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티아를 보며 감사 인사를 했다.



"고마워, 타이밍에 맞춰 구해주지 못했으면 나와 티아멧은 지금쯤 꿈속의 미아 신세가 되었겠지."


"아니에요. 오히려 이런 상황이 발생해 제가 죄송할 따름이에요."



티아멧의 두 손에 묻어 있는 피를 본 티아가 사령관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그런데 사령관은 티아가 여기 있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는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티아가 자책하는 말투로 이어서 얘기했다.



"시간이 약 이라는 옛 말을 믿지만, 지금와서 보면 티아멧이 받은 상처가 시간의 경과 따위로 나아질 거란 생각이 너무 안일했어요."



이들이 이런 대화를 나누게 된 배경에는 티아가 사령관에게 남긴 편지에 있었다.



「이 편지를 보고 있다는 건 티아멧이 잘 전달해 주었다는 거겠죠?

  

  저는 지금 티아멧에게 자러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이 공간에 침입한 나이트메어를 처치하러 나왔답니다.

  

  항상 그래왔듯 티아멧 몰래 처리할 생각이었지만 아쉽게도 깨버려서, 사령관을 맡아달라는 핑계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제 마음에 든 사령관을 위해 알려 드리자면, 지금의 티아멧은 기억이 온전하지 않아요.

  

  저는 티아멧을 위해 만들어진 정신 보호용 AI였기에 그녀의 기억에 손댈 권한이 있었답니다.

  

  그래서 과거에 그녀가 겪은 이야기는 대부분 떠올리지 못하도록 제가 수를 써 놓았죠.

   

  그렇게 대부분의 기억을 봉인하고 남은 기억 일부를 제가 재구성하여 다시 일어선 존재가 바로 티아멧이랍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점점 회의감에 휩싸였어요.

  

  고작해야 AI에 불과한 내가 티아멧의 정신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그녀의 기억에 손대는 게 맞는 것인가? 라는 의구심이었죠.

  

  인류가 철충에게 공격당하는 시기였기에 생각할 시간은 충분했어요.

  

  몇십 년 동안 고민한 결과 제가 내린 답은, 티아멧이 마음 놓고 안심하고 기댈 존재가 생기면 그때 모든 진실을 밝히자 였어요.

  

  그리고 지금 이 꿈에 들어온 사령관은 그 조건에 부합하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 사령관이 한번 테스트해 주시겠어요?

  

  티아멧이 과거의 자신을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없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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