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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인간의 등장 

두번째 인간의 등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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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인간의 등장 -4-


두번째 인간의 적응 -1- 

두번째 인간의 적응 -2- (ㅈ간 주의) 

두번째 인간의 적응 -3- 

두번째 인간의 적응 -4- 

두번째 인간의 적응 -5- 

두번째 인간의 적응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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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인간의 적응 -8- 

두번째 인간의 적응 -9-

두번째 인간의 적응 -10- 


두번째 인간의 일상 -1- 









 두 동강이 나버린 담배들을 수선하고 나니 약간 출출해졌다.


lrl과 신나게 놀았기 때문일까? 저녁을 먹었는데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식당에 가볼까? 지금이면 아무도 없을테니 뽀글이라도 몰래 해먹어야겠다.



 

불꺼진 식당.


원래라면 식사를 하기위한 인원들로 가득 차 있던 곳이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다.


어디보자 라면이 어디 있으려나~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자니 인기척이 느껴졌다.


잽싸게 뒤를 돌아보니 누군가가 있었다.



 

으악! 귀신이다!


아니다 자세히 보니 소완이다.


오르카호의 주방장이면서 뛰어난 전투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소완이 지금 이 시간에 이곳에서 뭐하는 거냐고 나에게 물었다. 


배가 고파서 뽀글이라도 먹을까 하고....


그러자 소완은 잠시 벌레보는듯한 눈빛으로 나를 쓸어내렸다.


소완은 이곳에 라면은 없을뿐더러 개인에게 따로 요리재료를 보급해 줄 수는 없다고 했다.


아니! 사령관은 야식 챙겨주면서! 나는! 나도 맛난 거 먹을래~~!!


어쩔 수 없지 비장의 수단을 써야겠다.


나는 소완에게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내 방에 뛰어갔다 왔다.


내가 가져온 것은 보급 참치캔.


오르카호에서는 화폐대용으로도 사용되는 소중한 물건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냥 참치일 뿐인 걸?


참치는 먹어줘야 제 맛이다.



 

어떠냐 소완! 이 참치캔은 나의 것!


내꺼 내가 요리해 먹겠다는데 문제 있나!!!


곰곰이 생각해보던 소완은 충분히 그럴 듯 하다며 납득했다.


그렇지만 주방에 들이는 것은 아직 안된다며 사상검증을 하겠다고 했다.

 

사상검증? 공산주의?


뜬금없는 소리에 의문을 품고 있던 나에게 소완이 몇 가지 질문을 했다.

 


 

Q. 파인애플 피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는가?

 

A. 주면 먹는다. 다만 내 돈 주고는 안 사먹는다. 

 


 

Q. 민트초코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는가?

 

A.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이라면 1년에 몇 번, 아주 가끔씩 사먹었다. 

 그 외의 민트초코는 혐오한다. 최대 마지노선은 민트초코 우유다.

 

 


Q. 솔의 눈이라는 음료를 아는가?

 

A. 알고 있다. 매우 좋아한다. 자주 사먹었다.

 


 

Q. 닥터 페퍼라는 음료를 아는가?

 

A. 알고 있다. 좋아한다. 생각날 때 가끔 사먹었다.

 


 

Q. 탕수육은 부먹인가 찍먹인가?

 

A. 보통 주는 대로 먹는다. 기본적으로 찍먹이지만 부먹 역시 좋아한다. 

 볶아서 나온 것 역시 맛있게 먹는다. 가끔은 소스를 찍지 않고 그냥 먹기도 하며, 

 간장에 찍거나 케챱, 머스타드 등 다른 소스에 찍어먹기도 한다.

 

 


Q. 싫어하는 요리나 식재료가 있는가?

 

A. 가지와 사과 그리고 굴. 

 가지는 물컹거려서 싫다. 소량이라면 먹는다.

 사과는 생으로 씹을 때 치아에 짓이겨지는 느낌이 퍼석거려서 싫다.

 다만 주면 먹는다. 사과가 들어간 요리는 좋아한다.

 굴은 혐오한다. 싫다. 먹을 수는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이윽고 질의응답이 끝나고 소완은 내게 ‘까다롭지만, 주면 다 받아먹는 누렁이’ 라는 평가를 내렸다.


누렁이? 말이 심하구만?


거 스펙트럼이 넓다고 표현해줄 수는 없나?


어쨌든 소완은 내가 주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락했다.




주방은 넓고 깔끔했다.


조리기구들은 일렬로 정리되어 있었고,


바닥에는 얼룩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늘어서있는 싱크대 역시 찌든 때 없이 깔끔했다. 

 

주방장의 성격이 드러나 보이는 주방이다.



 

소완이 말하기를 식재료를 많이는 내줄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주방은 빌려주겠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어 식재료를 낭비한다면, 다시는 주방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했다.


아니 사람을 너무 무시하는 것 같은데....


그래도 자취생활을 몇 년을 했는데 간단한 요리정도는 할 수 있다.


숨겨왔던 나의 야매요리 실력을 보여 줘야겠다.


우선 재료부터 준비해야겠다.


일단 밥! 밥이 있어야 하는데...


오 여기 즉석밥이 쌓여 있네? 하나 챙기고.


그리고 계란! 계란은 없나? 아 있다.


요안나 아일랜드에서 보내준 신선한 계란.


많이는 말고 하나만 챙겨주고


솔직히 계란은 많이 먹고 싶은데 계란 하나 집을 때 주방장의 매서운 눈빛 때문에 하나만 챙겼다.


어디보자 그게 있으려나?


오 있다. 간장! 설탕! 그리고 마요네즈!


좋다. 마지막으로 내가 챙겨온 참치!


재료 준비 끝!


소완은 그걸로 무슨 요리를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해보라고 했다.


제기랄 아무리 그래도 이거는 실패할 수가 없다.


실패하면 만든놈 손모가지 잘라야한다.


자취생이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요리.


내가 만들 요리는 참치 마요 덮밥이다.

 



우선 밥을 데우고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른다.

 

계란을 풀어 프라이팬에 살짝 익혀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어 준다.

 

다 만들어진 스크램블 에그를 그릇에 옮겨 담고

 

프라이팬에 간장 세 큰술과 설탕 한 큰술을 넣고 잠시 졸여준다.

 

참치와 마요네즈를 적절히 버무려 준다.

 

그릇에 데워진 밥을 담고 스크램블 에그, 버무린 참치 마요를 올리고 졸여진 간장소스를 올려준다.

 

짜잔! 야매 참치 마요 덮밥 완성! 

 



소완은 완성품을 보더니 ‘그럴 듯하다.’ 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더니 숟가락을 가져와서 한 숟갈 떠먹었다.


아니 그거 내건데!

 

안 그래도 양이 적은 나의 참치 마요를 떠먹은 소완은 몇 번 우물대더니


'나름 먹을 만 하군요. 제대로 된 요리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나쁘지 않습니다.' 


라는 평가를 내렸다.


당연히 남한테는 대접 못하지!


나 혼자 만들고 나 혼자 먹으려고 만드는 요리인데



 

아무튼 이제 가.


이거 먹고 설거지는 내가 할 테니까.


나는 내가 만든 야매 참치 마요 덮밥을 맛있게 퍼먹었다.


음~ 자취 할 때의 바로 그 맛! 역시 맛있어.


애초에 양이 적었기에 몇 번 퍼먹으니 순식간에 없어져 버렸다.


아~ 잘 먹었다. 이제 설거지를 해보실까?


다 먹은 그릇과 사용한 조리도구를 씻으려고 일어났는데 아직 소완이 있었다.


뭐야 아직 안 갔어?


내가 대충 해 놓을까봐 그래? 거 참.


나는 소완을 무시하고 설거지를 시작했다.


뽀득뽀득 깨끗하게 설거지를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소완이 나를 붙잡았다.


뭐야? 가서 밀린 서류작업 해야 한단 말이야



 

‘당신도 평범한 인간이군요.’


이 말을 남기고 소완은 주방을 나섰다.

 

아니 그럼 여태까지는 인간으로 안 봤다는 거 아니야?


오르카 내에서의 나의 평가가 매우 호전 된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여기서 뭘 더하라는 거지?


아무튼 나의 대한 소완의 평가가 조금은 나아진 것 같으니 이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아~ 서류작업 하기 싫다~

 

술 마시고 싶다~

 

담배 한 대 시원하게 빨고 침대에 누워있고 싶다~

 

나는 이런저런 게으른 생각을 하며 주방을 나서서 흡연실로 향했다.

 

수복실에 누워 있는 동안 서류작업이 많이 밀렸다.

 

아무래도 오늘은 밤을 새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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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폭사를 하면 글을 싸는 버릇이 있어요.


그리고 이 글에 나오는 음식취향은 전부 저를 반영한 것 입니다.